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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소악마인 그녀와 죽움이 두렵지 않은 나
글쓴이: 유시로
작성일: 14-07-30 02:55 조회: 1,217 추천: 0 비추천: 0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는 한 난 죽지 않는다.-

신음 비슷한 작은 비명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가까이서 듣지 않았다면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였다. 마치 온 몸에 힘이 빠져 제대로 나오지 않은 단말마. 그런 느낌이었다.
물론 그 비명을 지른 당사자가 나지만,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전신을 신경을 곤두세우는 걸 넘어서 미쳐 버리게 할 정도의 고통이 한순간이지만 찾아왔기 때문이다.
아프다고 생각하기 전에 사라진 전율의 고통. 두렵다기 보단 신기하고 색다르단 생각이 먼저 들었다.
고통이 사라지고 달라진 점이 생겼다.
손과 발에 감각이 존재하지 않는다. 제대로 몸뚱아리에 달려 있는데 불구하고, 아무것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렇다고해서 몸 자체에 감각이 살아 있는 건 아니었다. 몸 또한 손발과 같이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있을 게 분명함에도 그 특유의 딱딱함, 차가움, 그 무엇 하나 전해지지가 않았다.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느껴졌었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걸까.
육체는 죽었지만, 정신은 살아 있다.
그래, 이건 쉽게 말하자면 유체이탈이다. 유일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내 영혼이 육신에서부터 불리되지 않았다는 것. 아니, 그렇게 따지게 되면 이건 이탈한 게 아니니 유체이탈이 아니게 되려나?
그럼 이건 무엇일까?
이 정체모를 것은 도대체 무엇인 걸까?
그리고 이런 어두컴컴한 시야 속에서 난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앞으로도 쭉 이곳에 갇혀 있어야 되는 걸까.
머릿속이 걱정들로 가득 찼다. 그와 함께 머릿속에서 잊혀져 있던 공포가 엄습해 왔다. 그렇지만 딱히 무섭거나 하진 않았다.
그저 받아들일 뿐이었다.
내 자신이 누군가를 위해 죽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원치도 않는 장소에서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 짧지만 후회는 없다.
이 죽음은 내가 선택한 죽음이다.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위해 몸을 날린 것과 같은 것이다.
그렇다.
난 교통사고에서 한 소녀를 밀치는 것으로 인해 그녀의 목숨을 살렸고, 대신해서 나 자신을 사고에 빠트렸다.
그리고 이렇게 죽게 되었다.
과거의 일들이 주마등 같이 보이지 않는 건 조금 슬프지만, 상관없다.
그건 곧 내가 진정한 죽음을 맛보지 않았다는 걸 뜻하니까 말이다.


시야가 미세하게나마 밝아졌다.
주위를 휘감고 있던 어둠이 점점 사라져 간다.
눈을 뜨자 마자 나를 반긴 것은 눈부신 햇살도, 멀리 떨어진 곳에서 거주하고 있는 가족들도 아니었다.
다만 그것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고, 내가 봐 왔던 그 어떤 미소보다도 따스했다.
그렇다, 바로 코앞에서 날 제일 처음으로 반긴 것은 소녀였다. 그것도 내가 알고 있는 말들로는 형용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아름다운 소녀였다.
그리고 그녀는 바로 내가 교통사고에서부터 구해낸 소녀였다.
"살아 있어서 다행이야!"
그녀는 내 몸을 꽉 껴안으면서 소리쳤다.
이건 어떻게 된 일인 걸까?
내가 죽은 듯이 잠들어 있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 뭔가가 일어난 게 틀림없다.
"저기……. 우선은 대화를 조금 나누고 싶은데요."
"아, 미안! 혹시 아팠어?"
소녀는 껴안고 있던 걸 풀면서 날 쳐다봤다.
레드와인을 연상시키는 긴 머리카락과 루비보다도 투명한 빛을 띈 눈동자, 그리고 오똑한 콧등과 새하얀 피부.
신이 창조한 예술품 중에서도 1, 2위를 다툴 것만 같은 아름다움이었다.
그 미모에 혼을 빼앗길 것만 같다. 이 상태로 정신줄을 놓으면 어떻게 될지가 궁금하다.
