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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제 92회차/1] 낙원의 바퀴벌레
글쓴이: 미스트리
작성일: 14-04-12 22:48 조회: 1,588 추천: 0 비추천: 0



낙원의 바퀴벌레







바퀴벌레, 더럽게 역겹긴 하다. 정말이지 정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들지 않는다.


그러나.


바퀴벌레는 누구보다 생명력이 질기다. 누구나가 경멸하고 미워하지만, 그래도 누구보다도 강하게, 그래, 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도. 네놈들처럼 살 수 있으려나? 더럽다고, 역겹다고 경멸당하고, 모욕당하고, 미움까지 받아도. 그런데도 나도 네놈들처럼 강하게 살 수 있을까?”


나는. 내 옆을 지나가는 바퀴벌레를 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린다. 내가 미쳤지.


더러운 방. 냄새나는 방. 쓰레기가 가득하고, 해충이 가득하고, 악취가 가득하고, 절망과 고통이 가득한 내 삶의 터전.


미친 듯이 불어나는 바퀴벌레들은 나를 더욱 짜증나게 하는 한편, 언제나 그 생명력에 감탄한다.


“미친놈들, 벌레주제에.......그래. 나도 벌레였지.........”


낙원은 없다. 천국은 없다.


왜냐하면 지구 그 어디에도, 설령 낙원이라고 할지라도! 이 녀석들은 거기에 있을 거다. 살아 있을 거다.


악착같은 생명력으로 뭐든지 먹어치우면서, 그 역겨운 몸의 살을 찌우고, 그 징그러운 발들을 열심히 굴리며, 세상 어디라도 펴져갈

것이다.


설령 이 세상에 종말이 온다고 이 녀석들은 살아 있을 거다.


어떠냐? 신아. 어떠냐? 교주야.


이래도 너희들은 정토를 입에 담는 것이냐.


나의 불행은 모두 “낙원”이라는 말에서 시작되었다. 차라리 낙원보다 바퀴벌레가 낫다는 걸 알았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




경제는 10년 내내 불황이다.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실업자는 넘쳐나고, 빚쟁이들도 넘쳐났다. 자살

자들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졸라맨 허리띠는 더욱 가늘어졌다.


매년 한정된 수의 인원만 뽑는 공무원 공채 시험에서의 경쟁 또한 치열해져만 갔다.


사는 거 자체가 전쟁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불경기 속에서 신음하며, 희망을 바라고 있었다. 구원을 바랬다.


그렇다. 사람들은 안식처를 갈망했다. 그러나 그들은 무지했다. 그 정도로 무력했다.


어떤 교회든 절이든지 그것이 교회고 절이고 성당이면 거기에 신과 부처의 가호가 함께 하는 줄 안다. 목사나 스님이면 무조건 존경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줄 안다.


바퀴벌레조차 스스로 생각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친숙한 미륵과 낙원 사상을 차용한 사이비종파들이 더럿 탄생했고, 그 사이비 종교는 무서운 속도로 사람들을 현

혹시켜 번창해, 마침내는 한국의 유력 정치세력으로까지 부상했다.



.......




내가 자란 곳은 한 종교에서 운영하는 작은 고아원이었다.


아마 부모는 경제난으로 날 고아원에 앞에 버리고 간 것 같다. 그 고아원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사람들은 종교라고 말하면, 그 종

교의 이름만으로도 성스럽고, 존엄하고, 정의롭고, 욕심없고, 바르고......그런 곳인 줄 안다. 그러나, 그런 건 전부다 개소리일 뿐이

다.


그곳은 그저 춥고 외로운 곳이었다. 사랑에 목마르고 각박한 곳이었다.


고아원이 어떤 곳이든, 부모없는 애들에게 있어서 세상은 한없이 잔인하고 메마른 곳이다.


애초부터 커서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나는 살아가는 법을 알지 못했다. 나는 사회에서 생활하는 법조차 몸에 익히지 못했다. 정신을 차리면 나는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때에 비행청소년. 때에 부모 없는 자식. 그러나 막상 성인이 되고나면, 그냥 이름 모를 노숙자가 되어 있을 뿐이었다.


