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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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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단편제 94회차/1] 겨울의 추억
글쓴이: 디플로메시
작성일: 14-04-26 04:58 조회: 1,400 추천: 0 비추천: 0
아주 먼 어떤 곳에 인간이 사는 대륙이 존재했다.
그곳은 살기 좋은 곳도 살기 힘든 곳도 많았다. 인간은 가리지 않고 정착하고 살았다. 각 지역의 특색에 맞게 자기들만의 삶을 만들어 지냈다.
그 중 대륙의 북부는 방향성에 걸맞게 추운 곳이었다.
얼마나 추우냐면, 사계절 내내 눈으로 덮여 있고 얼음으로 꽁꽁 얼어있는 곳이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여름에야 풀 좀 돋아나는 걸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당연히 인간이 살기에 적합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곳에서 살 사람은 살았다. 물고기가 많이 잡혀 수자원은 풍부했으며 제법 야생동물도 많아 사냥으로 식량을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외에 필요한 것은 교역을 통해 마련했다.
이런 험난한 지역에서 생활하는 인간 중 엘리스라는 소녀가 있었다. 평범한 어부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올해 16살이 되는 꽃다운 나이였고 그 나이에 걸맞은 낭만과 꿈을 가졌다.
아니, 수산업과 사냥으로 먹고 살기에 무척 억세다고도 할 수 있었으나 감성까지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엘리스는 하루하루를 아버지가 잡아온 고기를 말리고 형제들이 힘을 합쳐 잡은 사냥감을 손질하는 일을 하면서 한 가지 소원을 키웠다.
그 소원은 이 하얀 눈과 투명한 얼음으로 가득한 이곳에서 알록달록, 형형색색으로 가득한 꽃놀이를 즐기고 싶다는 거였다. 언젠가는 꼭 말이다.
갑자기 웬 꽃놀이란 말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녀가 그런 소원을 갖게 된 데에는 보루스라는 남자의 역할이 컸다.
보루스, 그는 매 달 첫째 날에 오는 잡상인이었다. 잡상인이라고는 해도 파는 건 딱 한 가지였다.
바로 꽃이었다.
보루스는 그렇게 꽃을 북부 사람들에게 팔고 생고기와 말린 생선을 사가곤 했다.
꽃을 그런 식량과 맞바꾼다니? 미친 거 아닌가 싶지도 했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북부 사람들이 아무리 그런 험난한 곳에 산다지만 꽃이 뭔지도 모르는 바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보루스가 파는 꽃은 평범한 게 아니었다.
그의 꽃은살을 찢어버리고도 남을 추위 속에서도 멀쩡한 꽃을 가져왔다. 얼지도 않았고 식물이라는 생명력을 그대로 지닌 그 자체를 팔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생긴 건 어찌나 아름다운지, 유명 장식품 저리가라 할 정도였고 향기도 매우 좋아 귀족들이 향수 대신 가지고 다닐 정도였다.
다만, 영원한 건 아니어서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일이면 시들었다.
그래도 그런 꽃은 결코 평범한 게 아니었고 어디 가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특히 그곳 아가씨들은 보루스가 오는 날은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엘리스 역시 보루스를 기다리는 아가씨 중 하나였다.
오늘은 보루스가 오는 날이구나!”
엘리스는 날짜를 세어보고 싱글벙글 웃었다.
오늘을 위해 식사량도 줄여가며 고기와 생선을 아껴둔 상태였다. 먹고 사는 걸로도 바빠서 항상 향도 약하고 금방 시드는 꽃을 샀는데 이번엔 비싼 것을 살 생각이었다.
후후후.”
진한 향에, 오래도록 싱싱함을 유지하는 꽃을 가진 자신을 부러워할 또래 아가씨들의 시선을 생각하기만 해도 행복한 엘리스는 그가 항상 이용하는 언덕길을 창밖으로 바라보며 초조하게 시간을 쟀다.
-딸랑딸랑.
왔다!”
보루스가 자신의 존재를 알릴 때 사용하는 특유의 종소리가 고요한 밤을 울렸다.