"저, 저기, 괜찮아? 혹시 아직도 아파?"
정신이 돌아왔다. 마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소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아, 아니. 괜찮아요."
"아, 존댓말은 할 필요없어. 너랑 같은 19살이니까. 그리고 나이는 간호사 언니한테 물어봐서 안 거니까 수상하게 생각하진 말아줘."
그래서 반말을 한 거였구나, 하고 혼잣말을 한 뒤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내가 누워 있던 곳은 별로 푹신하지 않은 하얀 침대 위였다. 그리고 있는 장소는 어느 병원의 병실 안. 나 외의 환자는 보이지 않는 4인용 병실이었다.
"내 이름은 이현우라고 해. 넌?"
"나는 박현아."
현아는 흰 이를 들어내며 배시시 웃었다.
"날 구해줘서 정말 고마워."
"아, 응."
"솔직히 죽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현아가 몸을 내 쪽으로 가까이 했다.
옆에서 누군가가 우리의 현재 상태를 본다면 분명 현아가 날 덮치는 걸로 오해할 게 분명하다.
그녀의 미세한 숨소리가 들린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 수록 내 심장 박동 또한 빨라져만 간다.
"그런데 차에 치일 뻔한 그 순간, 평범해 보이는 소년이 눈앞에 보이는 거 있지? 흑발의 소년은 뭔가를 각오한 표정으로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어."
흑발의 소년. 나를 말하는 거 같다.
"그 소년의 얼굴에는 무언가를 다짐한 표정이 자리잡고 있었어. 차에 치이려는 그 순간에도 호기심 때문인지 내 눈은 그 소년에서 벗어나질 못했어."
현아와 내 거리가 채 10cm도 되지 않게 되 버렸다. 조금만 움직이면 키스라도 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려는 순간, 놀랍게도 그 소년이 날 밀치는 거 있지 뭐야. 너무 놀라서 비명조차 나오지가 않더라고."
밝게 타오르는 것만 같은 눈동자가 바로 앞에서 내 시선을 사라잡고 말았다. 현혹된 것만 같이 내 몸은 움직이지가 않았다.
"그 소년은 날 대신해서 차에 치였고, 내 목숨을 살렸어. 그 모습은 마치 공주님을 위해 목숨을 마다하지 않고 버리는 왕자님의 모습. 꿈속에서나 볼 듯한 모습이었어."
그녀의 앵두색 입술이 내 쪽, 정확히 내 마른 입술 쪽으로 다가왔다.
거의 종이 한 장 차이의 거리를 두고 있던 현아가 미소를 지었다.
천사의 탈을 쓴 소악마의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에 반해 버렸어. 첫눈에, 단 한순간에, 내 심장을 빼앗겨 버렸어."
"그건 즉 나……."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 위에 포개졌다.
경직됐다.
그녀의 몸이, 부드러운 가슴이 내 가슴팍에 닿았다. 중심이 흐트러져 뒤쪽으로 넘어졌다.
약간 아팠지만 그렇다고 키스가 멈춘 것은 아니었다.
녹아내릴 것만 같다. 뇌가 생각하는 것을 멈출 것만 같이 달달했고 부드러웠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현아 쪽에서 먼저 입술을 뗐다.
"……사랑해."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너무 이른 걸 넘어서 이상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랑 사귀어줘."
나는 입을 천천히 열었다.
말을 꺼내려는 그 순간이 마치 1분, 아니, 그 이상이 걸리는 것만 같았다.
"응."
짧은 대답. 그렇지만 그 말의 무거움은 그 어떤 것보다도 무겁다고 생각한다.
나도 안다. 만난지 별로 되지도 않은 애와 키스하고 거기다 사귀기까지하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가를. 그렇지만 현아, 그리고 나또한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믿고 있다.
그렇게 현아와 나는 사랑이라는 심오하며 새콤달콤한 것을 시작하게 됐다.


병원에서 퇴원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최소 두 달 동안은 입원해 있어야 될 정도의 상처라고 했었지만, 한달만에 퇴원해 버렸다. 사실 보름 동안만 입원해 있을려고 했지만, 현아가 옆에서 말렸기에 한달 동안 입원해 있었다.