몇 년을 노숙하며, 쓰레기 같은 삶을 살아왔던가? 쓰레기통을 뒤지고, 구걸하고, 그 돈으로 술 마시고 싸움질이나 하면서, 얼마나 바

퀴벌레 같은 삶을 살아왔던가?


나는 자신의 인생과 사회에 절망했다. 자신의 쓰레기 같은 삶에. 사회의 바퀴벌레나 다름없는 자신의 존재에. 절망하고, 혐오하고,


그리고 체념했다. 이런 생활을 그만두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면서 그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더더욱 내가 있을 곳이 없는 이 사

회가 원망스러웠다. 모든 것이 싫고, 모든 것이 괴로웠다.


그때였다.


“자네. 나와 함께 하지 않겠나?”


쌀쌀한 겨울 밤, 공원 한구석에서 술에 취해 추위에 떨고 있는 내게 내밀어진 손. 그것은 구원의 손이었다. 그야말로 보살의 손이라

고 생각했다.


인자한 미소가 어울리는 노승. 그 얼굴에는 후광이 드리운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뒤에는 그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그를 따라 갔다. 그들의 인도를 따라 갔다.


그들은 자신들을 ‘대한 불교 개벽미륵종’ 이라고 했다.


“여러분. 구원받고 싶지 않으십니까? 극락정토에 가고 싶지 않으십니까?”


“가고 싶습니다!!”


“극락에 가기 위해서는, 공덕을 쌓아야 합니다. 공덕을 쌓지 않고 극락정토에 가겠다는 것은 욕심입니다. 우리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

다. 욕심을 버리고, 자신이 가진 것을 부처님에 공양해야 합니다. 돈이 없으면 몸이라도 헌신하여 부처님에게 공양해야 합니다. 그러

면 설령 어떤 죄를 지은 사람이라도 쌓은 선업만큼 다음 세상에서 좋게 태어나거나 극락에 갈 수 있습니다.”


한없이 옳은 소리처럼 들렸다. 부처님의 자비심에 구원받은 느낌이었다.


그렇다. 나는 정말로 그때 구원받은 느낌이었다.


아무런 쓸모도 없던 내 인생에 의미가 생긴 것 같았다. 아무런 목표도 없던 내 인생에 목표가 생긴 것 같았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

은 것 같았다.


나는 공덕을 쌓아 극락에 가고 싶어졌다. 이 개 같은 세상에서 떠나고 싶었다.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극락정토에 가고 싶

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덕을 쌓아야한다. 그러나 공덕은 그냥 쌓이는 게 아니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러나 나는 돈이 없다. 그

렇다면 이 몸을 헌신해야 한다.


“큰스님. 저도 공덕을 쌓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진 건 이 몸 밖에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큰스님에게 물었다. 그러자 큰스님은 ‘씩’ 하고 웃었다.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제 말에 따라 행동하면 됩니다. 저는 부처님의 제자이자, 현세에 남아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로써 여러분들을

해탈로 인도할 것이니 걱정할 것 없습니다. 제 말만 따라 하면 됩니다.”



.....




그렇게 난 십자군이 되었다. 돈이 있으되 욕심 때문에 돈을 내놓지 않는 어리석은 신도들에게서 돈을 걷고, 우리 교를 비방하는 놈들

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제게 돈이 어딨다는 거에요? 입에 풀칠하기도 바쁜데.”


“자식들 이름으로 들어 논 보험 있는 거 다 알아요. 아줌마. 그 돈을 안내면 천벌 받는다니까. 아줌마, 지옥에 떨어지고 싶어? 아니잖

아. 모든 게 무상한데 돈에 집착할 이유가 어딨어? 걱정 마. 반드시 낸 만큼 공덕이 돌아오는 법이니까. 욕심을 던 만큼 극락에 가까

워진다니까.”


