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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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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개와 돌 이야기 -1-
글쓴이: 칭소마라
작성일: 14-04-13 07:41 조회: 1,481 추천: 0 비추천: 0

“푸츄.”

살짝 작고 안타까운 소리. 종이봉투를 손으로 눌러 터트리는 듯한 후련하면서도 조금 먹먹한 소리가 들렸다. 묘한 소리다. 새하얀 첫눈이 한 송이, 두 송이 떨어지려 할 때, 바람이 벽을 때리는 건조한 소리가 가득 찬 가운데 들린 촉촉하게 생명력이 깃든 소리.

나는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멘트가 마구 덧발라진 담장에 어지러운 낙서가 덧칠 되어 있다. 최근에 저런 낙서가 많이 보인다. 그런 골목과 골목 사이 그늘진 틈새에 그 녀석이 있었다.

덩치는 작지만 까슬까슬해 보이는 억센 털은 주황색으로 타오르고 강렬한 눈빛이 공기를 데우며 날아온다. 쫑긋 세운 귀, 윤기가 흐르는 코와 날카롭게 솟은 턱은 자신의 당당함을 주장하는 듯하다.

“푸츄.”

강아지의 표정이 찌그러졌다가 다시 본래의 당당함을 되찾는다. 약간 맥이 빠졌다.

“야, 추우면 그 박스에서 나와서 햇볕이나 쬐지 그러냐.”

강아지는 여전히 위풍당당. 라면박스 안에서 새초롬하게 앉아있다. 이제 낙엽도 거의 떨어졌고 꽤나 추운 날씨인데 굳이 그늘에 들어가 앉아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보기에 별로 떨고 있는 것 같진 않으니 상관없으려나.

“그럼 수고해라.”

강아지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고 몸을 돌렸다. 손에 든 장바구니가 흔들린다. 장을 본 김에 먹을 거라도 던져 줄까 싶기도 하지만 강아지가 뭘 먹는지도 잘 모르니 무시하고 그냥 지나가련다.

겨울이 다가오는, 아니 이미 겨울이 들어선 시점에 길바닥에 지붕도 없는 종이박스를 집 삼아 앉아있는 강아지라니 집에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고 애완동물은 아이의 정서함양에 도움이 된다고도 하지만.

키울 공간도 부족하고 끝까지 보살피는 것도 문제고 경제적으로 영향도 클 것이다. 집주인의 반응도 물론이다. 이것저것 생각해보지만 역시 쉽게 생각할 수는 없는 문제다.

“컹”

다시 소리가 났다. 다만 이번에는 재채기가 아니다. 마치 내 어깨를 툭 치는 듯한 가벼운 부름이다. 무심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강아지와 눈이 마주쳤다.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그냥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뭔가 마음이 흔들린다. 정지화상이나 다름없는 그 모습이 물기가 어린 듯 흔들려 보인다.

“푸츄”

강아지가 재채기한다. 얼굴을 찌푸리고 잠시 눈을 찡긋했다. 눈의 마주침이 잠시 멈춘다.

나는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강아지가 짓는 소리가 들린다. 무시한다. 그냥 그 자리에 앉아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보던 강아지를 뒤로하고 앞으로 걸었다. 지저분한 낙서가 가득한 담장이 내 옆으로 지나간다. 최근엔 이런 낙서가 늘었다. 그렇게 계속 걷던 중 문득, 강아지에게 누군가 말을 걸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우리 집 바로 옆에는 폐가나 다름없는 집이 하나 있다. 집을 구할 때 거짓말 같은 가격에 혹해서 직접 둘러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메마른 흙으로 덮인 마당과 금이 간 건물. 몇 군데 깨진 창문과 창틀마다 잔뜩 쌓인 먼지와 천장의 거미줄, 도저히 사람이 살만한 곳이 아니다. 원래대로라면 매물로서 성립이 안 되겠지만 거의 무료나 다름없는 가격을 부르기에 한번 둘러나 본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다른 집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한 부동산 업자의 상술이었지 싶다.

