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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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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ROBO - 下
글쓴이: 라노베니아
작성일: 14-12-13 18:50 조회: 790 추천: 0 비추천: 0
8

 하늘은 별들로 반짝였다.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거리며 언덕 위를 덮었다. 노아와 아리는 언젠가 서로의 마음을 고백했던 그 바위 위에 앉아서 반짝거리는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왜 쓸데없는 짓했어.” 노아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노아의 옷은 부분부분 찢어져 있었고 얼굴이나 팔, 다리는 상처투성이였다.
 “무서웠는 걸….” 아리가 작게 말했다.
 노아는 고개를 돌려 아리를 보았다. 아리의 두 눈동자가 하늘에 떠있는 별과 똑같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노아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괜찮아.” 아리는 입꼬리를 살며시 올렸다. “난 노아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거야.”
 노아는 아리를 보았다. 웃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좋아해.” 노아의 입술이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노아의 얼굴이 아리의 얼굴을 덮는다.
 그 위로 무수히 많은 별들이 빛을 내려 보낸다.
 그것들은 예외 없이 과거의 빛이었다.

 9

 “완성이야!”
 그렇게 소리친 노아는 초록색 직사각형 물체를 손에 쥐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뭘?”
 “따라오면 알아!”

 항상 가던 언덕 뒤편으로 바위들이 쌓여있었는데 그곳은 노아의 비밀 작업실이었다. 바위들 사이로 좁게 난 길을 들어가 보면 넓은 공터가 나온다. 그리고 그 중앙에 작은 나무 집이 한 채있는데 그게 노아의 작업실이다.
 집 주변에 이것저것 만들다 만 기계 부품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다. 노아의 안내를 받으면서 집 뒤편으로 걸어 들어간 아리가 숨을 들이켰다. 깜짝 놀라서 그만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 집 뒤쪽 마당에 커다란 로봇이 하나 놓여있었다. 노아의 작업실만 한 크기였다.
 “비행기야! 하늘을 나는 로봇!” 노아가 즐거운 듯이 소리쳤다.
 “비, 비행기…….” 아리가 중얼거렸다.
 그 물체는 사람이 두 명 탈 수 있게끔 만들어진 항공로봇이었다. 둥근 몸체에, 상부는 투명한 유리로 덮여있고 그 안으로 두 개의 의자가 놓여있었으며, 땅에 맞닿은 부분에 로켓이 있었고 위쪽으로 커다란 십자형 프로펠러가 달려있었다. 아리는 로봇을 찬찬히 살펴본 뒤에 입을 열었다.
 “어떻게……?”
 “이 작업실, 내가 어렸을 때 발견한 거야. 부품들도 그랬고. 작업실 안에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있는데, 거기서 이 비행기에 관한 것하고… 설계도가 들어있는 책을 발견하고 오랜 시간 부품들을 짜 맞추면서 공부했어!” 노아는 항공로봇의 몸체에 손을 대면서 노래하듯이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손에 든 초록색 직사각형 물체를 항공로봇의 작은 틈새에 끼워 넣었다.
 “이렇게 완성했다 이거야!”
 항공로봇이 끼이이익 소리를 내며 몸체를 부들부들 떨었다. 몸체에 달린 갖가지 전구들에 불이 들어왔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빛이 났다. 노아는 상부의 투명유리를 손으로 올렸다. 그 안으로 다양한 기계부품들이 웅장한 소음을 내며 각자 바삐 빛을 내고 있었다.
 “좋아, 그럼 내일 아침에 당장 계획을 실행하겠어.”
 “계획?” 아리가 다가와 물었다.
 아리는 왠지 걱정하는 듯한 얼굴로 노아를 보았다.
 “경계선을 넘을 거야.” 노아는 말했다. “드디어 이 날이 왔어. 내 꿈이…”
 “경계선… 진짜로 넘을 거야?” 아리가 말을 자르며 강하게 물었다.
 노아는 아리를 보았다. 노아는 아리가 불안해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여자 친구면 같이 기뻐해 줘야 하는 게 아닐까? 노아는 조금 기분이 상했다.
 “내 평생소원이야. 넘을 거야. 넘고야 말겠어. 그러니까 그런 얼굴 하지 마.” 노아는 짜증을 냈다.
 하지만 아리는 여전히 불안한 얼굴로 노아를 보았다.
 항공로봇이 내는 끼이이익하는 묘한 소리만이 둘 사이를 갈랐다.