온갖 더러운 짓을 정말로, 아무런 죄책감도 주저도 없이 해왔다. 정말로 그것이 성스러운 일이며, 중생을 구제하는 일이라 여겼다.


극락을 위해서. 극락에 갈 수만 있다면!!


“이 땅에 지상낙원을 만들어야 합니다.”


어느 순간 큰스님은 정계인사들이랑 만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순히 극락에 가는 것이 아닌, 이 땅에 낙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외쳤

다. 자신이야말로 미륵부처를 섬기는 보살이라고 했다.


낙원.


그 얼마나 달콤한 이름인가. 이런 바퀴벌레 같은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낙원을 만들 수만 있다면.


나는 더욱 큰스님을 위해 헌신했다.


하지만 뭔가가 이상했다. 뭔가가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스스로를 속일 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나는 어리석었고, 나약했다. 믿음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큰스님은 나 같은 놈과 달리 똑똑하시고 자비로우시고 위대한 분이시라는 걸 아는데.


나 같은 놈이 의심해서 뭘 하겠나?


모든 것은 극락, 낙원을 위해서. 이 썩어빠진 세상의 종말을 위해서.


그리고 나는......


사람을 죽였다.


누군지 모른다. 단지, 낙원의 건설을 방해하는 자. 정확히는 어느 정치인의 뒷꽁무니를 쫒는 파파라치. 스님은 그를 없애야하는 바퀴

벌레라고 했다.


그래. 분명 바퀴벌레는 없애야한다. 존재가치가 없는 게 바로 바퀴벌레다........




............




태어나서 사람을 처음 죽인 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큰스님을 찾아갔다. 아니, 스님 행세를 하는 사기꾼을 찾아갔다.


“수고했어.”


그는 내게 돈뭉치를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잠잠해질 때까지 잠시 시골에서 숨어있어. 내가 연락할 때까지 연락하지 말고.”


“왜?.....왜 제가 숨어야 하는 거죠?”


몸이 부들부들 떨여왔다. 나는 내가 한 일이 옳다고 믿었다!


“사람을 죽였으니까.”


그는 싸늘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시, 싫습니다. 전 숨기 싫습니다!”


“어허! 이 사람이. 다 자네를 위해서야.”


숨고 싶지 않다. 왜 숨어야 하는 거지?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건가? 그래. 난 사람을 죽였지. 난 살인자야. 그런데 내가 왜 사람을 죽였

더라?


퍽. 큰스님은 내 얼굴을 향해 또 다른 돈뭉치를 던졌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냥 솔직히 말해! 얼마를 원해!?”


큰스님은 이제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엄청난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얼마를 원하다뇨? 전 단지.”


“젠장. 바퀴벌레 같은 놈이.”


“네?”


나는 그의 입에서 세어 나온 소리에 내 귀를 의심했다.


“먹여 주고 재워줬으면 됐지?! 뭘 대체 바라는 거야?! 바퀴벌레 같은 놈. 너 같은 쓰레기를 데려다 사람 만들어주니, 이제는 나를 등

쳐먹으려 들어? 웃기지 마! 이놈아!”


그는 갑자기 내 멱살을 잡더니 내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크아악! 자, 잠깐만요. 스, 스님!”


나는 땅에 꼬꾸라졌고, 그는 그런 나를 인정사정없이 두들겨팼다.


“젠장! 쓰레기 같은 놈! 바퀴벌레 같은 놈!!”


도대체 뭔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내가 갈고 있던 존경하는 큰스님의 모습은? 이게 이 사람의 본모습인가? 그러면

나는? 나는 이제까지 이용만 당해온 것인가?


모든 것이 와르르 무너져간다. 내가 가진 환상, 아니 망상들이 무너져간다.


배신당했다는 것을 확신하는 순간.


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나는.......