아무리 그래도 가격이 워낙에 싸다 보니 한 달 정도 몸소 폐가 체험을 하는 이들도 아주 가끔 있다고 한다. 한 일주일 정도 살았던 양씨가 최고 기록이라나. 그런 양 씨도 나갈 때는 집을 향해 고래고래 욕을 했다니 보기에만 폐가가 아니라 정말 뭔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래도 그런 폐가 체험 지원자가 한 명 더 나타난 모양이다. 목 살짝 위로 내려온 단발머리에 의사나 과학자가 입을 듯한 흰 가운을 걸친 그 사람은 폐가의 대문 앞에 서서 자물쇠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세입자가 없으면 문을 걸어두지도 않는 곳이다. 폐가답게 안 좋은 소문이 잔뜩 있어서 열어둬 봤자 접근하는 사람도 없다. 혹시나 사람도 없는 폐가를 털려는 바보일지도 모르지만 100m 밖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와도 느껴지는 오라를 생각했을 때 녹슨 자물쇠 때문에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세입자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그 오라 때문인지 한기가 돈다.

“어지간히도 오래된 집이죠? 자물쇠도 온통 녹슬고.”

내 말소리에 놀란 건지 어깨를 흠칫 떤 그 사람은 주춤거리며 몸을 돌렸다.

“아~ 네, 그렇네요. 이 근처, 이웃이십니까?”

약간 실망스럽게도 남자다. 특별히 뭔가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조금 놀라긴 했다. 부스스한 머리와 거친 피부 결, 삐딱하게 쓴 뿔테 안경. 상당히 괴팍한 인상이다. 전체적으로 푸석푸석한 가운데 유일하게 매끈한 것이 목에 건 목걸이인데 푸른 빛이 도는 사람 눈만 한 돌이 달린 이상한 디자인이다. 그래도 표정은 밝고 이런 집에 이사 오는 것치곤 꽤 정상적으로 보인다.

남자의 발치에는 커다란 봉투 하나가 놓여있다. 때가 지저분하게 낀 봉투 틈새로 인형 팔이 삐져나와 있다. 이삿짐이라기엔 작아 보이고 대체 뭐하는 봉투일까.

“예. 전 바로 옆집에 사는 한진수라고 합니다.”

“네. 저는 진담란이라고 합니다.”

담란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나도 따라서 고개를 숙인다. 왠지 어색하다.

“조금이긴 하지만 눈도 오고 좋은 징조네요. 오늘 이사 오신 거 맞죠?”

지금 장을 보러 다녀오기 전까지 계속 집에 있던 내가 그런 낌새를 전혀 못 챈 건 이상하지만. 하긴 이런 집이니 남들처럼 이사하는 게 더 이상한가.

“네. 지금 막 온 참입니다.”

“지금 막… 지금 오신 거라고요? 그럼 짐은 그 봉투가 전부이신가요?”

담란은 잠시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가 몸을 숙여 봉투에서 인형 하나를 꺼내려 했다. 왼손은 몸에 붙인 채 오른손으로만 꺼내려는 것이 조금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어쩌면 왼손이 불편한 걸지도 모르겠다. 꺼낸 것은 하얀 털에 까만 눈망울을 가진 곰 인형이었다.

“제 일거리입니다. 여기. 이사 온 기념으로 드리죠.”

담란이 약간 어색한 손놀림으로 곰 인형을 내민다. 드리겠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일거리라고? 이런 걸 받아도 되는 건가 싶다. 그렇다고 준다는데 거절하는 것도 이상하고 잠시 곤란한 표정으로 머뭇거리고 있자니. 담란이 폐가를 한번 돌아보고 입을 열었다.

“사양하실 것 없습니다. 딱히 인형 눈 알바 같은 게 아니라 제가 직접 만든 인형입니다. 천연소재를 써서 애들한테도 좋은 물건이고요.”

내 생각을 무난하게 들키고 말았다. 표정관리가 어지간히 안 됐던 모양이다.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느끼며 인형을 받아들었다. 감사하다고 말하는 말소리도 왠지 주눅이 든다.

괜찮다고 웃는 담란에게 나는 무심코 실례되는 질문을 하고 말았다.

“저, 그러시면 왜 이런 집에?”

