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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 점심시간은 보장받아야 한다
글쓴이: 김아란
작성일: 14-09-15 06:39 조회: 1,079 추천: 0 비추천: 0

  급하게 뛰어내려오느라 구두가 벗겨질 뻔 했다. 점심시간이 시작하기 전에 오전 업무가 끝난 것은 이번 분기 들어 처음이었다. 오늘은 편의점 삼각김밥이 아닌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적당한 가게를 찾아내 들어가려는 차에 뭔가가 발에 채였다. 체크무늬가 요란한 중절모였다. 나는 모자를 주워들었다.

  “갈가마귀는 왜 책상하고 닮았지?”

  느닷없이 이상한 질문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무심코 돌아보자 거기에는 질문만큼이나 해괴한 사람이 있었다. 실크로 만든 듯 윤기가 흐르는 양복을 입은 남자였는데, 어떤 가게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도자기 컵에 홍차를 따라 마시고 있었다. 양 옆에는 생쥐 인형과 토끼 인형을 하나씩 앉히고, 모자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수레를 세워두었다. 그 살바도르 달리 그림 같은 광경을 넋 놓고 보던 나에게 남자는 재차 물었다.

  “갈가마귀는 왜 책상하고 닮았지?”

  그 이유는커녕 저 사람이 대체 누군지(뭔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지금 내가 들고 있는 시대착오적인 모자가 저 사람 것이라는 건 확실해 보였다. 나는 얼른 모자를 돌려주고 이 자리를 뜨기로 마음먹었다. 시간은 12시 23분이었다. 여유가 많지 않았다.

  “이거 떨어트리셨죠? 거기다 놓을게요.”

  “그게 내 모자라고 누가 말해줬지?”

  “아닌가요?”

  “내 모자가 맞아.”

  “그럼 여기다 둘게요.”

  “내가 하나 대답했으니 자네도 하나 대답하게. 자, 차라도 마시면서.”

  남자는 모자 무더기 사이에서 찻잔을 꺼내 홍차를 따랐다. 시간은 12시 27분이었다.

  “저기요, 제가 시간이 없거든요. 점심시간이 30분도 안 남았어요.”

  “그렇다면 시간에게 부탁하시게. 시곗바늘을 12시로 돌려놓아 달라고. 원한다면 아주, 아주 긴 점심시간을 부탁해도 좋지.”

  남자는 차를 홀짝이며 킬킬댔다. 나는 웃을 기분이 아니었다. 미친 남자와 엮인 탓에 천금 같은 점심시간이 무의미하게 날아갈 판이었다. 시간은 12시 45분이었다.

  “뭐야, 시간이 왜 이렇게 빨라?”

  나는 무심코 그렇게 외치고 말았다. 잠시 눈을 뗀 사이에 20분이 흐르다니, 식사는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남자는 측은한 듯 날 바라보았다.

  “시간이 심술을 부리는군! 그래도 자네는 나은 편이라네. 내 시계는 언제나 여섯 시야. 이 티파티는 결코 끝나지 않아.”

광인의 말을 들어 줄 시간은 이제 없었다. 나는 모자를 돌려주러 그에게 다가갔다. 시간은 6시 정각이었다. 나는 경악하며 그를 보았다.

  “어떻게 된 거죠?”

  “갈가마귀는 왜 책상하고 닮았지?”

  남자는 멍청한 얼굴로 그렇게 물었다. 나는 그와 대화를 나눌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동시에 오싹한 소름이 밀려왔다. 나는 재빨리 그의 곁에서 도망쳤다. 한 블록 정도 떨어져서 남자가 있던 곳을 보니 테이블은 비어 있었다. 시간은 12시 24분이었다. 나는 가게를 찾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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