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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대결] 주스 마시고 가세요.
글쓴이: 산군임
작성일: 13-12-30 00:09 조회: 1,008 추천: 0 비추천: 0

주스, 마실래?”

무시했다. 저 녀석 왜 아까부터 자꾸 나한테 주스를 권하는 거지? 미안하지만 이쪽은 시음 같은 건 사절이거든? 와이셔츠에 걸친 넥타이를 조이고 나는 곱게 뻗어있는 인도를 걸었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올라 있었기 때문에 인도는 사람들로 인해 꽤나 북적북적한 상태였다. 인파를 헤치고 나가는 와중 힐끗 뒤를 바라보니 그 여자는 한손에 주스 컵을 든 채로 나를 따라왔다. 어디까지 따라올 생각인거냐. 억지로 여자를 떼어내려고 나는 재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제 따라올 생각 같은 건 하지 않겠지. 나는 한숨을 한번 쉰 후 지하도로 내려갔다.

하지만 내 시야로 들어온 광경에 나는 눈을 번쩍 뜨고 말았다.

찾았다!”

그 여자는 아니 그 여자 아이는 달려와서 내 손을 잡는다. 아이러니 하게도 달려온 주제에 다른 한 손에 들린 종이컵 주스는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설마 주스 한잔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건가. 설마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주스, 마셔!”

주스 시음을 강요하는 소녀의 모습을 새삼스레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키는 한 140cm 후반 정도 엄청나게 작은 체형의 소유자다. 그 아이의 복장은 꽤나 잘 알고 있는 복장이다. 이 근방에서 유명한 슈퍼마켓의 알바 유니폼. 특이한게 있자면 그 아이가 입은 유니폼은 꽤나 커 보인다는 점일까. 그리고 가슴팍에 붙어있는 이름이 있을곳이 공백으로 채워진 명찰. 소녀의 외모는 꽤나 평범했다. 그러나 평범함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는 풀꽃처럼 소녀의 외모에 아름다움이 없는 건 아니었다.

주스, 한잔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거야?”

소녀를 비웃는 말투를 연기하며 소녀의 의중을 떠보았다. 뭐 내 얼굴 보고 호구처럼 생겼다 하고 강매하러 온 거겠지. 하지만 소녀는 내게 활짝 웃었다.

그렇지만 아저씨 힘들어 보이는걸..?”

그 말에 나는 순간 기침이 나올 뻔 했다. 그래, 나 지금 피곤한 상태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내 마음이 표정에 드러난 것일까. 소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저씬 별로 안 힘들다. 꼬맹아.”

꼬맹이 아냐!”

소녀가 뺨을 부풀리며 팔을 붕붕 흔든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문득 웃음이 피식 새어나왔으나 나는 빠르게 표정을 정리하고 지하철 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곧 그 아이도 나를 쫓아 따라왔다.

아저씨 이거 마시고 가.”

알바 안하냐.”

소녀의 질문에 동문서답 식으로 대답해주자 소녀는 곧 시음강요도 까먹고 검지 손가락을 턱으로 짚더니 내게 말했다.

우움..엄마가..이거 하라고 했어..근데 딱히 안 해도 돼.”

그 말에 또 다시 누군가가 겹쳐 보였다. 그 기억에 문득 향수를 느낀 나는 재빠르게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대로 가다간 거래처엔 지각이겠군.

소녀는 여전히 한 손엔 주스를 들고 나를 쫓아오려 하고 있었다. 나는 소녀를 제지한 채로 다시 한번 소녀를 향해 말했다.

따라오지마.”

이거 마셔!”

소녀가 다시 한번 주스를 권한다. 어째서일까. 어째서 이 소녀는 내게 주스를 못 먹여서 안달일까.

이거 마시면 가는 거냐?”

소녀가 한 손에 들고 있는 주스를 가리키며 내가 말했다. 이번엔 그냥 한번 마셔주고 끝내자 라는 심보로 소녀의 주스에 손을 대었다.

안돼!”

“...”

나보고 뭐 어쩌란 말이냐. 소녀를 바라보자 소녀는 주스를 자신의 뒤로 숨기며 내게 말했다.

진심으로 마셔야 돼. 아저씨 지금 이거 귀찮다고 생각했지!”

