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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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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클로썰 산맥의 칼리머-1
글쓴이: Y245
작성일: 14-12-15 14:16 조회: 829 추천: 0 비추천: 0

파르갈은 걷고 또 걸었다. 아직도 정상에 다다르려면 멀었다. 길고 긴 구름이 하늘 가장자리에 치우쳐 있었다. 파르갈의 붉은 로브는 바람에 부딪혀 펄럭댔다. 파르갈은 옷매무새를 고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안에 과연 이 산을 넘어갈 수 있을까. 아직 초입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걱정을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것은 다른 산들의 경우다. 클로썰 산맥은 레드림이 천마 라프가르델을 타고 달려도 4일이 걸린다고 전해지는 무지막지하게 큰 산이다. 더군다나 하나의 산이 아닌 여러 산들이 이어진 형태라 모든 산을 지나기에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파르갈은 품속에서 목걸이를 꺼냈다. 목걸이 중앙에는 작은 문양이 자리 잡고 있었다. 둥근 원안에 다섯 갈래로 쪼개진 오각형의 선이 저녁노을에 빛을 발했다. 파르갈은 그 신성한 문장을 엄지와 검지 사위에 끼워 넣고 엄지로 만지작대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태초의 모든 산들과 길을 만드신 빛의 아들 발두리에게 기원하오니 부디 저에게 오늘 최소한 그룬트까지는 갈 수 있는 다리와 배를 채울 수 있는 한 끼를 주십시오. 만약 가능하다면 담요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퀘멘.”

파르갈은 기도를 끝내고 계속 걸었다. 등줄기를 시원하게 가르는 것은 바람이었다. 바람은 빙글빙글 떠다니고 있었다. 파르갈은 이 바람이 길조인지 흉조인지 알아볼 수 가 없었다. 날은 점점 어두워졌고 파르갈은 점점 힘들어졌다. 어떻게 그룬트까지 왔는지 파르갈은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파르갈은 부지런한 뇌의 채찍이 거뜬히 발에 닿았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찌됐든 파르갈은 저 멀리서 나타난 붉은 간판을 보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룬트에 도착했던 것이다. 그룬트는 클로썰 산맥의 제 1산을 지나가면 있는 협소한 마을인데, 산을 넘어야 하는 여행자들이 쉴 정도의 여관쯤은 갖춰놓은 아주 예의바른 마을이었다. 그는 마을 입구에서 또 문장을 만지작대며 빛의 신 발두리에게 기도를 올렸다. 그룬트를 둘러보며 파르갈은 묘한 경외감에 휩싸였다. 붉은 별이 어느새 밤을 수놓고 있었다. 그들의 시침질은 너무도 정확하여 한 치의 빛도 마을의 경계를 벗어나지 않았다. 파르갈은 이것이 발두리의 계시라 생각하고 그 날 자정기도를 올리겠다고 마음먹었다. 표지판으로부터 얼마쯤 걸었을까, 구불구불했던 길이 약간 평평해지고 넓어졌다. 곧 불빛의 일렁거림이 눈에 들어왔다. 파르갈은 이전보다 덜한 마음으로 환호했다. 파르갈은 불이 켜져있는 여관들 중 가장 가까운 곳에 들어갔다.

여관이란 잠을 자는 곳이지, 예쁜 무도회장이 아냐.’

파르갈은 속으로 생각했다. 여관의 이름은 라프가르델이었다. 파르갈의 입에서 핏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필히 레드림 대왕의 전설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파르갈은 조용히 여관으로 들어갔다. 여관 안에는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파르갈이 자리를 잡고 테이블에 앉자 주인장이 접대하기위해 달려 나왔다. 주인장은 빼빼마른 사람이었는데, 손님들의 허기를 걱정하기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게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어찌되었든 파르갈은 동정심에 속으로 발두리에게 기도를 올리면서 맥주와 빵을 주문했다. 빼빼마른 주인장은 피로에 굴하지 않고 손님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카운터로 돌아갔는데 본의 아닌 공포의 미소는 파르갈을 놀라게 했다. 파르갈은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문장을 만지작대며 하루에 이만큼이나 문장을 접해야 하는 것은 축복인지 저주인지 생각했다. 신앙심이 투철한 것은 아니었으나 자동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거나 끝날 때마다 발두리에게 비는 것이 거의 버릇이 되어있었다. 생각을 한다는 명분으로 잠에 빠져들고 있던 파르갈의 뇌는 탁하는 소리에 다시 눈을 떴다. 역시 같은 피로에 찌든 주인장이 식사를 가져다 놓는 소리였다. 파르갈이 보기에 주인장의 주름은 더욱 깊게 패여 보였고 주인장의 눈에도 파르갈의 얼굴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 서로의 주름을 파악하던 두 사람은 서로서로의 눈이 마주치자 그냥 웃어버렸다. 접대용미소가 아닌 진솔한 미소가 주인장의 얼굴에 떠오르자 파르갈은 기뻤다. 파르갈은 또 발두리에게 기도했다. 파르갈은 자신이 누군가의 웃음을 되찾아주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주인장이 의자를 끌어오더니 파르갈의 테이블에 털썩하고 앉았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파르갈이었다. 파르갈은 맥주를 한 번에 들이켜고 말했다.

