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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단편제 76회/1] 어떻게 할래?
글쓴이: 디플로메시
작성일: 13-04-30 04:56 조회: 4,470 추천: 0 비추천: 0

1-1

사람은 잠을 잔다잠은 스트레스와 피곤함에 젖은 심신을 회복시켜주는 귀한 시간이다가끔은 자다가도 미소가 지어질 법한 꿈들도 꾸는 잠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침대에 눕는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시간이었다.

그 꿈을 꾸었던 날나는 평소와 같았다. A대학에 다니는 대학생인 나는그 날 있었던 강의를 모두 끝내고친구들과 오후 시간을 보낸 뒤집으로 돌아와 과제를 하다가 자정이 넘자 잠을 청하였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

그런데 거기서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나는 눈을 떴다.

세상은 온통 새하얗고 간간히 분홍빛 구름들이 떠다녔다어리둥절한 기분으로 그 공간을 걸었는데분홍빛 구름들이 점점 늘어나 안개처럼 나의 주변을 휘감았고향긋하고 달콤한 향기가 코를 간질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먹는 꿈을 꾸나보다꿈속에서 어렴풋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어디선가 여자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저 멀리서 검은 실루엣들이 구름에 섞여서 나타났고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다수의 여자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반가워요.”

우리 같이 놀아 봐요.”

뭐하고 놀래요?”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하얀 피부의 미녀야성적인 흑발에 다갈색 눈동자갈색 피부의 미녀 등이 나를 끌어안았고 이외에 다양한 색을 가진 미녀들이 주변에서 고혹적인 자태와 미소를 지으며 달콤한 언사를 속삭였다.

??”

나야 당연히 어안이 벙벙했다그러다가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뭐든 하고 놀자!”

이건 남자의 특권인 몽정인 모양이다그렇게 생각했다한동안 풀어주지 않았더니 이런 꿈도 다 꾸는구나했다.

인간의 기본 욕구인 성욕은 참는데 단련이 필요한데생각보다 몽정은 꿈을 꾸고 있는 동안은 기분이 좋다얼마나 생생하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적어도 컴퓨터의 모니터로 보는 것보다는 훨씬 리얼리티 하니까.

안타까운 것은 그 뒤의 기억은 애매하다는 것그 아름답고 몸매가 칭찬할 말이 부족한 미녀들과 무엇을 했는지는정말 애매했다.

여타의 남자들이라면 이런 꿈을 꾸고여자들과 무엇을 했는지 떠오르지 않아 분통을 터트리며 안타까워했을 것이다.

물론 나도 눈을 뜨고서 멍한 상태로 천장을 바라보다가 상체를 일으키고 깊은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그런데 이미 재앙은 벌어진 상태였다내가 그걸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재앙이 벌어진 날의 아침창문으로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햇빛이 넘어오고 있었다나는 부스스한 눈에 힘을 주었다.

지금 몇 시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들었다.

?!”

그러다가 흠칫 놀랐다분명히 [지금 몇 시지?]라는 말을 입으로 소리 냈는데 그것이 안에서만 맺혔다.

아아!’

어라어라라?

나는 시간을 확인하려던 것도 멈추고 ’ 당황했다.

-왜 말이 안 나오는가?

이 물음이 머릿속에서 맺히면서 섬뜩한 기분이 된 나는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야아아아!’

하지만 나의 쿵쾅거리는 심장과 날뛰는 이성에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현상이 벌어졌다.

정말 말이 안 나오고 있었다.

나는 뭔가 자고 일어난 직후라 몸이 제대로 깨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수차례 말을 하려 애썼지만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신체 어딘가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지아픈 곳도 없었다헛기침을 해도헛구역질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뭐야뭐야?’

패닉에 빠져버린 나는 소리 없는 신음을 내뱉으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려다가 흠칫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은 탓에지나치게 민감해져버린 나의 신경 때문일까무언가 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두 가지.

내 눈에 들어온 손이 희고 곱다는 것과 머리 전체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촉각이 그것이었다.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챈 나는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직행했다.