들켰나. 내 마음은 소녀에게도 파악 당할 만큼 이렇게 얄팍한가. 알았다. 알았어.

알았어. 진심으로 마셔줄게.”

안돼!”

소녀의 컵을 향해 손을 뻗자 또다시 소녀가 컵을 숨긴다. 이쯤 되면 이성의 끈도 슬슬 끊어지려 한다.

, .”

진심이 될 때까지 안 줄 거야!”

그럼 결과적으론 이걸 내가 못 마시게 되잖아..”

오늘 안에 날 찾아와.”

소녀는 마치 내가 올 것을 확신 한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그런 말을 해도 내가 딱히 이걸 오늘 마시고 싶다고 생각할 것 같진 않은데. 뭐 이쯤 되면 소녀를 적당히 타이른 후 거래처에 가도 늦지 않는다는 해피엔딩이 완성 될 것 같으니 나도 소녀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소녀에게 알았다고 한 뒤 나는 카드를 충전시키기 위해 전자충전기 쪽으로 다가갔다. 그때 소녀의 작은 말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릴게.”

그 순간 나는 다시 한번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소녀는 이미 출구계단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우연이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 날 나는 결국 거래처에 늦고 말았다. 소녀와의 만담으로 시간을 너무 허비한 게 문제였을까. 회사에서 퇴근을 한 뒤 동료 직원들이 술이나 마시자고 권유 하길래 따라갔다. 분위기는 오질나게 못 맞췄지만 말이다. 고주망태 라는 사자성어를 온몸으로 표현하면서 나는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습관적으로 딸의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지금은 싸늘하게 식은 그 방으로 들어가 책상에 놓여있는 사진을 한번 들어 올려 보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분명히 내 딸인데 어째서 그 아이로 겹쳐 보이는 것일까. 아마 그 아이가 남긴 말 때문이겠지. 그 말이 분명히..기다릴게. 그래, 기다릴게 였던걸로 기억한다.

그 순간 나는 한 생각이 들었다.

소녀가 아직까지도 그 곳에 있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알바냐 딱히 나랑 관계 있는 애도 아니고.

기다릴게.’

기다리는것도 자기가 멋대로 기다리는 거지.

기다릴게.’

됐어. 안가.

기다릴게.’

그래도 새벽인데 누군가한테 피습이라도 당하면 안 그래도 어린 아이인데.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거칠게 달려 나왔다. 소녀가 있을 그 마트로 달려갔다.

제발, 늦지 않았길 제발, 그때처럼 늦지 않았길.”

모퉁이 하나만 돌면 그 마트다. 나는 젖 먹던 힘까지 발에 실어 달려갔다.

모퉁이를 돌자 마트 구석 인영 하나가 보인다.

와줬구나..”

갈증이 난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나는 주스를 마시고 싶다. 내게 주스를 건네는 소녀를 향해 질문했다.

, 누구야?”

추측이지만 아마도 나, 유령 인거 같아.”

역시나..맞았네. 나는 소녀가 건네는 주스를 받아들였다.

누군가를 계속 기다렸어. 아마 그게 아저씨 인거 같아.”

소녀는 내게 웃어 보인다. 나 또한 억지로 웃어 보인 후 말했다.

, 맞을 거야. 아마도.”

넌 그때도 그 말을 했으니까. 아빠를 기다린다고.

이 주스 마셔도 되겠어?”

마셔줘. 이상하게도 깨어나고 보니 그 주스 한 컵 밖에 내 손에 안 들려 있더라고.”

그래.”

소녀에게 표정을 감춘채로 주스를 마셨다. 그리고 내 눈앞에서 소녀 또한 연기처럼 사라져갔다.

그건 아마도 주스를 마심으로 인해 소녀의 기다림이 끝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연기조차 없는 허공을 향해 소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나는 독백했다.

그러고 보니 지수 너 말이야. 살아 있을 때도 이 주스 좋아하지 않았어? 네가 맨날 사달라고 한 그 주스 같네.”

내 중얼거림이 하늘을 향해 하늘하늘 날아간다. 이 독백이 지수에게도 닿기를 하고 나는 작게 희망한다.

내 딸은 살아 있을 때도, 죽어 있을 때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특한 딸을 본받아 다음엔 지수의 방이 아니라 지수의 무덤에 주스를 가지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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