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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와 그녀들의 사건(2) - 니카
글쓴이: kayasi
작성일: 14-06-05 00:52 조회: 1,026 추천: 0 비추천: 0
나와 그녀와 그녀들의 사건(2) - 니카





약사(藥事)




시계(時界)를 지우고, 어두운 색채를 부숴내고, 검음이란 검음은 전부 세상에서 지워내며 조금씩 눈을 뜬다. 시야가 조금씩 깜빡깜빡 점멸하며 곧이어 선명해졌다. 부드러운 감각, 그것이 내 몸을 덮더니 몸을 서서히 일으키자 닫혀있던 기억들이 곧이어 퍼즐을 짜듯 이어지기 시작했다.

ㅡ아 그런가.

조금씩 조금씩 이해한다. 아니, 이해라고 하기에도 조금은 애매하다고 할 수 있을 그런 상황이다만, 우선은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곤란하다고 해도 좋을 형편 나쁜 현실이니까.

“오, 일어났는가”

ㅡ라며, 탁한듯한 목소리를 내뱉는 것은 검은색의 드레스와 그와 같은 색을 가진 양산ㅡ 그 바로 아래에서 나를 보고 웃는 여자였다. 처음보는 녀석이었다면 미친 여자 이겠거니하며 넘겼을 그런 상황이었지만, 아쉽게도 구면(舊面)임과 더불어 그녀가 미쳐있다는 것쯤은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

“이건 뭐야?”

“이번에 새로 개발한 약이라네. 어떤가 먹지 않겠는가?”

“아니, 나는 그걸 물어본것도 아니고. 약의 임상실험을 하는걸 왜 굳이 날 묶어놓지 않으면 안되는걸 묻는거다만”

“그것은 그대가 제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식으로 큭큭 웃으며 사극에서나 나올법한 목소리로 내뱉는 그녀는, ‘니카’라는 이름을 가진, 나와 같은 학년의 학생이었다. 물론 그것이 그녀의 본명은 아니다. 가족관계는 부모 둘다 명백한 한국인이고, ㅡ지금은 없다.

그녀는 성을 밝히지 않는다.

이름조차 밝히지 않는다.

단지 ‘니카’라는 이름을 써가며, '약‘에 관하여는 그 누구보다도 ’우월‘하다고 할 수 있는 그녀였기에 특례입학으로 이 학교에 입학했다. 닿지 않을, 저 높은 위에 세워진ㅡ 그러나 아슬아슬한 절벽의 끄트머리에 맺은 하얀 꽃봉오리. 그녀를 표현해야 한다면, 이런 것이 아닐까.

“ㅡ배고파”

손이 묶여 곯은 배를 문지르지는 못하지만, 온통 비워져 있는 뱃속을 생각하며 한숨같은 목소리를 내었다.

“당연하지. 내가 다 비워냈으니까”

“...어째서?”

“이번에 내가 만든 약을 먹는다면 안에 든걸 전부 토해낼것이 분명하니 미리 비워놨네”

“..그러니까 안먹는다니까 그러네”

고작 약 하나. 그것 하나 못먹어주냐고 비난할지도 모르지만, 그녀ㅡ 니카가 만든 약에 한해서는 먹을수가 없다고 단언 할수밖에 없었다. 맛없다니, 위험성이냐니, 그런 문제가 아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환각작용과 마취감을 동반하며 강렬한 중독성을 일으키는ㅡ 즉, 그것이 ‘마약’이라 칭하는 법률상 ‘불법’인 물건이니까.

“흥, 재미없는 사내로고”

그런식으로 흥미를 잃었다는 듯 니카는 몸을 돌렸다. 그러면서 주변을 뒤적거리더니 이윽고 커다란 신문을 집어들었다. 

“나의 충실한 종, ㅡ유하여 들었는가? 소문을”

일간신문의 구석, 그쪽 한편을 손으로 가리키더니 그녀 특유의 탁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손은 아직도 어딘지 모를 장소의 침대에 묶여져 있는 채였다. 글씨가 작았기에 잘은 보이지 않아 눈매를 좁히는 나를보고 이해했다는 듯 니카는 신문을 코앞에 가져다주었다.

ㅡ특보, 출처모를 의문의 마약이 퍼져가.

특보라면서 참 작게도 써놨네.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잠시 한편으로 두고 이내 이해하였다.

“너야?”