물론 그 기간 동안, 서로에 대해 알아갈 수 있어서 즐거웠다.
다만 약간의 슬픈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현우야, 자, 입 벌려."
멍 때리고 있던 사이, 현아가 웃는 얼굴로 나무젓가락으로 떡볶이 한 개를 찍어 내 쪽으로 내밀었다.
인적이 드문 놀이터라 주위의 시선을 살필 필요는 없었지만, 애초에 그건 걱정되는 게 아니었다.
내가 걱정하는 건 바로 현아의 음식.
모습은 어느 분식점을 가도 볼 수 있는 떡볶이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거기다 냄새도 코를 자극하는 게 맛있을 거 같다.
그렇지만 실제 식전과 식후의 내 생각이 바뀐다는 것을 난 아주 잘 알고 있다.
"자, 빨리, 아, 해 봐."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그녀에게 물었다.
"이번에도 음식 안에 이상한 걸 넣은 건 아니지?"
"물론. 난 요리에 능숙해서 실수 같은 건 하지 않는다고."
그 말을 들었음에도 의심이 간다.
그 정도로 여태까지 내가 먹어 본 현아의 음식은 상상을 초월했었다.
캐첩 대신에 대량의 타바스코가 들어간 핫도그, 소금간이 전혀 안 된 반찬과 짜서 먹으면 기침이 절로 나오는 밥이 든 도시락 등. 현아는 날 골탕 먹이기 위해 요리를 하는 것만 같았다.
 "안 먹을 거야……?"
현아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머, 먹을 거야!"
"아싸!"
내 대답을 미리 예상하기라도 한 건지 현아의 얼굴 표정이 일순간에 슬픈 표정에서 기뻐하는 표정으로 뒤바뀌었다.
나는 현아가 내민 떡볶이를 떨리는 마음으로 한 입에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 순간.
위장이 타들어갈 것 같은 매운 맛이 전신에 퍼졌다.
"매……매워!"
그렇게 고통을 호소하는 나를 보며, 현아는,
"내가 말했지? 난 실수 같은 거 하지 않는다고. 이번에도 이렇게 현우를 골탕 먹일 음식을 잘 만들었잖아?"
그런 무시무시한 대사를 아무것도 아닌 듯이 말하면서 소악마와 같이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맛있어?"
나는 대답없이 편의점에서 사온 페트병에 든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런 나를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며 현이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3초 안에 대답 안 하면, 다음 번엔 더 맵게 할 거니까."
뿜었다.
마시고 있던 물이 역류해서 입과 코를 통해 흘러나왔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마, 맛있었어!"
"응, 고마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의 데이트는 오늘도 평범하게 막을 내렸다.


너무 덥다.
여름이라는 계절이 이렇게 짜증날 줄은 몰랐다.
반팔을 입었음에도 온 몸이 땀범벅이다. 팬티는 이미 살에 들러붙어 몸의 일부가 된 거 같았다.
역시 여름에는 달리기를 하면 안 되는 걸까. 지금이라도 멈추는 게 좋을까.
"아니, 내가 뭔 생각을 하는 거야!"
오늘은 현아와 내가 사귀기 시작한 지 반년이 되는 날이다.
지금 내가 뛰는 이유는 현아의 집에 가기 위해서다.
이 상태로 1분이면 도착할 거 같지만, 그 동안 내 인내심이 버텨줄 지가 의문이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달려야 한다.
내 오른손에 쥐여 있는 작은 종이가방. 그 안에 든 선물을 전해주기 전까지는 쉴 생각이 없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전력질주를 했다.
아파트 단지에 진입해, 주차장을 가로질러, 입구에 들어서,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한 층 씩 올라갈 때마다 바뀌는 그 층이 몇 층인가를 알려주는 숫자 패널.
정말이지 엘리베이터가 20층에 멈춰 있지만 않았다면 꼭 탔을 텐데.
그런 불평을 토해내며 7층을 지나, 8층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이빙을 하듯 왼쪽에 위치한 집으로 향한 뒤 문을 두들겼다.
