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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단편제 94회차/1] 세 번째 눈맞춤
글쓴이: 내팔은최강
작성일: 14-04-26 19:23 조회: 1,376 추천: 0 비추천: 0

날이 따뜻한 4월 중순, 하얀 벚꽃과 노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날. 진우는 따사로운 아침 햇살에 데여 몸을 일으켰다.

왜 이렇게 더워.”

창을 내다보니 날이 훤했다. 해가 중천이다. 침대 위의 이불이 뜨겁게 달아올라 후끈후끈했다. 바닥에 널려있는 양말에서도 향기가 후끈후끈 올라온다. 날이 더우니 방안의 홀아비 냄새가 더 진동하는 것 같았다.

제길.”

진우는 헝클어진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아직도 흐트러져있는 옷가지들과 난잡한 집안 모습을 보며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끼는 1년차 초보 자취생이었다.

 햇살은 따갑고 냄새는 독하니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하고 밥통을 열어보았다. 너무 오랫동안 놔둬 누렇게 변색되어 딱딱하게 말라버린 밥알이 보였다. 진우는 뚜껑을 닫았다.

 싱크대에 섞여있던 큰 그릇을 대강 물에 헹궈서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먹었다. 우유가 유통기간이 지난 것이긴 했지만 별로 상관은 없었다. 유통기한 지난 거 먹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습관적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발가락으로 전원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왠지 모르게 진우는 거기서 멈추었다.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자동으로 한숨이 나왔다. 그는 책상 위에 놓여있던 핸드폰과 지갑, 열쇠를 챙겼다. 그리고 대강 청바지와 티를 구겨 입은 뒤, 번들거리는 머리 위로 모자를 눌러썼다.

밖을 내다보았다. 해가 짱짱했다. 환기도 할 겸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바람 사이로 하얀 꽃잎이 몇 개 날아들었다.

날씨가 좋다. 기분 전환으로 산책이라도 좀 하자.

그는 현관에 앉아(현관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신발을 신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어디로 갈까.

문득, 집안으로 들어온 꽃잎이 떠올랐다.

오랜만에 꽃구경이나 갈까.”

 

 

이년아! 일어나! 언제까지 잘 거야!”

아우, 엄마 나 어제도 야근했어……”

소영은 징징거리며 이불 속에 파묻혀 베개를 꼭 끌어안았다. 아기처럼 몸을 웅크리는 소영을 보고 소영의 어머니는 혀를 찼다.

어이구, 어이구, 그러세요? 누가 들으면 무슨 노가다라도 하시는 줄 알겠네. 빨리 일어나서 밥 먹어! 엄마 나가야 돼!”

소영은 이불 밖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방밖의 거실로 등산복 차림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엄마가 보였다.

? 어디 가는데?”

꽃놀이.”

누구랑?”

친구들이랑 가지.”

흐응…”

오늘은 그럼 집에서 나 혼자구나. 소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이제는 친구들도 다들 취직해서 만나기 힘들고 회사에서는 일이 바빠 누군가와 어울릴 시간이 없다. 평일에는 집, 회사, , 회사의 반복이고 휴일에는 집에 틀어박혀 잠만 자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때문에 소영은 요즘 들어 부쩍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았다.

어머니의 등살에 못 이겨 꾸역꾸역 몸을 일으킨 소영은 어머니가 나들이용으로 싸놓고 남은 김밥과 어묵국을 먹었다. 그녀가 TV를 보며 김밥을 우물거리는 동안, 어머니는 집 잘 보고 있으라는 말을 남기고 나갔다.

잠시 후, 집 안에 남은 것은 빈 그릇과 지저분한 식탁, 그리고 우울한 얼굴의 소영뿐이었다.

우울하고 심심했다. 누군가를 만나서 수다라도 떨었으면 좋겠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친구들에게 전화도 하고 카톡도 날려봤지만 다들 바쁘거나 아니면 남자친구들과 놀러 간다는 대답뿐이다.

그 놈의 남자친구 타령은. 소영은 구시렁거렸다.

남자친구 없는 사람은 그냥 죽어야겠네.”

그녀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멍하니 TV 채널을 돌렸다. 영화도, 드라마도, 예능도 재미없다. 그냥 뉴스에 채널을 맞추었다.

