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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단편제] P의 경전
글쓴이: 진딧무리
작성일: 15-06-20 23:54 조회: 917 추천: 0 비추천: 0

P의 경전

 

후천 개벽의 때가 올 때, 한울은 P를 이룰 것이라. 그것은 선천의 엔트로피라. 세상 날 때, 지은바, 생명을 짓고 그 값어치를 지었으니 그 쌍이 한 것이라. 후천의 때가 가까이 오니, 그 값은 한울님 정한 바 변치 않을 것이나, 생명은 제 뜻대로 살며 산으로 바다로 불어날 것이니, 한울님 가라사대 생명의 값어치는 세상 모든 생명의 수만큼 값어치를 나눈 것이라. 후천이 다가올 때, 생명의 값은 바닷가에 미역이요. 도살장의 돼지발톱이로다.

-방금 직접 썼지만, 아마 이런 내용으로 써져있을 것 같은 P의 경전 중에서

 

혹시 노엔을 아시나요?”

길을 가다 보면, 종종 말을 걸어오는 젊은 여자들이 있다. 대체로 를 논한다거나, ‘구원을 논한다거나, ‘우주를 논하는 경향이 있지만, ‘노엔을 아는지에 대한 물음은 처음 듣는 종류의 것이었다.

? 노엔이 뭐죠?”

나의 질문에 말을 걸어왔던 젊은 여자(라고 했으나, 나는 말을 이제 정정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젊다기보다는 어렸고, 여자라기보다는 여자아이가 어울렸다.)는 오히려 당황한 모습이었다.

, 그러니까. , 저기, 저도 누가 관심 가져준 건 처음이라서 이, 이럴 때는 뭐라고 해야 하죠?”

일반적으로 길거리에서 세계의 종말을 외치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길만 스쳐도 말을 술술 내뱉는 모습에 비해, 어린 여자아이(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머리에는 갈색 빵모자를 쓰고서 얼굴에는 동그란 안경을 쓴 여자아이였다. 아마 안경을 벗겨본다면, 살짝 띈 복숭아색 홍조가 까만 눈동자와 썩 잘 어울릴 것 같은 아이였다.)는 너무나도 풋사과 같은 모습이었다. 이에 나는 언제나의 순서를 생각하며 능숙하게 물어보았다.

노엔이 뭔지 설명해 주세요.”

, 그러니까 노엔은 노블엔진의 줄임말이에요!”

노블엔진? 소설의 엔진? 그게 뭐죠?”

여자아이는 콧소리를 흠흠거리며,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종의 자부심 같은 것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여기서 노블은 소설이 아니라 참신한, 새로운 이라는 뜻이고, 엔진은 동력을 말하는 거예요.”

새로운 동력?”

나는 그런 종교가 있다고 들은 적이 없었으므로, ‘무슨 수상한 연구소의 모금을 위한 활동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친환경, 유기농, 신재생 에너지니 뭐니 하는 그런 걸 만드시는 분인가요?”

라는 질문을 해 보아도, 내 눈 앞에 서 있는 건 영락없는 여자아이였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양 옆으로 땋은 머리가 찰랑거리며, 묘한 문양의 카디건이 허벅지까지 내려오고 있는, 아직 제 몸에 맞는 스타킹도 없어, 살갗이 새하얀 그런 여자아이(말하자면 내 질문에 대답능력이 없다는 것이다.)였다. 여자아이는 잠시 고민하는 듯 했다.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 아마 비슷한 거 같아요. 유기농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한참동안 으으으으으으으거리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여자아이는 미묘하게 석연찮은 대답을 해주었다. 그때 나는 미간 사이에 딱밤을 때리면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에 대하여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관계로, 살짝 숨결이 거칠어진 상태였다.

그러니까. 뭐랄까, 위험하군요. 하앍, 하앍

괜찮으세요? 안색이

여자아이는 내게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면서 뒤로 물러났다.

괜찮아요. 괜찮아. 잠시 코피 좀 풀고 오면 됩니다.”

나는 항상 들고 다니던, 손수건을 꺼내 들고 코피를 풀어냈다. 언제나 피 범벅인 손수건은 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

조금 더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

나는 그녀의 말에 약간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적혈구도, 백혈구도 니르바나의 세계에서는 모두 친구인걸요.”