이 지역에서 제법, 아니 상당히 유명한 보루스가 나타났는데, 순식간에 인산인해가 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는 다른 잡상인들과는 다르게 일일이 집을 찾아다녔다. 마을 사람의 말을 맞춰보면 정말 한 집도 빠짐없이 돌아다니기까지 하는 모양.
보루스!”
, 엘리스로군요.”
장사를 시작한지 꽤 시간이 된 보루스는 마을 사람들과 안면이 텄고 대부분의 이름을 외우고 있었다. 그는 활짝 웃으며 자신을 반기는 어린 아가씨에게 미소를 지었다.
왔군요. 꽃 보여줘요.”
물론이지요.”
보루스가 보여준 꽃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책에서 보고, 어른들에게서 들은 꽃들도 있었지만 전혀 보지도 듣지도 못한 것들이 더 많았다.
옅은 하늘색을 띤 길쭉한 꽃. 이 추운 곳에서도 불에 타는 것처럼 새빨갛게 빛나는 꽃. 보석과도 같이 은은하게 빛이 나며 투명한 꽃 등.
향기도 정말 좋았다. 어떤 것은 달콤했으며 어떤 것은 이색적인 과일향이었다. 또 다른 건 향신료라도 되는 것인지 식욕을 돋구기 까지 했다. 정말 보면 볼수록 신기한 꽃들이었다.
보루스.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꽃들 뭐예요? 신기해요.”
, 제 비기라고 해두지요. 장사밑천이니 참아주시길.”
.”
엘리스는 아쉬운 얼굴로 꽃 몇 개를 골랐다.
그럼 다음에 봅시다.”
.”
보루스는 꽃의 값으로 받은 것을 한 쪽 수레에 쌓았다. 이미 다른 집도 꽤 들른 것인지 고기와 생선이 한 가득이었다.
힘도 좋네요. 그걸 다 끌고.”
하하, 제가 좀 셉니다.”
호쾌하게 웃은 보루스는 수레를 끌고 나아갔다.
그 뒷모습을 아쉬운 듯 보던 엘리스는 우물거리던 입술을 달싹였다.
저기, 보루스!”
?”
보루스는 빠른 반응속도로 멈춰 섰다. 역시 장사꾼답다.
뭐 더 사시려고요?”
, 아니요. 그건 아닌데요. 으음,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런, 아쉽네요. 그럼 이만.”
그대로 다른 집으로 향하는 보루스의 작아지는 뒷모습을 응시하던 엘리스는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간절함이 사무쳤다.
정말 이 신기한 꽃들은 어디서 나는 걸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따뜻한 지방에서 꽃을 수집하여 특수하게 처리해서 파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멀리까지 나가서 교역을 하고 오는 아저씨들의 말을 들으면 보루스처럼 꽃을 파는 사람은 없다고 하였다.
역시 보루스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거였다.
하아, 모르겠다.”
꽃놀이를 소원으로 삼을 정도로 꽃을 좋아하는 엘리스는 아쉽기만 하여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음 달이 되었다.
차가운 입김이 돋아나는 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보루스는 항상 이용하는 언덕길을, 수레를 끌며 올라왔다.
잘 지내셨습니까, 엘리스.”
.”
오늘은 무엇을 살 겁니까?”
엘리스는 방긋 웃고 있는 보루스의 잘생긴 얼굴을 쳐다보다가 결국 결심한 듯 입술을 깨물며 소리치듯 말했다.
저어, 보루스! 알려주세요!”
? 뭘요?”
꽃들이 있는 곳이요!”
네에?”
그 꽃들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안 알려줘도 되요. 그냥, 피어있는 곳, 그곳에 가서 꽃들을 보고 싶어요. 이제 더 이상은 이런 식으로는 만족 못하겠어요. 더 아름답고 많은 꽃에 파묻히고 싶어요!”
보루스는 물끄러미, 붉은 눈동자에 힘을 주고 엘리스를 쳐다보았다.
그녀에게서 강렬한 진심이 느껴졌다.
그 마음을 꿰뚫어 본 보루스는 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다.
그러자 확연히 드러난 그의 외모.
이제껏 얼굴을 보긴 했으나 모자에 가려져서 제대로 보질 못했다. 그런데도 잘 생겼음을 알았는데 그는 진짜 미남이었다.
