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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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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단편제 93회차/2] 두 사람.
글쓴이: 카루마
작성일: 14-04-19 23:55 조회: 1,069 추천: 0 비추천: 0

어느 순간 소녀는 문득 눈을 떴다. 눈앞은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커먼 어둠뿐. 그녀는 일어난 지 얼마 안된 머리를 이용해가며 현재의 상황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 물론 잘 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긴장감이 배가되고,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온몸을 조금씩 간질여왔다.

일어났나 보네?”
반사적으로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그렇기에 더 잘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어둠 저 건너편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바닥을 짚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건너편에서 느껴지는 시선 덕분에 자신은 상대를 볼 수 없지만 상대는 자신을 확실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소녀에게 전해져 왔다.

“……….”

아아, 미안해. 많이 놀랐지?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일단 서로 잘 아는 사이라고는 하지만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연락이라도 하면 나로서는 큰일이거든. 이해하지?”

저벅저벅. 건너편에서 소녀에게 말을 걸어오는 상대가 걸어오는 소리가 분명하게 들렸다. 이렇게 어두운 공간이니 아마 폐쇄된 공간일 터인데. 건너편의 상대의 발자국 소리를 들어보면 작은 돌멩이들이 무수히 많은 것 같았다. 그 점이 소녀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

그녀는 무언가 말하려다가 갑작스레 덮쳐오는 두통에 반사적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관자놀이를 짚었다. 그러는 동안 상대방은 어느새 코 앞까지 도착해 소녀의 앞에 앉았다. 분명히 보이진 않았지만 인기척으로 상대가 앉았다는 걸 눈치챘다는 사실에 그녀는 새삼 놀라고 말았다.

괜찮아요. 저를 못 믿어준 점에 대해서는 조금 섭섭하긴 하지만.. 이렇게 조심하는 것 정도야 이해 못 할 일도 아닌걸요. 그런데.. 여긴 불도 안 들어오나요? 아무것도 안보이니 조금 답답하네요.”

미안한걸. 아쉽게도 불빛과는 좀 동떨어진 장소라서 말이야. 불편해도 조금만 참아. 익숙해지면 조금씩은 보이기 시작할거야. 나도 익숙해지니까 이젠 잘만 보이는걸?”

기대에 못 미치는 대답에 반응하듯 한숨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움직이는 소리도 함께. 누군가의 움직임 때문에 바닥의 돌멩이들이 쓸리는 소리가 어두운 공간 안에 울려 퍼졌다. 먼지도 함께 일어났는지 눈앞의 보이지 않는 상대가 괴롭게 기침을 했다.

, 뭐야? 케흑.”

, 죄송해요. 제 휴대폰은 아저씨가 빼놓으셨어요?”

그래. 그리고 아저씨 아니다. 아직 한창 젊은 20대 후반이라고. 얼굴도 봤으면서 아저씨가 뭐냐 아저씨가. 내가 그리 늙어 보이디?”

하하, 죄송해요. 그럼, 오빠라고 부를게요. .. 이건 괜찮죠?”

, 아저씨 보다는 훨씬 듣기 좋네.”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면서도 한쪽에서는 뒤척이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다지 큰 소리는 아니지만 두 사람 이외엔 아무도 없는 밀폐된 공간이다 보니 적잖이 크게 들리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지갑도 없네.”

약간 맥이 빠진 듯한 목소리. 하지만 목소리에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는 뉘앙스가 풍겼다.

당연하지. 어차피 다 필요 없는 물건들인데 뭘. 뭐 중요한 거라도 안에 들어있어?”

아뇨.. 뭐 그런 건 아닌데…”

그럼 됐잖아.”

그 말에 소녀는 잠시 침묵했다. 정말 잠시 동안의 침묵이었지만, 남자는 알 수 없는 오한이 점점 드는 것을 느꼈다.

“….어요?”