허억?!’

화장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선 나는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고 거친 숨을 들이켰다.

거울 안에는 약간 푸른빛이 감도는 남색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린 여자가 눈을 왕방울 만하게 뜨고입이 딱 벌어진 뜨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척손을 뺨에 가져다댔다그러자 거울 속의 여자도 똑같은 행동을 하였다.

뭐야뭐냐고 이거?’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계속 소리치며이번엔 손을 가슴으로 향했다얇은 면티만 입고 있었기에 곧바로 그것을 만져볼 수 있었다.

부드럽고따뜻하였다.

순간 그 감촉에 미소를 지을 뻔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나는 입술을 깨물고 두 손으로 그것을 살짝 들어보았다.

허억?’

그 무게감에 상황도 잊고 입을 딱 벌렸다고개를 들어 거울 속에 있는 그것을 다시 확인하니이럴 수가이제 보니 크기가 장난 아니었다.

이건 뭐 멜론도 아니고정말 그 정도 크기였다.

자각하고 나니뭔가 어깨가 결리고 무게가 앞쪽으로 쏠려있는 느낌이다이 거대한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참 가슴에 정신이 팔려있던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이번엔 아래쪽으로 손을 뻗었다이미 답은 나와 있는 것이었지만 인간은 자신이 믿기 힘든 현실은 좀처럼 받아들이기 싫어한다그건 나도 마찬가지여서 떨리는 손으로 남자의 상징이 있나 없나를 확인하려 했다.

확인했다.

………….”

화장실에서 묵직한 침묵이 흘렀고나는 아래쪽으로 뻗었던 손을 원래 위치로 되돌렸다.

없었다.

왜 없지?’

말은 안 나왔지만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거울 앞에 서서 석상처럼 서서 멍하니 두 눈만 깜빡였다사라져버린 나의 분신그리고 어느새 가슴에 자리 잡은 과일 2개가 나의 심각함에 제곱 값을 계속 추가하고 있었다.

그 상태로 멍청하게 서있다가 생리적인 작용이 일어나 변기에 앉아야만 했다.

그대로 용변을 보았을 때기분이 묘했다.

뭐지?’

나의 분신으로 배출하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뭔가더 깊은 내면으로부터 시원하게 분출하는 것 같았다.

아니이게 중요한 게 아니야!’

생전 경험하지 못했던 감각에 감탄하고 있던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얼른 복장을 추린 뒤화장실을 나갈 준비를 하였다이미 시간은 많이 흘렀을 터였다문틈으로 조심스럽게 밖을 살폈다.

다행히 가족 중에 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만지금 몇 시야?’

화장실에서 상당한 시간을 소비했는데아무도 일어난 사람이 없자 당황한 나는조용히 내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오전 6시 40분 정도였다.

엄청 이르네내가 빨리 일어났던 모양이군.’

그러고 보니오늘은 일요일이었다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도고등학생인 내 여동생도 늦게까지 잠을 자는 날이기도 하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가 곧바로 긴장했다.

들키는 건 시간문제다.’

말 그대로 시간문제나는 침대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웅크렸다오늘은 하루 종일 이러고 가족들의 눈에아니 누구의 눈에도 띄고 싶지 않았으나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하단 것도 알고 있었다.

이봐.”

?’

이불을 덮어쓰고 있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봐고개 내밀어봐.”

나는 명확하게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에 이불에서 고개를 뺐다.

씨익.

그러한 효과음이 내 귀에 울린 것과 같이 영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정확히 말하면 허공에 떠있었다.

검은색 정장에검은색 베레모를 쓴 젊은 남자였다검은색과 대비되는 하얀 이를 드러내 보이며 웃고 있던 그는 사뿐히,바닥에 착지하였다그리고는 허리를 숙여 이불속에서 내밀고 있던 나의 얼굴과 자신의 얼굴을 마주했다.

안녕?”

나는 어이가 없어서 입만 벌리고 있었다.