추운 지방과는 어울리지 않는 매끈한 피부와 갸름한 턱선을 가졌고, 뚜렷한 이목구비는 부드러움과 강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또 찬바람에도 아랑곳 않으며 물결치는 보랏빛 머리카락은 어깨로 길게 뻗어있었다.
진심이십니까?”
뭔가, 장난스럽기만 한 분위기를 보여주던 그와는 다르게 진중하였다. 하지만 엘리스 역시 진심이었다. 그녀는 극상의 꽃에 파묻혀 꽃놀이를 하고 싶었다. 만약, 보루스가 과한 대가를 요구한다면어쩔 수 없지만 부탁을 못할 건 아니었잖은가.
!”
흐음, 그럼 어쩔 수 없군요. 저를 따라오실 수 있습니까? 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따라오는 말에 잠깐 고민하였지만 금방 날려버렸다. 그녀에겐 꽃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두려움보다 더 컸다.
네에! 물론이죠!”
알겠습니다.”
엘리스는 가족들 몰래 후다닥 집을 빠져나왔다. 보루스는 아직 집을 덜 돌았으니 좀 기다리라고 했으나 이미 의욕이 최대치를 초과한 엘리스가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하였다.
어쩔 수 없군요.”
빠르게 장사를 마친 보루스는 남김없이 꽃을 팔고 그 빈자리에 생고기와 생선을 가득 실었다. 그 길로 엘리스와 함께 마을을 나섰다.
……….”
……….”
약한 눈발이 섞인 찬바람을 맞으며 두 사람은 눈길을 걸었다.
정말, 이런 눈과 얼음만 가득한 곳에서 꽃놀이라니정말 할 수 있는 거죠?”
물론입니다.”
보루스는 나긋하게 웃으며 앞장섰다. 옷을 따뜻하게 여민 엘리스가 그 옆으로 따라붙었다.
그런데, 저처럼 따라나선 사람이 더 있었을 것 같은데, 그들도 다 본 건가요?”
. 다 봤죠.”
아하, 그렇구나. 후훗.”
생긋, 행복한 미소를 짓는 엘리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꽃놀이 생각뿐이었다. 보루스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눈보라는 점점 심해졌다. 발을 삼키는 눈밭도 점점 깊어졌다. 그런데도 보루스는 요리조리 길을 잘도 찾아 들어갔다. 이런 혹한 속에서 어디까지 가는 것인지 점점 불안해지던 엘리스였지만 불빛이 보이자 화색을 띠었다.
다 왔습니다.”
! 그렇군요.”
눈으로 가득한 세상 한 구석에 작은 동굴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입구에는 활활 타오르는 횃불이 빛을 내뿜는 중이었다.
들어오세요.”
그 불꽃이 신기해서 쳐다보는데 보루스가 재촉했다. 엘리스는 얼른 따라 들어갔다.
이 동굴은 이곳에서의 일을 대부분 처리하는데 씁니다.”
그렇군요.”
입구 쪽은 동물 가죽들이 보였고 안으로 들어가니 말려놓은 생고기와 생선이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처음엔 좀 좁았지만 들어갈수록 넓어지는 동굴 안은 아늑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더 안으로 들어가니 넓은 광장 같은 곳이 나왔고 원형으로 이루어진 그곳은엘리스에게 있어선 낙원이었다.
우와아아…….”
두 손을 꼭 모으며 눈앞의 광경에 감격하는 엘리스.
그곳은 온통 꽃이었다.
! ! !
정말 전부 꽃이었다!
들판에서 자라는 꽃만이 아니라 나무에서 피는 예쁜 꽃들도 한가득이었다. 이곳은 진정한 꽃의 천국이었다!
눈을 채워주는 꽃의 만족감, 코로 메워주는 부드러운 향기는 머릿속을 짜릿하게 흔들었다.
우와, 우하하하!”
얼음과 눈이 가득한 북부에서 자란 어린 아가씨인 엘리스는 정말 물 만난 고기처럼 뛸 듯이 기뻐하며 꽃들을 구경했다.
보루스는 겉을 보다가 점점 안으로 들어가는 엘리스에게 소리쳤다.
너무 깊이 들어가진 마십시오!”
