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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걸
글쓴이: 모핀
작성일: 15-01-10 19:18 조회: 946 추천: 0 비추천: 0





매직 걸



1


 언젠간 널 위한 일이 생길거야. 코펜은 그렇게 말하곤 했다. 유아는 철교의 도로 위로 솟아오른 교각의 꼭대기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검은 공의 형태에 빨간 눈이 두개 박혀있는 듯한 형태의 코펜은 늘 유아의 등 뒤에서 유아를 격려했다. 괜찮아. 넌 마법소녀잖아. 언젠가 너를 위한 일들이 생겨날거고 너는 꿈꿔왔던 일들을 곧 경험할 수 있게 될거야. 코펜이 유아에게 희망을 북돋아줄 때마다 유아는 쓴 웃음을 지었다. 

 " 그게 언제일진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

 과하게 치장된 분홍색 드레스가 바람에 흔들렸다. 강가의 불빛이 반사된 강물은 한 마리의 물고기처럼 빛의 비늘을 움직였다. 유아는 순간 저 강물 속으로 몸을 던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거대한 물고기에게 삼켜지는 상상을 하면서.

 " 하지만 넌 특별한 걸. "
 " 난 더 이상 특별하지 않아. 미친 여자처럼 이런 옷과 지팡이를 든 것 외에는 "

 코펜은 더 이상 유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불어오는 바람에 맞추어 몸을 움츠릴 뿐이었다. 유아는 이제 그만 됐다는 듯이 바닥을 딛고 일어섰다. 번지점프를 하는 사람처럼 양 팔을 벌리고 눈을 감은 유아는 그대로 강물 속에 몸을 던졌다. 풍덩- 하고 강물에 빠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강엔 아주 작은 파문도 일어나지 않았다. 언제그랬냐는 듯 강가 근처의 도로에 선 유아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화려한 드레스는 잘게 부서져 허공에 흩어지고 교복차림의 평범한 여자아이만이 남았다.






2


 " 엄마! 날 봐봐! 뭔가 이상한거 안느껴져? "

 유아는 밥을 먹고 있던 가족을 바라보며 외쳤다. 유아의 오른 손엔 주먹만한 별이 매달린 지팡이가 들려있었고 화려한 드레스 또한 입고 있었다. 유아는 자주 이런 비슷한 소리를 하며 가족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곤 했지만 반응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별한 것을 본 것도 아니라는 듯이 유아의 가족들은 멍하니 유아의 모습을 훑어보다가 제각기 할일을 찾곤 했다. 유아의 어머니는 멸치를 집은 젓가락을 그대로 밥속에 쑤셔넣곤 유아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밥 안먹고 방에 처박혀 있더니 또 그 소리니. 유아는 어머니의 밥 속에 파묻힌 멸치가 가까스로 머리만을 내놓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에 소름이 끼쳤다. 아니 날 보라니까! 나, 나, 그러니까…… 막 그 있잖아. 티비에서 나오는 그거! 유아는 차마 자신의 입으로 마법소녀라는 말을 내뱉진 못하고 연상퀴즈를 내는 사람처럼 이리저리 손을 흔들며 설명했다. 하지만 정답을 맞춰주는 사람은 없었다.




 " 어떻게 된거야. "
 " 너는 특별하니까,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몰라볼 수도 있지. "

 아파트 옥상에 시무룩하니 서 있는 유아에게 코펜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덧붙였다. 여태껏 마법소녀가 되어온 여자들의 이야기. 어떠한 적들을 쓰러뜨렸고 그녀들은 각기 어떤 존재로 성장했는지에 대해, 가끔은 마법소녀가 될 뻔 했던 아이가 있었는데 막상 찾아가보니 남자더라는 이야기도 했다. 처음엔 그 말들에 귀기울이며 듣던 유아도 차차 코펜의 말들에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 








3



 유아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이미 교과과정이 끝나고 대부분의 수업시간을 자습으로 보내고 있는 시기였다. 다다음달이면 수능을 쳐야한다는 압박감에 유아의 친구들 대부분은 책에 코를 박고 지냈다. 처음엔 마법소녀가 되었다며 공부에 소홀히하던 유아도 어느새 그들과 다를 것 없이 책에 쓰여진 글자를 쫓으며 살았다. 가끔은 코펜이 먼저 말을 걸어오곤 했다. 너는 특별한 존재인데 특별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들을 따라할 이유가 있어? 코펜의 말을 듣고 유아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혼잣말하듯 대답했다.

 " 특별하든 특별하지 않든, 일이 없으면 백수잖아. "
 " 그건 그렇네. "

 유아는 코펜의 능청스러운 태도가 얄미웠다. 이럴거면 대체 나를 마법소녀로 왜 만든거야? 막상 쓰러뜨려야할 적도 없는데…….  그럴때마다 코펜은 매번 같은 말을 반복했다. 언젠간, 언젠간 너를 위한 일들이 일어날거야.



 유아는 다른 고교 여자아이들과 달리 연예인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친구들이 고속버스를 타고 가요 프로그램을 직접 방청하러 갈 때에도 유아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어짜피 자신과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뒤쫓는 삶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던 유아였다. 그렇기에 코펜이 처음 유아에게 나타나 마법소녀가 되라고 했을때 유아는 내심 기뻤다. 처음엔 자신이 헛것을 본거라 생각했지만 코펜과 이야기 하던 유아는 드디어 ' 내가 직접 무언가 해낼 수 있는 존재 ' 가 되었단 것이 좋았다. 

 그래서 마법소녀가 되었다.

 화려한 드레스와 만화에서만 보던 지팡이를 얻었다. 



 " 그래서 난 뭐를 하면 돼? "
 " 글쎄? "



 마법소녀가 된 유아는 코펜의 대답에 얼이 빠진 채로 서 있었다. 그녀의 좁은 방 안에서.










4



 유아의 하루는 항상 비슷하게 흘러갔다. 학교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엔 항상 대교의 교각 꼭대기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다 집으로 향하곤 했다. 그녀가 마법소녀가 되면서 얻은 비정상적인 신체능력은 그나마 유아에게 위안이 되는듯 싶었다. 가끔은 강물을 바라보다가도 저 강물 속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튀어나와주길 간절히 바란적도 있었다. 흉악한 이빨을 가진 거대한 상어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볼때마다 어이가 없는 아침드라마 처럼 사실은 코펜이 진짜 적이길 기대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코펜에게도 그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이 이런 모습인걸 바라보아주는 건 코펜 뿐이었기에.


 " 가자. "


 코펜이 허공에 흩어지듯 사라지고 유아는 늘 그렇듯 다리에서 내려와 집으로 향했다. 


 " 언젠가 날 위한 일들이 일어난다고? "

 유아가 혼잣말 하듯 중얼거렸다. 코펜은 대답하지 않았다.






 " 글쎄. "




 코펜의 말투를 흉내내며 유아는 그렇게 도보를 걸었다. 
 화려한 드레스와
 거대한 지팡이

 남들이 보기엔 창피스러울 수 있는 복장 그대로 그녀는 집을 향해 걸어갔다.



 어짜피 아무도 몰라줄거기에.

 늘 그렇듯, 평범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거라 생각했기에.




2015 - 1 - 10 모핀 엄청 창피하다 느끼며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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