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마이페이지
 
Q&A
[공지] 노블엔진 홈페이지가 …
[꿈꾸는 전기양과 철혈의 과…
《노블엔진 2017년 4월 2차 …
[리제로 10 + 리제로피디아] …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
 
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단편제 95회차/3] 먼지 먹은 날
글쓴이: 휴먼토치
작성일: 14-05-03 09:17 조회: 1,362 추천: 0 비추천: 0

<먼지 먹은 날>


건물의 구석에서 곰 인형을 주웠다.

곰 인형이네.

그녀가 팔을 휘두르자, 곰인형이 확 날아온다. 손으로 받았다. 푸근한 촉감.

오. 베어그립스.

곰을 쥔다고. 베어 그립스냐.

개미 셔벗을 즐길 법한 아저씨 이름이 희롱당한 기분이잖아. 대체.

그녀가 다시 곰 인형을 빼앗아 간다. 대답할 생각이 없구나.

베어 백.

곰가죽으로 만든 가방을 정식 판매하는 브랜드는 없거든요?

있는 걸?

어디 지리산 자락에?

아아, 지리산 자락에 백을 보러 가자며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려 하다니. 기분 나빠.

사람에 대한 실례는 초등학교 졸업하면서 사물함에 두고 왔구나.

내가 심지어 초등학교까지 다닌 게 그렇게 부러웠어?

곰 인형을 살짝 흔든다. 곰인형이 비아냥거리고 있다.

멋대로 학력미달 컴플렉스 인간으로 만들지 마.

뻔뻔한 남자. 불도저로 얼굴을 밀어주고 싶은 걸.

얼굴이 빤빤해지고 말아.

얼굴만 빤빤해지고 목숨은 붙어 있으려고?

그럼 뻔뻔한 얼굴이라는 이유로 죽으라고?

살아있지만 않으면 만족할래.

다른 점이 전혀 없잖아.

그녀가 한심한 눈빛을 보낸다.

역시 아는 게 없는 남자는 답답하네. 여자가 삐치면 왜 삐쳤는지 말해줘야 할 것 같잖아.

삐친 게 전부 남자 실수야?

삐친 게 그럼 여자 실수야?

왜 삐쳤는지 말을 해줘야지.

안 돼, 그럼 남자가 잘 못한 느낌이 살지 않아.

남자는 무슨 잘 못인데?

오늘 같은 경우엔 데이트 장소를 잘 못 고른 죄.

지금 데이트 중이었어?

그럼? 아니야?

그녀가 깜짝 놀라는 얼굴을 하며, 곰 인형을 귀엽게 흔들어 보인다.

지난번에 같이 야경이나 보러가자고 한 건 거절했잖아.

공식적인 신청이 아니었으니까.

개인적인 데이트 신청도 상부 명령서 양식으로 작성해야 되냐.

여자에게 명령하려는 거야? 그런 남자는 엄마가 거절하라고 했어. 가부장적이라고.

그냥 데이트 신청 받는 게 싫다고 거절을 하시지.

돌려 말하는 게 여자아이야.

손가락으로 그녀의 장비를 지적한다.

여자아이란 말이 자동 소총을 걸고 허리에 대검을 찬 근육질 여자를 지칭한 거야?

그녀가 말을 따라한다.

자동 소총을 맞고 허리에 대검을 꽂고 싶은 남자가 되고 싶은 모양이네.

총구는 거둬 줘.

왜 소원을 이뤄준다는데.

총구멍을 갖고 싶어요, 라는 걸 빈 적은 단연코 없음이야.

두통에서 해방시켜줄게.

내 머리를 네 욕망대로 만들면 앞으로 일 더하기 일도 못하게 돼.

어차피 못하는 건 지금이랑 같잖아.

같잖다, 는 말미를 강조했어?

불만 있으며 총구를 머리에 겨눠주지.

그거 내려주지 않을래? 방아쇠에서 손가락도 빼고 말이야.

아아. 그러기엔 늦었네. 네가 나를 기쁘게 해주려고 파티에 친구들을 초대해버렸으니.

주변 분위기가 이상하다.

청각으로 창밖의 이질감이 똑똑히 전해진다.