문에 '막 두둘기면 죽을지도 몰라요'라는 소름돋는 종이가 붙어 있었지만, 일단은 무시했다.
"네, 나가요!"
몇 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어서 와, 현우야!"
현아가 내게 껴안겼다. 방금 샤워를 한 건지 머리카락에 물기가 보였고 샴푸냄새가 났다.
"나 땀범벅에다 땀냄새 날 텐데……."
"연인 사이에 그런 게 어딨어? 헤헤. 일단 들어 와."
집으로 들어가자 맨처음에 시선이 쏠린 것은 입구에 옆쪽에 있던 선반이었다.
여러 모양의 작은 액자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여기서 신기한 게, 지난번에 나랑 찍었던 사진이 들어간 액자를 제외하고 전부 비어 있다는 점이다.
"일단은 거실에서 기다려. 마실 거 가지고 올 테니까."
"응."
액자가 장식된 선반을 지나 거실로 향했다.
TV를 보고 있던 건지 뉴스가 틀어져 있었다. 뉴스의 제목은 '연인 살인이 곧 일어난다!'.
현아가 올 때까지 딱히 할 게 없었으므로 뉴스를 보기로 했다. 거기다 주제 또한 흥미로워 시간 떼우기론 적당할 듯하다.
내용은 대강 연인이 된 뒤 상대를 살해하는 엽기 살인범이 두 명이 있다는 거였다. 한 명은 남자, 다른 한 명은 여자라고 한다.
왜 그들이 남자, 여자인지를 알았냐면, 남자 쪽의 경우, 살인 현장에서 여성에게 선물했던 물건과 함께 '사랑하는 그녀에게 마지막 선물을'이라 적힌 쪽지를 항상 적어놓기 때문. 여자 쪽의 경우엔 죽은 남성의 몸에서 칼에 깊게 찔린 상처와 몸에 새겨진 '사랑해'라는 글귀가 발견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태까지의 연애대상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인 것을 보아 19살쯤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둘의 마지막 살인이 각각 7개월 전, 8개월 전인 걸로 보아, 곧 새로운 사건이 일어날 거라 생각됩니……."
자신을 '살인범 연구자'라 칭한 남성의 말과 함께 TV가 꺼졌다.
뒤를 보니 현아가 볼을 부풀린 채 리모콘을 들고 있었다.
"아까부터 불렀는데 대답도 안 하고, 나 삐질 거야?"
삐진 모습도 귀여워, 라고 말하면 화날 게 뻔하다. 그래도 귀여운 건 귀여운 거다.
"웃지 마. 난 진지하다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표정 관리가 허술해졌나 보다.
"미, 미안."
어떻게 상황을 빠져나갈까 궁리하던 사이, 옆쪽에 뒀던 선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 그것보다 너한테 줄 선물이 있는데……."
내가 들어도 말 바꾸려는 티가 많이 났다. 그렇지만 속아 넘어가주려는 건지 아님 정말 기분이 좋은 건지 현아의 얼굴이 화난 얼굴이 풀어졌다.
나는 재빨리 봉투 안에 있던 걸 꺼내 들었다.
"우와!"
어린아이의 깊은 탄성이었다.
"기다려. 내가 목에 걸어줄게."
나는 은십자가 장식이 달린 검은 줄의 목걸이를 푼 뒤 현아의 목에 걸어줬다.
나는 최대한 지을 수 있는 만큼의 미소를 지은 뒤 입을 열었다.
"사랑해."
"나도."
뒤를 돌아보며 미소를 짓는 현아의 입술에 살포시 내 입술을 갔다 댔다.


1년이라는 세월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은 몰랐다.
현아를 사귀기 시작한 게 작년 3월 14일이었는데, 벌써 1년이 지나 그날이 찾아왔다.
오늘은 현아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다. 잊혀지지 않을 만한 커다란 선물이다.
"어디 가는 거야?"
현아가 옆쪽에서 나란히 걸으면서 물었다.
"비밀."
"헤에? 혹시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서프라이즈라도 시켜주는 거야?"
"오. 예리한데?"
현아가 팔짱을 꼈다.