 10

 그날은 아무 일없이 저녁을 맞이했다.
 아리는 그 뒤로 입을 꾹 다물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노아도 아리의 얼굴이 보기 싫었다. 작업실에서 남은 부품들을 정리하면서, 옆에 있는 아리의 얼굴을 마찬가지로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저녁 시간이 되자 둘은 말없이 집으로 돌아와 누나가 차려주는 음식을 묵묵히 먹었다.
 노아, 아리, 누나. 세 명이 식탁에 앉았는데 오고가는 대화는 없었다.

 “누나, 나 경계선 넘을 거야.” 갑자기 노아가 말했다.
 숟가락을 든 누나의 손이 딱, 멈췄다.
 “안 돼.” 누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노아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넘을 거야.” 누나를 노려보며, 힘줘서 말했다.
 “저번에도 안 된다고 했잖아!” 누나는 식탁을 탕! 하고 내려치면서 소리쳤다.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는 거니? 이상한 물건 만드는 건 좋아. 하지만 경계선을 넘는다니…… 절대 안 돼! 알겠어?”
 “몰라! 모르겠어! 난 경계선 밖으로 나갈 거야! 그런 줄 알아!” 노아는 울컥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윽박을 질렀다. 그리고 냅다 집밖으로 뛰쳐나갔다.
 누나는 노아의 이름을 부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붙잡을 수는 없었다.

11

 “하아….”
 누나는 자리에 털썩 앉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되면 노아를 말릴 수는 없었다. 동생은 고집불통이었다. 청개구리인 면도 있어서 말리면 말릴수록 더욱 하려고 든다. 손을 쓸 수 없었다. 누나는 마음이 여렸고, 노아가 어릴 적부터 품어온 꿈을 이뤄주고 싶은 마음도 없진 않았다. 가둬두고 혼을 낼 수도 없는 일이다.
 누나는 이마에 손을 대면서, 조용히 밥을 먹고 있는 아리를 보았다.
 문뜩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부탁이야, 노아를 말려주면 안되겠니? 네가 말하면 들어줄지도 몰라.” 누나는 기대에 찬 눈으로 아리를 보았다.
 하지만 아리는 고개를 저었다. 이미 한 번 얘기해봤지만 정말 소용없었으니까….
 “그랬니…….” 누나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아! 그러면!
 누나는 퍼뜩 고개를 들고 아리를 다시 쳐다보았다.
 “넌, 로봇이잖아.” 조용히 물었다. “혹시 다른 로봇들이 노아를 해칠 수 없게끔… 할 수는 없겠니?”
 “네?” 아리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누나를 보면서,
 “저는 인간인데요?” 하고.
 가짜 눈을 빛내며 대답을 했다.

12

 노아는 항공로봇 옆에서 지쳐서 잠이 들 때까지 울었다. 눈을 뜨니 해가 떠있다. 아침이었다. 덮었던 담요를 잘 접어 손에 들었다. “내가 언제 담요를 가지고 나왔지?” 의아했지만 정신이 몽롱해서 신경 쓰지 않았다. 노아는 항공로봇에 시선을 돌리고 한껏 웃었다.
 “드디어 꿈을 이룰 수 있어.”
 잠이 다 깰 정도로 기쁘고 설레었다.
 한시라도 빨리 계획한 일을 실행하기 위해서 정신을 빠짝 차리고 하나씩 하나씩 준비를 했다.
 마지막으로 떠날 채비를 하던 중에, 누나와 아리가 작업실에 찾아왔다.
 “왜? 말리러 오게? 소용없어. …그리고 아리 너, 누나한테 여길 알려주다니 정말 실망이야.” 노아는 아리를 째려보았다.
 아리는 고개를 저었다.
 “나도 같이 갈게.”
 노아는 놀라서 손에든 물건을 떨어뜨렸다. 재차 되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게다가 누나도 허락하겠다고 하면서 노아의 볼을 쓰다듬었다.
 “대신에 무사히 돌아와야 돼……?”
 “응!” 노아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 누나를 꼬옥 안았다.
 막상 허락을 받으니 왠지 기쁨보다는 슬픔에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잘 모르겠지만 코끝이 찡해졌다.
 “자, 그럼 가자.”
 “응.”
 노아와 아리는 항공로봇 상부유리를 열고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노아가 버튼을 몇 개 조작하자 유리가 저절로 닫히고 십자형 프로펠러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꼭 돌아와야 돼! 알겠지!” 누나는 멀리 떨어져서 목이 쉬도록 소리쳤다.
 로켓이 점화되고 프로펠러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돌아갔다. 모래 폭풍이 일어나면서 땅을 뒤흔드는 소리가 언덕 전체에 울려 퍼졌다. 마을에 사람들도 눈치 챌 수 있는 정도였다.
 투명한 유리가 소리를 차단해서 누나가 목이 쉬도록 소리치고 있는 것, 아니, 밖에서 나는 커다란 소음마저 들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노아는 누나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응, 꼭 돌아올게.”
 노아는 로켓을 조종하면서 말했다.
 조종 스틱을 쥔 손 위로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보니까 아리가 손을 얹고 있었다. 항공로봇을 하늘 높이 띄우면서 노아는 아리를 보았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13