소녀가 한 순간의 침묵을 깨고 무언가를 말했다. 남자는 듣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듣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소녀가 말했던 무언가가 풍기는 위험한 냄새를 인지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남자는 듣지 못한 그 말을 한번 더 말해달라고 하지 않았다.

만졌냐구요!!!”

? , 어어…. , 그게…… ..”

이 변태가아아!!”

어쩔 수 없었다고!”

갑작스런 호통과 함께 소녀가 일어서 달려들 것 같자,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벌떡 일어난 소녀는 그래도 아직 앞이 잘 보이지는 않는 듯 달려들지는 않았지만, 남자는 반쯤 뒤집어진 자세로 조용히 소녀의 상태를 지켜보았다.

하아.. 뭐 됐어요. 어차피 곧 죽을 건데 뭐..”

아직은 조금 뚱해 있다는 기분이 목소리에 묻어나고 있었지만, 남자는 굳이 거기에 토를 달려고 하지 않았다. 대신에 소녀가 기뻐할만한 물건을 주는 쪽을 택했다.

이게 뭐에요?”

초콜릿.”

그건 저도 알아요. 갑자기 이건 왜 주는 거에요?”

달콤한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는 말이 있지. , 비록 배부르게 맛있는걸 먹여줄 순 없지만.. 그래도 뭐라도 먹고 죽는 게 낫지 않겠어?”

바스락, 하고 초콜릿의 비닐껍질을 벗기는 소리가 두 사람 사이에 울렸다.

맛있네요. 향기도 좋고. 무슨 초콜릿이에요?”

글쎄.. 무슨 초콜릿이었더라.”

나 참. 오빠는 뭐 이렇게 모르는 게 많아요?”

그러게 말이다. 내가 생각해도 난 참 모르는 게 많은 것 같아.”

남자는 한 박자 띄고선 말했다.

가령, 네가 죽고 싶어 하는 이유라던가.”

소녀는 숨을 삼킨다. 남자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맴돈다. ? 라는 의문을 남자는 제시했다. 소녀는 아마도 그걸 갑자기 왜?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일순 두 사람 사이에 맴돌던 따스한 초콜릿 향기도 사라져 버린 듯, 분위기가 삭막해졌다.

아 맞아.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 네 이름도 안 물어 봤었네. 너 이름은 뭐니?”

“…..민지에요. 박민지.”

그래? 생각보다 평범한 이름이네. 닉네임이랑 비교하면 말이야.”

말해놓고 나니 다시 생각난 건지 남자는 푸풉, 하고 웃었다.

정말! 그만 좀 해요! 사람이 진지하다가 장난치다가 자꾸 왜 그래요? 이 변태아저씨가!”

아하하하! 미안, 미안. 네 외모랑 닉네임이랑 이름이랑 어째 하나도 닮은 점이 없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내 이름은 박준수야. 너랑 같은 박씨니까 기억하기도 쉽지? 그리고 난 아저씨 아니다.”

하아덩치도 그렇게 큰 사람이 왜 그렇게 어린애 같아요? 바보 같아.”

, 이제 슬슬 보이기 시작했나 보네. 훠이훠이. 잘 보여?”

~ 덕분에 잘만 보이네요. 별로 보고 싶지도 않았지만.”

그런 말 마라. 이 오빤 가슴이 여려서 쉽게 상처 받으니깐.”

그렇게 말하면서 준수는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어느 정도 형태가 잘 보이는 그것은 새하얀 봉투였다. 준수는 그 봉투를 민지에게 내밀며 말했다.

, 이거 네 유서지?”

순간 무서운 속도로 민지의 손이 날아와 봉투를 낚아챘다. 아니, 낚아채려 했다. 민지의 손이 봉투에 닿기 직전, 준수가 봉투를 높이 들어올리는 탓에 민지의 손은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줘요!”

싫어.”

이를 바드득 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거 내 옷 속에 넣어놨던 건데 거기까지 손을 댄 거에요? 이 저질!”

