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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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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단편제93회차 3/그건 사실 열매를 맺을 수가 없었다]
글쓴이: 헛나발
작성일: 14-04-19 23:59 조회: 1,326 추천: 0 비추천: 0

산길을 따라 올라 온 시간이 꽤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검게 빛나는 아스팔트 포장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 도로를 따라서 깔끔하게 정리된 가로수들을 보고 있자니 우리가 산 중턱에 위치한 별장까지 잘 가고 있는지 걱정됐다. 운전석에 앉은 김 형사는 잠시도 쉬지 않고 입에 감탄사를 담았다. 살인사건 현장에 가면서 부자가 닦아 놓은 산 속 길바닥에 감탄하는 것이 형사로써 올바른 마음가짐일까 잠깐 고민하는 사이 영화에서나 보던 검은 철제문과 마주했다. 철제문 앞에는 긴 생머리 여자가 서 있었다. 차에서 내렸다. 긴 생머리의 여자는 두 손을 배 위에 모으고 우리에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검정색 소매와 치마 끝에 흰색 프릴이 달린 옷을 입고 하얀색 작은 앞치마를 두른 여자였다. 그녀의 작은 이마에 머리카락들이 이리저리 붙어 있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이 많이 놀란 눈치였다. 그녀는 자신을 저택의 메이드라고 소개했다. 가늘지만 낮고 점잖은, 하지만 조금씩 떨리는 목소리였다. 무언가 애쓰는 듯 한 모습이 안쓰러웠다. 사건 현장을 처음 발견했다고 들었다. 그럴 만도 했다. 우리는 별장 입구를 지나 마당에 들어섰다. 빨간 저녁노을을 등에 업은 별장의 그림자가 마당에 드리워져 있었다. 우리는 저택의 그림자 쪽으로 향했다. 마당을 가로질러 저택 입구까지 큼지막한 돌들이 줄지어 박혀 있었다.

저것들은 뭐죠? 저 열매들은.”

우리는 줄지어 박혀 있는 돌길을 따라 저택으로 향했다. 정원에는 내 키만 한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는데,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잘린 가지들이 빨간색 노을, 저택의 그림자와 묘하게 어울렸다. 나는 노을이 질 즈음에 저택 주인의 자식들이 마당에서 놀았을 리는 없었겠다고 확신했다. 이 마당을 꼬맹이들이 봤더라면 울음을 터트렸을 것이다.

레몬입니다.”

모두 다 레몬인가요? 내 물음에 그녀는 짤막하게 네 라고 대답했다. 레몬만 제배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녀가 말하기를 꺼려하는 눈치여서 관두었다. 우리는 사자머리 모양 문고리가 달린 문을 지나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높은 천장에 걸린 샹들리에 아래 별장 안의 모습은 의외로 횡 했다. 큰 괘종시계가 현관문을 마주보고 놓여있고 양 옆으로 나선형 계단이 2층을 향해있었다. 나무 바닥은 걸을 때마다 기분 나쁘게 삐걱거렸다. 왼쪽 나선형 계단을 올라 복도 끝에 있는 방 문 앞에서 멈춰 섰다. 그녀는 문고리를 잡고 잠시 머뭇거렸다.

이곳에 큰 주인님이 계십니다.”

그녀는 천천히 문고리를 돌렸다. 가는 팔이 조금씩 떨리는 게 보였다.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녀는 들어가지 않았다. 문 옆에 서서 입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조용히 흐느낄 뿐이었다. 그녀를 뒤로 하고 우리는 방 안을 살폈다. 방은 아주 넓었다. 긴 복도에 있던 문들이 벽으로 나누어져 있는 각각의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아니라 모두 이 방의 문이었다. 흔들의자가 방 가운데에 놓여 있고, 검붉은 원피스를 입은 단발머리 여자가 앉아 있었다. 흔들의자 주변 바닥에 피가 흥건했다. 시체를 살폈다. 몸 이곳저곳에 무언가에 찔린 것으로 보이는 외상이 많았다. 조용히 수사해야 한다는 윗선의 명령으로 다른 팀과 함께 오지 못했다. 위에서는 수사 자료들을 모아서 따로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그런 이유로 나는 살인사건이 일어난 이 별장에 수사를 위해 머무르기로 했다.