“조금 자극이 필요했기도 하고. 그리고 이 벽에 그림들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담란의 시선이 담장을 훑는다. 담장에는 얼마 전부터 생겨난 낙서가 잔뜩이다. 이 폐가는 특별히 지우는 사람도 없어서 그동안의 낙서가 누적돼서 마구 뒤섞여 있다.

“불타는 듯한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낙서를 바라보는 담란의 표정이 제법 진지하다. 인형을 만든다더니 예술가라고 불리는 인종이었던 모양이다. 그런 인종이라니 목걸이도 왠지 예쁜 것 같고 지저분하게만 보이던 외모가 조금 신비롭게도 보였다.

“저, 그럼 이만.”

담란은 몸을 돌려 다시 자물쇠를 여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얘기한 건지 몸에 오한이 든다. 나는 걸음을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


코끝에 감도는 향긋한 커피 향에 몸을 담그고 맑고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피아노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평온함과 고요함이 지배하는 시간. 비록 수억 원대 아파트에 수천만 원짜리 음향장비는 아니지만 몇십만 원의 월세와 몇만 원의 음향장비로도 여유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법이다.

지금 이 순간만은 싸구려 합판 테이블도 고급 티테이블도 부럽지 않다. 약간 때가 탄 벽지도 비쳐드는 햇살과 어우러져서 한층 고급스러워 보인다. 한 손에 잔을 들고 다른 한 손은 허공에 세워 박자에 맞춰 가볍게 손을 흔들면 내 몸도 가구들도 둥실둥실 떠오르는 듯—

“이리 오너라!”

쿵 소리와 약간의 흔들림. 고개를 들어 문을 보니 열린 문으로 가는 다리가 삐져나와 있다. 들어간다. 스키니진에 회색 코트, 깔끔하게 머리를 뒤로 묶어 내린 미인.

“이리 오너라!”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타박타박 한 아이가 걸어 들어온다. 나풀거리는 분홍 스커트에 회색 스웨터, 트윈테일을 깜찍하게 올려 묶었다. 작은 몸집에 10살가량의 귀여운 소녀다.

“어서 와. 어떻게 같이 만나서 왔네?”

나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아내와 딸에게 인사했다.

“빨리 딸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딱 맞았지, 자.”

그렇게 말하며 아내는 가볍게 몸을 비틀었다가 폈다. 팔 끝에서 뭔가 주황색 털 뭉치가 날아왔다.

“물어.”

“컹!”

응—소리를 내며 멍하니 내게 날아오는 비행물체를 바라보는데 0.3초, 상황을 인식하고 깜짝 놀라며 소리를 내는 것과 동시에 양팔을 뻗는 데 또 0.3초.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내 품에 뭔가가 날아와 안겼다.

뜨끈하고 묵직한 감각, 코끝에 미지근한 짐승의 냄새가 올라온다. 다행히 물지는 않는다.

“컹!”

주황색 털을 가진 강아지가 나를 늠름하게 바라본다.

“너는—.”

“푸츄”

강아지는 잠시 표정을 찌푸렸다가 다시 되돌렸다.


***


딸아이의 눈물을 이길 방법을 내게 알려주는 이에게 축복이 있으라. 어두워진 거리를 터벅터벅 걸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 사정을 근거로 완곡하게 내비치려 했던 나의 거절은 아내에 의해 분쇄되고 딸의 한마디로 무릎을 꿇었다. 그런 눈빛으로 올려다보지 말아다오. 이럴 때 정말 쓸쓸함을 느낀다.

나도 도덕적으로나 심정적으로 거두고 싶었다. 길가에서 모른척하고 지나쳤지만 결코 마음이 편했던 것은 아니란 말이다. 그렇다고 지금 강아지를 데려온 상태가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지만. 아무래도 애완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다 보니 조금 부담이 된다.

딸에게 적당히 네가 책임을 지라고 말하긴 했지만 솔직히 이런 경우 책임은 부모의 것이고 아내가 자주 집을 비우는 우리 집의 경우, 책임은 나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딸에게도 방법은 가르치겠지만.

초록색으로 칠해진 문을 열쇠로 열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조금 크게 난다. 옆집만큼은 아니지만 이 집도 꽤나 낡았다.