주인장, 많이 피곤해 보이시네요. 손님이 많나요?”

주인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여기는 여행자들의 첫 번째 휴식처거든, 첫 번째 휴식만큼 중요한 것은 없지.”

파르갈은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시지요?”

파르갈은 상대가 자신 있는 대화거리에 무지하다는 척하면서 피곤한 주인장의 기운을 좋게 해주려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말을 좋아하는 법이지.’

아니나 다를까 주인장은 편하게 자세를 고쳐 앉더니 주섬주섬 담배를 꺼내며 말했다. “초행인가 보군? 이곳 그룬트의 자랑, 라프가르델 여관에 내려오는 전설이라네.”

주인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상대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듣고 싶은가?”

파르갈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

 

레드림은 천마 라프가르델을 타고 날았다. 뒤따라오는 병사들도 모두 천마를 타고 있었다. 그러나 라프가르델은 일반적인 천마와 달랐다. 그것은 새하얀 순백의 말로써 날개가 다른 말의 두 배 이상 되었다. 레드림의 통솔에 병사들은 흐트러짐 없이 날았다. 그들 뒤로 여러 마리의 천마가 끄는 마차가 날아갔다. 마차의 짐칸에는 식량과 군장이 실려 있었다. 레드림이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유시르! 얼마정도 남았는가?”

이제 20페터 정도 남았습니다!”

좋다! 달려라! 병사들이여!”

병사들은 모두 천마의 고삐를 말아쥐고 세게 후려쳤다. 천마의 울음소리가 능선을 따라 멀리 퍼졌다. 거대한 옥구슬이 바위산을 타고 흐르는 소리, 흐드러지게 청아한 소리가 다시금 병사들에게 사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천마의 발이 빨라졌다. 천마는 존재하지 않는 기체의 계단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밟으며 나아갔다. 펄럭거리는 날개에서 깃털이 몇 개 빠져 흩날렸다. 그것은 정말 장관이었다. 산위로 천마 40여마리가 한꺼번에 날아오르고 있었다. 두두두두하는 소리만이 그들 주위를 맴돌았다. 그렇게 달려가던 중, 무엇인가 레드림의 시야에 들어왔다. 레드림은 의아해하며 유시르를 불렀다.

유시르!”

, 전하!”

잠시 하강한다! 무엇인가 움직이고 있다.”

유시르가 소리높여 외쳤다.

전원! 하강하라!”

레드림을 선두로 유시르 등 장군과 병사들이 땅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땅위에 내려서자마자 레드림은 라프가르델의 안장에서 내려 땅에 무릎을 꿇었다.

유시르는 레드림이 무슨 일을 하는 지 가늠할 수 없어 레드림에게 감히 물었다.

대왕이시여, 질문이 있사옵니다.”

해라. 짧게.”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무신경한 말투였다. 유시르는 순간 자신이 혹시 모르게 저질렀던 실수 때문에 레드림의 총애가 사라졌는지 의심했다. 그러나 레드림의 총애대신 유시르의 의심은 곧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레드림의 웃음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레드림은 땅에서 일어나 말했다.

이보게, 나는 무엇인가 쿵쿵거리며 꿈틀대기에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잠시 착륙했네, 하지만 방금 땅에 손을 짚고 진동수를 헤아려 보니 이것은 단순한 어쉄 따위가 아니었네.”

유시르가 말했다.

? 어쉄이 아니면 무엇이....”

레드림은 씩 웃으며 말했다.

칼리머라네, 유시르. 칼리머가 이 산에 있네.”

 

파르갈은 이 대목에서 빵을 씹는 것을 잠시 멈추고 주인장에게 말했다.

칼리머요? 그게 뭐죠?”

주인장 또한 짧게 들이마시던 담배를 푸 푸 하고 두 번 끊어 내쉬면서 말했다.

담배냄새가 파르갈의 옷자락에 배였다.

