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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탄회虛空嘆回
글쓴이: 문설아
작성일: 14-10-13 16:28 조회: 905 추천: 0 비추천: 0
 
 
 
1
 
 
  몇번이고 돌고 돌아서 오는 것을 '회回' 라고 한다. 한숨을 쉬는 것을 '탄嘆' 이라고 한다. 그리고 빈 것을 '허虛' 와 '공空' 이라고 명하니, 합쳐 허공탄회, 라고 붙여 이야기한다.
  이건 분명 누구의 이야기이면서도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것. 아무 것도 있지 않고 비었으면서, 한숨을 쉬는 것이 돌아오는 것.
  그리하야 허공탄회.
 
"뭘 또 혼잣말로 궁상을 떨고 앉아 있어?"
  누워서 생각하던 차에 머리를 쓰다듬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아아.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서원이냐."
"뭐, 그렇지?"
"왜 거기서 의문 형식으로 대답하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는데 말입니다, 서원아?"
  벌써 수업시간인가. 의문을 갖진 않았다. 이 녀석이 왔다는 것은 거짐 점심 시간이 끝나갈 무렵의 일이라는 것일 테니까.
"그래, 착하다. 우리 강아지."
"누가 네 강아지냐. 아니, 애초부터 내가 왜 개가 된 거야? 어이가 없군."
  정말 황당한 녀석이다. 이 녀석은.
"언제봐도 너는 내 개였어."
  말도 안되는 소리하고 있네. 어째서 내가 네 개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게 이름때문이라면 널 무지하게 때릴 지도 몰라. 여자고 나발이고 말이지.
"왜, 누렁이 맞잖아."
"진짜 죽는다, 너."
  신서원. 눈 앞의 여자는 그런 이름이었다.
"본명보단 낫잖아? 이게."
"아니, 전혀. 대체 어디가 낫다고 주장하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그 이유를 명확하게, 스무개 하고도 삼십개 정도의 가짓수를 댈 수 있다면 납득하고 이해해주마."
  말할 수 없을 거다, 그거. 오십가지의 주장을 댈 수 있어야만 하니까.
"일단 이름이 풍산이니까."
"엑?"
"그리고 누렁이가 풍산에서 사니까. 누렁이는 풍산에서 사는 개이기 때문에. 풍산에서 나고 자라는 것은 누렁이니까?"
  이거 시방 나랑 말장난을 하자 이건가, 이 아가씨가.
"수업 들어갈 시간이잖아? 들어가자."
  그러기로 했다. 부족한 잠은 수업 시간에 마저 채워도 되겠지.
 
 
2
 
 
"@#$%@&#^.."
  수업 내용이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요즘 들어서, 노곤한 기분을 많이 느낀다. 딱히 뭘 하는 것도 없건만, 어째서 이렇게도 잠이 오는 걸까.
"집중해라, 이 녀석."
  이 말 하나는 똑똑히 들려왔다. 그렇게 날아온 것은 분필. 정확하게 미간을 노리고 날아왔다.
"수업시간에 다른 생각을 하면 이렇게 된다. 알고들 있지?"
  그대로 직격. 분필에 얻어맞고 말았다. 잠깐 꾸벅꾸벅 졸 것 같았는데 덕에 잠이 좀 깼다. 사실 멍하니 있던 것도 한 몫 했지만.
  영락없이 장내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지루한 수업에, 남이 괴로운 것을 즐긴다. 암, 좋은 학생의 본분이야.
"신서원. 니 남편좀 잘 간수해라."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그 이름대로 서원이와 나는 교내에서 꽤 유명한 커플이었다.
  아니, 애초에 커플이었던가? 서로 사랑하긴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할 리도 없는데 커플이라니, 웃긴 이야기다.
"풍산아, 떽!"
"개 아니라니까."
  여전히 수업 도중에 나온 말들. 자신이 대상이 아니기에 더욱 즐거워 한다.
  교내 장학생, 신서원. 성적우수, 용모단정… 그 외에는 달리 표현할 것이 없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그런 아이.
  하지만 나는 아니다.
  소외자. 부외자. 이 곳에서 있어서는 안될 존재. 모두가 손가락질을 하는, 쉬이 말하는 외톨이.
  모두와 다르기에 손가락질을 받고 있으며, 남들과는 다르게 허세가 가득 들어찬 이야기를 쓰는 녀석이기에 그렇다.
"괜찮아, 풍산아. 착하지."
  내가 어딜봐서 개냐. 그 취급좀 주의해주세요, 제발… 공책을 펼쳤다. 역시 이게 최고야.
  남들이 보기엔 삐뚤삐뚤한 세계일지도 모른다. 그저 나만의 환상, 공상, 텅 빈 세계. 그야말로 방금 입을 열었던 허공탄회.
"비켜. 글 쓰러 갈 거야."
  수업시간따윈 상관없다. 사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왜지, 이 뛰는 감정. 모르겠다. 가끔 이렇게 되어버리기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양호실에 다녀오겠다는 구차한 변명보다 당당하게 나가버리자. 그냥, 그러는 것이 좋겠다고. 그리 생각했다.
"야, 풍산! 멍멍아! 어딜가!"
  문 밖을 뛰쳐나가자 들려오는 서원이의 호통. 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선생님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이기 때문에 말리지는 않으셨다. 이제 수업 도중 나갔다고 담임 선생님께 한소리를 들으려나.
  왠지 쓴 웃음이 나왔다. 그냥, 속이 답답했다. 뭔가 울컥하고 올라올 것만 같았기에, 뭐든 다 내려놓고 싶어. 그냥 편하게 있고 싶어. 불편해. 듣고 싶지 않아.
  한참을 복도에서 달렸다. 화장실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 쭈욱.
"우웩, 우엑. 콜록, 커윽…."
  토악질이 나왔다. 점심에 먹었던 사골국물과 김치, 그리고 오징어채가 입 안을 가득 메꿨다가 그대로 변기에 끼얹었다. 웩, 우억. 컥. 두어번 더 구토를 하면서 결국 위액까지 튀어나왔다.
"하아, 하아…."
  빌어먹을. 대체 왜 이런거지.
  뭔가 격해지는 기분이었다. 텅 빈 기분.
  한숨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그 한숨이 어디로 가는지, 대체 뭐가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
 
  내 세계는 남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세계.
  오로지 나만이 아는 세계.
 
  그렇기에, 빈 세계가 되는 것일까. 허공탄회라고 하는 걸까.
  모르겠다, 이젠.
 
  왠지 뭐든 다 놓아버리고 싶었다. 그냥, 다 던져버리고 싶었다.
 
 
 
 
 
---
 
 
이쯤에서 끊겠습니다. 사실 저도 사태나님 한번 따라해봤어요. 그냥, 손 가는대로 막 써봤어요. 게임하면서 적당히. 생각없이.
이거 지금 다 쓰고 읽어보는데 제가 뭘 말하고 싶은지 의도파악도 안가요. 재밌는 글입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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