[오는 3일부터 10일까지, 국회의사당 뒤편 여의도 여의서로에서 제 10회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가 개막됩니다……]

이젠 별 뉴스에서까지 어디어디에서 꽃놀이 행사가 열리네 어쩌네 하며 커플들이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괜히 서러움이 몰려왔다. 짜증이 치솟는다. 소영은 리모콘을 집어 던졌다. 그녀는 씩씩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 몰라! 나갈래! 나도 꽃놀이 갈 거야!”

 

 

 진우는 터덜터덜 길을 걸었다. 칙칙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와는 달리, 주변은 꽃 천지였다. 하얀 벚꽃이 공간을 메우며 휘날렸다. 하지만 좋은 것은 고개를 들었을 때뿐이었다..

고개를 내리면 밑에는 사람의 파도가 넘실거렸다. 위에서 꽃의 비가 떨어지고 아래로 사람 대가리가 강물처럼 흘러 다니는 모습은 진풍경이라면 진풍경이었다.

 진우는 넌더리를 내며 중앙 길을 벗어나 외각으로 향했다. 조금만 옆쪽으로 빠지자 곧장 공원으로 연결되는 길이 있었다. 공원 안은 중앙 길처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지는 않지만 노란 개나리도 있고 진달래도 피어있었다. 방금 전의 길가처럼 멋지지는 않지만 나름 따사로운 풍경이 나왔다.

 여기가 좋겠다 싶어 진우는 편의점에 들러 과자와 캔맥주 하나를 샀다. 대낮에 혼자 벤치에 앉아 맥주를 마시다니, 궁상맞아 보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따뜻하게 달아오른 벤치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마시자 그런 생각은 깨끗하게 사라졌다.

 이제야 좀 노곤한 기분이 들며 풋풋한 봄 내음이 살살 코를 간지럽혔다. 그는 벤치에 편안하게 몸을 기대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맞은 편 벤치에 한 여자가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곱게 화장을 하고 하늘색 원피스에 가디건을 걸쳤다.

이쁘장한 얼굴에 시선이 잠시 갔지만 곧 눈을 돌렸다. 아서라, 딱 봐도 어디 남자친구 한 둘은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딱 봐도 신경을 써서 멋을 낸 것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데이트가 있어 나온 걸로 보였다.

진우는 여자를 살펴보다가 자신의 옷차림을 훑어보았다. 둘 사이의 간극이 너무 심해서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에이, 어차피 내가 여자 꼬시러 나온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야.

진우는 현명했다. 그는 순식간에 쓸데없는 생각을 접고 맥주와 과자에 관심을 쏟았다.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집을 나온 것은 실수였다. 혼자 나온 꽃놀이는 개미눈곱만큼도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괜히 걸어봤자 다리만 아프고 심란해서, 구경은 하는 둥 마는 둥 적당히 하고 밖으로 빠졌다. 일단 좀 쉬려고 벤치에 앉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할게 없고 심심했다.

소영은 멍하니 앉아 아무도 답장을 해주지 않는 카톡만 껐다 켰다 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잔뜩 꾸미고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스스로가 한심했다.

니가 무슨 전지현이나 김태희야? 조금 꾸미고 나왔다고 남자가 꼬이게? 주책에도 정도가 있어.

아아, 싫다 정말.”

그녀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그냥 우울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전에 친구가 소개팅 시켜준다고 했을 때 튕기지 말걸, 하고 때늦은 후회를 해보았다.

맞은 편에 한 남자가 앉았다. 차림이 후줄근한 게 자취생 느낌이 팍팍 들었다. 모자를 눌러써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대강의 분위기를 보아 하니 소영 자신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나이가 많아 보였다.

딱 보니 전역한지 얼마 안되어 학업에 치이고 있는 대학생 3, 4학년생이다.

남자의 꾀죄죄한 모습이 한심해 보이기 보다는 열심히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졸업했지만 그녀도 산발에 츄리닝을 입고 슬리퍼를 찍찍 끌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거무죽죽한 얼굴을 보니 남자는 어젯밤에 밤을 새가며 레포트를 끄적거린 것 같다.