문이 없는 창의 좌우로 몸을 숨긴다. 밖에서 여러 대의 자동차 소리가 들린다. 둘이 동시에 긴장한다. 상정 외 상황이지만 대응은 신속하다.

하던 대로. 평소대로.

외부확인.

그녀의 수신호에 나와 그녀가 동시에 창의 구석으로 외부를 파악한다. 하나, 둘, 셋. 외부 상황을 확인하고 머리를 숨긴다.

승합차 두 대, 자동소총 8명 기관단총 2명. 리더는 기관단총 2명. 5인 1개조.

전부 남자, 전문적인 인원들이야. 귀에 미니마이크, 상의 속에 방탄조끼.

서로 맡은 정보를 파악해 교환한다.

그녀가 묻는다.

친구하자고 온 건 아니겠지?

선물로 주려고 총알을 잔뜩 챙겨왔네. 전부 네거 해.

건물 안으로 숨죽인 발소리가 난입한다.

그녀가 수신호를 보낸다.

인터벌 공격. 포메이션 E. 내가 창 쪽 네가 아래층.

그녀가 창 측을 맡는다. 재빨리 움직여 아래층에서 적들이 올라오는 복도에 위치한다. 아까 미리 봐둔 자리다. 바닥에 바싹 엎드려 나선형 계단 아래를 살핀다. 다섯 명의 무장인원이 사주경계하며 계단을 올라오고 있다.

수류탄을 뽑아 손에 쥔다.

그녀를 돌아보며 신호한다.

3초 후.

그녀가 벽에 등을 대고 창밖을 경계한 상태로, 자신의 수류탄을 뽑아 쥔다.

3, 2, 1. 지금!

그녀가 먼저 창 밖에 수류탄을 힘껏 던졌다.

속으로 둘을 센다. 하나, 둘, 지금.

인터벌을 두고 내가 나선형의 계단 아래로 손에 든 것을 놓았다.

귀 멎음.

공기가 일거에 압축됐다 풀려난 가압에 잠시 소리의 세상이 단절되다. 건물이 소란스러워 지며 바닥과 천장에서 먼지가 피어오른다 싶더니, 연달아 폭발하는 소리가 난다. 쾅, 그리고 콰앙.

나선계단 아래서 끔찍한 비명이 울린다. 녀석의 비명을 신호로 바닥을 차고 일어난다. 권총을 뽑아 계단 아래에 제대로 서 있는 녀석들을 겨눈다. 아래의 녀석들 머리가 잘 드러난다. 탕, 타앙. 두 녀석이 핏줄기와 함께 쓰러진다.

그녀가 있는 창문에서는 총알이 쏟아져 들어와 반대편 벽에 부스러기를 일으킨다.

탄창!

허리에 찬 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녀의 예비탄창을 꺼내 던진다. 그녀가 받아든다.

나선계단 아래서 총알이 위로 치솟는다. 건물이 총소리로 가득 찬다.

내가 수신호를 보내 계단 아래에 두 명이 남았다는 것을 알린다.

이쪽은, 5명.

그녀가 응신 한다. 창가에서 빗발치는 총알에 그녀가 대응하지 못하고 내 쪽으로 온다.

아래쪽 제압 가능성은?

둘이라면 쉬워.

여전히 방의 창문으로는 총알의 비가 쏟아지고 있다.

아래를 제압하고 1층에서 대응하자. 그녀가 상황을 판단한다.

그녀가 수류탄을 가슴에서 떼어 아래로 투척할 준비를 한다. 나가 전위를 맡아 내선계단을 뛰어 내려갈 준비를 한다.

그녀가 아래로 수류탄을 던진다.

그것을 신호로 수류탄이 폭발하며 쏟아낼 파편에 맞지 않도록 몸을 최대한 납작하게 바닥에 붙여 이동한다. 뒤로 그녀가 쫓아온다.

쾅.

건물 전체에 다시 먼지가 피어오른다. 나선 계단 아래에서 먼지가 가득 일어난다. 다시 비명이 울린다. 멈추지 않고 먼지를 뚫고 들어가 적으로 보이는 검은 덩어리를 향해 총을 발사한다. 덩어리가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진다.