 “와아….”
 “예쁘다….”
 항공로봇은 아주 높이 날아올랐다. 푸른 하늘이 맞닿아있었다. 마침 구름도 한 점 없어서 끝없는 물속에 빠진 것 같았다. 노아와 아리의 입에선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나 책에서 읽어본 적 있어.” 노아가 말했다. “이게 바다라는 걸 거야 아마.”
 아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자기가 알고 있기론 이것은 바다가 아니었다.
 하지만 노아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첫 번째였다.

14

 원래 로봇유도용 폭탄을 써서 경계선에 주둔하고 있는 로봇들을 한곳으로 유도할 생각이었다. 그 틈을 타 경계선을 넘는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로봇유도용 폭탄은 효과가 없었다. 노아는 그 사실을 깨닫고 계획을 바꾸었다.
 “이 폭탄은 조금 특별한 거야.”
 노아는 하나 밖에 없는 특제폭탄이라며 로봇유도용 폭탄보다 살짝 큰 쇠공을 손에 들었다. 
 “다시는 못 만드는 거니까, 한 번에 성공해야 돼.”
 아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아는 숨을 고른 뒤에 한 번에 고도를 낮췄다. 그러자 곧 경계선이 보였다. 높이 20미터의 강철 벽이었다. 어마어마한 길이와 두께로 끝없이 펼쳐져있었다. 강철 벽 위로 주둔병사로봇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란하게 있었다. 하나같이 무시무시한 물건들을 손에 쥐고 벽 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벽 밑으론 보통보다 3배 더 큰 또 다른 주둔병사로봇들이 땅을 흔들면서 느릿하게 걷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거대한 총신을 손에 든 채.
 이쪽을 눈치 채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노아는 아리의 손을 꽉 잡았다. “잠깐만 유리 올릴 거야.” 아리는 대답대신 노아의 손을 꼭 마주잡았다. 노아가 버튼을 누르자 상부 유리가 열리더니 갖가지 소리가 조종석으로 들어왔다. 가장 먼저 공기를 찢는 소리. 그리고 로켓과 프로펠러가 움직이는 소리. 경계선을 지키는 거대한 로봇들이 움직이는 소리.
 노아와 아리의 머리카락이 공중에서 춤을 췄다. 가끔 시야도 가렸지만 폭탄을 떨어뜨리는 데에 불편함은 없다. 경계선의 강철 벽보다 약간만 더 높게 고도를 잡으면서 폭탄을 떨어뜨릴 타이밍을 쟀다. 점점 경계선이 다가왔다. 주둔병사로봇들은 전부 벽 밑을 보고 있어서 이대로 다가가도 이쪽에 눈치 채지는 못할 것 같았다. 노아는 과감하게, 최대한 강철 벽 가까이 항공로봇을 대면서 때를 기다리다가…….
 “지금이다!”
 폭탄을 떨어뜨렸다. 쇠공은 경계선 밑으로 떨어지다가 허공에서 한순간 크게 번쩍였고, 잠시 후에 작은 폭발음과 함께 떨어져 내렸다. 초라한 폭발이었지만, 그것보다는 크게 반짝인 것에 의미가 있다.
 주위의 모든 로봇들이 기능을 정지한다.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돌처럼 굳어버린다. 모든 부품들이 빛을 잃고 소리를 잃는다. 항공로봇을 제외한 모든 주둔병사로봇의 움직임이 멈춘다.
 노아는 상부 유리를 다시 닫고 신중하게 경계선을 넘으면서 말했다.
 “모든 로봇들에겐 인간의 뇌와 같은 ‘자가 네트워크’라는 게 있는데, 그걸 강제로 멈추게 하는 신호를 쏘아 보낸 거야. 우리가 타고 있는 이 로봇은 그 신호를 차단시키는……”
 노아는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말을 멈추었다.
 손이, 손이 차가웠다. 마주잡은 손에서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조종석 내부의 공기도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마치 혼자 있는 것 같았다.
 노아는 왠지 불길한 생각을 해버렸다.
 “아리…”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로봇이 있었다.

