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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단편제 92회차/3]살충녀와 바퀴벌레
글쓴이: 사샤미
작성일: 14-04-12 22:52 조회: 1,449 추천: 0 비추천: 0

나는 지금 매우 고민스럽다.

내가 만나기로 한 소녀는 약 40분 전에 내가 사는 동네로 왔다. 그리고 이제 거의 다 왔다며 내게 신호를 보냈다. 그래서 나는 나가야 했고, 서둘러 준비를 했다.

그런데 왜 저것이 나의 외출을 방해하는 걸까.

동그랗고 작은 검은 머리, 굴곡이 아예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납작하고 편평한 몸, 짧고 재빠른 다리. 강아지계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산만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라고 해도 결국 바퀴벌레잖아. 바깥에서는 에비가 내게 소리쳐 묻고 있었다. 원래 실명은 사례.

“문 안 열어줘?”

“아니야! 열어줄 거야!”

침착하자, 나! 이 문턱만 지나면 소녀와 함께 훈훈하고도 므흣한 독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글까!

바퀴벌레가 이 쪽으로 몇 센티미터 질주해왔다.

“그브아으아아악!!!”

“뭐야? 무슨 일인 건데?”

죄송합니다, 장 못 담그겠어요.


이제 에비는 이상한 외래어를 내뱉고 있었다. 푸아그라인지 뭔지. 어디를 뒤지고 있는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연속으로 들려온다.

“와이 게에속 안 여러주우어, 아, 찾았다.”


드드득, 철컥, 끼익.


“이예이~”

에비가 문을 걷어차면서 들어왔다.

가슴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과 소매의 단추를 채우지 않은 와이셔츠, 만지면 탄탄할 것 같은 다리와 그걸 감싼 커피색 스타킹. 주름치마와 하얀 양말, 빨간 스니커즈. 훌륭한 조합이다.

“열쇠 찾았던 거였냐?!”

“보통 이런 유형의 집에서는 열쇠를 화분 밑이나 우유가방 안이나 안 써서 밖에 내놓은 사물함 안 같은 곳에 넣어놓더라고.”

다음부터는 에비한테 첩보 액션 영화는 보여주면 안 되겠다. 주인공이 금고 자물쇠를 여는 장면이 단 1초라도 나오면 그 다음날 한국은행을 털 녀석이다.

에비는 한 바퀴 돌면서 집 안을 휙 둘러보고 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소파 쪽으로 다가왔다.

“근데 왜 이렇게 문 여는 게 늦어? 방이랑 현관문 거리 완전 짧은데?”

제발, 바퀴벌레여, 나의 기대에 부응해 사라져다오! 난 차마 바퀴벌레가 무서워서 부들부들 떠느라 문을 못 열어줬다고 말하지 못 하겠어!

바퀴벌레는 아까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다음부터는 과자 같은 건 밖에서 먹고 들어와야겠다. 너에게 일용할 양식은 이제 없을 것이다!

“추워서 웅크리고 있는 거야?”

에비는 어느새 내 옆에 앉아서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소매가 흘러내리면서 하얀 팔이 그대로 드러난다. 반팔이었으면 겨드랑이가 드러나면서 모에가…!

그 전에 바퀴벌레는 아직 눈치 채지 못한 걸까. 나는 슬쩍 바퀴벌레가 있는 쪽을 다시 바라보았다.

아까보다 약 2센티미터 정도 더 접근해 있다. 더듬이가 상하좌우로 빙글빙글 움직이면서 에비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너는 무슨 첩보원인 거냐. 에비는 이제 스마트폰을 소파 위에 내려놓고 소매 단추를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내가 해줄게.”

내가 손을 뻗자마자 에비는 내 이마를 찰싹 때렸다.

“내가 할 거야!”

“너 그러고 있다가 평생 단추 못 채우거든?!”

“죽기 하루 전에 채운다 할지라도 나는 혼자 단추를 채우겠다!”

“무슨 쓸모없는 다짐인 건데 그건?! 그리고 이마를 맞을 정도로 굉장한 일이었어?”