바닥에 붉은 인체의 잔해들이 널려있다.

건물의 내부는 속속들이 파악해 둔 상태. 1층의 입구의 우측에 부엌이 있어, 전방과 정문으로 들어오는 적을 견제할 수 있다.

계란의 끝은 정문에서 훤히 보인다. 적들이 이쪽을 보고 총을 난사할 것이다.

걸어 내려간다는 건 자살행위. 마지막 계단에서 고양이처럼 몸을 날려 바닥으로 추락한다. 어깨의 충격을 바닥을 구르며 해소한다. 벽에 바싹 붙는다. 예상처럼 총알이 정문으로 쏟아지지만 맞지는 않았다. 아직 그녀는 계단의 위. 내가 수신호 한다.

적들을 유인할게.

권총의 탄창을 갈아 끼우고 활짝 열린 문 밖으로 총구만 내밀어 대응 사격한다. 일제히 적들의 사격이 정문으로 집중되며 시멘트 파편이 잔뜩 일어난다.

그 타이밍을 노려 부엌의 창가로 몸을 노출하며 뛴다.

정문에 집중된 총알이 부엌 창문을 따라온다. 달리는 중에도 각종 파편이 튀고, 부엌의 세간이 박살난다. 창을 통화해 벽에 숨는다. 나에게 사격이 집중된 동안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와 몸을 숨기고 있다.

적들이 난사하는 총소리가 귀를 어지럽힌다. 부엌의 가재도구와 환풍기, 가스레인지, 싱크대에 구멍이 늘어간다.

그녀가 수신호를 보낸다.

교차사격. 우측부터.

나는 창으로, 그녀는 정문에서 우측 끝에 있는 한 녀석을 노린다. 탕탕. 적이 자동차로 엄폐한다. 그녀가 작전을 수정한다. 자신의 가슴에 달린 수류탄을 가리키더니 굴리는 시늉을 한다. 이어 쾅 하는 모습과 함께 손바닥을 뒤집고는 나를 지목한다.

자동차까지 굴릴 수 있냐고 묻고 있다.

OK.

땅바닥으로 그녀가 수류탄을 보낸다.

그걸 받아, 안전핀을 뽑고 투척 준비를 한다. 평소대로. 평소대로.

그녀가 대응사격을 함과 동시에 정신을 열어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창문으로 승합차의 모습이 나타나고 동체 아래를 향해 힘껏 수류탄을 던진다. 수류탄이 차의 아래로 빨려들어 간다.

적들이 전부 놀라 차에서 떨어져 도망친다. 적들이 몸을 드러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사격을 한다. 탕탕. 그녀의 총구가 불을 뿜자 두 녀석이 쓰러진다.

묵언의 압력. 수류탄이 터진다. 쿠앙.

자동차의 파편이 날리는 지 여기저기에 금속덩어리가 튀는 소리가 난다.

남은 녀석은 셋.

그녀가 신호한다.

밖으로.

OK.

몇 번의 뜀박질과 총성이 마당을 뛰놀고 이윽고 침묵이 찾아왔다. 남은 세 녀석을 정리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둘 이서 셋을 상대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상황이 정리하자, 그녀가 다가왔다.

빨리 정리해.

뭘.

그녀가 손가락으로 바닥에 널브러진 녀석들을 가리킨다.

상조회라도 부르면 될까?

염산을….

연쇄살인마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는 그만보라고 했지.

꺄아.

그녀가 겁먹은 듯이 허리춤에서 곰 인형을 가져와 꽈악 안는다. 멜빵끈을 건 총이 흔들거린다. 내가 물었다.

그나저나 이 녀석들 누가 보낸 거야.

쿨이 총기 무장하라고 할 때 이상하다 싶었어.

그래. 전부 쿨이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겠지?

내가 탄창를 교환하자 그녀가 또 겁먹은 시늉을 한다.

어머, 왜 무섭게 탄장을 갈아 끼우는 거야.

곰 인형이 그녀의 손에 들려 눈앞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다.

정신 사나우니까 그것 좀 치워줘. 쿨에게 이용당한 기분이야. 마음 상했어.

