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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그 해 여름...둘만의 터] [#3]
글쓴이: 진진진Kk진
작성일: 14-06-30 21:21 조회: 1,186 추천: 0 비추천: 0

방학식 당일날 아침.



해가 밝아온다.



그와 동시에 방안을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람소리.



7시 10분.


정민은 기다렸다는 기세로 손을 위로 화악-올린뒤에 탁-소리를 내며 보기좋게 시계 전원버튼을 누르자 언제 그랬냐는듯 다시 정적이 흐른다.



"드디어................"



이불속에서 기를 모으는 정민. 그리고는 패대기 쳐진 물고기가 파닥거리는 마냥 냅다 일어섰다.



"방학이다아아아아ㅡ!!!!!!!!!!!!"



으아아아아 소리를 한껏 지르며 잠옷차림으로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는 미친X. 아마 그는 이날을 위해 참아왔던 모든 기쁨을 만끽하려는 것일까.



그리고는 옷을 갈아입는 정민. 그 속도와 준비력은 평소와는 달리 쳐져있지도 않고 오히려 빠를정도였다. 잠옷에서 교복으로 갈아입고 화장실에서의 간단한 세면, 아침식사까지 정확히 15분. 이날만큼은 그 어떤 누구보다도 여유가 넘쳐흘렀다.



"하아암ㅡ므야....뭔데 이렇게 시끄러워.."



눈을 비비며 하품을 해대는 잠옷차림의 조연 등장.



"여어, 세나 일어났냐."



자신만만한 주연의 태도에도 극중의 조연은 그저 그렇다는듯 대답했다.



"웬일이야.....? 오빠, 일어날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을텐데..."



"놀리는거냐. 하하...보라구 사랑스런 동생아. 이 여정민의 역사상 처음으로 내가 널 이겼다고. 이 멍청한 늦잠꾸러기같으니."



그말에 빠직-하는듯 경직된 세나의 표정이 심히 부자연스럽다.



"-크으....그래. 그래서 수상소감은?"



입꼬리가 귀에 걸린듯 정민의 동생 농락욕구는 거기서 식질 않고 거쎄게 불타올랐다. 시작되는 주연의 독백.



"ㅡ에...감사합니다 청중여러분. 한마디 하자면 저에게 있어서 대상이라는 큰 상은 '어울리지도 않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몇몇 계시겠지만 알다시피 대상은 따놓은 당상과도 마찬가지죠. 어차피 결과는 뻔하잖습니까. 그 이유를 묻자면 저는 평소보다 일찍 준비를 철저히 한 반면, 저기 있는 멍청하기 짝이없는 수준이하의 세나라는ㅡ"



ㅡ순간주먹이 바람처럼 가볍게 김칫국 사발을 들이키던 정민의 배를 강타했다.



그충격으로 인해 푹 쓰러진 대상 수상자.



"꼭 매를 번다니까 바보."



'흥!' 하고는 나몰라라 하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세나.



위에서 바라본 풍경은 마치 범죄현장과도 얼추 비슷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날따라 발걸음은 평소보다 더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매일 아침마다 맞이했던 똑같은 길, 똑같은 풍경들도 역시 새로 리모델링 한것처럼 달라보였다.



"하, 역시 방학이란 좋은거구나."



정민은 지겨운 일상속에서의 숨겨져있던 행복을 찾았다는 기쁨에 마음속으로 환호를 있는 힘껏 내질렀다.



그것은 본인을 포함한 모든 전교생들에게 해당되는 공통사안 일지도 모른다.



속세를 뒤로한채 자연에 몸을 맡기고 살아가는 승려처럼 학교까지의 따분한 걸음걸이가 아닌 산보의 느낌으로 앞에 주어진 풍경을 음미하고 있을 터였다.



"ㅡ오빠아아아아!!!!!!!"



익숙한 목소리의 누군가가 정민을 뒤에서 와락 덮쳐왔다.



"우와아아앗!!!!!"



갑작스런 무게를 견디지 못한채 그대로 고꾸라지는 정민.



처참한꼴 위로 들려오는 비아냥거리는 여자의 목소리.



"후후후--꼴좋다. 뭐가 어쩌고 저째? 겨우 늦잠한번 잔거 가지고 동생한테 멍청이라구? 그래 참 잘나셨네. 이 멍청한 오빠같으니!!! 흥!!"



정민에게 일격을 가한지 불과 15분도채 되지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세나의 분풀이는 그치지 않았다. 여차하면 더맞을까 심히 우려되는 정민의 모습에는 전에 그 의기양양함이라곤 찾아 볼수 없을 정도였다.



"세...나야.....잘못했어....살려......줘"



비굴해진 정민을 보고는 자신의 승리가 확정되었음을 각인하듯. 세나는 정민을 뒤로한채 발걸음을 옮긴다.



"하, 역시 방학이란 좋은거네 그치 오빠?"



통쾌하다는듯 쿡쿡거리며 앞질러 걸어가는 세나. 정민은 그런 동생에게 오늘 아침에만 두번 같은꼴을 당했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했다.







7시 55분.



지각없이 학교에 도착한 나는 한숨을 후- 내뱉은채 교실문을 드르륵 열었다.
나를 보자, 녀석들의 들떠있는 얼굴들이 내게 접근해왔다.