누구?’

말을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이제까지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해왔던 터라나는 쉽게 말을 내뱉었지만 그건 내 안에서만 머물렀다그러나 신기하게도 상대방 남자는 알아들었다.

나는 잠의 신파르디누스.”

파르디누스?’

그래.”

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가 말했다.

잠의 신은 흽노스 아닌가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자꾸 잊네말을 못하지.

물론 상대방은 알아들었다.

맞아하지만 그건 그 신화에 나오는 녀석이고나는 다른 차원에서 잠을 다스리는 신이지.”

……?’

눈살을 찌푸리고 이상한 말을 해대는 남자파르디누스를 노려보았지만 녀석은 정말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데 내 앞에는 왜 나타난 거야?’

그야널 여자로 만든 자가 나니까.”

?!’

 

 

1-2

나는 웅크리고 있던 자세를 풀고 벌떡 일어났다그리고 잔뜩 분노하여 두 손으로 파르디누스의 멱살을 잡으려 했지만 내 팔이 그의 몸을 통과한 덕분에 그대로 바닥에 쿠당탕엎어지고 말았다.

하하바보 같은 짓은 그만 둬인간은 신을 이길 수 없으니까.”

뭐냐고오!!!!!!’

나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 세상에 불만이 가득한 직장인처럼 분노했다.

네 기분은 잘 알아이게 뭔 사태인가 싶겠지설명해줄게실은 내가 좀 심심해서 다른 세계로 놀라왔거든내가 다스리는 세계는 너무 재미가 없거든사람들 태반이 잠을 적게 자는 세계라 내가 할 일이 별로 없어그래서 심심풀이로 이곳에 왔지이곳은 잠을 자는 사람도 많고잠을 통해 간섭할 꿈도 많으니까.”

그래서?’

가늘어진 내 허리에 손을 짚고 파르디누스를 노려보며 묻자 그는 피식 웃었다.

이 근방으로 오게 된 나는 잠을 통해 그 사람의 내면에 잠재 된 욕구를 알아보았고그 중에 가장 흥미로운 욕구를 현실로 이루어주었지.”

나는 어버버입을 벌리고 덜덜 떨었다.

지금 내가 여자가 되고 싶었던 거라고 말하는 거야?’

맞아.”

거짓말나는 건전한 청년이라고물론 남자로서 가지는 여자에 대한 본능과 내 생각들을 부정할 마음은 없지만

막 항변하려는 나를 막아서는 파르디누스.

정확히 말하면 여자에 대한 집착이기도 해그것을 더욱 정밀히 말하면 성욕이기도 하고다른 남자들에 비해 좀 더 강하고독특하다고 해야 하나?”

무슨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이 느껴졌다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거짓말거짓말이야!’

부정해도 소용없어나는 신이야여러 가지 것들을 볼 수 있지너의 내면에서 의식과 무의식 모두.”

나는 잠의 신이 자신만만하게 하는 말에 허탈해졌다그리고 힘이 풀려 턱무릎을 꿇었다.

내가 변태였다니.’

너무 자책 하지 마남자들은 누구나 변태기질이 있어아무리 건전한 남자라도 한 번쯤은 여자를 아무렇게나 해보고 싶은 추잡한 욕망을 품을 때도 있고여자에 대한 환상과 독특한 욕구가 겹쳐져 여자를 향한 일체화혹은 일탈을 꿈꾸기도 하지괜히 여장을 하는 남자나성전환 수술을 하는 남자가 있는 게 아니지.”

기가 질린 나는 다시 웅크린 자세로 돌아갔다.

너는 도대체 어느 세계의 신이기에 그렇게 잘 아는 거야?’

신은 전지전능하다단지 국한된 분야는 존재할 뿐이지다른 세계의 지식을 습득하는 건 일도 아니야.”

부럽네.’

그래남자를 여자로 바꾸는 것도 쉬운 일이지.”

그 말에 퍼뜩 정신이 돌아온 나는 물에 빠진 사람처럼 애원했다.