역시 그렇지?

그녀가 곰 인형을 든 손으로 허리를 짚는다.

쿨이 무지하게 보고 싶어지네. 갑자기.

그렇죠? 쿨이 무지하게 보고 싶었지요?

쿨이 우리 두 사람을 보자마자 방정을 떤다. 오두방정을 떨고 있다.

도착한 쿨의 집무실. 발로 문을 걷어차니 쿨이 대뜸 튀어나왔다.

쿨, 많이 기다렸지?

곰 인형이 권총을 들어 쿨의 안대에 들이민다. 그녀가 한 손에 곰 인형을, 다른 손에 권총을 쥐고 있다.

여. 꽤나 기다렸겠지. 병원에서 사망한 남여 시신을 확인하라고 먼저 연락이 오는지. 멀쩡한 남여가 먼저 나타나는지.

에? 그럴 리가요. 노심초사,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구요.

먼저 저승에 가서도 우리를 기다려주길 바라. 쿨.

우선 총을 든 곰 인형을 말렸다.

잠깐만. 쿨? 시원하게 털어놔 봐. 현장에 총알 세례를 퍼부으러 온 녀석들은 누구지?

쿨이 뻔뻔하게 대답한다.

모르는 일인데요?

어머, 기억을 꺼내줄게.

그녀가 총구를 들어 쿨의 머리에 댄다. 쿨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한 얼굴을 보인다.

끄응. 뭐, 좋아요. 곰 인형도 가져왔겠다. 사실은 대단한 일도 아니구요.

쿨이 손을 내민다. 잠시 고민하다 그녀가 쿨에게 곰 인형을 넘긴다.

집무실의 책상으로 이동한 쿨이 책상에서 칼을 꺼내 곰 인형을 푹 찌른다. 터진 자국으로 솜이 나온다.

자. 어디 볼까요. 음. 이건가. 아, 이거다!

쿨이 곰 인형의 뱃속을 뒤지고 있다. 초등학생이 해부 실험하는 것 같다. 무언가를 꺼낸 뒤 만족스럽게 웃는다.

스크린 온. 메인시스템 링크. 아이디 쿨링샴푸. 패스워드 홍채인식.

집무실 벽면에 홀로그램 화면이 영사된다. 메인시스템에 접속하는 화면이 뜨고 쿨이 집무실 책상에 있는 동공인식장치에 눈을 댄다.

접속합니다.

마지막 작업 내용 로드해줘.

로드합니다.

건조한 컴퓨터의 음성이 집무실의 스피커에서 나온다.

화면에 접속 코드를 입력하라는 문구와 아래 입력란을 나타낸다.

쿨이 곰 인형의 뱃속에서 꺼낸 꾸깃한 종이를 펼쳐 더듬더듬 읽는다.

<모든 것은 새의 알이 깨어나면서 시작되었다.>

인증되었습니다.

아프락삭스 기동합니다.

갑자기 저택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낮은 진동이 점차 큰 진폭으로 변해간다.

뭐, 뭐야? 무슨 짓이야 쿨?

안대를 하지 않은 쿨의 반대편 눈이 나와 그녀를 쏘아보고 있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고용된 주제에 너무 쓸데없이 힘이 들어갔어요. 두 사람. 하, 쿨은 피곤해요.

잔금을 치르기 싫어서 사람을 보낸 건가?

에? 그럼 그 녀석들도 돈을 줘야 되잖아요. 바보.

이유가 뭐지?

권총을 꺼내 쿨을 겨눈다. 안정장치를 풀었다.

진동으로 인해 빗맞을 가능성이 크다. 하단 부를 조준한다.

용병계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전설의 콤비! 일당백이라 불리는 능력을 직접 보고 싶었어요.

쿨이 양손을 펼쳐 보인다.

그래서 사람을 보낸 건가? 용돈이 많이 부족했나봐 백 명은 커녕 10명밖에 안 왔는걸.

그들은 의뢰의 절반이죠.

쿨이 쿡쿡하고 기분 나쁘게 웃는다.

그녀가 쿨에게 한 발짝 다가간다.

곰 인형을 가져와 달라는 것도 결국 장난이었던 거니?