먼 옛날에, 신들이 살던 시대에 어떤 뱀이 돌에 깔린 채 끙끙대고 있었다네. 신들은 그 뱀을 가엾게 여겨 돌을 들어 올려 주었고 간신히 살아난 뱀은 신들에게 고마움과 경의를 표하기 위해 자신의 알 7개를 신들에게 나눠주었다네. 알을 깨고 나오면 부디 시종으로 삼아달라고 자신이 드릴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다면서 말이네, 신들은 사양했으나 거듭된 간청에 결국 그 알을 받아들였다네. 9일이 지난 날

신들의 궁전에서 뱀들이 태어났다네. 이 뱀들은 총명하고 자애로워 신들이 인간계로 내려 보내기로 결정하였다네, 다시 9달이 흐르고 어느새 훌쩍 자라 어른이 된 뱀들은 인간계로 내려갔다네, 신들의 지혜와 축복을 전수 받은 채로 말이야. 그렇게 태어난 지 9달하고도 9일이 지났을 때 신들의 힘을 부여받고 땅 위로 내려온 신성한 일곱 뱀과 그 일곱 뱀의 후손들을 칼리머라고 부른다네. 칼리머는 아직도 살아있네만, 그 수가 매우 적어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더군.....“

파르갈은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었다.

주인은 담배를 다시 물며 말했다.

그럼 얘기를 다시 하도록 하지.”

 

유시르는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

칼리머라니! 거의 자취를 감춘 칼리머가 이 곳에 있다니!

레드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칼리머의 흔적이네, 갈라툽이 말한 적이 있었지, 짧은 삼각형에 원 무늬가 들어간 비늘은 신성한 칼리머의 흔적이라고.”

유시르는 반역자의 이름이 언급된 것에 잠시 움찔했으나 곧 레드림이 들어 올린 비늘에 정신이 팔렸다. 그 비늘은 거대한 석류석처럼 반투명하고 짙게 반짝거렸다. 태양이 흘린 눈물처럼 번쩍거리는 그 빛에는 레드림의 말마따나 흰색 삼각형에 초록색 원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뾰족하게 생긴 비늘은 단단해 보였는데, 그러한 추정을 인정한다는 듯이 삼각형의 무늬는 일렁거렸다.

레드림이 다시 말했다.

어떤가? 유시르. 나와 함께 가겠나?”

? 어디로 말씀이십니까?”

물론 산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칼리머의 동굴이지.”

유시르는 너무 놀라 혀를 비틀며 몸부림 쳤다. 레드림은 그 희한한 광경을 보며 껄껄 웃었다. 유시르의 천마가 뒤에서 주인의 모습을 지켜보다 고개를 갸웃했다.

레드림은 웃음기를 거두지 않은 채 말했다.

하하하하! 뭘 그리 놀라나. 난 칼리머를 잡아 죽이고 싶은 마음은 없네. 다만 칼리머의 호의를 얻은 자에게는 천년동안 행운이 따른다는 말이 있으니 한 번 찾아가본다고 해서 손해 볼 것은 없잖는가? 게다가....”

레드림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갈라툽의 반란 때문에 흉흉해진 나라를 진정시키기에도 좋은 기사거리지, 그렇지 않나? 유시르?”

유시르는 헉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레드림의 입에서 반역자의 이름이 두 번이나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유시르는 레드림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레드림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떠올라 있지 않았다. 유시르는 결국 잠깐 뜸을 들이다가 푹하고 레드림의 귀에 들리지 않을 정도의 한숨을 작게 쉬고 말했다.

좋습니다. 함께 가겠습니다.”

 

레드림은 천마를 놓고 가기로 결정했다. 천마 두 마리는 그 고귀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나무에 대충 묶이게 되었다. 유시르는 레드림에게 왜 천마를 타고 날아가지 않느냐고 물었다.

주인의 집에 휘황찬란한 가마를 타고 가는 자가 환영받을 수 있겠는가.”

유시르는 머리를 탁 치며 레드림의 혜안에 존경을 표했으나 레드림은 신경 쓰지 않았다. 천마는 나무에 묶여 애처로이 울었다. 그러나 레드림이 라프가르델에게 몇 마디 중얼거리자 곧 라프가르델이 그 다음엔 유시르의 천마가 잠잠해졌다. 레드림은 마지막으로 라프가르델의 갈기를 쓰다듬고는 곧 유시르쪽으로 걸어왔다.

뚜벅뚜벅 걸어가는 레드림에게 유시르가 물었다.

무슨 말을 하셨기에 라프가르델이 저렇게 잠잠해집니까?”