“...으으으음...애석하게도, 그렇다네. 저번에 만들던 예의 작품이 어디론가 사라졌더니 갑자기 양산되어 거리에 퍼졌단 말이지. 아직 실험도 못해봤고 부작용도 알수 없는데. 곤란하기 그지없네”

“효과는?”

“일반적인 모르핀과 비슷하다만, 이번건 조금 틀리네”

“틀리다라...뭐, 네가 만든거라면 적어도 정상적인 건 아니겠지”

“과연, 슬프다만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슬프군”

ㅡ하며, 그녀는 큭큭 웃더니 곧이어 안색을 바꾸며 그녀로써는 보기드문, 성가시다는 표정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이번거는 조금 특이해서 말이지. 다른 방향으로 만들어보자, 라는 취지로 만들었기에 약의 성향이 한쪽으로 치우쳐져있으니..약의 이름은 아직 미정이네만ㅡ Autosuggestion(자기암시)라고 지어두고 싶군”

“...그거 이름참 구체적이네, 효과는?”

“ㅡ이름그대로 ‘자기암시’를 위한 약이네. 하지만 그게 정도가 심해서 말이지. ‘실제’로 효과가 나타나는게 문제야. 만약 자기가 50m를 5초대로 끊는 선수라 자기암시한다면,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지. 뇌의 한계를 끌어올려 몸을 혹사시키고 망가지더라도 이끌어내는 약이니까”

과연. 그녀, 니카가 만든 약임에도 불구하고 그 약이 일간지의 한가운데에 실리지 않은 것을 이해했다. 인간의 기술력을 넘는 불가(不可)의 영역이니까. 
자신이 마녀(魔女)라고 칭하면서 실제로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그녀가 만든 약답다. 이 약이 시민들의 귀에 닿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초유이자 최악의 사건이 될것이다.
그런 대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별 감흥없는 목소리로 한숨을 내쉬면서 수긍했다.

“그래서? 이걸 훔쳐간 녀석을 찾아내면 되는거지?”

“역시, 유하 자네는 이해가 빠르군”

“그게 내 유일한 장점이니까”

그런 말을 내뱉으면서도 별다른 표정을 짓지는 않았다. 이야기는 끝났겠지ㅡ, 하며 어느새 풀어낸, 밧줄을 바닥에 늘여뜨려 놓으면서 나는 알 수 없는 방안의 문앞으로 향했다. 그녀는 내가 어느샌가 풀어낸 밧줄을 보고는 아무 말도 내뱉지 않았다. 

아무말만 내뱉지 않았을 뿐이었다. 

몸을 일으켜 문쪽으로 걸어가는 나를, 그저 밀어붙이더니 침대로 몰아넣었다. 별 반응없는 내게 니카는 입술을 포개었다. 혀가 뒤섞인다. 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았지만, 그녀ㅡ 니카쪽에서 혀를 움직이더니 뜨거운 타액이 혀와 혀 사이를 구른다. 사실상 그녀 혼자 흥분하여 움직이었을 뿐인 키스를, 몇초간 계속하더니ㅡ 서서히 입을 떼었다.

키스의 맛은, 쓴맛이 났다.

“ㅡ약 넣었지?”

약간 쓴웃음을 지으며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당연하네. 일을 부탁하는데 선약금이 없어야 되겠는가. 그걸로 내 퍼스트 키스를 주었네”

“...첫키스 치고는 너무 잘하던데”

“자네를 보면서 연습했으니까”

농담인지 혹은 진담인지 모를 낯부끄러운 대사를 하더니 진중한 표정을 지은채 니카는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유하군, 자네는 정말로 특이한 자일세. 즐거움도, 슬픔도 찾지 못하는 그 감흥없는 눈동자가 특이하다면 특이한 것일테지만, ㅡ내가 만든 약이 하나도 통하지 않는다니, 그대는 인간인 것인가?”

ㅡ마녀(魔女)는 그렇게 말하였다. 

나는 그저, 큭큭 웃었다. 실소같은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ㅡ아니 이것은 ‘웃음’이 아니다.

날지못하는 인간이 새를 동경해 팔을 휘둘러 날개짓을 하듯, 그저 따라할뿐인ㅡ 그저 그뿐인 행동이니까.

인간이 아닌, 마녀가 묻는 대답에,

“글쎄, 일단은...이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며 방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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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입니다. 
미스테리/추리이기도 합니다. 
창작연재란에 올릴까 단편에 올릴까 하다가 그냥 여기다가 올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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