15

 노아는 기능을 정지한 로봇을 바라보며 이루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여러 가지가 뒤섞인 이상한 감정이었지만, 그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건 ‘배신감’이었다.
 노아는 로봇이 싫었다. 3살 때부터 싫어했다. 지금까지 싫어했고 앞으로도 물론 싫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여태껏 좋아해온 여자 친구가 로봇이었다. 평생을 혐오해온 ‘로봇’이었다.
 노아는 경계선 너머에 펼쳐져 있는 게 무엇인지 확인해 볼 생각도 들지 않았다. 경계를 넘자마자 주둔병사로봇이 보이지 않을 만큼만 이동하고 곧바로 항공로봇을 착륙시켰다.
 착륙한 일대는 황량한 공터였다.
 노아는 항공로봇에서 내려서 힘없이 주저앉았다. 솔직히 누워서 하늘이라도 쳐다보고 싶었지만, 하늘은 파란색이었다. 파란색 같은 걸 볼 기분이 아니었다.
 차라리 황토색 땅이 나았다.

16

 “일어났냐?” 노아가 말했다.
 “으… 응…….” 아리는 상부유리가 열린 항공로봇 안에서 몸을 뒤척이며 일어났다.
 아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경계선을 넘어 왔다는 걸 깨닫고 웃으면서 노아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항공로봇 밖에서 무서운 표정으로, 노려보기만 했다.
 “나와. 빨리.”
 아리는 알 수 없었다. 어째서 노아가 저렇게 무서운 표정으로 나오라고 보채는 건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불안해서 손이 조금 떨려왔다. 그래도 고분고분 항공로봇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빨리 안 나와!” 노아가 신경질적으로 큰소리를 냈다.
 “아, 으, 응.”
 아리는 떨리는 손으로 상부유리를 잡고 허겁지겁 밖으로 나갔다. “아앗….” 나가다가 발이 유리에 걸려서 넘어질 뻔했다. 땅에 손을 짚어 겨우 버텼다.
 노아의 얼굴을 슬쩍 보았다. 한층 더 무서워진 얼굴이었다. 주저주저 걸으면서 노아의 앞에 섰다.
 “왜 속였어, 왜?” 노아는 몇 번이고 왜? 하고, 추궁하기를 반복했다.
 아리는 노아가 뭐 때문에 그러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단지, 온몸이 떨려왔다.
 “왜 그래…, 노아…”
 “내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마! 이 괴물!” 노아가 말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아리는 입만 뻥긋거릴 수밖에 없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나 괴물 아니야….” 아리는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입 다물어! 로봇주제에!!”
 노아는 고함치면서 아리의 어깨를 세게 밀었다. 아리는 뒤로 밀려나면서 넘어져 버렸다. 겨우겨우 땅을 짚으면서 위를 보자 여태 한 번도 본 적 없는 노아의 얼굴이 있었다. 여태 본 적 없는 무서운 눈초리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아리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나…, 나, 로봇 아니야! 인간이란 말야! 왜 그런 심한 말을 하는 거야!”
 “뭐?” 노아는 얼굴을 더욱 일그러뜨렸다. “여기까지 와서 거짓말을 해!”
 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노아는 발을 구르면서 아리를 그렇게 불렀다. 몇 번이고, 계속.
 “나 로봇 아니야! 아니라고! 아니야! 아냐!” 아리도 몇 번이고 같은 대답을 했다.
 서로 똑같이 윽박을 질렀다.
 참다못한 아리가 모래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던졌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서, 모래는 노아의 발밑에마저 닿지 못한 채 흩어져갔다.
 얼굴이 새빨개진 노아가 아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아리를 넘어뜨렸다. 바닥에 억지로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탔다.
 “하, 하지 마! 하지 말라구!” 아리는 울면서 저항을 했다. 하지만 남자아이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노아는 그대로 아리의 노란색 원피스를 잡고, “거짓말쟁이!” 하고 힘껏 찢었다.
 찢어진 원피스 사이로 아리의 하얀색 피부가 나왔다. 가슴 정중앙에 빨간 점이 보였다. 너무 작아 가까이서 확인해야 겨우 볼 수 있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중요한 버튼이었다. 점이 아니다. 빨간색 빛을 내는 작은 버튼이다. 노아는 주저 없이 그것을 눌렀다.
 “아아아아악!”
 아리가 비명을 지르며 딱 한번 몸을 튕기더니, 그대로 기능을 정지했다.

