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마이페이지
 
Q&A
[공지] 노블엔진 홈페이지가 …
[꿈꾸는 전기양과 철혈의 과…
《노블엔진 2017년 4월 2차 …
[리제로 10 + 리제로피디아] …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
 
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자기인식 및 합리화에 관한 보고서
글쓴이: 회중시계
작성일: 14-06-06 00:40 조회: 933 추천: 0 비추천: 0

주제어 - 박제 조화 거울


로 쓴 산다이바나시(세말엮기) 입니다.

 

 

-------------------------------------------------------------------------------------

 

거울 속의 나는, 주변과 퍽 조화로웠다.

 

*

 

눈을 떴으나 어둠 속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평소와 같은 촉감 때문에 내가 늘 자는 침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체를 일으키고 몸을 옆으로 돌렸다. 다리를 내리니 발밑에 슬리퍼가 있었다. 슬리퍼가 바닥을 쓰는 소리가 들린다. 다섯 걸음을 걷고 팔을 앞으로 뻗으니 손끝에 버튼이 걸렸다. 눈을 감고 버튼을 누른다. 순식간에 시야가 불그스름한 살색으로 가득 찼다. 눈을 조금씩 뜬다.

 

새하얀 벽. 벽에는 창문은커녕 조그마한 틈도 없다. 오른쪽을 보니 문 앞에는 쟁반 위에 먹거리가 놓여있었다. 저 문이 열리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밥에서는 김이 나고 있었고, 뚝배기에 담긴 국은 팔팔 끓고 있었다.

 

*

 

수증기 같기도 한 것이 흐릿했다. 거울 속에는 늘 보아온 방이 있었다. 그 가운데에, 그러니까 내가 있어야 할 곳이 흐릿했다. 눈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기에는 다른 것은 전부 뚜렷하게 보였다. 잠시 뒤, 나의 모습이 서서히 완성되었다. 다행이야. 손을 그대로 들어서 얼굴에 가져가니 내 손은 그대로

 

허공을 갈랐다.

 

*

 

꿈이 떠올랐다. 들어 올리려던 쟁반을 내려놓았다. 온몸에 한기가 돌아서 침대로 돌아가고 싶었다.

 

거울을 외면한 채, 방을 둘러보았다. 항상 일정한 방. 어떠한 것도, 나는 남길 수 없다. 방안 곳곳을 뒤졌지만 필기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손가락을 깨물어서 아무렇게나 벽에 휘둘렀다. 그러나 그 자국도 잠을 잔 뒤에는 사라졌다. 나, 라는 사람의 특징을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때쯤, 저런 꿈을 꾸기 시작했다. 

 

당연히 내 얼굴이 사라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 대신, 기묘한 것을 느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과 나의 행동에 조금씩 어긋남이 생겼다. 그 행동들은 나보다 조금 빠르거나, 느렸다. 이곳이 어디인지는 물론이며 나 자신에 대한 것마저 가물가물해졌기 때문에 내 착각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대신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누가 진짜일까.

 

당연히 내가 진짜겠지. 아니, 지금까진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이 방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무엇 하나 아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거울 속의, 사실은 진짜 현실의 사람이 거울을 보려고 할 때, 나도 모르게 그 거울 앞으로 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아닌, 나의 의지가 아닌 무엇 때문에.

 

행여 누가 들을까 싶어, 거울에 비치지 않도록 거울 옆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갑자기 튀어 나갔다. 그러나 거울에도 똑같은 속도로, 똑같이 튀어나오는 내가 있었다. 거울 속의 나는, 그 너머로 보이는 것과 참으로 잘 어울렸다. 마치 진짜, 처럼.

 

웃다 울기를 반복했다. 얼굴의 표정을 쉼 없이 바꿨다. 지쳐서 표정을 지웠더니, 그 틈새로 웃는 얼굴이 보였다. 곧 무표정으로 돌아갔으나, 보였다. 분명히 보였다. 그럼 내가 이긴 것일까. 아니, 거울 속에 있는 나는, 나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네 주제에 그게 무슨 나태함이냐고.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나는 뛰어가서, 국 속에 손을 넣고, 다른 손으로는 밥을 집어 얼굴에 비볐다. 뜨겁다. 무언가 느끼고 싶다. 국은, 밥은 여전히 뜨거웠다. 국그릇을 들고 머리에 쏟았다. 상의 속으로 들어간 건더기가 느껴졌다. 그것 또한 꽤 뜨거웠.

 

*

 

눈을 떴으나 어둠 속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평소와 같은 촉감 때문에 내가 늘 자는 침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체를 일으키고 몸을 옆으로 돌리면서 맨발로 뛰어 나갔다. 지금까지 몸에 난 상처가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상처가 나더라도 크게 신경 쓸만한 것은 아니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내 얼굴에는 분명 화상 자국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그것을 확인해야만 했다. 

 

화상 자국은 없었다. 사실 그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거울 반대편의 벽에 매달려있었다. 팔과 다리를 크게 벌리고서.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그것들은 전부 반대로 꺾여있었다. 박제된 나비는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는다. 그것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 위로 코를 지나니, 눈이 있어야 할 곳에는 커다란, 아주 커다란 구멍이 있었다. 

 

내가 이겼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분명 저것은 거울이 아니었으나, 저러한 것을 계속 보면서 살 수는 없다. 문 앞에는 오늘도 쟁반이 있었다. 천천히 걸어갔다. 숟가락을 들고, 그것을 점점 눈으로, 그것이 점점 더 크게 보였다.

 

*

 

거울ㅡ화면이 꺼졌다.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휴문의 이용약관 개인정보보호정책
주소 :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132 (청천동) TEL : 032-505-2973 FAX : 032-505-2982 email : novelengine@naver.com
 
Copyright 2011 NOVEL ENGIN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