손에 들린 비닐봉지에서 자그락 소리가 난다. 각종 애견용품 중 던지는 공 같은 장난감이 유독 짜증 나는 소리를 냈다. 거기다 사료는 상당히 무겁다.

반대쪽 손에는 목줄이 들려있다. 그 끝에는 당연히 강아지가 묶여있다. 학학거리며 꽤나 신이 나서 폴짝 거린다. 수의사 선생님이 천천히 적응하는 시간을 거쳐야 할 거라고 했는데 시험 삼아 묶어봤더니 단번에 적응해서 놀랐다.

계단을 걸어 올라가 두 번째 문을 연다. 우리 집은 보기엔 초라한 주택이지만 실제로는 더욱 초라한 연립주택이기 때문에 공용인 대문을 열고 들어간 뒤에 진짜 우리 집 문을 열어야 한다. 이게 배달 등을 시킬 때는 꽤 번거롭다.

“오수야, 왔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리애가 달려 나오며 강아지를 반긴다. 내가 강아지를 버리고 올까 봐 걱정이라도 한 건가. 만난 지 2시간도 안 된 강아지를 나보다 더, 아니, 나를 이렇게 공기취급 하다니 슬프다. 애정의 반대는 무관심이란 말이 있단다, 리애야.

“오수? 그새 이름을 지은 거야?”

꺄륵거리는 리애를 뒤로 하고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아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애견 정보를 한참 찾을 때는 도와주지도 않더니 이런 것만 빠르다. 거기다 나를 빼고.

“기왕이면 빨리 지어주는 게 좋잖아?”

나를 보며 씨익 웃는 아내. 똬리를 튼 것마냥 구불구불, 신기하게 말아 올린 머리가 얄밉다.

“왜 하필 오수라고 한 거야?”

“불에서 주인을 지키는 충정. 멋지지 않아?”

불이라니, 들판에 불이 난 와중에도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한 주인을 위해 자신의 몸에 물을 묻혀가며 불이 번지지 않도록 막았다는 그 오수인가.

“글쎄. 난 그 정도로 일방적인 사랑을 받았다간 숨 막혀 죽어버릴 것 같은데.”

개라는 동물이 실제로 얼마나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 속의 개들은 뭘 저럴까 싶을 정도로 우직한 면이 있다. 너무 무조건적이다. 이야기 밖에서야 주인이 얼마나 개에게 잘해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야기 안에서는 주인이 개에게 어떻게 했는지를 떠나 오로지 주인 온리인 것으로 미화하는 경향이 있다.

개가 이야기 안에서처럼 무조건 충성을 바치는 존재라면 나는 아마 개라는 동물을 혐오하고 두려워할 것이다. 집착도 정도껏 해달라는 얘기다. 뭐든 극으로 가면 징그러워지는 법. 스토킹을 봐라. 얼마나 무서운가.

“크, 또 사랑받지 못한 인간 특유의 썩은 시선이 나오는구만.”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며 응수하는 아내. 그렇다고 해도 그리 싫은 표정은 아니다.

“그런 주제에 딸 앞에서는 순둥이 짓이나 하고.”

말하며 아내가 어깨에 머리를 기대왔다. 전부터 생각하던 건데 누군가 내 어깨에 머리를 얹는 것은 정말 불편하다. 왠지 미안해서 몸을 내 맘대로 움직일 수도 없고. 분명히 기댄 사람도 그리 편하진 않을 텐고. 이렇게 서로 불편해하며 구속하는 자세 따위가 왜 인류역사에서 살아남은 걸까?

뭐 그렇다고 딱히 싫은 건 아니지만.

“오수는 특별한 이상 없다지?”

“그래. 깨끗… 아니지. 다 좋은데 다친 곳이 있더라.”

“어? 아빠. 여기 오수 배에….”

“그래. 배에”

리애가 안아 올린 오수의 배에는 수의사 선생님이 정성 들여 붙인 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의 하얀 반창고가 있다. 4바늘 정도 꿰맸던가. 수의사 선생님은 앓는 소리 한 번 내지 않는다며 강아지, 아니, 오수의 관운장 같은 기개를 칭찬했다. 다행히 상처가 얕아선지 출혈이 적었고, 아픈 티도 안 내니 우리도, 나도 동물병원에서 듣기 전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뭔가에 베인 것 같다고. 감염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하더라.”