한참 방을 조사하고 있는데 웬 종소리가 들렸다. 별장 현관에서 봤던 괘종시계의 종소리는 아니었다. 낮고 굵으면서 느리게 울리지 않고 빠르게 딸랑거리는 소리였다. 어느새 흐느낌을 멈추고 방에 들어와 조사를 지켜보던 메이드가 말했다.

작은 주인님께서 저를 부르실 때 종을 울리십니다. 함께 가시겠습니까?”

그러죠. 방에 대한 조사는 아직 더 해야 하겠지만, 이 저택에 계신 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눠 봐야 하니까요.”

우리는 방에서 나와 메이드의 뒤를 따랐다. 메이드는 우리가 올라왔던 나선형 계단의 반대쪽으로 올라갔다. 2층에 복도에는 가는 신음 소리가 맴돌고 있었다. 이어서 신음 소리는 기침 소리로 바뀌었고, 기침은 갑자기 터졌다가 끊겼다 하며 반복되었다. 우리는 저택의 큰 주인이 살해당한 현장에 갔을 때와 마찬가지로 복도 끝에 있는 문 앞에 섰다. 메이드는 옷을 단정히 하고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았다.

작은 주인님께서는 큰 주인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모르십니다. 병이 깊어 몸을 움직이지 못하십니다. 어린 나이신데 말이지요. 조심해주셨으면 합니다.”

방에 들어서자 상큼한 레몬향과 조금 더 커진 기침 소리가 우리를 맞이했다. 큰 주인이 죽어 있던 방보다 훨씬 작았다. 노란색 물건들로 가득한 방이었다. 차가운 형광등 빛만 빼면 모두 노란색이었다.

오늘은 손님이 많네, 웬일이야?”

문과 정 반대 창가 쪽에 메이드가 말했던 어린 나이에 병이 깊은 여자 아이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메이드는 우리를 정원관리사라고 소개했다. 우리는 침대 쪽으로 다가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작은 주인은 노란 이불 밖으로 팔을 꺼냈다. 하얗고 가녀린 팔이 내 쪽을 향했다. 작은 주인의 손이 내 소매 끝을 잡았다.

아저씨도 레몬을 좋아 하는 거야?”

갑작스러운 질문이기도 했고, 어리다고 했지만 스물은 되어 보이는 여자가 어린애 같은 말투로 물어 오니 조금 당황했다. 나름 귀여운 구석도 있어서 나는 자세를 낮춰 작은 주인과 눈높이를 맞추고 말했다.

물론이죠. 저는 카페에서도 레몬에이드만 고집합니다.”

메이드야 들었어? 레몬을 좋아한대! 레몬을 좋아하는 아저씨야! 나도 레몬 좋아해 아저씨. 이만큼, 이따만큼 좋아해!”

작은 주인은 침대 양 끝까지 팔을 벌리면서 이야기했다. 병이 깊다는 메이드의 말 치고는 분위기가 너무 밝다고 생각했다. 작은 주인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창가에 있는 화분을 집어 들고 내게 내밀었다.

레몬이에 열매 열리면 아저씨도 꼭 줄게!”

작은 주인의 말이 끝나고 메이드는 그 화분을 받아 들었다.

햇님이 만나러 가는 거야. 레몬이 햇님이 만나야 쑥쑥 큰다고 했어.”

메이드는 우리가 며칠 이곳에 머물 예정임을 작은 주인에게 알렸다. 작은 주인은 정말? 정말이야? 라고 메이드에게 몇 번을 다시 물었다.

아저씨들 나 재밌는 얘기 많이 알아. 그러니까 조금 더 있다 가라. ? 나 혼자 있기 싫단 말이야. ? ? 너무 재밌어서 쓰러질 지도 모르는 이야기인데, 정말이야!”