“여자의 결심을 무너뜨리는 남자는 쓰레기니까!”

“얼떨결에 쓰레기가 되었다?!”

“오, 바퀴벌레다.”

“그래, 바퀴벌ㄹ…”

잠깐. 에비는 태연한 표정으로 바퀴벌레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보통 여자애들은 바퀴벌레를 보는 순간 비명 지르지 않아? 그 다음에 허둥대면서 남자의 옷자락을 잡고 뒤로 숨는다거나, 소파에서 굴러 떨어진다거나 하지 않아? 내가 늠름하게 바퀴벌레를 쫓아내거나 죽이면서 에비에게 호감을 산다거나 그런 전개는 없는 거야?


사삭.


“히익?!”

없는 것 같다. 역시 라이트노벨과 현실은 틀리구나.

옆을 보니 에비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우리는 성별이 뒤바뀌어서 태어난 것 같다.

“바퀴벌레가 무서워서 문 안 열어준 거였어?”

“응.”

“긍정하지 말라고! 적어도 이때는 핑계 하나쯤은 준비해두라고!”

“핑계 같은 걸 만들 여유가 있겠냐?!”

나는 저 몸의 굴곡 없음과 엄청난 스피드에 압도당해서 차마 이 소파 위를 벗어날 수 없었다고.

“저 바퀴벌레가 없으면 집이 무너진다거나 하는 터무니없는 핑계를 대란 말이야!”

“터무니없는 핑계는 댈 필요 없는 거잖아!”

바퀴벌레를 앞에 두고 이렇게 화목하게 다툴 수 있는 사이였구나, 우리는.

에비가 이마에 손을 짚으면서 중얼거렸다.

“역시 오빠랑 나는 성별이 바뀌어야만 했어.”

“그러게. 나도 진심으로 바뀌고 싶은데.”

“그러면 오빠는 인생 말아먹는 거야.”

“가슴은 클 텐데?”

“아무리 당신이 키가 크다고 할지라도 키랑 가슴은 비례하지 않아.”

184cm가 큰 거였나. 내가 한국 남성 평균 키를 떠올리려고 노력하는 동안 에비는 단추에서 손을 떼고 바닥에 발을 댔다.

“나가게 하면 되는 거지?”

“죽이게?!”

“안 죽여. 내보낼 거야.”

아니, 걔 안 움직여. 난 네가 오기 30분 전부터 쟤랑 눈싸움을 했는데도 안 도망간다고.

에비는 바퀴벌레 앞에 앉아 허리를 숙여 바퀴벌레를 내려다보았다. 얼핏 봐서는 바퀴벌레의 더듬이와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맞대고 정보를 주고받는 장면 같다.

“에비.”

정적. 바퀴벌레도 에비도 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설마 말만으로도 바퀴벌레를 쫓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에비, 뭐하냐?”

“쉿. 기다려봐.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나오는 데? 얘 한 마리밖에 없는데?

주방 쪽에서 깨가 쏟아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 타다닥과 사사삭을 합쳐 놓은 것 같은 소리. 나는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고, 진심으로 그 행동을 후회하게 되었다.


군단. 정말 군단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바퀴벌레들이 쏟아져 나온다. 찬장에서, 벽에서, 액자 뒤에서, 싱크대 안쪽에서. 뒤에서 몰아붙이는 기세에 뒤집혀 버둥거리기도 하고 뒹굴기도 하면서. 컵을 타넘고 바닥에 널브러진 책들을 돌아 수건을 밟으면서. 피라니아들이 실수로 강에 빠진 사슴에게 덤벼들듯이.

이제 나는 바퀴벌레들이 내 몸 위를 기어가는 감촉을 맛보면서 기절해야 되나? 이거 주인공 대접이 너무 박하잖아.

따뜻한 손이 내 팔에 닿았다. 에비가 앉은 자리에서 손을 뻗어 내 팔을 잡고 있었다. 그녀 앞의 바퀴벌레는 이제 현관 쪽으로 몸을 돌리고 있었고, 바퀴벌레 군단들은 여전히 질주해오고 있었다.

