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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단편제 94회차/1] 지금 만나러 갑니다.
글쓴이: 카루마
작성일: 14-04-26 19:41 조회: 1,109 추천: 0 비추천: 0

상큼한 풀내음이 섞인 바람이 불어와 나뭇잎이 소란스럽게 흔들거렸다. 아직 여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법 강렬한 햇빛 때문에 생긴 나무 아래 그녀와 나는 서 있었다. 밀짚모자 아래로 길게 늘어뜨린 그녀의 연갈색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바람에 흩날린다. 한 손으로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붙잡은 그녀는 남은 손을 수줍은 듯 나에게 뻗었다.

저랑 같이 벚꽃놀이 가시지 않겠어요?’

햇빛에 반사되어 번들거리는 그녀의 자그마한 입술의 형태가 내게 그렇게 말해왔다.

!! 그럼요! 가고말고요!”

옆에서 누가 보았다면 마치 저 사람 정신병자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만들법한 행동을 하면서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나도 모르게 누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눈을 떠 버렸다. 마치 만화의 한 장면처럼. 정말 갑작스레 일어났기 때문일까, 복부와 머리가 조금씩 아파오는 게 느껴졌다.

아우.. 젠장. 지금 몇 시야?”

점점 느껴지는 두통에 안 그래도 얼마 없는 머리 숱을 움켜잡으며 침대 옆에 놓아두었을 터인 휴대폰을 찾는다. 몇 번이고 헛손질을 하고 나서야 차갑게 식은 금속의 감촉이 손에 들어왔다. 어디보자.. 현재시각 11 30

? 11 30?!”

아무도 들을 리가 없음에도 그만 비명을 내질러 버렸다.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정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몸은 침대에서 움직이지 않았지만, 뒤룩뒤룩 급하게 구르기 시작한 두 눈은 근처에 놓아 두었을 달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다가 깨거나 몸이 아플 경우를 대비해 이것 저것 넣어 두었던 서랍 위의 조그마한 달력에 시선이 멈춘다. 마치 목표물을 발견한 맹수처럼 달력을 발견한 내 몸은 절로 달력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오늘이.. .. 오늘이.. 43일 토요일…. 토요일, 토요일..”

달력을 한 번 휴대폰을 한 번. 정신 없이 바쁘게 굴러가던 눈알은 달력의 4 3일에 표시되어 있는 동그라미 표시를 발견했다. 혜진씨랑 단 둘이 벚꽃놀이 가는 날. 볼펜으로 날짜 밑에 정성스럽게 적어둔 메모에 차갑게 가라앉은 정신이 갑자기 뜨거운 물을 부은 듯 달아올랐다.

! 이런 젠장!”

더 이상 아픈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방을 뛰어 나갔다.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내가 혜진씨와 잡아 두었던 약속을 잊어버리다니! 어제 회식자리에서 적당히 빠져 나왔어야만 했다! 분명 작년에 잡은 약속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변명이 되지 않는다. 내가 혜진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신이 안다면! 방금 전의 꿈이 아니었으면 그나마도 생각나지 않았을 테니 그나마 다행이야. 라고 자기 위안을 해보지만, 이미 까맣게 타버린 심장은 도저히 멈출 생각을 않는다.

세면대 앞에 서서 거울에 비치는 얼굴을 본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하지만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다급함은 그대로 표정에 뛰쳐나와 정말 바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 얼굴을 지워버리듯 찬물을 얼굴에 끼얹어 세수를 시작한다. 꼼꼼하게 비누칠을 하면서도 한 손으로는 칫솔에 치약을 바르며 입에 쑤셔 넣었다. 칫솔질을 시작하면서도 바로 다른 손으로는 얼굴의 비누칠을 지워나갔다. 입안에 비눗물이 섞여 들어왔지만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뱉을 것. 아직 얼굴에 비누칠이 조금 남아있었지만 대충 수건으로 급하게 닦고선 바로 머리를 감았다.

“11 40.. 40.. 가만, 약속시간이 몇 시더라? 12.. 12.. 그래, 12 20!”

세차게 뜨거운 바람을 내뿜는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며 거울 속의 자신에게 자문자답했다. 약속시간까지는 앞으로 약 30. 문제는 약속장소로 만나기로 정해진 공원이었다. 집으로부터는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 공원으로, 지금부터 출발해도 제시간에 맞을지 의문이 드는 거리다.