아니아니아니, 내가 좀 변태긴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안 하거든? 물론 욕망은 있었지. . 하지만 난 결백하다! 자신의 욕망과의 싸움에서 이긴 전사를 모욕하지 마!”

그럼 그건 뭔데요?!”

나도 몰라! 여기까지 올 때 옷 속에서 빠졌나 보지! 차 안에 떨어져 있던 걸 주워왔을 뿐이야!”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 대신 매서운 눈빛을 준수가 감당해야 했지만.

“….읽었어요?”

모기처럼 작아지는 목소리. 그 안에는 방금 전과 같던 생기가 어느 새인가 빠져나가 버렸다. 조금 전의 활기차고 당당하던 소녀는 일순간에 헐벗은 무력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눈 앞에 놓인 현실이라는 종이에.

. 읽었어.”

그런데 왜 저한테 이유를 물어봐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내가 이걸 읽는 거랑 민지, 너에게서 이야기를 듣는 건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아?”

어차피 죽을 거!”

빈 공간에서 민지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만 두라고. 더 이상 캐묻지 말라고. 신음에 가까운, 소리 없는 비명이었다. 그리곤 울기 시작한 걸까. 조금씩 흐느끼는 소리가 멀어지는 외침소리 사이에 조금씩 섞여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정말 우연처럼 인터넷에서 만났지.”

“… 그만해요.”

자살하려고 하는 사람 두 명이 인터넷에서 만나고, 실제로 이렇게 죽기 직전까지 오는 게 가능할까? 그렇게 생각했었어.”

“… 그만 두라니까요.”

민지, 네가 이야기 하기 힘들면 내 이야기 정도는 들어줘. 그건 간단하지? 시작할게? 어디 보자.. 나한테는 말이야. 소꿉친구가 있었어.”

민지는 더 이상 그만두라고 말하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지쳤기 때문에서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준수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그의 분위기에 압도당해서? 어찌됐든 민지의 흐느끼는 소리도 점차 작아지고, 어두운 공간 안에는 준수의 목소리가 가득 차기 시작했다.

참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 옛날에는 예쁜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애였어. 집안에 있는 것보다 밖에서 뛰어 노는 걸 좋아하는.. 여자애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활기차서 말이지, 맨날 내가 괴롭힘 당했다니까? 근데.. 나이를 먹고,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내가 군대를 다녀왔을 때. 고맙게도 제일 먼저 마중 나와 있더라. 군대에서 여자를 전혀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몰라. 옷도 별로 특이한 걸 입고 온 것도 아니야. 특별히 외모를 가꾸고 온 것도 아니야. 지나가는 남들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지도 몰라.”

그래도 난 그녀에게 청혼했어. 결국에.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즐겁다는 듯이.

그래서 결국에 결혼도 하고.. 신혼여행도 다녀오고.. 행복했었어. 정말 즐거웠었지. 아 그래! 아기가 생겼다고 울먹이면서 내게 말하던 그녀의 얼굴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 정말 가슴이 막.. 이렇게 두근두근해서! 하하, 이렇게 말해도 넌 아직 모르겠지. 남자친구는 있었니?”

“….아뇨.”

저런. 인생에서 사랑을 아직도 못해보다니. 짝사랑을 해본 적도 없어? 정말이야?”

아하하하. 하고 밝게 웃는 준수와는 달리 민지의 분위기는 더욱더 가라앉는 것처럼 보였다.

“….죽었어요?”

. 죽었어.”

어이없을 정도로 가볍게 준수는 대답했다. 가장 사랑했던 그녀는 이미 이 세상에 없노라고. 정말 장난치는 것처럼, 거짓말을 말하는 것처럼 가볍게 대답했지만 막상 마주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는 민지는 형용할 수 없는 슬픈 감정을 느꼈다.

사고였어. 때마침 지나가던 도로 위에 설치되어 있던 간판이 말이야. 왜인지 많이 녹슬어 있더래. 운이 없었지. 그래, 운이 없었어. 지지리도 운이 없었지. 하하하..”