더없이 진지한 눈으로 그녀는 내게 속삭였다.

“눈 감아.”

지금 눈 안 감으면 바퀴벌레들이 내 눈을 파먹기라도 하는 걸까. 아, 소름 돋았어. 나는 에비의 말대로 눈을 꼭 감았다.

깨가 쏟아지는 소리가 끝나고, 에비가 내 팔을 놓아주었다. 조심스럽게 한쪽 눈을 떠보았다. 집은 평소 모습 그대로다. 오로지 바퀴벌레들만이 없을 뿐이다.

에비는 읏챠, 하고 일어나더니 날 보면서 활짝 웃었다.

“빨래 끝~!”

이건 빨래가 아니라 살충이야. 아니, 살충이 아니라 강제퇴장시킨 건가.


다시 아까처럼. 우리 둘 다 소파에 앉아 있고, 에비는 단추와 씨름하고 있다.

“에비는 인간 세스코인 거야?”

“응? 그런 거 아니야.”

“그럼 어떻게 에비라는 말 한 마디로 바퀴벌레들을 사라지게 하는 건데?”

아까 거실로 영역을 확장시키러 온 바퀴벌레 장군과 우리 집 곳곳에 숨어있는 바퀴벌레들까지 다 내보내 버렸다. 아까 바퀴벌레들이 튀어나온 곳들을 열어보고 막대기로도 쑤셔봤지만 바퀴벌레들은 단 한 마리도 나오지 않았다. 바퀴벌레의 살을 풀어주는 소녀인 건가.

“내가 어렸을 때 소풍을 갔거든? 엄마가 샌드위치도 싸줬어.”

옛날 생각을 하는지 에비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 전에 난 네 소풍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 아니라 그 살풀이 능력이 궁금한 건데.

“내가 그걸 먹었을 때, 아래로 뭐가 떨어진 거야. 그래서 주워봤더니 바퀴벌레였어.”

“뭐?!”

“2분의 1 마리.”

담담하게 말하는 에비가 진심으로 존경스러워졌다.

“어쩐지 씹을 때 바스락 소리와 함께 고소한 맛이 나더라.”

“거기까지. 스톱.”

“바위 초콜릿에서 구더기가 나왔을 때의 기분이랄ㄲ…”

“멈추라고!”

내가 그 초콜릿을 얼마나 많이 먹었는데! 결국 에비는 이마를 한 대 맞고 나서야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래서 그냥 뱉었어.”

“비교적 정상이어서 다행이다…!”

“그런데 바퀴벌레가 내 앞에 한 마리 더 있더라고.”

그 바퀴벌레, 살충 현장의 목격자다. 아직 공소시효는 안 지났으니 지금쯤 소송 준비하고 있을지도.

“그래서 ‘에비’라고 했더니 진짜 도망가더라.”

목격자가 방관자로 전락했다. 고소는 무슨, 앞으로 평생 동족이 살해당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못했다는 것에 절망하고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이미 자살했을지도.


에비는 다리를 파닥파닥 흔들면서 날 바라보았다. 방금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고백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행복한 미소가 서려 있다.

“그 다음부터 바퀴벌레들한테 ‘에비’라 그러면 그 공간의 바퀴벌레들이 다 도망가더라.”

바퀴벌레가 최고로 빨리 달릴 수 있는 속도와 바퀴벌레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는 속도는 비슷한 걸까.

에비는 나한테 팔을 내밀었다.

“역시 단추 잘 안 채워져. 채워줘.”

“아까는 죽기 하루 전에 채운다 할지라도 네가 한다며.”

“여자의 변심은 무죄인 거야.”

“변신이겠지.”

“외모가 변하든 마음이 변하든 같은 거잖아?”

궤변을 이해시키는 건 네가 처음일 거다. 나는 에비의 소매를 잡고 단추를 채워주었다. 에비가 불평하면서 반대쪽 팔을 내밀었다.

“왜 단추는 ‘채워져라’라고 해도 채워지지 않는 걸까.”

“네가 염동력자는 아니잖아?”

“아.”

납득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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