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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제 99회차/2] Reborn.
글쓴이: 버닝레빗
작성일: 14-05-31 23:46 조회: 964 추천: 0 비추천: 0







, .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후우-. 하고 한숨이 나왔다. 상대방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현재 사내의 자금력이나 인력이 부족하고.. ....선생님의 타이틀 매출이 점점 줄어서 더 이상은... ’

 

언젠가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실제로 이런 이야기를 듣자 힘이 빠진다.

 

이제 나도 끝난 건가.”

 

인기 작가라는 타이틀도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그렇게 잊혀 새로운 인기 작가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것은 영원히 순환되고 나는 그 순환의 하나일 뿐.

 

새벽 6. 내가 주로 글을 쓰는 시간이자 보통의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출근을 위해 일어나 준비하는 시간.

 

 

 

 

 

나는 글쓰기를 그만두었다.

 

 

 

-------------------------

 


  집안에 있자니 지금까지 써온 글들과 그것을 위해 공부해왔던 책이 쌓여있는 서재가 자꾸 눈에 밟혀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일단 나오긴 했는데..

 

역시 이 시간에 문을 연 가게는 없으려나.”

 

  새벽 630. 초여름이 시작되는 6월이지만 시간이 시간인지라 쌀쌀하다. 이른 시간의 거리는 너무나도 조용해서 마치 나 혼자 이곳을 전세 낸 기분이었다.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지만 우선은 차나 한잔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그렇게 목적 없이 잠시라도 쉴 장소를 찾아 유유히 걷다 걸음을 멈췄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자 이름 아침에도 불구하고 한 가게가 문을 열고 앞에 메뉴판을 옮겨놓고 있었다. 옮기고 있는 사람은 나랑 연배가 비슷해 보이는 40대 남성이었는데 굉장히 차분한 얼굴을 하고 단정한 복장이었다.

 

'Reborn.'

 

이 가게의 이름이었다. 지금의 나에겐 이 가게의 이름은 상당히 아니꼽게 보였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문을 연 가게가 없어 일단 들어가기로 했다. 들어가 보니 이제 막 오픈한 가게에는 새벽공기만이 손님인양 찾아들고 있었다. 내부를 둘러보다가 책이 잔뜩 쌓여있는 책장을 발견했다.

 

북카페였던가 여기..

 

  안 그래도 책이 보기 싫어 나왔는데 여기서도 보게 되니 질긴 인연이라는 걸 다시금 느꼈다. 그러다 너무 오래 서서 둘러보는 것도 실례인거 같아 책장에서 제일 멀리 있는 곳에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 생각할 것이 없어지니 아까의 전화내용이 자꾸만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결국 커피가 나올 때쯤엔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으며 뒤흔들고 있었지만, 주인은 차분하게 웃으며 커피를 건넸다.


....


무료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글을 쓰지 않아도 되고 다음내용을 어찌할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차기작이나 마감에 시달일 일도 없고 휴대폰을 꺼놓을 필요 또한 없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글 쓰는 게 재밌었어?’

 

  작가로 데뷔하고 나서는 마냥 신났었다. 다들 재미있게 봐주길 바랐고, 쓰는 것이 즐거웠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도 내 글을 좋아해주고 이름이 퍼져나가고, 다음 작품 계약을 하자는 출판사들의 제의를 받았을 땐 너무나도 행복했다.

 

  언제부터였을까. 글쓰기가 재미없어졌던 것은. 즐거웠고 행복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글 쓰는 것에 모든 것을 바친 20대 청년은 이제 온대간데 없고 이른 시간 아무도 없는 카페에서 조용히 커피나 마시고 있는 40대 중반 아저씨로 변했다. 앞으로 난 무엇을 해야 할지부터 모든 것이 캄캄했다.

 

  그때 짤랑 하고 방울 소리가 들리며 카페 문이 열렸다. 고등학생이었다. 가방을 난폭하게 들어 올려 책장 근처 테이블에 올리고선 단정하지 못한 자세로 의자에 앉았다. 얼굴엔 상처가 있는지 반창고 두어 개가 붙어있었고, 교복 또한 단정하게 입지 않았다.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자 740. 한창 학생들이 등교할 시간이었다.

 

땡땡이인가.

 

  한창 좋을 때고만. 하고 쳐다보고 있자 그 학생은 테이블에 있던 가방을 열고 뭔가를 꺼냈다. 두꺼운 공책과 연필이었다. 나름 불량학생이라고 생각한 나의 고정관념을 깨주는 장면이었다.

 

  녀석은 공책을 펴더니 열중하며 펜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카페주인은 주문하지도 않은 오렌지 주스를 녀석에게 내왔다. 그러나 녀석은 주인의 움직임에 일절 반응 하지 않고 무언가를 쓰는 데에만 집중했다.

