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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나는 죽었다.
글쓴이: 네븐
작성일: 15-06-28 19:52 조회: 740 추천: 0 비추천: 0

1/
어디서부터 설명하는 게 좋을까. 나는 평범한 학생이다. 가정형편도 나름 괜찮다 생각하고, 몸에 아무런 문제도 없고, 교우관계도 원만한 그런 학생. 그러니까 아무래도 내가 어젯밤에 죽었다는 사실은 거짓말이다. 이것 봐.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서 글을 쓰고 있으니까, 역시 나는 살아있는 것 같다.

2/
아니, 역시 그건 거짓말이다. 나는 어젯밤에 분명히 죽었다. 직접 보여줄 수는 없지만, 이렇게. 양 손으로 옥상의 난간을 부여잡고 5분 정도 고민한다. 지금 뛰어내려서 내가 잃어버릴 것들, 이루고 싶었던 것들을 머릿속에서 하나하나 떠올린다. 지금 뛰어내린다면, 이라고 생각하며 난간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본다. 아래쪽에 보이는 건 차디찬 밤의 어둠이 깔려있는 시멘트 바닥. 그 바닥을 바라보며 만에 하나 죽지 못할 경우를 생각한다. 이 높이라면 틀림없이 중상. 끈질기게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살아남는다면 내가 얻을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생의 고통을 죽음으로 구원받기 위해 결심한 것인데 더욱 짙어진 고통을 끌어안고 살아난다니. 그렇게 생각해 보면 투신을 포기하고 조용히 이 곳을 내려가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었다.

내 머릿속에는 두 가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살은 나쁜 짓이며, 살아남았을 경우에는 지금보다 훨씬 끔찍한 고통속에 살아갈 것이 분명하니 포기하라는 목소리 하나. 이 정도 높이에서 머리부터 떨어진다면 분명히 죽을 수 있으니 걱정말고 뛰어내리라는 목소리 하나. 어느 쪽이 천사고 어느 쪽이 악마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 악마는 아닐까.

나는 고민 끝에 결심을 굳히고 난간 위에 올라섰다.

3/
거짓말쟁이. 이렇게 난 살아있다. 전신이 멀쩡하게 잘 살아서 지금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생생한 감각이 나를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죽음을 포기하면 이렇게나 삶이 활기찬것을.

어젯밤 천사와 악마의 목소리 사이에서 고민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 때 천사의 목소리를 따랐다. 죽음을 결심하고. 아니, 난간 위에 올라서지 않고 그대로 자살을 포기했다.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서 난간을 등지고 기대어 앉기는 했지만. 잠깐 휴식을 취한 뒤에는 일어서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건물을 내려가 멀쩡하게 방 안으로 들어갔었다. 침대에 풀썩 드러누워서 방의 형광등을 바라보며 잘한 일이라고, 역시 죽음 보다는 사는것이 낫다고 몇 번이고 되뇌었다.

4/
저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 나를 믿어야 한다. 나는 분명히 난간 위에 올라서서, 잠시 심호흠을 하고 아래쪽을 다시 내려다봤다. 높은 곳에 올라서서 자그마해 보이는 바닥을 내려다보니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에 묘한 기쁨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익스트림 스포츠는 이런 감각을 즐기기 위해 하는거구나.

나는 일생에 한 번 뿐인 번지점프를 준비하는 사람이다. 두 번은 없어야 하고, 깔끔하게 끝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처럼 양 팔을 십자가 모양으로 쫙 펼치고, 그대로. 푹신한 침대 위로 쓰러지듯이 앞으로 엎어졌다. 물론 눈 앞에 있는 것은 몇 십 미터는 아래에 있을 딱딱한 시멘트 바닥. 그렇게 나는 자유롭게 낙하했다.

5/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몇 십 미터 높이에서 아래로 추락했다면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을리가 없다. 혹시나 사랑과 영혼이나 식스센스 같은 영화를 보고나서 '너는 죽었고, 넌 영혼이야!'라고 주장하고 싶은 일부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지금 나에게는 육체와 오감이 온전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뺨을 때리면 찰싹 소리가 나고, 냄새를 맡으면 고기 굽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내 눈은 이 화면을 바라보고 있고 내 귀는 조용하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를 듣는다. 뭔가 먹고있지는 않지만 음식을 먹는다면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도 있을것이다. 그런데 내가 죽어? 말도 안 되는 소리.

반대로 생각해보자. 어젯밤에 죽었다는 사람이 어떻게 아직까지 글을 쓸 수 있나?
이건 나에게 해당되는 질문이 아니다.

6/
인간에게는 영혼이라는 좋은 매개체가 있다. 사랑과 영혼은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르고, 식스센스도 어쩌면 사실일 수도 있다. 폴터가이스트나 분신사바 같은 것들이 성행하는 것도 귀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혼자서 숨바꼭질이나 위저보드 같은 것들이 금기시되는 이유도 그것에 끌려나오는 귀신이 매우 위험한 귀신이기 때문이다. 엑소시스트나 무당들이 하지 마라고 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

물론, 내가 영혼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냥 유희를 위해 장난을 조금 쳤을 뿐이다. 나는 확실히 어젯밤에 몸을 던졌다. 그런데, 그게 조금 문제가 생겼다.

우려하던 일이 생겨버려서, 그 자리에서 죽지 못한 것이다. 나는 바닥에 머리부터 부딪쳐 죽겠다고 계획을 세웠는데, 이게 계산미스로 몸을 너무 돌려버려서 등짝. 정확하게는 골반쪽부터 떨어져 버렸다. 엄청난 격통에 본능적으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지만, 마침 근처를 지나던 경찰이 내가 바닥에서 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119를 불러버렸다.

이 쯤 되어서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거짓말하는 건 내가 아니다.

7/
......

8/
지금까지 이야기 했던 것은 모두 내가 맞다. 다만 들것에 실려가면서 지금까지 머릿속에서 계속 이어져 온, '옥상 난간'이라는 분기점에서 이야기가 둘로 갈라진 것 뿐이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이야기. 아무런 문제도 없는 학생이 자살시도를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인가?




0/
......

어젯밤, 나는 죽으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즉석에서 끌리는 대로 써 봤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개나 문체같은 부분이 엉성하지만 계속 쓰다보면 차차 좋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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