네에!”
대답은 하지만 한 귀로 흘린 듯.
흐음.”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보루스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이번 장사를 마치고 가져온 생고기와 생선을 천장에 매다는 작업을 시작했다.
한편, 이 현실감 없는 동화 속의 세계에 푹 빠진 엘리스는 보루스의 말을 잊은 채 점점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우와, 이것도! 저것도! 최고야!”
보루스가 가지고 와서 장사하던 것들도 보였는데 그것만이 아니라 이제까지 못 보던 종류도 있어서 정말 즐거웠다.
이것이 꽃놀이구나!”
생각하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긴 하지만그래서 더 좋았다.
아아, 최고야.”
연인과 함께 식사를 하며 즐긴다면 더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투박한 북부 여자인 그녀에게 아직 연인은 없었다.
있었어도 이곳엔 못 데려왔을 것 같았지만 뭐 어떠랴.
.”
문득 이 꽃들을 챙기고 싶어졌다.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하고 싶어졌다. 아니면 몰래 비싸게 팔 수도 있는 일이었다.
슬쩍 뒤쪽을 바라보았으나 보루스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향기가 없는 걸로 몇 개 챙겨볼까?”
몰래 품에 숨긴다면 못할 것도 없었다.
꿀꺽.
긴장감에 삼켜진 엘리스가 동굴 벽면에 펴있는 꽃들을 보며 말라버린 입술을 핥았다.
……….”
한참을 고민하였지만 결국
아냐.”
포기했다.
얼음과 눈으로 가득한 짧은 인생에서 꽃놀이가 하고 싶다는 소원을 가질 정도로, 엘리스는 순수한 아가씨였다. 욕심을 가진 평범한 인간이기도 했으나 거기에 휘둘릴 만큼 타락하지는 않았다.
욕심을 떨쳐낸 엘리스는 타박타박 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어어?”
동굴은 거기서 끝나 있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가장 안쪽인 만큼 가장 넓은 곳이었는데 그 널찍한 공간에는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본 꽃들보다 더 아름답고, 더 많은 양의 꽃들이 퍼져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떠받들어지는 왕처럼 딱 하나의 꽃이 존재했다.
그 꽃은 꽁꽁 얼어있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꽃의 모양을 한 얼음인지도.
은은하게 빛을 뿜어내는 투명한 얼음꽃은 극상의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고작 얼음덩어리가 무슨 극상의 아름다움이냐, 라고 할지 모르겠으나 그것은 눈으로만 느껴지는 기운이 아니었다. 무언가 사람을 끌어당겼다. 사람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고 매혹시켰다.
마치, 벌레를 유혹하는 식충식물처럼.
그만두시죠.”
?”
엘리스는 문득 들려온 목소리와 함께 손목을 잡히자 정신을 차렸다.
?”
이제 보니 자신은 중앙의 얼음꽃을 향해 다가간 상태였고 얼음꽃에 손을 뻗어서 만지기 직전이었다.
놀란 얼굴로 보루스를 보았다. 보루스는 한 손으론 엘리스를 제지하였는데 다른 손에는 고기와 생선이 한 뭉치 들려 있었다.
, 보루스?”
보루스는 말없이 엘리스를 뒤로 물렸다.
이 꽃은 어둠의 꽃이라고 불립니다.”
어둠의 꽃?”
제가 사는 세계의 깊은 심연에 피는 꽃이죠. 아주 강대한 힘이 들어있답니다. 양분으로는 생명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들고 있던 고기와 생선을 얼음꽃을 향해 던졌다.
어어?”
꽃이 깨진다고 말리려던 엘리스는 그 다음 펼쳐진 광경에 입을 딱 벌렸다.
꽃으로 떨어진 고기와 생선은 연녹색 빛을 흩뿌리며 그 자리에서 증발하듯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 이게?”
말했잖습니까. 이 꽃은 생명력을 양분으로 한다고. 비록, 고기와 생선은 이미 죽은 것이기에 생명력이 얼마 안 되지만, 대량으로 넣으면 유지는 할 수 있어요. 그런 꽃에 살아있는 인간의 몸이 닿으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
엘리스는 할 말을 잃었다.