분위기 연출용이었죠. 시가지 한복판에서는 총격전을 벌일 수 없잖아요? 그래서 조용한 곳에 무대를 만들어 놓았죠. 꽤 즐거운 시간이었나요?

물론이지. 고마움을 어떻게 전할까 고민 끝에 이렇게 탄창도 갈아올 정도니까.

쿨, 대체 이유가 뭐야?

진동이 거세지자 쿨의 등 뒤에 있는 집무실의 창문이 덜컹거리다 밖으로 환히 열렸다.

이유? 말했잖아요. 능력을 보고 싶었다고. 대인 전투의 최강자라 불리는 콤비의 능력이요.

건물의 진동은 조금 약해지지만 어쩐지 창밖이 소란스럽다. 추진체가 상승하는 소리가 들린다. 바람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자 집무실의 책상이 어지럽게 서류를 날린다. 쿨의 트윈 테일이 바람에 너울거린다.

두 사람이 과연 그것에 이길 수 있을까요.

바람이 상쾌한지 표정이 좋다. 쿨이 턱 끝을 살짝 든다.

이번에 저희 회사에서 새로운 상품을 개발했죠. 데미안이라고.

그녀가 데미안이라는 이름을 지적한다.

남의 저작물을 함부로 손대면 혼난다고 쿨.

그때 창문으로 은색금속물체가 타나난다. 천천히 떠오르고 있다. 창문으로 일부밖에 보이지 않는다. 금속 물체에서 굉장한 바람과 소음이 발생한다. 공기의 압력에 귀가 먹먹하다.

쿨이 크게 외친다.

자, 마지막 의뢰에요. 전투용강화수트 데미안의 성능 테스트를 부탁해요.

쿨이 창문에 다가가 창틀로 올라간다. 프릴달린 치마가 살짝 들린다. 읏차.

창가에 선 마지막 그녀의 말.

그럼. 화이팅.

쿨이 수트 안으로 뛰어들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트가 그녀를 집어 삼킨다.

타타탕.

땅울림으로 총알은 금속 수트에 맞아 스파크만 일으킨다.

창문으로 거대한 회전식 총열이 머리를 들이 민다. 섬광이 연사된다.

피해!!!

굉음이 연달아 터지며 집무실을 총구멍이 좀먹어 들어간다.

수트의 스피커음성으로 깔깔깔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집무실의 입구가 있었던 벽이 구멍으로 거의 허물어졌다.

총열이 들어온 창문의 좌우 아래에 그녀와 내가 바싹 붙어있다. 우선 적의 시선에서 은폐한 상태.

그녀가 수신호를 보낸다. 게임오버 사인이다.

무리. 가용수단 전무.

내가 물었다.

후퇴?

후퇴.

상황을 보려는지 총열이 창문을 빠져나간다. 슬쩍 고개를 들어 창문 밖을 살핀다.

벽을 향해 총열이 회전하기 시작한다.

피해!

개구리처럼 튀어 오르자 앉아있던 자리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린다. 숨는 것은 어렵다.

같은 생각인지 그녀가 땅을 박찬다. 뒤를 따라 이미 무너진 벽을 향해 뛴다. 총소리가 등을 노리고 있다.

바로 저택의 복도로 꺾어 몸을 숨긴다.

저 녀석 비행할 수 있어서 자동차를 타고 도망치긴 어려워.

그녀가 입술을 깨문다. 작전을 생각할 때 습관.

다음부터 대장한테 대기업의뢰는 받지 않는다고 할래.

그녀가 앓는 소리를 한다.

수트의 비행소리가 멀어진다.

정문이나 천장으로 들어 올 거야. 우선 좁은 방에 들어가는 건 위험해. 또 밖의 정원은 탁 트여 있어서 불리. 지금 가용한 무기는?

내가 가지고 있는 권총을 들어 보인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자동소총은 차에 두고 왔고. 각각 권총 한 정에 탄약 25발. 그리고 연막탄 하나네.

수트 장갑이 50mm가 넘는 것 같아. 중화기나 로켓포가 필요해.

그런 건 처음부터 챙겨오지도 않았는걸.