그녀의 가슴이 닿자 왠지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성장기는 아니지만 남자이기에 어쩔 수 없는 거다. 변명해봤자 믿어줄 사람은 없겠지만.
"나도 현우한테 줄 선물이 있는데."
"응? 정말?"
"하지만 아직은 비밀이야."
현아가 앞쪽으로 걸어가면서 몸을 반바퀴 돌렸다.
아직 날씨가 많이 추워서 그런지 긴 회색 티셔츠에 그녀의 머리카락 색과 잘 어울리는 검은색 목도리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렇게 걷다간 넘어질 지도 몰라."
"괜찮아, 괜찮……."
돌에 걸려 넘어지려는 현아의 몸을 재빨리 지탱했다.
핸드백이 다른 때보다 무거운 거 같았지만, 아마 안에 내 선물을 넣어놨기 때문일 거다.
"조심해야지."
"미안. 헤헤. 너무 두근거려서."
이번에는 넘어지지 않도록 현아의 손을 잡았다. 놀라서 그런 걸까? 그녀의 손바닥이 미세하게 축축했다.


시간이 벌써 6시가 넘었다.
다른 때보다 걸어서 그런지 다리가 조금 아팠지만, 그 만큼의 보람은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이 사방에 펼쳐져 있다.
새로 새싹이 피어나는 땅과 생기를 되찾은 나무들에 둘러싸인 공간에 피어난 금란초들.
"……예쁘다!"
현아가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탄성을 질렀다.
"어때?"
"너무 예뻐!"
마음에 든 거 같아서 다행이다.
이 장소는 예전에 지인에게 소개받아 와본 곳인데 전에도 딱 이맘쯤에 와 이 광경을 볼 수가 있었다.
"현우야 고마워. 이런 선물은 처음이야."
"아직 끝이 아니야. 그렇지만 우선 네가 준비한 선물을 보고싶어."
내 말에 현아는 잠시 생각하는 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뒤로 돌아서더니 핸드백에서 뭔가를 꺼냈다.
"저기 현우야, 질문이 하나 있는데. 혹시 날 위해 죽어줄 수 있어?"
"물론이지. 그것보다 그건 왜……."
푸슉. 뭔가 찌르는 소리가 났다.
어?, 그런 소리가 입밖으로 흘러나왔다.
수박 같은 걸 자를 때나 쓸 거 같은 식칼이 내 복부에 박혀 있었다.
오늘을 위해 산 하얀색 셔츠가 붉은 피로 물들어 갔다. 그걸 지켜보는 사이, 내 입가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난 말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는 걸 좋아해. 그 이유는 그 사람이 날 사랑할 때를 영원히 머릿속에 남겨놓기 위해서야."
그녀의 말이 흐릿하게 들린다.
뛰엄뛰엄 들려 잘은 모르겠지만 그녀의 집에 있던 액자들엔 원래 예전에 사귀었던 남자들과 찍은 사진들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다른 남자들은 다들 욕설을 해댔지만,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게 있어. 아직도 날 사랑해?"
"……물론!"
나는 온힘을 다해 소리하면서 뒷주머니에서 휴대용 칼을 꺼내 그녀의 배에 찔러넣었다.
"이게 내 선물이야. 널 사랑하기에 준비했어."
그래. 내가 바로 그 남자역의 엽기 살인범이다.
"나도 너랑 같은 이유 때문에 살인을 하기 시작했어."
난 어려서부터 진심을 다해 죽으려 하면 죽지 않았다.
차에 치이든 배에 칼빵을 맞든, 그 죽음을 내가 받아들이면 난 죽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도 난 살아있다.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기에 난 여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서 이렇게 그녀를 죽인 거다.
"……그렇구나. 현우도 날 정말로 사랑했던 거구나."
나는 응, 이라 대답을 한 뒤 복부에 박힌 칼을 뽑아냈다.
그리고 현아의 몸을 양손으로 껴안듯 지탱한 뒤 마지막 부탁을 청했다.
"키스, 해도 돼?"
현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나는 천천히, 아주 느리게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나의 사랑하는 그녀에게, 최후의 선물을.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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