17

 노아는 아리를 항공로봇 옆에 눕히고 자신은 조금 멀리 떨어져서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각기 다른 일을 하게끔 만들어졌지만 둘 다 똑같은 로봇.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땅 위에 나란하게 앉아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허무함이 찾아왔다.
 모든 게 다 허무하다. 마음속이 텅 비어서 공기만 들락날락거리는 느낌이었다. 공기가 채워졌다가 다시 빠져나갔다가. 그럴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머릿속에 울리면서 숨이 가빠져왔다.
 그러다가 눈이 감기면 방금 자신이 저지른 일들이 영상이 되어 눈앞에서 재생되었다.
 그걸 견딜 수 없어서 다시 눈을 뜨면 먼발치에 있는 아리의 모습이 현실로서 다가왔다. 감은 눈썹 사이로 물방울이 걸려서 반짝반짝 거렸다. 그러면 더더욱 숨이 가빠져온다. 다시 눈이 감겨지는 것이다. 그렇게 반복되었다.
 다리가 풀리고, 무릎을 꿇고 손으로 땅을 짚어 모래를 움켜쥔다. 노아는 황토색 땅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나는 로봇이 싫었던 게 아니야.”
 노아는 생각했다.

 로봇이 싫었던 게 아니야….
 가짜 눈이 싫었을 뿐이야….

18

 황량한 지평선 너머로 해가 걸리고 그렇게 파랗기만 하던 하늘은 물론, 모든 것이 주홍색으로 물들어버렸다. 멀리서 커다란 지렁이처럼 뻗고 있는 강철 벽도 온통 주홍색으로 변했다. 그러니 더욱 지렁이같이 보였다.
 노아가 자리를 털며 일어났다. 이제 노아의 얼굴은 일그러지지 않았다.
 잠깐 하늘을 바라보다가, 소리가 들려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아리가 일어나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아리의 얼굴은 평온했다.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그것은 기계적인 평온함이다. 노아는 문뜩 아리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아,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용서해줘!” 무서워진 노아가 급하게 소리쳤다. “나……, 이제야 알았으니까…. 나는 정말, 정말로 아리 너를 좋아한다는 걸, 네가 로봇이어도 나는… 상관없다는 걸……!”
 그러나 아리는 고개를 저었다.
 “난 버그투성이 로봇이야. 노아를 좋아할 자격이 없어.”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아리는 그 말만을 남기고 황량한 지평선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노아는 허겁지겁 쫓아가면서 몇 번이고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아리는 말없이 걸을 뿐이었다.
 얼마 걷지 않아서 아리가 멈춰 섰다. 그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가던 노아는 갑자기 멈춰 선 아리의 등에 자연히 부딪혀버렸다.
 “미, 미안….”
 사과를 해도 돌아봐주지 않자 노아는 고개를 숙였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세상을 지배하는 권한은 두 개가 있어.” 아리는 돌아보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하나는 버그투성이의 권한, 그리고 하나는, 버그가 없는 완벽한 권한.”
 노아는 아리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아리의 등을 보았다.
 “모든 로봇을 관리하는 로봇, 어드민은 두 개의 시스템으로 움직여.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졌지, 한 쪽의 시스템이 문제를 일으키면 남은 한 쪽의 시스템이 그걸 고쳐주게끔. 두 개의 시스템은 각각 자신을 위해, 서로를 위해 작동하는 거야.”
 “갑자기 무슨 소리야?”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한쪽에 생겨버렸고, 점점 그 한쪽은 버그투성이가 되어갔지. 반대쪽이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아리는 이어서 말했다. “그게 버그투성이의 권한. 인간을 동경해버린 반쪽 시스템.”
 아리는 몸을 돌렸다.
 노아를 마주보고 다시 입술을 움직였다.
 “나는 그 시스템이 만든 바이러스에 걸려버린 로봇.”
 노아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입만 뻥긋거리며,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아리의 얼굴을 쳐다보는 게 다였다. 그 미소는 너무도 인간답고, 빛이 났다. 도저히 로봇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품은 미소였다.
 주홍색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더더욱 눈이 부셨다.
 “그리고…, 나와 같은 바이러스에 걸린 로봇들을, 그 남은 반대쪽, 완전한 시스템이” 아리는 멋들어지게 팔을 펼쳐 보이면서, “처리하기 시작했지.”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한쪽 팔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쭉 뻗으면서.
 “처리?” 노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뭔가를 깨달아버린 사람처럼 눈을 크게 치켜뜨면서 아리의 옆으로 빠르게 걸어 나갔다.
 그리고 노아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털썩 하고, 모래 먼지가 피어올랐다.
 “이게…, 경계선의 정체……?”
 그곳은 온통 기계부품, 기계부품, 기계부품,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더미.
 쓰레기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한때 인간의 형상을 했던 쇠로 된 물체들이 널브러지고 널브러져 더미를 이루고 산을 이루고 바다를 이룬다. 지평선 저 너머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회색빛 쓰레기로 된 세상에 홀로 서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노아는 멍해졌다.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까마득한 높이다. 이상하게 이 아래쪽만 움푹 패여 있다. 그래서 절벽을 형성하고 있다. 그래도 여지없이 쇠로 된 물체들이 널브러진 채 바다를 이룬다. 주홍──연한 핏빛으로 반짝이며 수많은 쓰레기들이 파도와 같이 넘실거렸다.
 “전부 다. 고장 난 로봇들.”
 나도 고장 난 로봇, 하고 아리는 쿡쿡 웃으면서 말했다.
 노아는 말없이 핏빛에 불타는 회색 바다를 응시하고, 천천히 아리를 올려다보았다.
 “지금까지 고마웠어.” 아리는 작게 말했다. “나를 인간으로 대해줘서,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줘서.” 그리고 웃었다. 정말로 행복하다는 듯이.
 노아는 아리의 그 얼굴을 멍청히 쳐다보았다.