"오 웬일이냐? 세상에 별일이네 우리반 지각 대장 타이틀자리가 오늘만에 깨지는 날이다!!"



"역시 방학이란 위대하다니까, 금방이라도 개과천선 할수가 있잖아?"



"여정민 학생~ 오늘부로 지각대장 자리를 박탈한다. 임무실패라고."



낄낄대며 비웃는 녀석들. 아무리 장난이라지만 너네들 너무 들떴다고.



"-시끄러워."



관심없다는듯 한마디 내던져주자 녀석들은 이에 수긍한듯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는



"야 그나저나 뭐하고 놀꺼냐?"



"바다어때? 바다. 알잖아? 가면 죽이는 애들도 많이 보인다고 적어도 건질건 많잖아 안그래?"



"변태냐. 그냥 무난하게 우리끼리 계곡이나 가자."



"또 남자끼리냐. 애도 아니고 질린다 질려."



벌써부터 놀 궁리에 가득 찬 태도를 보니 금방이라도 흥분의 도가니로 변해버릴듯한 오오라가 느껴졌다.



저 녀석들을 포함한 다른 학우들도 분명히 친구들과 어울려 놀 계획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울것이다. 틀림없이 방학이라는 것은 학교라는 어둠속에 갇혀있던 우리들에게 비친 따스한 한줄기 빛과도 같을지도 모른다. 왜냐, 주위를 둘러보면 느껴지는게 있기 때문이라서 일까나. 학우들의 눈빛이 다들 똑같이 초롱초롱한 것과 남녀 불문한채, 몇개씩이나 둥지를 터 모여들어서 '방학때 우리끼리 뭐할래?'라던가 그중 한명이 앞장서서 '수영복이랑 세면도구. 여벌옷이랑 먹을 도시락하고 숙박비까지 합해서 총50000원씩 가져오면 되겠다.' 라면서 으스대거나... 기대되네 재밌겠다면서 깔깔거리고 너나나나 맞장구치는등 이런 이유라고 할수 있겠다. 그렇게 때문에 방학은 나를 비롯한 모든 전교생에게 중요한 것이다. 어느새, 이곳은 교실이 아닌 시장판, 시사 토론방이라고 해도 믿을정도로 시끌벅적했다.







토론회가 점점 고조에 이를때쯤 선생님과 학급반장이 교실문 앞쪽을 열고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토론회는 쥐죽은듯이 조용한 침묵의 명상시간으로 탈바꿈했다.



'흠.' 하고 헛기침을 하자, 학급반장은 신호를 주고받듯 목소리를 높혔다.



"차렷."



나와 교실안의 모든 학우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선생님은 눈살을 잠시 찌푸리더니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경례."



"안녕하세요 선생님!!!!!"



교실이 쩌렁쩌렁 남녀 섞인 소리로 가득했다.



"착석."



"드디어 여러분들이 기다렸던 방학이 오늘로 다가왔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1년 반이면 여러분들도 고교3년생. 즉, 이 학교의 대선배가 된다는것이다. 알다시피 지금 3학년들은 지금 이순간 이후로부터 방학아닌 방학을 보낼것이다. 여러분들이 '논다', 돌려서말해 '쉰다'고 할때쯤 3학년애들은 2학년때부터 미리 세워둔 진학을 위한 입시준비나 취업준비를 3월달부터 방학전까지 보다 더 본격적으로 공부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려면 성적을 우선시 해야된다는 사실을 잊지말도록."



계속되는 정적의 흐름..
선생님은 감고있던 눈을 뜬채 우리들을 잠시 힐끔쳐다보더니 '훗' 하고는 웃어보이며 다시 눈을 감았다.



"이상이다. 반장."



"네, 네..!?"



선생님은 교탁밑에 달린 서랍문을 열고 종이들을 꺼내 보란듯이 위로 쌓아 두었다.



"분단별로 이걸 나눠 주도록."



"네..!!"



반장은 선생님의 지시를 듣자마자 종이들을 분단별로 10개씩 나눈뒤에 각 분단마다 앞줄책상에 앉은 두명에게 주기 시작했다.
종이는 두명씩 두명씩 뒤로 전달되었고 끝내 우리분단까지 이어졌다. 마지막에 종이를 받아든 나는 내용들을 읽자마자 충격과 당황스러움으로 가득했다.



"뭐...뭐야이건!!!???"


내용은 즉 이러했다.





<고교2년생들에게 필히 지참해주고 싶은 방학과제>



1. 자신이 읽고 제일 감명 깊었던 책을 토대로 독서감상문을 5편 이상 써서 제출 (인터넷에 기재된 내용을 그대로 카피하면 감점 처리함.)


2. 현장 체험학습보고서 작성. (A4 한면)


3. 수학문제풀이.(학교 홈페이지에 등록된 첨부문서 참조.)


4. 봉사활동 6시간.(선택사항 단, 상대측에서 인정했을시 가점.)


서명란


담임: (     )

학급반장: (     )









[끄아아아아악--------------!!!!!!!]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괴성과 몸부림. 그리고 선생님의 희미한 미소...



그속에서 나의 방학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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