레드림이 중얼댔다.

다만, 더 이상 떠들어대면 목을 자른다고 했을 뿐이네.”

레드림의 어깨에 강한 냉기가 떠돌았다. 유시르는 당혹스러웠으나 잠잠코 왕의 뒤를 따랐다.

 

, 지치는구만.”

주인장 빨리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레드림께서 칼리머를 만나셨습니까?”

주인이 껄껄대며 말했다.

하하! 이 친구 성격 급한 것 보게. 조금만 기다리게. 이야기가 거의 끝나가네.”

 

레드림의 몸이 땀과 흥분에 잔뜩 젖어있었다. 유시르의 얼굴은 긴장감으로 번들거렸다. 칼리머가 숨쉬고 있는 곳. 칼리머가 살아 움직이는 곳. 어찌 보면 소멸된 신의 거처를 찾아가는 것으로 생각할 수 도 있었다.‘신성한 순례유시르는 생각했다.‘소멸되었던 신, 아니, 더 높은 곳의 계획에 의해 잠시 숨겨졌던 영물.’ 유시르는 고개를 숙였다. 과연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이곳에 가고 있는 것일까. 하늘 위에 거처하는 사람들의 높은 계획이라면 나같이 낮은 이가 함부로 끼어들어선 안 되는 것이 아닐까, 혹시나 칼리머가 분노한다면? 하찮은 인간들의 방문에 잠을 설쳤다며 불과 벼락을 면전에다 퍼부어 댄다면? 유시르는 결국 마음의 불안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레드림에게 말했다.

왕이시여, 만약 칼리머께서 저희를 박대하시면 어쩌려고 하십니까.”

레드림은 순간 뒤를 돌아보았다. 유시르의 얼굴에는 강한 의지와 불안이 함께 섞여들어가고 있었다. 레드림은 속으로 작게 웃었다.‘건강하고 튼튼한 신체를 가져 수많은 전쟁터에서 나를 보호하고 내 명예를 지켜주던 이 친구도 결국은 인간이라는 말인가. 그리고 인간은 또 신을 두려워해야한다는 말인가

레드림이 말했다.

유시르, 걱정스러운가.”

?”

낮은 이들이 높은 칼리머의 산을 오른다는 것이 우스꽝스럽고 불경스럽게 여겨지나?”

...아니..그것이...”

유시르는 한사코 손사래를 치며 레드림의 말을 부정해보려고 했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레드림은 그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도 알걸세, 우리의 신들은 끝없는 용기와 지혜로 이루어진 드넓은 영토위에서 인간들을 굽어 살핀다네. 하지만 달리 얘기해보자면 이것은 인간들 사이에서도 가능한 일 아닌가?”

유시르는 경악했다. 대왕께서 드디어 미치신 모양이다. 신을 모욕하는 것은 어느 나라 어느 법전을 막론하고 대역죄였다. 신이라는 것은 운명을 결정하고 인간을 만들어낸 것. 신이라는 것은 함부로 인간들의 혀 위로 끌려내려와야 하는 존재들이 아닌 것이다. 유시르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왕이시여! 하지만.....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옵니다!”

레드림은 왜냐고 물어볼 필요가 없음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유시르는 흥분해서 얼굴이 벌게져있었다. 유시르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죄의 민망함이었다. 믿고 따르고 우러러보던 대왕의 입에서 가장 비천하고도 손가락질 받는 대역죄가 튀어나오다니! 유시르는 그만 당황해서 레드림을 설득하기위해 엄청난 속도로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신은 인간과 다르십니다. 신들께서는 인간의 창조자이시며 무릇 창조자란 피조물에게서 지혜와 닿을 수 없는 자비에 대한 존경을 마땅히 받으셔야 하는 존재입니다. 신들의 하늘은 떠 있고 인간들의 땅은 아래에 멈춰 있습니다. 인간의 터전 아래로 내려가면 더 이상 언급할 수 없는 수많은 마귀들이 도사리고 있사옵니다만 이들은 뭍에 올라왔을 때 보게 될 신들의 하늘이 두려워 감히 인간의 땅을 침입하지 못하옵니다. 위에서부터 신들은 축복과 은혜를 내려주십니다. 인간은 자신의 이상과 신념의 제단에 정열의 제물을 바치며 신들에게 답례합니다. 신들은 이토록 다르시옵니다. 감히 저희들을 위해 땅으로 내려오실 분이 아니시옵니다.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후에 된 자로써 먼저 된 자에 대한 존경심으로 버릇없는 대입은 삼가야 한다고 아뢰옵니다.”