까득. 그녀가 손톱을 깨문다. 상황에 대한 것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푼다. 가장 현실적인 해답을 찾는다.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감 잡았어.

방법은? 그녀가 귀에 해결방안을 속닥거린다. 그녀가 재차 묻는다.

이해했어?

응. 미끼가 되서 죽으라고.

난 가슴이 커서 너보다 조금 동작이 느리잖아. 드디어 쓸모가 있어질 시간이야. 축하해.

유언장은 언제 쓰면 돼?

총성과 함께 1층의 커다란 정문이 날아가 버린다. 은빛 수트가 총구를 들고 건물로 들어온다.

그녀가 등을 친다. 지금!

내가 먼저 반대편 복도의 끝으로 달린다. 그녀는 나와 반대 방향, 즉 집무실 방향으로 이동한다.

소용없어요!

먼저 움직인 나에게 반응해 수트의 총열이 불을 뿜는다. 아래층에서 쏜 총알이 2층의 난간과 천정에서 건물잔해를 생산한다. 머리 위로 잔뜩 먼지가 떨어진다.

반투명한 수트의 중앙 창에 권총을 쏘았으나 전혀 먹히지 않는다.

수트의 등에서 불을 뿜고 치솟는다. 건물이 공기의 흔들림으로 진동한다. 수트가 직접 2층의 복도로 돌진한다.

젠장.

달리던 방향을 돌려 뒤로 바닥을 구른다.

수트가 복도를 파괴하고 눈에 나타났다. 가까이에서 수트의 창으로 쿨의 얼굴이 보인다. 안대를 낀 얼굴이 신나게 웃고 있다.

그럼 빠이빠이. 전설은 책에서 만나요.

총열이 이쪽을 향하는 순간, 연막탄을 수트의 창에 던진다. 퍽, 하고 창의 시야를 가리며 붉은 연기가 뭉개뭉개 피어오른다. 냅다 도망치기 시작한다.

반대방향, 나도 그녀가 향한 집무실 방향으로 뛴다.

비행 중에 시야가 가린 탓에 수트가 균형을 잡지 못하고 총을 난사한다. 건물의 곳곳에서 피탄 자국이 생긴다.

소형 연막탄의 지속시간은 20초. 전력으로 집무실을 향해 달린다.

집무실은 한쪽 벽이 완전히 부서져 밖이 드러나 보인다. 창으로 달려가 밑을 내려다본다.

아까 도착한 그녀를 확인한다.

그녀가 아까 작전을 세우면서 했던 말.

수트가 땅 속에서 나왔다면 그 수트를 보관한 지하시설이 있겠지. 거기에 수트의 여러 가지 무기들이 있을 거야. 그걸 이용하자.

정말 그녀의 앞에 지하로 통하는 통로가 나타나있다.

그녀가 손짓으로 나를 부른다.

뛰어!

2층의 창문. 그냥 뛴다면 어딘가 부러진다.

몸을 돌려 손으로 창틀을 잡는다. 최대한 전신을 바닥으로 향하고 몸을 아래로 늘어트린다. 그리고 손을 놓았다.

중력에 딸려가며 몸의 내장이 들뜬다.

간지러운 기분과 의지할 곳 없는 공허감이 엄습한다.

땅에 떨어진다 싶었을 때 등 뒤로 강한 충격과 무게감이 전신을 밀쳐낸다. 등 뒤의 물체와 정면의 벽에 샌드위치처럼 낀다. 그녀가 등 뒤에서 부딪쳐왔다.

몸이 햄버거 페티 취급을 받고, 나는 그녀와 바닥을 가볍게 굴렀다.

그녀의 돌진으로, 벽에 밀쳐지며 추락하던 힘이 벡터작용으로 감소했다.

어때? 지하시설에 내려갈 수 있겠어?

여기도 2층 높이만큼 깊어. 혼자서는 어려워.

좋아. 먼저 내려줘. 수트가 회복하기 전에 내려가자.

그녀가 바닥에 엎드려 손을 내민다. 그 손을 잡고 내가 먼저 구멍 아래로 몸을 늘어트린다. 그녀의 힘이 빠지기 전에 최대한 몸을 아래로 내린다.