지금은 공부를 잠시 쉬고 기분전환을 위해 나온 걸로 보였다. 지친 얼굴로 혼자 벤치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새우깡을 씹어 삼키는 모습은 일견 궁상맞지만 어찌 보면 터프 해 보이기도 했다.

조금이나마, 관심이 생겼다.

소영은 흘끌흘끔 남자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밤새 디지털 악마들을 때려잡느라 늦게 자서 그런지 몸이 찌뿌둥했다. 다음에는 무슨 아이템을 먹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음 주까지 제출해야 할 레포트가 머리를 치고 지나갔다.

아이템세팅에 관해 광속의 속도로 연산을 하던 두뇌가 급격하게 오류를 일으켰다. 굴러가지 않는 머리로 억지로 견적을 내보니 지금 당장 시작해도 제 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

진우는 잠시 고민을 하다 간단히 결정을 내렸다. 몰라, 나중에 하지 뭐.

그나저나 맞은 편에 앉은 여자가 신경 쓰였다. 여자가 뭘 해서 신경 쓰인 다기보다는 그냥 예쁘장하게 생겼으니까, 안될 걸 알아도 자꾸 눈길이 가게 된다.

진우는 최대한 먹을 것에 집중하면서도 가끔씩 눈을 돌려 여자가 앉아있는 방향을 곁눈질 했다.

보면 볼수록 괜찮게 생긴 여자다. 머리도 길고 피부도 하얗다. 헐렁한 원피스를 입어 몸매가 굴곡져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여성 특유의 곡선까지 가려지는 것은 아니었다.

머릿속으로 이쁘다 이쁘다 하는데 어느 순간, 눈이 맞부딪혔다.

여자는 그와 눈이 맞자마자 고개를 홱 돌렸다.

진우는 사실 그 몸짓에 상처받았다. 그는 괜히 무안해져서 고개를 숙였다. 벤치에는 아직 부스러기가 남아있는 과자봉지가 있었다. 그는 처량맞게 과자 부스러기를 조금씩 집어 곱씹었다.

 

 

날이 따뜻해서 햇빛을 계속 쬐니 땀이 났다.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훑었다. 파운데이션이 허옇게 묻어 나왔다. 나름 여름용이라고 바른 건데역시 화장품은 비싼 걸 써야 한다. 소영은 누가 볼까 싶어 얼른 손수건을 감추었다.

맞은 편의 남자가 과자와 맥주를 먹는 꼴을 보고 있으니 군것질이 당긴다. 달콤한 케이크와 도넛이 눈앞을 어른거렸다. 하지만 소영은 주먹을 꼭 쥐고 참았다.

안 그래도 살이 너무 쪄서 노출이 있거나 꽉 끼는 건 요즘 입지도 못한다.

이게 다 빌어먹을 회사 때문이다. 회사 다녀서 늘어나는 것은 스트레스요, 돈이니 돈을 사용해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적금을 붓고 남는 돈으로 스트레스 푼답시고 이것저것 사먹어 댔더니, 일 하기 전에 비해 허리 두께가 장난이 아니게 늘었다. 얼마 전에는 옆구리 살이 터지기까지 해서 엄마한테 임신했냐고 놀림도 받았다. 그건 말 그대로 평생 잊지 못할 치욕이었다.

어쨌든 참아야 한다. 소영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그러던 차에 맞은 편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소영은 번개 같은 속도로 고개를 돌려 눈길을 피했다. 생각하고 한 행동이 아니었다. 부끄러운 상황을 피하기 위한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나서야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저 남자가 왜 나를 봤을까? 설마 나한테 관심이 있나?

괜한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소영은 핸드폰을 쳐다보는 척 하며 곁눈질로 남자를 살폈다. 하지만 남자는 너 따위는 먹다 남긴 새우깡 만도 못하다는 듯 냉정하고 쿨하게 과자봉지를 들어 부스러기를 털어 넣고 있었다.

소영은 시무룩 해져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요즘 멘탈이 약해지긴 했는지 별 것도 아닌 일인데 눈가가 뜨거워졌다.