옷을 갈아입는 시간은 최소한으로. 옷장에 넣어두었던 산 지 얼마 안 된 옷들을 꺼내 갈아입었다. 원체 꾸미지를 않는 성격이지만 오늘만큼은 생일선물로 받아서 넣어두었던 향수를 꺼내 여기저기에 조금씩 뿌렸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자극적인 향수 냄새를 뒤로 하고 다시 세면대 거울 앞에 서서 준비상태를 확인한다. 평소보다는 그래도 조금 잘생긴 것 같기도 한 기분이 들어 씩 웃고 말았다. 이런 멍청한. 시간도 없는데 웃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어!

거칠게 문을 잡아 당겼다. 급한 마음에서인지 문이 잘 열리지 않는다. 아직 채 발이 다 들어가지 않은 신발을 한 손으로 붙잡아 가며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날씨는 무척이나 좋아 보였다.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이 무방비하게 밖으로 뛰쳐나온 내 눈을 공격했다. 가까스로 신발을 신는데 성공한 나는 햇빛에 눈을 찡그리며 자전거를 세워둔 위치로 달려갔다.

냐옹-“

안장 위에 집 근처에서 서식하는 야생 고양이가 앉아서 느긋하게 나를 불렀다. 젠장! 급해 죽겠는데 왜 하필 저기에 앉아 있는 거야! 내가 가까이 다가가도 녀석은 전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내 눈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저리 비켜!”

아무리 기다려도 움직일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에 양손으로 고양이를 잡아 그대로 바닥에 내려 놓았다. 평소에 고양이를 매우 좋아하는 나로선 조금 더 같이 놀아주고 싶었지만 지금 놀아야 할 대상은 고양이가 아니다.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선택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우선 거리가 거리지만, 자동차를 이용해서 가는 길은 오늘 같이 날씨가 좋은 날에는 모두 다른 차들로 꽉꽉 막혀 있을 게 분명하다. 벚꽃놀이를 하려는 건 나와 혜진씨뿐이 아닐 테니까. 그런 만큼 좁은 도로에서도 어느 정도 달릴 수 있는 자전거는 상당히 편리하다.

조금 묵직한 느낌을 주는 페달을 밟자 자전거는 금새 앞으로 빠르게 달려 나갔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자전거를 사서 다행이라고 급하게 페달을 밟아가면서 생각했다.

혜진씨! 조금만 기다려요!!”

그렇게 외치면서 손목시계를 확인한다. 시계는 현재 12 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뒤로 영 좋지 않은 상황이 계속 되었다. 신호등에 막히는 건 물론이고, 건너편에서부터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아이들이 주말소풍이라도 나왔는지 도로를 꽉 차게 걸어오는가 하면, 남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으슥한 지름길도 갑작스런 공사로 인해서 막혀버렸다.

뭐 이 정도야 견디는데 그리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평소보다 200퍼센트 회전하는 머리를 사용해 막힌 길을 없애고 가장 빠른 길만을 찾아서 달리고 있었으니까. 갑자기 혹독한 운동을 시작한 다리만이 비명을 지르며 제발 멈춰달라고 호소해왔지만 그것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런 순간 얼굴에 느껴지는 차가운 무언가가 떨어지는 감촉.

?”

차가운 무언가가 떨어진 볼을 한 손으로 만지며 무심결에 의문을 토해냈다. 그리고 그런 내 질문에 정답이라고 대답하듯 갑작스레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했던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음에도 불구, 주변은 어느새 검은 구름으로 가득 차 지금까지 쌓아두었던 울분을 토하듯 물줄기를 하염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우아아아악!! 이런 제기랄!! 앞이 안보여!!”

쉴새 없이 쏟아지는 물줄기는 쉴새 없이 눈 속으로의 침투를 꿈꾸며 내 시야를 방해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건 무척이나 위험한 행동이라고.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당장이라도 멈추고 싶었다.

그러나, 머릿속 한 켠에 떠오르는 그녀의 모습에 페달을 밟는 다리엔 더욱더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생각한다. 공원에는 비를 피할만한 장소가 있던가? 근처에서도 무척이나 유명한 그 공원은 거의 자연 그대로의 환경으로 인공적으로 지어진 건물이 근처에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 말은 즉, 그녀가 공원 안쪽에서 비를 맞으며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와아아악!!”

꺄아아아악!!”