그럼 나를 다시 원래대로 돌려줘이게 뭔 꼴이야?’

하지만 파르디누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네가 너 자신에 대해 솔직해지면 그때 되돌려줄게.”

무슨 소리야이미 솔직해졌잖아나는 내가 변태였다는 것을 인정해!’

아니그건 완전한 솔직함이 아니야후후크크크아 재밌겠다어디 한 번 스스로 찾아봐지켜보는 것도 꽤 재미있겠군.”

파르디누스는 내 안색을 새파랗게 만들어주었다.

그렇게나의 앞을 알 수 없는 여자 생활이 시작되었다.

파르디누스는 나 외에는 누구에게도 보이지도들리지도 않았다더욱이나는 말을 할 수 없었기에 마음속으로 외치는 말로 파르디누스와 어렵지 않게 대화할 수 있었다.

참고로 왜 내가 말을 못하냐고 했더니그 편이 더 재밌지 않겠냐는 영악한 소릴 할 뿐이었다파르디누스 망할 녀석은 심심해서 장난을 치고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았다.

이윽고 잠에서 깬 가족들은 여자가 되어버린 나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아버지는 눈만 동그랗게 뜨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엄마는 어머 세상에만을 반복하였고여동생은 방에서 나오다가 날 보고 그 자리에서 넘어지기까지 했다내가 가족들이 아는 나라는 걸 설명하는 일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과거의 많은 일들을 꺼내주면 됐으니까.

이후아버지는 여자가 되어버린 내가 불편한 듯 최대한 마주침을 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오히려 신이 난 건 엄마와 여동생이었다.

어머진짜 예쁘게 됐네이렇게 예쁜 딸을 두게 되다니.”

농담이었지만 예쁘다는 말은 진심 같았다내가 봐도 미소녀였다현재 모습은.

우와이건 가슴 맞아뭐 이리 커?”

여동생은 멜론의 크기를 가진 내 가슴을 만지작거리는 짓궂은 장난을 쳤고나는 여동생의 뺨을 꼬집는 것으로 보답했다.

파르디누스는 그런 나의 모습을 지켜보며 연신 클클거렸다나쁜 녀석.

언니라고 부를까헤헤.”

나는 휴한숨을 내쉬었다.

말을 못한다고 했지엄마어떻게 하죠?”

장난도 끝이 나고심각한 분위기가 찾아왔다엄마와 여동생은 곤란한 듯 서로를 마주보았다.

그러게 말이다일단 병원에 가보자희귀병일지도 몰라.”

-병원에 가도 소용없어요.-

나는 메모지에 쓴 글을 보여주었다.

?”

어째서?”

의아해 하는 가족들에게 딱히 할 말이 없었다파르디누스 이야길 하자니 안 믿을 것 같고하자면 내가 변태여서라고 말해야 할 것 같아 포기했다.

젠장내면적으로 그런 욕구가 있었다는 건 인정해하지만 이런 꼴을 당해야 할 정도로 변태라는 건가아직도 믿을 수가 없었다.

-희귀병이라면 고칠 수도 없겠죠애초에 이런 경우가 상식적인가요그냥 조용히 있었으면 해요천천히 시간을 보내면 돌아올지도 몰라요.-

그렇겠구나.”

가족들은 나의 말에 대충 수긍해주었다세상 사람들이 알면 구경거리로 전락할 게 뻔한데 괜히 편지풍파를 유도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아준 것이다.

그래도 일단 이왕 이렇게 된 거옷이나 사러 가자설마 당장 돌아오진 않겠지?”

그러게요내 옷을 빌려주기엔 뭔가 껄끄러워요.”

여동생은 자기 옷을 빌려주는 꼴을 보여주기 싫어 얼른 엄마를 재촉했고결국 엄마는 나와 함께 여성옷가게로 갔다.

살다가 이런 일도 다 있구나.”