그녀의 말에 나는 괴이쩍은 생명체가 걸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애당초 결국 이녀석 종교쟁이였나?

이건 선물이에요. 제 말을 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녀는 나에게 노란색 티켓 하나를 내밀어 왔다. 부적과 동일한 재질의 종이에는 ‘100포인트라는 손 글씨가 적혀 있었고, ‘한울님 도장 쾅이라는 붉은색 직인과 곰돌이 로고가 세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쪽에는 http://novelengine.com/라는 홈페이지 주소가 적혀져 있었다.

, 잠시 이게 뭐야?”

나는 뒤돌아서 제 갈길 가려는 여자아이를 붙잡았다. 여자아이는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포인트요.”

뭐야 그게?”

홈페이지 들어가 보시면 알거에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제 갈 길을 가려고 하는 여자아이. 하지만, 나는 그녀를 그렇게 돌려보낼 수 없었다. 그녀가 종교쟁이라는 사실이 이미 밝혀진 이상 내가 나서야만 했다.

잠깐, 시간 좀 내 주지 않을래? 노엔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저기 저쪽 골목에 우리집이 있는데, 커피라도 한 잔 하고 가.”

여자아이는 잠시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쇄기를 박기로 결정했다.

집에 사탕도 있어.”

? 정말요?”

소녀는 사탕이 있다는 말에 군침을 꿀꺽 삼키며(침을 삼키는 여자아이의 모습이란 각별한 맛이 있다. 목에 있는 근육이 살짝 수축하며 떨리는 피부의 진동이란, 충분히 훌륭한 취미가 될 수 있다.) 완연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가요!”

그런데 너 이름은 뭐니?”

한울이요. 성은 한이고 이름은 울이요.”

울림이 좋은 이름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그런데 오빠는 이름이 뭐에요?”

? 내 이름은 김사탄이야. 사탕이 아니니까. 발음에 주의하도록 해.”

그러니까. 사탕 오빠?”

사탄! 사탄!”

나는 한울이라는 여자아이와 내 이름을 가지고 잠시 티격태격하다가 나의 집으로 향했다.

 

****

 

홀로 사는 남자의 집이란 신성한 기운을 내뿜는 법인지라, 함부로 외간 여자를 들였다간 큰 화를 입게 되는 법이다. 가령 예를 들자면, 어제 내 집을 방문하였던 우주 진리교의 여자도 꽤나 어려움을 겪었다.

, 뭐랄까. 좋은 집이네요. 사탕은 어디 있어요?”

그녀는 내 집의 입구에 있는 업화의 온천을 보고 감명을 받은 것인지 사탕을 찾기 시작했다.

사탕 같은 건 없어! 넌 이제 여기서 나와 함께 목욕을 해야만 해!”

나는 아직 옷도 벗지 않은 그녀를 끌고 온천에 들어갔다. 온천은 기분 좋게 피부를 상기시킬 정도로 따스했다.

... 젖어버렸어 힝

칭얼거리는 소녀의 말을 무시하고 나는 옆에 놓여있던 목욕도구함에서 샴푸를 꺼냈다. 펌핑을 하자. 한 번에 2.5ml의 하얗고, 끈적끈적한, 익숙한 꽃 냄새를 풍기는 액체가 손 안에 흘러들어왔다.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그것을 적당히 바르고서 가볍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 그러지 마세요. 갑자기 이렇게

가만히 있어봐, 조금 있으면 기분 좋아질 테니까.”

, 아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가만히 좀 있어봐, 움직이면 눈 안에 들어가 버리니까.”

에흐, 정말.”

그렇게 그녀와 나는 몸을 맞대고서 한참을 끙끙거린 뒤에야 목욕재계를 마칠 수 있었다.

 

결국, 뭐하는 짓이었어요. 정말

투덜거리는 그녀는 안경을 벗고 있었고, 머리카락도 흠뻑 젖어있었다. 나는 오랜 시간 온천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코에서 다시 피가 나고 있었다.

일종의 의식이다. 본당에 들어가기 전, 목욕재계는 필수라서 말이지.”