힘 좀 내보려고 나온 건데 오히려 기운이 쪽쪽 빠진다. 그냥 집에 가야지. 소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우는 입가에 댄 과자 봉지를 툭툭 털다가 아무것도 떨어지지 않자 쩝쩝 입맛을 다시며 몸을 일으켰다.

집구석에 처박혀 폐인짓만 하는 게 질려서 기분전환 차 밖으로 나온 건데 머릿속에 남는 건 맥주랑 과자가 맛있었다는 것 밖에 없었다.

군것질은 집에서 해도 되는데, 괜히 나왔다는 생각만 들었다. 과제하고 게임 하려면 시간도 없는데.

진우는 봉지 안에 맥주 캔을 우겨 넣고 꽉꽉 누른 것을 벤치 옆의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돌아가기 위해 걷기 시작하는데 맞은 편의 여자가 길 건너로 나란히 걷는 것이 보였다.

홀로 서선 잔뜩 어깨를 움츠리곤 힘없이 타박타박 걷는 모양새가 안쓰러웠다.

뭐야, 남자친구를 기다리던 게 아니었잖아.

 

 

소영은 남자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뭐야, 나한테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잖아.

 

 

꽃잎이 휘날리는 하늘 아래, 가로 길을 가운데에 두고 나란히 걷던 남녀의 시선이 교차했다.

두 번째 눈맞춤. 하지만 서로 이어져있던 눈길은 금세 끊어졌다. 아무런 말도, 아무런 일도 없이 흩어져간다.

남자는 지레 겁을 먹고 방금 전에 먹은 맥주를 핑계로 화장실로 향했다. 여자는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핸드폰을 쳐다보려다가, 그것이 없어졌다는 것을 깨닫고 방금 까지 앉아있었던 벤치로 돌아갔다.

그렇게 둘은 헤어졌다.

남자가 화장실에서 손을 닦으며 나왔을 때, 여자는 없었다.

여자가 바닥에 떨어트린 핸드폰을 되찾아 옷자락으로 먼지를 털어낼 때, 남자는 없었다.

그리고 둘은 아쉬워했다.

눈 딱 감고 한 번 말이라도 걸어봤으면, 어떤 좋은 일이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왜 거기서 용기를 내지 못 했을 까.

하지만 이미 기회는 그들의 손을 벗어났고, 남은 것은 후회뿐이다.

 

 

꾸르르륵

갑자기 배가 비명을 질렀다. 아침에 먹은 유통기한 지난 우유가 탈을 일으킨 건지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이건 위험하다. 당장이라도 쌀 것 같다.

진우는 새파랗게 죽은 얼굴로 엉거주춤하게 걸어 화장실로 되돌아 갔다.

 

소영은 참지 못하고 돌아가는 길에 가게에 들러 케이크를 하나 샀다. 그리고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역 안은 꽃놀이를 하러 왔다가 돌아가는 사람들로 복작거렸다.

지하철은 금방 왔지만 사람이 너무 많았다. 소영은 잠시 다음 열차를 탈까 고민했지만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억지로 다른 사람의 등을 밀고, 몸을 우겨 넣어서 지하철 자동문 끝머리에 겨우겨우 발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

막상 억지로 낑겨 탔더니 사방에 땀냄새가 진동을 하고 사람들이 피어 올리는 열기에 온몸이 후끈거렸다. 소영은 좁디 좁은 공간에서 손발을 꼼지락거리며 한숨을 푹푹 쉬었다.

역시 꽃놀이 따위를 나오는 게 아니었다. 괜히 고생만하고, 다음부터는 절대로 안 나와. 집에 틀어박혀서 잠이나 자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툴툴거리는 사이 안내 방송이 울려 퍼지고 문이 천천히 닫히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잠깐만요!”

커다란 고함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좁아지는 입구를 비집고 뛰어들어왔다. 입구 맨 앞에 서 있던 소영은 뛰쳐 들어온 사람에게 거의 태클을 당한 것처럼 뒤로 밀려났다. 갑작스런 난입에 옹기종기모여 서로의 체중을 지탱하던 사람들이 어어 거리며 휘청거렸다.

조금만 더 세게 눌렸으면 품에 품고 있던 케이크가 찌그러질 뻔 했다. 소영은 짜증이 가득한 눈으로 막 들어온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날 세 번째로, 두 남녀의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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