마지막의 웃음은 오늘 준수가 내보인 것 중 가장 힘이 빠져있는 웃음소리였다. 그런 준수를 앞에 둔 민지는 차마 어떠한 말도 입밖에 낼 수 없었다. 심심한 위로의 한마디 조차도.

오빠.. 저는..”

그만, 이야기하지 마.”

..?”

바스락, 하고 아까 먹은 초콜릿의 비닐껍질을 벗기는 소리가 다시 들렸다.

안 들을 거야.”

? ..아까는 이야기 해달라면서요?”

마음이 변했어. 이야기 안 해도 돼. 아까 그거 종이 읽었으니까. 그걸로 됐어.”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면서요!”

하하하! 잘 알고 있네. 그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잘 기억해둬.”

갑자기 준수는 벌떡 일어나 민지의 팔을 붙잡아 당겼다. 민지는 엉겁결에 같이 일어나 준수가 이끄는 대로 걸을 수밖에 없었다.

,뭐에요? 갑자기 왜 이러는 거에요? 어디로 가는 거에요?”

준수는 말없이 계속 그녀를 잡아 이끌었다. 민지는 붙잡힌 손을 빼내려 했지만, 손에 잔뜩 힘을 준 성인 남성을 그녀가 감당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그래도 질질 끌려갔다.

!”

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 그와 동시에 민지의 입에서도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마도 준수가 민지를 벽으로 집어 던졌을 것이리라.

“..오빠 갑자기 뭐 하시는 거…!”

갑작스런 고통에도 불구하고 민지는 겨우 입을 열어서 이 상황을 해명 받고자 했다. 그것도 갑작스럽게 준수가 목을 조르기 시작해서 멈춰 버렸지만.

, . , …”

목을 조르는 손에 담긴 힘에 민지는 준수가 자길 정말로 죽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준수의 손은 강하고 무자비하게 그녀의 목을 졸라갔다. 괴롭다는 듯 민지의 가냘픈 손이 몇 번이나 목을 조르는 손을 두들겼지만, 그마저도 점점 힘이 약해져만 갔다.

살고 싶어? 너는 죽고 싶어서 나한테 접촉한 거 아니었어?”

준수가 물었다. 사람의 목을 졸라 죽이려는 사람치고는 너무나도 담담하고, 태연한 목소리로. 그리고 그런 준수의 말을 들은 민지의 저항이 조금씩 약해져 갔다.

그 당시도 지금 같은 상황이었을까? 그가 네 몸을 짓누르던 때 말이야. 그 당시의 고통이 견디기 힘들어서 넌 죽고 싶다고 생각한 거잖아? , 생각해봐. 지금의 고통이 그 당시의 고통보다 더 견디기 힘들다고 생각해? 치욕스럽던, 다시는 생각해내고 싶지 않은, 그런 일을 당한 자신을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괴롭히던 그때와, 지금 너의 생명을 정말로 지워버리려는 내 손. 어느 쪽이 더 괴롭다고 생각하냐고!”

순간, 어둠 속에서 다시 둔탁한 소리가 들려 왔다. 정기적으로, 그리고 조금씩 강하게. 준수의 외침에 대답은 없었지만, 그녀의 저항은 조금씩 강해져 왔다.

같은 부분을 주기적으로, 점점 더 강한 힘으로 쳤기에 잠깐이나마 준수의 한쪽 팔의 힘이 약해졌다. 목을 조이던 힘이 약간이나마 약해진 그 순간,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민지의 발이 준수의 복부를 걷어찼다.

!”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목을 조이던 손도 함께 떨어져 나갔다.

케흑, 콜록콜록. 하아, 하아.. 쿨럭.”

장시간 목을 졸리던 상황에서 겨우 풀려났기에 민지는 계속해서 기침을 반복하고, 목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그러면서도 걷어찬 준수가 쓰러진 방향을 끊임없이 주시하고 있었다.