기본적으로 나의 일이란 그런 일이었다. 말세가 되면 사이비 종교가 판을 치는 법이다. 신은 나에게 계시를 주었다. 그 계시란 길거리에서 혹세무민하고 있는 종교쟁이들을 붙잡아 개종을 시키는 것, 그것이 힘세고, 강한 신, 산타크로스가 내게 준 하나의 사명이었다. 나는 여자아이에게 물었다.

공산당에는 산타크로스가 없어, 그렇기에 산타크로스를 믿지 않는 것은 공산당이지, 너는 산타크로스를 믿고 크로스마스 선물을 받을래? 아니면 공산당이다.”

대체로 그 질문을 하면 거의 대부분의 종교쟁이들이 개종을 하겠다고 했지만, 여자아이의 대답은 별 관심이 없다는 투였다.

그것보다, 저기 사탕은 없어요?”

사탕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어!”

히잉, 거짓말쟁이 마이너스 오십 포인트에요.”

소녀는 나에게 붉은색 종이를 한 장 던졌다. 재질이나 규격은 노란 것과 동일했지만 그 종이의 색과 적혀있는 ‘-50포인트라는 글자, 곰돌이의 표정이 묘하게 무섭다는 것이 달랐다.

나는 잠시 곰돌이의 표정에 겁에 질려서 죽은 척을 해야할 것인지 고민을 하다가 그녀의 등 뒤에 갑자기 날개가 돋아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너 정체가 뭐냐!”

, 제 이름은 한울이고요. 사탕 오빠 미워요!”

그렇게 날개를 펼친 그녀는 내가 보는 눈앞에서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녀는 산타크로스의 천사가 아니었을까? 나는 잠시 멍하게 서서 그녀가 날아가는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판츠는 딸기 문양의 하얀색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서있었다. 푸른 하늘 저 멀리 딸기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신은 위대하셨다.

 

홀로 남은 나는 그녀가 남기고 간 노란 휴지와 붉은 휴지에 적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홈페이지는 깔끔한 형태로 하얀색과 붉은색, 그리고 검은색의 조합이었다. 하늘 멀리 사라져하던 그것과 유사해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을 수 없었다.

뭐야. 회원제인가?”

나는 회원가입을 누르고, 요구하는 개인정보를 입력한 뒤,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회원가입 축하 +1000포인트 지급하였습니다.

잠깐, 포인트?”

잠시 후, 새로운 메시지 알림이 두 번 연속으로 떴다.

-한울님과 길거리에서 오붓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100포인트를 지급하였습니다.

-한울님에게 사탕을 준하고 해놓고서는 사탕도 주지 않고 더럽고 가증스러운 바보 똥개 멍청이 제일 싫어!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바보 바보 사탕오빠 바보!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50포인트를 지급하였습니다.

뭐야, 이 수상한 홈페이지는?”

홈페이지는 노블엔진 뉴스’, ‘한울님 전용 연재란’, ‘한울님이 보고 계셔등의 메뉴로 구성되어 있었다. ‘노블엔진 뉴스라는 메뉴에는 한울님 사기 당하다!’라는 제목의 특집기사가 올라와 있었고, 한울님 전용 연재란에는 ‘P의 경전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하나 올라와 있었다. ‘한울님이 보고 계셔는 평범한 자유게시판인 듯하였다.

딱히 할 일이 없었던 나는 연재란의 소설을 읽기로 했고, 약간의 판타지 요소가 있었기에 무협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는 맞지 않았지만, 정말로 할 일이 없었던 나는 그것을 계속 읽어 내려갔다. 그렇게 몇 날이 지났을까? 매일 홈페이지에 로그인해서 소설을 읽으며, 포인트는 쌓여갔고, 어느새 1만의 고지를 넘게 되었을 때. 이미 소설은 다 읽었고, 나는 근원적인 질문 하나가 생기는 것을 억제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한울님이 보고 계셔’, 글쓰기.

 

제목: 그런데 포인트...

내용: 어디에 쓰죠?!

 

잠시 후, 메시지 알림음이 울렸다.

-, 별로 10만 포인트 모으면 뽀, 뽀뽀라던가, 아니 오해하지는 말라구! 이마에 해 주는 거니까! 그리고 사탕 내놓으면, 거짓말 했던거. , 용서해 줄 수도 있으니까. , 이번 한 번만이야! 용서해 주는 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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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가 뭔진 모르겠는데, 이거나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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