상반되는 비명이 울렸다. 골목길을 돌자 바로 코 앞에서 한 여성이 튀어 나왔기 때문에 급격하게 커브를 돌며 피해야만 했다. 매우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비로 젖은 땅에서의 급격한 커브는 자전거로부터 나를 던져버리고 말았다. 그대로 자전거와 조금 떨어진 자리에 나뒹굴고 말았다. 젠장, 등이 아파 죽겠다.

, 괜찮으세요..?”

위기를 모면한 그녀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면서도 화려하게 넘어진 나를 걱정해 말을 걸어주었다.

으흠, .. 괜찮습니다. 그쪽이야말로 괜찮으세요? 놀라진 않으셨어요? 갑자기 뛰쳐나와서 죄송합니다.”

넘어진 부분을 가볍게 털면서 정중하게 사과했다. 그리고는 상대방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옆으로 누워 비를 맞고 있는 자전거를 세워 다시 페달을 밟았다. 그리고 다시 넘어졌다.

저기.. 정말 괜찮으세요?”

크흠.. , 뭐지? , . 정말 괜찮습니다.”

다시 일어나서 자전거를 자세히 관찰해보니 체인이 살짝 맛이 가버린 것 같다. 페달을 돌려보자 힘없이 그저 팽그르르 계속해서 돌기만 했다. 심지어 비 때문에 어느 부분이 망가졌는지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젠장! 오늘 몇 번이나 내뱉는 욕설을 생각하며 자전거를 길 한 쪽 구석에 세워 두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 , 자전거는요? 이봐요! 이거 여기에다 두고 가도 괜찮아요?!”

당황에 섞인 하이 톤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나는 다시금 달려나갔다. 곧 있으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제발, 제발 혜진씨가 얼마 비에 맞지 않았기를!

그녀는 단순한 회사 동료 중 한 사람이었다. 수수하고, 잘 꾸미지는 않지만 무척이나 부드러운 인상으로 누구에게나 잘 웃어주며, 사교성도 우수하다. 그렇게까지 돋보이는 외모는 아니지만, 피부관리를 무척이나 잘 해서 화장을 짙게 하지 않아도 얼굴에서 빛이 나는 듯한 사람이다. 그 덕에 남들보다, 그리고 자기 본래의 나이보다도 조금 더 젊게 보이는 외모는 그녀의 조금은 부족한 작은 키와 어울려 귀엽게 보이곤 한다.

덕분에 회사 내부에서도 모든 사람들에게 웃음꽃을 선사해주는 여신이었다. 그런 그녀가 내게 봄이 되면 놀러 가자고 이야기 해 주었을 때 정말, 무척이나 기뻤다.

회사 내부의 그 다른 누구와 함께 가는 일이 아니다. 오직 나. 나와 단 둘이서 꽃놀이에 가고 싶다. 여태까지 여자와는 그렇게 접점이 없었던 나로서는 마치 발이 땅에서 2cm정도 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했고, 실제로도 회사 내부에서 더 높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 일이 있던 게 작년의 일이다. 최근에는 갑작스레 회사 일이 바빠지고 야근도 잦아지고, 집에 오면 지쳐 쓰러져 자는 게 일상이었던 날들. 어제는 그나마 가장 중요하던 프로젝트가 하나 끝나서 회식이 있었다. 그 덕분에 그녀와 이야기할 시간도 거의 없어졌고 약속의 존재조차도 정말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턱 끝까지 올라오는 숨에 그만 자리에 멈춰 서 쉬고 싶다.

평소 그녀와 친해지기 전에도 옆을 지나가거나 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생각하곤 했다. 정말 좋은 사람이다. 좀 더 친하게 지내고 싶다. 저런 사람과 결혼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그런 나에게 기회가 왔다. 놓쳐서는 안 될 정말 중요한 기회가.

 

 

 

드디어 공원 안에 들어왔다. 평소보다 3배나 빠르게 뛰는 건 아닐까 싶은 심장 덕분에 숨쉬는 것 조차도 힘들었다. 손발이 주체할 수 없이 떨리기만 했다. 그렇지만 그녀를 찾아 두 다리는 아직도 더 달려야만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까보다는 비가 조금 약해졌다.