셋! 그녀가 가볍게 손을 놓고 몸을 둥글게 해 바닥을 구른다.

자 이제 네 차례야.

그녀는 방금 내가 창문에 매달린 방법으로 몸을 늘어뜨렸다가 몸을 떨어트린다.

가볍게 뛰어올라 그녀를 안듯이 받치고 등으로 떨어졌다.

큭.

어라, 마치 내가 무거운 여자처럼 묘사되잖아.

그녀가 몸을 일으키며 주변을 살핀다.

지하시설에는 이상한 기계들과 수트의 것으로 보이는 부위 파츠, 컴퓨터, 측정기 들이 늘어서 있다. 한 구석에 거대한 라이플을 보고 그녀가 다가간다.

오호라. 이거 중기관총이네. 탄약도 제대로 있고.

거치대가 없네.

수트에 결합하려고 개조 했을 거야.

나쁜 선택이었네. 총열을 교환하기가 이렇게 불편한 걸. 어때, 사용할 수 있겠어?

응. 거치대만 없다 뿐이야.

반동이 문제구나.

고정되지 않아서는 조준도 어려워.

맡겨둬.

방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수트는 한참 지나서 우리가 지하로 이동했다는 걸 눈치 챘다. 결정적인 것은 우리가 권총을 쏘아 알려준 것이나 나름 없지만.

수트가 지하로 쿵 소리를 내며 난입했다.

어라? 여기로 와도 소용이 없죠. 수트는 원격조정이 아니라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거든요. 꽤 머리를 쓰려고 했군요. 답지 않게. 이렇게 방을 어지럽히면 어떻게 해요. 나중에 치우기 곤란하잖아요.

쿡쿡쿡.

빠져나갈 곳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지 여유를 부린다.

아. 그래. 웃어봐라.

힘껏 전선을 쥔 손에 힘을 준다.

사격 개시!

그녀가 방아쇠를 당겼다.

드르르르르.

중기관총의 거치대로 방의 컴퓨터와, 책상과, 무거운 장비와, 각종 수단을 동원했다. 바닥에 빽빽하게 깔아놓은 것들 위로 중기관총을 고정한다. 탄을 발사함과 동시에 총구가 흔들리지 않도록, 각종 장비의 전선을 잔뜩 뽑아와 총열을 감아 고정한다.

그 두 가지의 방법이 유효했다.

수트의 파손이 생기며 뒤로 밀려난다. 스파크가 무수히 발생한다. 수트가 무의미하게 허공에 총을 쏘지만 이미 심각한 손상을 입은 이후다.

벽까지 밀려난 수트에 움직임이 없다.

그녀가 사격을 멈춘다. 후끈하게 공기가 달아올랐다.

집중적인 사격을 받은 수트 부위가 처참하게 깨지고 일그러졌다. 중앙 창에는 안드로이드의 것으로 보이는 푸른 체액이 잔뜩 튀어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드디어 끝났다.

지하를 빠져나와 건물을 뒤져 돈이 될 만한 것을 전부 챙겼다. 의뢰를 마쳤으나 돈을 줄 사람이 사라져 버렸으니 당연한 행동이다.

이제 돌아갈 시간.

대장한테 말해. 이제 대기업 수주는 받지 않는다고.

무능한 남자는 인기가 없어.

무능이고 무령왕릉이고 이게 뭐야. 먼지만 잔뜩 마셨잖아.

솔직히 상쾌하지?

뭐. 조금.

웃지 마. 기분 나빠.

질질 짜는 남자가 모는 차를 타고 싶구나.

그랬다간 질질 싸게 만들어주지.

데이트 받아 줄 거야?

싫어.

참나. 밥이나 먹으러가자.

먼지를 먹은 날은?

동시에 크게 외친다.

삼겹살!

삼겹살!

-끝

-------

처음참가해봅니다. 좋은 말씀 많이 부탁드려요!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휴문의 이용약관 개인정보보호정책
주소 :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132 (청천동) TEL : 032-505-2973 FAX : 032-505-2982 email : novelengine@naver.com
 
Copyright 2011 NOVEL ENGIN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