-그러게요.-

나는 메모지에서 16절지 스케치북을 사다가 거기에 매직펜으로 글을 썼다말을 못하니 이걸로 대화를 하였다.

이윽고 도착한 여성옷가게평범한 옷들도 많았지만 알록달록한 색색의 속옷들과 좀 야한 디자인의 옷들이 보이니 나는 긴장이 되었다.

크크큭.”

내 머리 위에서 웃어재끼는 녀석 덕분에 그 긴장은 바로 풀렸지만.

치수 재겠습니다.”

옷가게 여직원이 만면에 미소를 짓고 내 몸의 수치를 쟀다나는 으으으하는 입모양을 만들고 눈을 질끈 감았다.

여직원이 치수를 재면서 행하는 동작이 내 가슴에 닿으면서 기묘한 촉감을 느끼게 해주었고 나는 긴장감 가득한 식은땀을 흘려야만 했다.

정말 크시네요! D80 되겠습니다.”

정말 크시네요!

그 말이 머릿속에서 크게 울렸다.

D80이 뭔지도 모른 채여직원이 골라주는 속옷을 고르고그 외에 속옷 몇 개를 더 사고 여자옷도 몇 벌 골랐다.

물론 엄마가 골라주었다너무 촌스러워 보이는 건 내가 다른 걸로 바꿔 달라 했다.

그리하여대충 옷을 산 나는 즉석으로 새로 산 것들을 입었다신발도 새로 산 걸 신었는데굽이 있는 구두에청치마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는 블라우스를 입었다.

미용실도 들러서 남색 머리카락에 윤기를 더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청순한 생머리 헤어스타일의 소녀가 되었다.

그런데 아들남자친구는 사귀지 마렴알겠지?”

나는 그 말에 눈을 부릅뜨고 빛의 속도로 스케치북에 글자를 썼다.

-죽어도 안 사귈 거니까 걱정하지마세요.-

그래.”

엄마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2-1

그렇게 소위 말하는 멘탈붕괴를 겪은 날은 지났다날 관찰하며 킬킬거리기만 하는 파르디누스를 없는 녀석 치며잠을 자고 일어나니악몽과도 같은 어제는 그대로 유지가 되어 나는 아직도 여자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커다란 가슴으로 인해 어깨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애써 무시하며오늘은 학교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원래대로 돌아가려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자신의 솔직함을 알면 된다고무슨 헛소리인지 모르겠다.

그 날 A대학교에 간 나는 뭔가 평소와는 다르단 것을 느꼈다캠퍼스 내의 도보를 걷는데도 사방팔면으로 시선이 날라 왔다몸매를 스캔하기 바쁜 남자들뿐만 아니라 특정 부위에 대한 경악이 섞인 여자들의 눈길이 합쳐진 것이었다.

이유야 뻔했다.

매끈하게 잘 빠진 다리보면 입이 딱 벌어지는 커다란 가슴작고 예쁜 얼굴뽀얀 피부적절한 비율의 등신윤기가 흐르는 길게 풀어헤친 남색 머리카락!

추가로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언밸런스한 16절지 스케치북!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로 만들었다면 밖으로 나가기도 싫었겠지만그나마 이 빛이 나는 외모 덕분에 나는 밖으로 나갈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클클클.”

그 와중에 웃음을 흘리는 파르디누스.

이후의 전개는 뻔하다면 뻔했지만 정말 정신이 없이 흘러갔다.

강의 출석 도중 목소리 대신 스케치북에 저요!’를 써서 출석 체크를 한 것도 충분히 주목을 받는 일이었는데내가 남자였을 때의 이름인 이호영의 주인이라고 밝히면서 그 날강의실은 발칵 뒤집혔다솔직히 정체를 밝히고 싶진 않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니 대학 성적 등 많은 문제가 야기 되서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정말 눈코 뜰 사이가 없었다.

모든 이의 관심이 나에게 쏠렸기 때문이었다그 관심에 대해 나는 일일이 해명하고 답해야만 했다.