순간 욱 하고 솟아 오른 분노에 나는 근처에 있던 항아리를 잡고 일어서 사기꾼 놈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항아리는 너무도 쉽게

깨졌다. 언제나 몇 백 만원짜리 라고 자랑하던 항아리. 분명 수많은 신도들의 등골을 빼먹으면서 산 항아리. 나는 손아귀에 쥐어진

깨어진 항아리 파편으로 그의 목을 찔렀다. 그는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피를 흘리며 죽었다.


나는 힘없이 밖을 걸었다. 구슬프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처량한 빗길을 걸었다.


나는 대체 무슨 짓을 해왔던 거지? 나는 등신이었나? 난 낙원 같은데 갈 수 없었다. 아니. 낙원이라는 거 자체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것도 모르는 나는 등신이 분명하다.


그렇다.


그것이 진실이다.


나는 바퀴벌레일 뿐이다. 아니 바퀴벌레보다 못한 놈이다.


왜냐하면 나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포기해버렸으니까.


생각하기를 포기 한 채, 사이비 중놈에게 속아서 사람까지 죽였다!


자등명법등명의 진리를 잊고 살아왔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


내가 이 방에 틀어 박힌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아마 밖에서는 살인자를 열심히 찾고 있을 거다. 한 달 만 청소를 안 해도 방안에서

는 바퀴벌레가 득실 된다. 하물며 닦지 않은 마음 따위야.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모르겠다. 날 도와주는 사람도 없다.


당연히 없지. 나는 쓰레기다. 바퀴벌레다. 이 사회에 나 같은 놈이 있을 데는 없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이다. 그게 세상을 위한 길

일지도 모른다.


내가 대체 뭘 할 수 있겠나? 혼자서 살아가는 법조차 알지 못한다. 남에게 속아서, 남을 등쳐먹고, 사람까지 죽였다.


난 정말 바퀴벌레보다 못한 인간이다........


그러나 바퀴벌레에게는 죄가 없다. 쓰레기 속에서 태어나는 게 아니라, 그저 어떤 환경 속에서도 그놈들은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뿐

이다.


그렇다! 낙원 따위는 부질없다. 낙원에도 바퀴벌레는 살고 있을 것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누구보다 부지런히 놈들은 살아가고 있다!


더럽다고, 역겹다고 경멸당하고, 모욕당하고, 미움까지 받아도. 심지어 차라리 존재하지 말아야 한다고 사람들에게 여겨져도 이토록

꿋꿋이 최선을 살아가고 있다!


적어도 내가 바퀴벌레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나 또한 그렇게 살아가야 할 게 아닌가!?


사회의 쓰레기라고 손가락질 당해도, 살인자라고 두들겨 맞아도, 당당히, 그리고 열심히 살아가야 할 게 아닌가?!


나는 갑자기 일어서서, 그저 미친 사람처럼 방안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큰 쓰레기들을 봉지에 넣고, 잘잘한 먼지들은 빗자루로 쓸어

버리고. 그렇게 한참의 대청소 끝에 방안은 깨끗해졌다. 나는 세면실에서 더러운 몸을 씻고 덥수룩한 수염을 잘랐다.


깨끗한 방, 깨끗한 몸. 청소하면 이렇게나 깨끗해진다. 씻으면 이렇게나 깨끗해진다.


나의 마음과 행동 또한 분명 그럴 것이다.


과거를 지울 수는 없지만, 힘차게 살다보면 분명 좋은 날이 오겠지. 아니, 힘차게 사는 게 바로 삶이겠지!


나는 솟아오르는 두려움을 이겨내며 집 밖으로 나간다.


설령 그 어떤 극락이나 낙원이 있다고 해도, 그곳에도 바퀴벌레는 있을 것이다. 세상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죗값을 치루고, 그래도 살인자라고 손가락질 받고, 먹고 살 길도 막막할 테지만. 이제 더 이상 극락이니 낙원이니 하는 감언이설에

기만당하지 않는다.


애시당초 바퀴벌레에게 낙원이니 그런 건 상관없다. 그저 살 뿐이다.


열심히 먹고 똥싸고, 발빠르게 살면서, 머리도 열심히 굴리며. 그렇게 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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