원래의 약속 장소는 공원입구의 근처였다. 그렇지만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 때문에 그 주변에는 아무도 서 있지 않다. 혹시 혜진씨도 오늘 약속이 있다는 걸 잊고서 오지 않은 걸까? 그렇다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녀를 기다리게 하는 것 보다는 그냥 생고생을 한 편이 더 나으니까.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가며 그녀를 찾았다. 그녀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과 그녀가 나를 기다려 주었으면 하는 상반되는 마음에 기분이 미묘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 서 있었다. 공원 곳곳에 자라난 벚나무 중 가장 크게 보이는 벚나무 아래 내가 달려가고 있는 방향에서 등을 지고 있었다.

혜진씨!”

멀리서 달려가면서 그녀를 불러보았다. 그러나 빗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는 것인지 그녀는 뒤돌아 보지 않았다.

혜진씨!”

달려가던 다리는 서서히 속도를 줄여 빠른 걸음으로 바뀌어 갔다. 양손으로는 흐트러진 옷을 정리하며 빗물에 엉망이 된 머리와 얼굴을 쓱 훑었다. 다행히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혜진씨!!”

거짓말처럼 비가 멈췄다.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시끄러운 빗소리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검은 구름은 어느새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고, 그 틈새 사이로 그리운 햇빛이 고개를 내밀었다. 흐트러진 모습을 어느 정도 정돈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리고 그녀가 뒤돌아 보았다.

양손에는 빗물에 젖은 밀짚모자를 들고 있다. 하지만 밀짚모자와 이 거대한 벚나무 덕분에인지 그녀는 그렇게 심하게 젖지 않았다. 나와 비교한다면. 이 점은 잠시나마 신에게 감사했다. 그녀가 몸을 돌리면서 그와 함께 그녀가 입고 있는 하늘하늘한 원피스도 살짝 펄럭였다. 푸른색의 원피스였다. 나를 보고는 반가움에 미소를 지으려던 그녀의 얼굴은 금새 놀란 표정으로 바뀌곤 나를 향해 달려왔다.

어머, 괜찮아요?”

? .. 괜찮습니다. 별거 아니에요. 오다가 우산이 없어서 비를 좀 많이 맞는 바람에.. 하하.”

아뇨, 그게 아니라.. 여기 팔에 피가..!”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내 팔을 양손으로 감싸 들었다. 피가 흐른다는 부분을 보는 것 보다 그녀의 손의 감촉에 심장이 먼저 두근거렸다. 그녀의 손이 상처부위에 닿으며 통증이 느껴지자 그제야 내가 다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우, 좀 심각하네.

어머.. 이걸 어떡해..”

아하하!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끄떡없어요. 이 정도는 어렸을 때도 자주 다치곤 했으니까요.”

그녀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표정을 지었지만 내가 하도 바보같이 보여서일까. 표정이 누그러지며 환하게 웃었다.

그럼, 돗자리 깔까요? 딱 마침 비도 그쳤네요.”

, 제가 할게요. 저 주세요.”

한쪽 면이 부드러운 재질로 만들어진 돗자리를 그녀에게 받아 아직 빗물로 축축한 잔디밭에 깔았다. 두 사람이 앉기에는 제법 넓은 공간이었지만, 혜진씨와 나는 신발을 벗고 돗자리 위에 올라섰다.

비 때문에 오시느라 고생이셨겠어요.”

아하하.. 그러게요. 하필 오는 도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어쩔 도리도 없이 다 젖고 말았네요.”

설마 여기까지 뛰어 오신 건 아니죠?”

그녀의 질문에 지금까지 여기에 도달하기까지 있었던 상황들을 짧은 모험담처럼 장황하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좁은 골목길 위에 그대로 내버려두고 온 자전거가 생각나 가슴이 아파왔다. 바쁜 와중에도 잘 잠가두긴 했지만 누가 가져가면 어쩌지. 그거 비싼데

! 여기 반창고 있어요. 팔 이리 주세요.”

다친 팔을 내밀자 그녀는 세심하게 상처 부위에 반창고를 붙여 주었다.

오늘은 와줘서 고마워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활짝 웃었다. 개인 하늘엔 구름 한 점 보이지 않고 홀로 떠있는 태양만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방금 전, 빗물을 머금고 날아오던 바람도 따스한 햇살에 맞추듯 기분 좋을 정도의 서늘함을 품고 불어왔다.

빗물이 너무 무거웠던 걸까. 한 잎, 두 잎. 위에서부터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 벚꽃 잎은 마치 분홍색 눈처럼 하늘하늘 떨어져 내렸다. 방금 전 내린 비와는 다르게. 너무나 기분 좋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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