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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너와 나는 각자 잠들었다
글쓴이: fictionist
작성일: 15-06-28 19:15 조회: 632 추천: 0 비추천: 0

<그렇게 너와 나는 각자 잠들었다>


 날은 춥고 어두운데 내 몸 하나 뉘일 곳 없으니.


 나는 걸었다. 계속해서 걸었다. 안 그래도 얇아빠진 양말에는 구멍들이 잔뜩. 섬뜩한 찬 기운이 끊임없이 발가락을 스친다.


 해 저문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거리의 사람들아.


 목적지는 딱히 정해놓지 않았다. 그냥 걸었다. 걷고 싶었다. 집에 있기 싫었다. 몸이 버티어준다면 천리만리 마냥 걷고만 싶었다. 몸을 움직이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대들 곁에 검고 가느다란 영혼 하나 길동무로 삼아다오.


 겨울밤, 바람은 그런 날 비웃기라도 하듯 세차게 불었다. 몇 년 째 입어서 이제는 몸에 비해 작아진 겉옷은 차갑게 식어버린 지 오래다. 겉옷 주머니에 넣어뒀던 손이 천에 닿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주먹을 꼭 쥐어 봐도 피까지 식어버린 듯 온기라곤 돌아올 생각을 않는다.


 목을 놓아 울어 보아도 돌아봐주는 이는 없고


 걸음을 옮기는 게 힘겨워졌을 즈음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어릴 적 살던 동네에 와있었다. 번듯한 빌라들이 잔뜩 들어선 곳. 구석구석에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놀던 추억이 서려있는 골목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딱딱한 발을 움직였다.


 목이 쉰 나는 지쳐버려 주인 없는 길에 주저앉아


 다시 걸음이 멈춘 곳은 아무도 없는 놀이터였다. 바람에 나뭇가지들이 흔들리고 있었고 가로등이 만들어낸 그림자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놀이터를 둘러보다 중앙에 있는 미끄럼틀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금속으로 된 미끄럼틀이 가로등의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만지면 무지 차갑겠지. 나는 내장부터 부르르 떨리는 듯한 느낌에 진저리를 쳤다. 오랜만에 와본 놀이터의 모습은 어릴 때 봤던 것과 많이 달라져있었다. 흙이 깔려있던 바닥은 푹신한 소재로 바뀌어 있었고 예전엔 보지 못했던 운동기구도 몇 개 들어서 있었다. 미끄럼틀을 제외하면 그네와 철봉, 시소 같은 놀이시설도 플라스틱으로 바뀌어 알록달록했다. 난 놀이터 안으로 들어가 플라스틱으로 된 그네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찬 기운이 순식간에 바지를 뚫고 엉덩이를 물어뜯었지만 지친 다리를 이끌고 또 움직일 기력이 없었다. 삐걱 삐걱. 그네에 달린 쇠사슬이 금속음을 냈다. 나는 땅을 한 번 박차 그네를 움직였다. 그네는 잠깐 동안 앞뒤로 움직이다 더 이상의 힘을 받지 못하자 금세 움직임을 멈추었다.