글썽이는 눈망울을 뒤로 하고 나오기가 힘들었다. 어떻게 어르고 달래서 우리는 작은 주인의 방을 나올 수 있었다.

그 뒤로 수사를 진행하면서, 메이드에게 별장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별장에는 원래 죽은 큰 주인과 작은 주인, 그리고 그들의 늙은 부모가 함께 살았지만, 올해 겨울에 별장에서 차를 타고 나가던 중에 사고가 났으며, 그 차에는 늙은 부부와 작은 주인이 타고 있었고, 작은 주인과 그 차를 운전하던 기사만이 살았다고 말했다. 메이드는 그 사건을 이야기할 때 눈물을 흘렸다. 늙은 부부가 작은 주인을 끌어안고 죽은 모습을 떠올리면 밀려오는 감정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나 역시 그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고 뒤에는 작은 주인님과 자신, 그리고 종종 찾아오는 큰 주인님만이 별장을 지켰다고 했다. 큰 주인님은 늙은 부부가 운영하던 기업의 빈 자리를 대신했고 작은 주인은 앓고 있던 고질병이 사고를 계기로 악화 돼서 침상에서 하루를 보내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이 깊은 산 속 별장에 찾아와서 살인을 저지른 외부인이 없다고 가정할 때, 사건의 용의자는 메이드와 작은 주인 둘 뿐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범인을 특정할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사건은 미해결로 마무리 됐다. 수사는 끝났지만 몇 주간 별장에서 생활하면서 작은 주인과 메이드에게 정이 붙었다. 거대한 별장에 남겨진 두 여자에게 동정심이 생겼다고 할까. 함께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내면서 메이드와 나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 여자는 눈물이 많았다. 나는 그녀가 슬퍼할 때마다 위로의 말을 건네거나 어깨를 토닥였고, 때로는 함께 밤을 보내기도 했다.

나는 수사가 끝난 뒤에도 주말이면 그 별장을 찾았다. 별장에 외로이 남겨진 두 여자와 시간을 보냈다. 오늘도 그곳으로 가고 있었다. 별장에 가는 길이면 마음이 들떴다. 오늘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매일 별장 입구로 마중을 나오던 메이드가 없었다. 항상 오기에 앞서 미리 연락을 해 두었는데 오늘은 메이드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건이 있었던 곳이라 적잖은 불안감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곧장 작은 주인의 방으로 향했다.

어서와. 아저씨.”

작은 주인은 평소와 다름없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아직 열매를 맺지 않은 레몬 나무도, 이따금씩 들려오는 작은 주인의 기침 소리도 여전했다.

메이드는 못 볼 거야. 밖에 나가 있거든.”

언제쯤 돌아 오냐는 내 물음에 작은 주인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나는 작은 주인의 끼니를 챙겨 주고 별장을 떠났다.

그 날 뒤에도 메이드는 볼 수 없었다. 작은 주인은 항상 일이 있어서 밖에 나갔다는 말만 반복했다. 나는 어느 때부턴가 그 별장에 찾아가지 않았고, 그렇게 잊어버리는 듯 했다.

문득 메이드에게서 문자가 왔다. 자신이 별장에 있으니 오랜만에 얼굴 좀 보자는 내용이었다. 어째서인지 문자만 올 뿐 전화는 받지 않았지만, 나는 기대에 부풀어 주말에 곧장 별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마중나와 있어야할 메이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작은 주인이 방에도 메이드는 없었다.

어서와. 아저씨.”

작은 주인은 평소와 다름없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아직 열매를 맺지 않은 레몬 나무도, 아니, 레몬나무는 어느새 실한 열매를 매달고 있었다.

메이드는 못 볼 거야. 밖에 나가 있거든.”

문자가 왔었다며 의아해 하는 나에게 작은 주인은 이리 오라며 손짓했다. 침대 가까이로 다가 눈높이를 맞췄다. 작은 주인은 내 귀를 잡아당기고 속삭였다.

그거 알아? 레몬 나무는 실내에만 있으면 열매를 맺지 않거든.”

내 옆구리를 무언가가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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