, 우으으.. 으으으..”

쓰러진 준수는 계속해서 신음할 뿐 일어나지 않았다. 살기 위해서 날린 민지의 마지막 저항이 그의 명치 부분에 정확히 명중해서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았더라도 죽기 싫다는 일념에 보통의 상황에선 낼 수 없는 힘으로 걷어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

계속해서 신음하는 준수가 일어날 생각을 않자 조금 불안해진 민지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에 대답이라도 하듯, 쓰러져서 미동조차 하지 않던 준수가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이어서 신음소리는 기침 소리로 바뀌었고, 기침은 갑자기 터졌다가 끊겼다 하며 반복되었다. 누가 보더라도 명백히 이상해진 그의 모습에 민지는 저도 모르게 그의 곁으로 달려갔다. 방금 전까지 그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것도 잊은 것처럼.

, 괜찮아요?”

쿨럭, , .. 커흑, 쿨럭쿨럭!..”

괜찮느냐는 말에 대답은 없이 기침소리만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준수는 손을 들어 민지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리곤 손을 잡고. 방금 전과는 다르게 살며시 그녀를 이끌며 한 곳을 향해서 걸어갔다.

아까와는 명백하게 달라진 분위기를 민지는 느꼈다. 대체 이 남자는 뭘 하고 싶은 걸까, 하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덜컥, 하고 현재 상황과는 상당히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단지 소리뿐만이 이질적인 것이 아니라, 소리와 함께 이질적인 시야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는 것과 함께 바깥으로부터의 빛이 강하게 안쪽으로 점점 더 넓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준수에게 이끌려서 걸어 나오던 민지는 그대로 등까지 떠밀려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방금 아침 해가 떠서 일까, 바깥은 정말 아름답게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여태까지 어두운 곳에 있다가 갑자기 밝은 곳에 나오니 눈을 제대로 뜨기 힘들었으리라. 밤새 비라도 내려서 햇빛이 이슬에 반사되어서 더욱 밝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주변은 온통 거대한 나무들이 길을 막고 있었고, 그 위에 새들이 앉아 이 빛나는 아침을 환영하듯 노래하고 있었다.

마치 술에 취한 듯 멍하니 그 아름다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순간, 등 바로 뒤에서 조용히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 왔다.

저도 모르게 민지는 문에 겹쳐서 문고리를 돌렸다. 당연하게도 문은 열리지 않았고, 민지는 있는 힘껏 문을 두드리면서 외쳤다.

오빠? 문은 왜 닫았어요? 오빠!! 문 좀 열어봐요! .. , 아직 말해야 할게 많이 남았단 말에요! 혼자만 말하고.. 이러는 건.. 오빠!!”

문 건너편으로부터의 대답은 들려오지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불규칙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나무 위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들만이 밝은 공간에 울려 퍼졌다.

.. ! 괜찮을까요? 이대로.. 평범하게 살아도 괜찮을까요? 언젠가.. 언젠가 누군가는 알게 될 테고, 그 사실이 다른 모두에게 알려져도 평범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모두가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텐데, 제가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소녀의 외침은 어느새 거의 절규에 가깝게 변해가고 있었다. 목소리는 어느새 울먹임으로 바뀌어가고 있었고, 그에 걸맞게 어느새 볼을 따라서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고 있었다.

치사해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눈물범벅으로 번지는 소녀의 시야에 입고 있던 옷의 소매 부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언제나 입는 교복이었다. 부분부분 붉게 물들어 있는 게 보였다. 눈물 때문에 더욱더 얼룩져 보였다. 새하얀 와이셔츠는 모두 붉게 피로 물들어 있었다.

흐윽.. 으와아아아아앙..!!”

소녀의 울음소리가 숲 전체로 퍼져나갔다. 닫힌 문 앞에서 소녀는 끊임없이 울었다. 그렇다고 닫힌 문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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