 감기는 눈 탓에 자꾸만 작아지는 세상을 쳐다보았다.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 듯했다. 가슴속이 지끈거렸지만 그 감각은 곧 구역질로 바뀌었다. 나는 침을 뱉으려다 붉고 푸른 인공 바닥을 보곤 욕으로 대신했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도리가 없는 그 여자가 날 부르는 목소리, 그리고 그 목소리를 자연스레 떠올린 자신이 증오스러웠다. 어떻게 그 인간을 떠올릴 수 있지? 욕의 대상은 그 인간에게서 내게로, 그리고 지금도 집에서 술병을 잡고 있을 그 남자로 옮겨갔다. 빈 녹색 병이 방바닥을 굴러다니고 곰팡이가 벽지를 다 먹어치워 쿰쿰한 냄새가 가시질 않는 좁아터진 방, 그리고 불뚝 나온 배를 헤진 셔츠로 감싸고 방 한가운데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의 모습이 떠올라 눈을 질끈 감았지만 그 광경은 없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생생해져 날 괴롭혔다. 아까보다 험한 욕이 입술을 밀치며 터져 나왔다. 밀려오는 분노와 원망에 욕이 따라가질 못했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를 악 지르려던 나는 순간 눈에 들어온 뭔가를 보고 숨을 삼켰다. 고양이었다. 날렵한 몸에 검고 짧은 털이 덮여있었다. 꼬리를 세운 채로 고양이는 날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뭘 봐. 난 중얼거렸다. 고양이의 눈은 여전히 내게로 향해있었다. 저리 가. 그러나 고양이가 내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오히려 눈앞의 검은 고양이는 날 향해 발을 옮기더니 훌쩍 뛰어올라 내 두 다리 위로 올라왔다. 나는 깜짝 놀라 일어서려다 몸에 힘이 빠져버렸다. 시린 허벅다리에 전해지는 온기가 너무나도 따뜻했던 것이다. 고양이는 내가 놀라거나 말거나 다리 위에서 몸을 만 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길고양이야. 더러워. 머릿속이 그런 생각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밀쳐낼 수가 없었다. 나는 더럽다고 경고하는 머리를 무시하며 손을 고양이의 검은 몸 위로 가져갔다. 손이 닿아도 고양이는 순간 움찔거렸을 뿐 별 반응이 없었다. 나는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살아있는 것의 따뜻함이 얼어붙었던 손을 타고 올라왔다. 얼마 만일까. 이런 감촉을 느끼는 건.


 마침내 세상 향한 문이 닫히던 그때 내가 나타났다.


 쓰다듬는 걸 멈추었어도 손을 고양이에게서 내려놓기 싫었다. 고양이의 호흡에 맞춰 내 손도 위아래로 움직였다. 고양이를 내려다보던 난 고개를 들었다. 무릎 위에 있는 고양이처럼 검은색의 하늘이 세상을 덮고 있었다. 어디를 봐도 달은 없었고 간혹 가다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이 눈에 들어왔다. 저 시커먼 하늘도 혹시 이 고양이처럼 따뜻한 거 아닐까. 찬바람이 휘잉 소리를 내며 세차게 불었다. 그럴 리가 없지.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만약 그랬다면 내가 처량맞게 여기 앉아있을 일도 없었겠지. 세상은 차갑다. 따뜻하다고 믿었던 것들은 그저 내가 그럴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을 뿐. 아빠도, 엄마도, 선생과 한때는 친구였던 인간들도. 나는 다시 고양이를 내려다보았다. 너도 마찬가지겠지. 날이 추워서 내게 붙어있을 뿐이야. 나는 몸을 일으켰고 고양이는 갑작스런 움직임에 야옹 소리를 냈지만 아무렇지 않게 바닥에 착지했다. 고양이는 날 한 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려 어딘가로 뛰어가 버렸다. 그래. 결국 이런 거야.


 나는 날 향해 손을 내밀었지만


 나는 놀이터를 나왔다. 놀이터에 도착했을 때보다 날이 더 추워진 듯했다. 돌아가자. 머리로 생각했는지 입 밖으로 나왔는지. 그 한 마디 외의 다른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날 지나쳐갔다.


 여전히 찬바람이 세차게 부는 길거리엔 사람들의 모습이 드물었다. 집들의 창문으로 하얗고 노란 불빛들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 불빛들을 보기 싫어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그 인간이 술에 취해 잠들었기를 빌었다.


 한 번 온기를 느꼈던 몸은 추위에 더 민감해져버렸고 차가운 바람이 심장을 파고들어 더 이상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집 창문은 캄캄했다. 긴 한숨을 내쉰 뒤 나는 문을 열었다. 코를 때리는 알콜의 냄새와 쿰쿰한 곰팡내에도 불구하고 집은 바깥보다는 따뜻했다. 안쪽 방에선 시끄러운 코골이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하며 내 방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오늘은 조용히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깔려진 이불 위에 쓰러지듯 누웠다. 눈을 감자 아까 놀이터에서 봤던 고양이의 모습이 그려졌다. 밖에선 바람이 음산한 소리를 냈다. 가슴이 따끔거렸지만 나는 눈을 꽉 감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안팎으로 온통 냉기뿐이 없어 이제는 세상과 나 둘 중 누가 더 차가운지 알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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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아이디어 노트 보는데 '고양이, 여자아이, 놀이터, 더러운 방'이라고 적혀있길래 생각나는대로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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