  

  사람도 없고 나도 심심했기에 책을 가지러 가는 척 하며 일어나 책장으로 향했다. 그리곤 녀석 앞을 지날 때 고개를 내려 빠르게 무엇을 쓰는지 보았다.

 


꺄항! 팬티 벗기면 안돼에에에~~~!! 흐아앙~!!

 

....

 

  야설인가. 맥이 쭉 빠져버린다


  들키지 않게 녀석을 지나 책장에서 아무거나 적당히 골라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나저나 저 대사는 뭐야. 한심하단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보고 있자 녀석이 고갤 들곤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면서 펜을 입에 물며 고민한다던가,다양한 얼굴을 보였다. 한 가지 확실한건 모든 표정에서는 하나같이 즐겁다는 느낌을 준다는 거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시간은 830분을 넘어 이미 등교시간을 지나버렸지만, 녀석은 계속해서 펜을 놓지 않았다. 학교도 안가는 거냐. 이 녀석. 어른으로써 한마디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웬걸. 녀석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주섬주섬 가방을 정리했다. 그리곤 나에게 걸어왔다.

 

아저씨. 할 일 없어?”

 

대뜸 당돌하게 물어보는 말에는 뭔가 불만이 가득해보였다. 설마 아까부터 보고 있는 걸 들킨 건가.

 

, 아니. 할 일이 없는 건 아니고 글을... .”

 

맞았다. 난 지금 할 일이 없었다. 이제 내가 써야할 글은 없으니까.

 

그래서 바쁘단거야?”

아니, 안 바쁜데 무슨 일이냐.”

 

내 대답이 맘에 들었는지 녀석은 손에 쥐고 있던 가방을 들어 올려 공책을 꺼내 내게 보여주었다.

 

이건?”

아저씨 소설가지? 저번에 엄마가 읽던 책 앞에 사진이 붙어있는걸 봤어. 이름은 모르겠지만.”

 

재수 없는 꼬마였다. 최소한 이름이라도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읽고 감상을 들려줬으면 해.”

 

하고 녀석이 말했다. 공책을 받아보니 오랫동안 사용했는지 겉면이 다 뜯어지고 상태가 매우 불량했다. 하지만 읽는 덴 지장이 없으니 페이지를 넘겨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

....

....

 

 

뭐냐 이 이야기는. 학교 입학식 날 늦어서 입에 빵을 물고 뛰어가다가 골목길에서 여성과 부딪치는데 실수로 넘어져서는 팬티에 손이 걸려 벗겨 내려가고 여성은 소리를 빽 지르며 도망쳐서 결국 지각을 하게 된 주인공이 다시 교실에서 여성을 만나 의식하게 되는 이 이야기는 대체 뭐지.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였지만 하나 느껴지는 건, 진짜 재밌게 썼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재밌네.”

그렇지?”

 

하고 자랑스럽다는 듯 코를 비벼대는 녀석은 이 글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애정...인가.

 

글쓰는 게 재밌냐?”

 

하고, 실없이 물어보았다. 그러자 녀석은 코로 한번 크게 숨을 쉬더니 말했다.

 

당연하잖아! 아저씨는 재미없어?”

나는.. 재밌었어.

 

조금 뜸을 들여 대답했다. 아직까지 내가 글을 더 이상 쓰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기 싫었다. 하지만, 결국 이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게 생각할 무렵 녀석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럼 됐잖아.”

 

내가 들고 있던 공책을 다시 받아 가방에 넣은 녀석은 이내 포부를 밝히듯 나에게 말했다.

 

. 작가가 될 거야. 글 쓰는 게 진짜 진짜 재밌으니까!

 

 

-----------------------------

 


눈을 떠보니 새벽 530. 내가 글 쓸 준비를 하는 시간에 맞춰 울린 알람소리가 내 귀를 간질였다.

 

꿈인가.

 

유쾌하지 못한 꿈을 꿔서인지 찌뿌듯한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가 물을 한잔 마신 후 탁자에 앉아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멀뚱멀뚱하게 휴대폰을 바라보면서 꾸었던 꿈을 되새김질 하듯 머릿속을 정리했다.

 

 

 

 

나는.

 

 

아직.

 

 

.

 

 

쓰고 싶다.

 

 

이야기를 더 쓰고 싶다.

 

 

사람들이 웃을 수 있게,

울 수 있게,

화낼 수 있게,

고민할 수 있게,

즐거울 수 있게,

아파할 수 있게,

공감할 수 있게.

 

글을 쓰고 싶다.

 

.....나도, 어린애 구만.

 

뻐근했던 어깨를 주무르며 컴퓨터로 향했다. 전원을 키며 이번 이야기는 어떻게 써 내려갈지 생각해 봤다.

 

 

새벽 6. 내가 주로 글을 쓰는 시간이자 보통의 부지런한 사람이라면 출근을 위해 일어나 준비하는 시간.

 

 

 

 

나는 글쓰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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