 그때였다.
 뭔가가 날아와 아리의 배에 꽂히고, 그대로 절벽 밑으로 낙하해 갔다. 순식간이었다. 아리의 몸이 옆으로 기울더니 그대로 시야 밖으로, 까마득한 나락 그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핏빛으로 물든 원피스가, 본래의 색을 상실한 머리카락이 공중에서 하늘하늘 헤엄치다가, 반짝이는 별이 되어 모습을 지웠다.
 수많은 쓰레기 중 하나가 되어….
 노아는 이름을 불렀다.
 살면서 한 번도 질러본 적 없는 처절한 소리를 질렀다.
 심연 끝에 가라앉은 회색의 별들을 향해 외치고 또 외쳤다.
 목이 쉬도록,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에필로그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만히 눈을 감고 이름을 불러보면 그녀의 웃는 얼굴이 서서히 눈앞에서 아른거려서 종종 나를 들뜨게 하곤 하지.”
 “지금도요?”
 “물론.”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눈을 감았다. ‘……….’ 그러면, 그때의 석양을 등진 그녀의 웃는 얼굴이 떠오르는 것이다. 인간의 미소를 머금은 아름다운 얼굴이.
 “후회는 안 해요?”
 나는 눈을 떴다.
 후회? 하고 되묻자 녀석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회라……. 아, 한 가지 있어.” 나는 말했다.
 “한 가지?”
 “마지막 순간에, 그녀가 절벽 밑으로 떨어질 때 멍청하게 앉아 있었던 거.”
 녀석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수차례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당연한 걸 물어서.”
 “응? 아냐아냐. 죄송할 필요는 없어.” 나는 손사래를 치면서, “그리고 그런 게 아니라…, 그때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한 거.”
 “얼굴이요?” 녀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마지막 얼굴.” 나는 말했다. “웃고 있는지, 어떤지. ……울고 있었을 수도 있겠고, 이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혹시 모르지, 화를 내고 있었을 지도.”
 “흠…….”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녀석이 손목시계를 응시하면서 말했다.
 “응, 이제 슬슬 가야겠지…….” 나는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우리는 벤치에서 일어났다. 녀석이 목례를 하더니 서둘러 뛰었다. 나는 그 뒤를 천천히 따라 걸으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펜던트는 차갑다. 언제나 차가웠다. 이렇게 만질 때마다 나는 그 감촉을 즐겼다. 이유는 단순했다. 펜던트가 차가운 만큼, 그 안에 있는 그녀의 노란색 원피스 조각이 따뜻할 테니까.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오늘은 담당 수업이 많은 날이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지.
 안 그러면…… 그녀를 볼 면목이 없으니까.

 씨익.
 매일, 매일.
 웃는 얼굴을 만들며 나는 교실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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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썼던 장편동화(?)입니다.
예전에 모 공모전에 냈다가 떨어져서 묵히고 있다가... 아무한테도 읽혀지지 않는게 왠지 억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해서 올려봅니다..
읽어주신 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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