레드림은 유시르의 달변에 그다지 놀라지도 않고 시큰둥하게 되받아쳤다.

나는 신의 우세를 확인하고자 함이 아니었네, 단지 인간세계에서 신과 가장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 내 질문이었지. 자네는 무수한 말을 늘어놓았지만 모두 핵심을 완전히 빗겨나갔네. 정답을 말해주자면 그것은 아버지야. 신들은 아버지와도 같지. 이것은 종교적인 존경심에서 부르는 영예로운 명칭이기도 하지만 그 비유의 쓰임만큼이나 직설적이다네. 신들은 인간을 만들었지. 자네는 자네를 만든 분에게 무슨 호칭을 쓰는가?”

유시르는 묵묵히 아버지라고 생각했다. 유시르의 생각이 미처 끝나기 전에 레드림은 다시 말을 이었다.

아버지 아니던가? 물론 아버지가 있으니 어머니도 있어야겠지. 하지만 그것은 간단하네. 어머니는 아버지를 품었네. 다시 말하자면 어머니 또한 한 명의 여성이기에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도 아버지를 품을 수 있다네. 달리 말하자면 이것은 인류에 대한 은유일세. 인류라는 아기가 있다고 한다면 이라고 가정한 상태에서 하는 말이라 이거네. 그런 면에서 신과 인간을 대변하는 묘사 중에서 이만큼 잘 들어맞는 것은 없네. 신은 인간을 감시하고 인간은 그것을 깨고 벗어나야만 하네. 마치 아버지로부터 떠나 독립을 하듯. 오해하지 말게. 나또한 신을 아네. 자네만큼은 아네. 하지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은, 글쎄 신이라는 것이 과연 그토록 우리 생활에 힘을 끼쳐야 하는 건지가 의심스럽다네. 심지어 나는 신을 거의 부르지 않아.”

유시르는 질겁했다.

그 모든 것 또한 신께서 서판에 적어두신 대왕의 운명인 것입니다!”

자네는 그 서판을 본 적이 있는가?”

?”

유시르는 레드림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레드림은 진지하게 한 음절 한 음절 끊어 말했다.

자네가 만인의 운명이 새겨진 서판을 직접 본 적이 있느냐고 묻고 있네. 자네는 과연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가? 그는 아직까지 인간들 앞에 나타난 적이 없는데도? 내가 살아서 숨 쉬는 동안에 신이라는 분이 내 집을 방문했다는 소식은 들어보질 못했다네.”

유시르는 이제 레드림에게서 모욕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시르는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레드림 또한 말이 없었다. 둘은 눈앞에서 같은 의견 차이를 경험하고 서로서로 짜증을 내고 있었다. 다만 레드림은 유시르에게 화를 낼 수 있으나 유시르는 레드림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레드림은 유시르를 바라보았다. 유시르의 얼굴에는 결연한 신도의 표정을 띠고 있었다. 레드림은 알게 뭐냐고 생각하고는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산은 험했다.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산의 경사는 더욱 가팔라져 미끄러질 듯하였다. 아무래도 조각가가 미숙했던 것 같았다. 나뭇가지들은 무시무시하게도 뾰족하게 튀어나와있었고 시선을 가리는 나무들은 무성해 높이 올라갈수록 하늘에 가까워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녹음은 점점 빽빽해져 환하게 빛나는 푸른 하늘을 보기 어려웠다. 유시르는 녹음이 진해짐에도 이 길이 과연 굴을 찾아가는 길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침묵을 깨고 레드림에게 물었다.

왕이시여.”

왜 그러나, 버밀리온 제국군단장 유시르여,”

칼리머께 가는 길이 이곳이 맞습니까?”

사실 잘 확신을 못하겠네만 칼리머의 굴은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고 들었네.”

유시르는 그 정보 또한 갈라툽이 전해준 것일 거라고 짐작했다. 그는 왜 반역자가 자꾸만 언급되어야하는 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레드림은 계속 말했다.

하지만 말일세, 나무가 점점 더 무성해지고 길도 더욱 평탄해지는 것이 어쩐지 이 길이 맞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드는 군.”

유시르가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 뭐가 말일세?”

유시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위를 보시옵소서! , 왕이시여.”

으아아아아아아아-”


-2부에서 계속-


1.어쉄은 그냥 지렁이 비슷한 몬스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2.칼리머는 용과 비슷한 동물이나 용은 아닌 환상종입니다. 칼리머는 마야 신화의 케찰코아틀에서 많은 이미지를 따왔습니다.

3.아시다시피 여기 나온 환상종과 인물들의 무단사용은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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