***


하루의 활동량을 일정 이상 유지해 주는 것은 애견의 정신건강에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 산책을 소홀히 할 경우 애견은 심심함을 느낄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집안 물건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그 맛을 이웃에 공유하는 문제아견이 되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나는 오수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참이었다. 상처가 좀 걱정되긴 하지만 수의사 선생님도 집안에 있는 스트레스와 상처의 빠른 치유를 놓고 비교했을 때 이 정도 상처라면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게 좋을 거라고 하기도 했고.

솔직히 집안에서 너무 쌩쌩해서 잡아두기도 힘들었다. 수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아니었어도 데리고 나왔을 거다.

살짝 떼쓰는 어린애 비위 맞추는 기분으로 나왔지만 나오고 보니 그리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은 기분이다.

하늘에는 구름도 없어서 밝은 햇살이 구멍 난 돌계단을 데운다. 양옆에 왠지 허술해 보이는 난간을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작은 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다수 나무가 앙상한 가지만 남아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손끝에 느껴지는 목줄의 당김이 그 마음을 채워준다.

“엇….”

잠깐, 그 당김이 조금 세다. 꽤 격렬하다. 오수를 보니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숨을 학학거리며 꼬리를 마구 흔든다.

“아니, 오수야. 왜 이러냐.”

내 혼잣말 같은 질문을 들은 것인지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고 웃는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몸을 돌리고 뛴다. 그 시선이 한 곳에 고정돼 있다.

공원의 나무벤치, 단발에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앉아 있다. 가슴께에 걸고 있는 사람 눈만 한 크기의 푸르스름한 돌이 상당히 눈에 띈다. 잠시 시간을 두고 다시 보니 역시 이상한 목걸이다. 담란은 벤치에 축 늘어져 있다. 광합성이라도 하러 나온 모양이다.

옆에는 어제 봤던 커다란 봉투가 함께 있다. 일거리라고 하더니 뭐하러 들고 나온 걸까.

담란이 흠칫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나를 본다기보다 오수를 보고 있다. 놀란 듯 허둥지둥 일어나더니 목걸이를 주섬주섬 가슴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목줄을 따라 시선을 옮겨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 어이쿠.”

나와 담란의 중간에는 신나서 폴짝폴짝 뛰는 오수가 있다. 아슬아슬하게 담란에게 닿지 않는다. 담란은 벤치를 등진 채로 마치 적과 마주한 검사처럼 나와의, 아니, 오수와의 거리를 유지했다.

“댁에서 키우는 강아지입니까?”

“예, 오수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소형견인데 힘에서 밀릴까 싶었는데 밀리지는 않지만 이긴다는 느낌도 아니다. 함부로 힘을 썼다가 오수를 다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적당히 힘을 맞춰 끄느라 더 그렇다.

“아직 버릇이 좋지 않군요.”

담란이 오수를 피해서 벤치를 따라 옆으로 슬슬 움직였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오수를 째려보고 있다. 겁먹었다기보다 화가 난 듯이 무슨 부모의 원수라도 보는 것 같다.

“네, 죄송합니다.”

나도 목줄을 쥔 손에 더 힘을 준다. 오수와 담란의 거리가 슬슬슬 멀어졌다.

담란이 몸의 긴장을 푸는 것이 보였다. 나도 거리가 벌어진 것에 조금 방심하고 말았다. 목줄을 쥐는 손에 여유가 생겼다고 생각한 잠시, 오수가 살짝 도움닫기를 했다가, 힘껏…! 뛰어올랐다.

“우왓!” “낑!”

담란이 자신의 손을 움켜쥐고 몸을 웅크린다. 나는 힘의 조절 따위 신경 쓰지 않고 목줄을 당겨 오수를 안아 올렸다.

“괜찮으세요?”

걱정하며 담란에게 다가갔다. 품 안의 오수는 얌전해졌다.

“괜찮습니다. 가까이 오지 말아주시겠습니까?”

담란이 표정을 찡그린 채 뒤로 물러났다. 왼손을 오른손으로 덮어 가리고 꽉 누르고 이를 악물었다.