성 전환 수술을 한 거냐는 질문이 가장 많았지만나는 그냥 희귀병에 걸려서 이렇게 되었다고 했고대부분은 그런 희귀병이라면 자신도 걸리고 싶다고 소리쳤다.

이어서 남자 학우들의 엄청난 러브콜들이 쏟아졌지만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나의 본질은 남자라는 것을 강조했고나의 커다란 가슴에서 눈을 뗄 줄 모르는 늑대들과는 결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 이 일만 해도 스케치북이 몇 장이 나간 것인지 몰랐다파르디누스는 계속 내 머리 위에서 웃기만 하고 말이지.

여자애들은 말을 못하여 스케치북에 대화를 이어나가는 내가 귀엽다느니이 커다란 가슴은 정체가 뭐냐느니 시끄러웠다가슴에 대해 해줄 말은 없어서 패스.

으으그나저나 뭐 이리 러브콜이 많은지 모르겠다남자가 예쁜 여자에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새삼 깨달았다나의 본질은 남자라는데도 데이트 좀 하면 안 되냐고 관심을 보인다미친 것들이 틀림없었다.

이해는 한다나라도 충분히 그랬을 거다욕망에 젖은 불쌍한 남자들이여!

여자 화장실나는 화장실을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였으나 여자들의 권유로 여자화장실로 가게 되었다여자들의 인도에 내심 안도했다.

물론 나는 동시에 잔뜩 긴장했다여자 화장실은 남자에겐 미지의 공간이 아니었던가.

호영아너 괜찮은 거야?”

나에게 말을 건 여자는 김하늘이라고동기였고 동기 여학생들 중에 가장 미녀였다동기와 선배들로부터 러브콜이 많은 아이였지만 모두 거절하고 솔로로 사는 아이였다같이 떠들던 여학생들은 모두 나가고 김하늘만이 내 옆에 있었다.

-괜찮지.-

염색이지만 금발 포니테일에 약간 거친 색의 피부를 가진 그녀는 야성적 스타일의 여자였다남색 머리카락에 뽀얀 피부를 가지게 된 나와는 좀 반대 성향의 외모였다.

그래무슨 병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지 않는 거지?”

-물론이지!-

나는 힐끔파르디누스를 곁눈질 했고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다행이군그는 날 죽일 생각이 없나보다.

그런데 고개를 끄덕이는 파르디누스의 입가는 헤실헤실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녀석은 내가 곤란한 상황에 쳐하여 어찌해야 좋을지 허둥거릴 때 주로 웃었는데지금은 딱히 허둥거리고 있진 않았다긴장하면 긴장했지 말이다.

왜 웃는 건가궁금해 하는데하늘이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는 내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정말 예쁘게도 변했다정말이런 병이 있다니믿을 수가 없어.”

나는 시선을 피하며 곤란한 얼굴을 하였다.

-그러네.-

얘가 너무 바짝 들이대서 놀란 주춤 물러났다그런데 하늘이 할짝혀로 입술을 핥는 관능적인 표정을 보이며 나에게 더욱 바짝 다가왔다.

하아그 표정 정말 깜찍한데?”

?”

그러면서 내 옆구리를 스르륵휘감으며 얼굴을 점점 가까이 들이댔다구경하는 파르디누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크큭조심해저 여자는 레즈비언이니까.”

?!’

나는 뜨악 하였으나 이미 뱀의 똬리에 당한 먹잇감의 처지였다.

으어어억이건 아니잖아!

김하늘의 외모를 감상하며 그녀의 몸매를 스캔한 적이야 많지만그래도 이런 건 아니라고이게 뭐야!

김하늘이 레즈비언이었다는 충격과 여자와 남자 사이의 정체성에 혼란이 내 머리를 흔들었다그 사이에도 김하늘은 입술을 들이밀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난 순결(?)을 빼앗길 것만 같았다.

덜컹.

하지만 그때 다른 여학우의 등장으로 나는 위기를 모면했다.

여기서 뭐해애들 기다린다.”