, 당신처럼 이곳을 구경시켜달라고 한 사람은 여럿 있었죠. 하지만 그들은 모두 이 꽃의 제물이 되었습니다. 아니, 제물이 되게 방관하였죠.”
, 그럼 저는 왜?”
다른 꽃에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그들은 하나같이 이곳의 꽃에 탐욕을 품고 손을 댔죠. 엘리스, 당신은 아직 순수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보루스는 그리 말하며 손가락을 퉁겼고, 엘리스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저의 풀네임은 다이보루스. 평범한 인간은 아니죠.”
하지만 잠이 든 엘리스에게 들리진 않았다.
제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당신 때문인데 말입니다. , 본인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요. 후후.”
보루스는 사방에 핀 꽃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엘리스가 7살 때쯤이었다. 그때 엘리스를 비롯한 사람들이 살던 지역은 오랜만의 봄을 맞이한 상태였다.
아무리 북부라고 해도 사계절 내내 춥고 얼어붙어있던 것은 아니었다.
짧은 틈이었지만 풀이 돋아나고 꽃이 자라나는 시기는 엄연히 존재하였다. 그런 때에 7살의 어린 엘리스는 이제까지 보아왔던 하얀 것들과는 다른 푸른 존재에 신나했다.
특히 그녀는 꽃을 좋아했다. 얼마 되지도 않은 꽃들을 보는 것을 즐겼으며 하루종일 그럴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추위가 찾아와 꽃들이 지면 손가락을 입에 물고 아쉬워하였다.
뭐하십니까?”
한창 꽃을 보느라 바쁜 엘리스의 뒤로 여행객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멈춰 서서 물었다.
!”
?”
꽃 본다고!”
호오, 그렇군요.”
남자는 흥미로웠다. 이렇게 작은 꽃에 부드럽고 따뜻한 감정을 갖고 오랜 시간을 들이며 함께하는 인간은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던 남자에게 소녀는 매우 흥미로운 존재였다.
꽃이 좋은 겁니까?”
이에 소녀가 고개를 들었다.
! 꽃 좋아. 왜냐하면우리가 사는 곳은 추워서꽃 별로 못 보거든. 이렇게 작고 예쁜 것들, 자주 못 봐.”
남자는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했다.
꽃을 매우 좋아하는군요.”
. 좋아한다니까.”
그럼 좋습니다.”
으응?”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소녀에게 남자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나중에 봅시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거든요.”
. 잘 가!”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인사를 해준 소녀였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고엘리스가 13살쯤 되었을 때였다. 그때 보루스라는 잡상인이 꽃을 들고 나타났다.
 
 
 
………….”
어렴풋이 돌아오는 정신. 이건 잠에서 반쯤 깬 상태로 눈은 감고 있지만 의식이 주변을 느끼는 그런 느낌이었다.
? 하는 기분으로 확, 눈을 뜬 엘리스는 상체를 일으켰다.
-, .
창가를 통해 이 추운 지방에서 사는 몇 안 되는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왔다.
으음.”
머리가 좀 띵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지? 보루스라는 상인에게서 꽃을 사고어쨌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생각하는 걸 포기한 엘리스는 기지개를 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라라.”
이상했다. 벌써 아침 해가 뜬 상태였고, 부엌에서 달그락 소리가 나는 걸 보니 아침 준비를 하는 모양이었다. 원래라면 자신은 일찍 일어나 이것저것 잡일을 도우는 중이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자다가 일어났으며 아무도 자신을 깨우러 오지 않았다.
, 아무렴 어때.”
느긋한 마음이 괜찮다고 속삭인다.
, 좋은 향기야.”
창가에는 주황색으로 밝게 빛나는 꽃이 놓여있었다.
어제 저런 꽃을 샀던가?”
처음 보는 꽃이기도 했지만 이것 역시 아무렴 어떠랴.
저 꽃에서 나오는 향긋한 과일향이 마음을 넉넉하게 만드는지도 몰랐다.
엘리스! 이제 일어나라! 밥 먹어야지!”
어째선지 이제까지 자는 걸 방치한 부모님의 소리에 엘리스는 !”라고 힘차게 대답하며 방문을 나섰다.
어제 산 꽃들을 자랑할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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