“아, 예. 죄송합니다.”

찬바람이 불고 낙엽 한 장이 원을 그리며 굴러갔다. 담란의 눈이 나를 흘긴다.

“제가 가방을 가져가야 해서.”

담란이 눈으로 커다란 봉투를 가리켰다. 가까이서 보니 안에 든 나뭇가지들이 보인다. 무엇에 쓰는 걸까?

내가 뒤로 물러나자 담란이 천천히 걸어와 봉투를 들고 뒷걸음질쳤다. 그리고는 뒤로 돌아 총총 뛰어서 사라졌다. 마지막까지 노기를 띤 눈은 풀리지 않았다.

“끼잉.”

품 안에서 들린 소리에 오수를 내려다봤다. 쫑긋 솟아있던 귀가 축 처졌다.

나는 오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분명 오수가 뛰어들었을 때 내가 본 것은 담란이 오수를 때리는 것뿐이었는데…….


***


“오수야~, 간다!”

리애가 공을 던지면 오수가 바로 물고 온다. 공이 굴러갈 때마다 자그락거리는 방울 소리가 들리고 발톱인지 오수의 발바닥인지가 장판과 부딪혀 타닥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그리 넓지도 않은 거실에서 저렇게 한참을 노는 데도 질리지도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신경 줄인지 산책할 때만 해도 완전히 기가 죽어서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또 완전히 살아났다. 벌써 다 까먹은 걸까. 또 사람에게 뛰어드는 것도 안될 일이니 잊어도 곤란하다. 내일 산책을 나가봐야 확실해지겠지만.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자신의 구성원이나 영역을 지키기 위한 위협 행동이나 상대한 두려움에서 나오는 반사 행동, 아니면 포식 행동. 하지만 오늘 오수의 행동은 여기에 행동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것은 언젠가 친구의 집에서 보았던, 소시지가 먹고 싶어 펄쩍 뛰어오르던 먹을 것을 달라고 뛰어오르는 강아지의 모습과 닮았다. 아니 그렇다고 하면 포식 활동의 일종이 되는 거려나.

하지만 그래도, 내 눈엔 오수가 일방적으로 맞은 것으로 보였는데.

정말 모르겠다.

“그리 고민할 것 없다니까?”

아내가 평상 위에 김이 피어오르는 냄비를 놓으며 말했다.

“사람을 무는 건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잖아. 정말 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냄비를 흘끗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간 국물에 신 냄새가 가득한 김치찌개다. 비곗덩어리가 잔뜩 붙은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특제로 진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연기를 한 것 같다고 했던가?”

“그래.”

냄비만 가져오고 자리에 앉은 아내에게 대답했다. 밥그릇에 순서대로 밥을 푼다. 나는 절반보다 많게, 아내는 한 그릇 가득, 리애는 반 공기다. 윤기가 흐르는 돌김과 밑반찬들을 상에 올렸다. 절로 군침이 돈다.

오수도 배가 고파진 건지 내 발치에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타닥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리애야, 말했던 거 기억하지?”

“네~. 오수야.”

리애가 오수를 부르자 오수가 바로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이런 점을 보면 상당히 똑똑한 녀석이다. 아마 오늘 낮의 일을 잊었을 리도 없을 것이다. 길들이기의 시작은 개와 사람이 눈을 맞추는 것부터라고 하는데 이 녀석은 벌써 그 부분이 끝났다. 나도 당장 내 이름이 바뀌면 이렇게 빨리 적응하진 못할 텐데.

“안~돼~.”

평상으로 옮긴 반찬들에 눈독을 들이는 오수에게 눈을 맞춘 채로 나지막이 말하는 리애. 오수는 말 그대로 참는다. 조금 안절부절못하긴 하지만. 꼬리가 움찔움찔 거리지만 참는다.

“지금도 봐. 다시 그런 일 없을 거야.”

“그렇긴 하지만.”

“거기다가 봐, 저 상처. 아무래도 오수, 영물 같은 거 아냐?”

앉아서 기다리는 오수의 배가 드러나 있다. 어제만 해도 반창고가 있던 자리가 깨끗해졌다. 그래, 담란과의 일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아, 정말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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