어어.”

김하늘은 흠칫 놀라며 자세를 풀고 그 여학우를 따라 나섰다뒤를 돌아 윙크를 하며.

연락할게.”

그녀의 마지막 말에 나는 소름이 돋은 팔을 매만지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 날 밤.

오늘은 정말 피곤에 쩔었다어딜 가든 주목을 받고 스케치북으로 대화를 하자니 더욱 주목을 받았다나는 잠을 자고 싶었다잠을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그런데 잠을 자기 전이라 그런지밤에 피어오르는 망상력이 발동하였다.

그것은남자들이 흔히 하는 막간의 상상력그저 망상에 불과한 편린들이었는데김하늘 때문인지 이상한 생각들이 솟구쳤다.

여자들이… 여자들끼리뭐시냐… 으아악아냐아냐!

나는 침대에 누운 채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이것이… 파르디누스가 말한 솔직함이 아닐까?

그때 파르디누스가 입을 열었다.

원래 내가 사는 세계에서 일거리가 생겼다는군잠을 못자는 불쌍한 영혼이 내게 기도를 올렸다가봐야겠어나도 일을 하는 신이니까.”

그는 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한참동안 어둠속에서 혼자 누워있던 나는 파르디누스?’하며 수차례 그를 불렀지만 그는 대답이 없었고 사방을 둘러보아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깊은 밤새카만 어둠속에서침대에 누운 나는 여자의 육체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감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와서 자각하지만나는 솔직히야한 상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그 야한 상상 중에는 이렇게여자의 몸을 가지고… 으윽오글거려아아창피해!

창피하였지만, ‘솔직함이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윙윙거렸다.

그리고 한 번 피어오른 망상과 나의 호기심은 적절하게 합체하여 나의 봉인된 욕구에 불을 지폈다.

……….”

멍하니 누워있던 나는 이런 여자의 몸을 가지고 가장 하고 싶었던 행동을정말 솔직하게 떠올렸다당연하게도이후로는 더 이상 참기가 힘들어졌다.

달칵.

나는 불을 켜고 무언가를 찾았다그것은 두루마리 화장지였다.

 

☆★◇◆

 

 

2-2

다음 날.

전날 밤을 하얗게 불태웠던 나는 어제 행했던 일을 자책하면서그와 동시에 굉장히 색다른 기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눈을 떴다.

이제야 좀 솔직해졌군.”

내가 흠칫 놀라며 위를 쳐다보자 파르디누스가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네가 말한 솔직함이란 게 이런 거였냐?’

물론이지인간이 가진 욕구와 욕망에 충실한 것이.”

젠장.’

나는 욕을 내뱉었지만 그리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약속을 지킬 때가 됐군널 원래대로 돌려주마.”

그래어떻게?’

오늘 밤꿈을 꾸게 될 거야그 다음 날이면 남자로 돌아와 있을 거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꿈?’

온갖 늠름한 남자들이 널 맞이해주는 꿈.”

그가 음흉하게 웃었고나는 안색이 새파래졌다뭐 그런 게이들이 좋아할 만한… 아니난 지금 여자니까그것은.

퍼엉하는 것 같았다내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상상만으로도 너무 야했다.

어때돌아갈 테야?”

무슨 생각인지 녀석은 씨익처음 봤을 때의 하얀 이를 드러낸 웃는 모습으로 물었다그 말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나도 녀석과 똑같이 이를 드러내고 웃어주었다.

아니좀 더 이대로 지내볼래.’

그래야지난 아직도 심심하니까.”

파르디누스는 밝은 빛의 백열등 같은 미소를 지었다.

김하늘이 걱정되긴 하지만뭐 이대로 지내도 살만은 하니까 좀 더 두고 보기로 하자.

나는 오랜만에 기쁨과 희망에 부푼 채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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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은 좀 많은데 그래도 아슬아슬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순이군요!

[이 게시물은 담당N님에 의해 2013-05-14 17:38:29 단편연재(구)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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