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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대결] 화이트 크리스마스
글쓴이: 일이삼사
작성일: 13-12-30 00:04 조회: 1,493 추천: 0 비추천: 0
  선영이의 죽음은 한겨울에 내린 비만큼이나 갑작스러웠다. 사인은 약물중독. 다량의 수면제가 든 약통이 선영이의 옷장에서 발견되었다.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경찰은 자살로 수사를 종결했다. 그토록 살자를 외치던 선영이는 그렇게 자살자 신분으로 지방신문 한 켠에 이름을 올렸다.
  장례식은 검소하게 치러졌다. 당초 혼자 살던 선영이었기에 장례식장에는 사람도 얼마 오지 않았다. 나를 비롯해 건호, 도정이, 승우, 네 명이서 삼일 간 자리를 지키는 동안 빈소에 꽃을 놓은 사람은 스무 명이 채 안 됐다.
  장례식을 마친 다음 날, 녹음실에 들어온 건호는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건호는 등에 멘 기타 케이스를 구석에 놓은 뒤 내 맞은 편 소파에 풀썩 앉았다.
  “걔 원래 가족 없었냐?”
  늘어진 채로 건호가 물었다. 어젯밤까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던 녀석은 언제 울었냐는 듯이 말끔한 상태였다. 누구는 아직도 눈가가 얼얼한데. 나는 가방에서 베이스를 꺼내면서 물었다.
  “괜찮냐?”
  “괜찮지 그럼, 나도 죽어야겠냐?”
  “염병, 대답을 해도.”
  본래부터 까칠한 녀석이었으나 오늘은 더한 것 같았다. 나는 줄감개를 돌려 줄을 팽팽하게 만들었다. 튜닝을 마치고 몇 번 튕기니까 사흘 안 쓴 정도로는 거뜬하다는 듯 건재한 저음을 뿜어냈다. 4번 줄을 너무 조인 것 같아서 조금 풀었다.
  “있는데 안 온 거야. 미국에 있다던가, 자식새끼하고 연락할 수단은 마련해 놨어야지, 연락할 방도가 없어서 하질 못했어. 원래 선영이가 지 개인사에 대해서는 거의 말을 안했으니까 말이야.”
  부모라는 새끼들이……. 그러면서 건호는 호주머니에서 담뱃갑을 빼들었다. 내가 담배 냄새 싫어하는 걸 빤히 알면서도 꽁지를 무는 모습이 아니꼬웠지만, 그냥 두었다. 다행히도 건호는 담배를 문 채 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는 스튜디오 레코더에 전원을 넣었다. 스위치 몇 개를 누르고, 며칠 전에 세팅해놓았던 마이크의 볼륨을 올렸다. 저음역을 좀 낮추고, 2번 마이크의 볼륨을 올리고. 하이를 조금 둔하게 가고, 미드는 그대로, 베이스는 내가 있으니까 약하게. 이래저래 만지고 있으려니 담배를 다 태운 건호가 통기타를 들고 다가왔다.
  “애들은?”
  “도정이는 내일 녹음한다 그랬고 승우는 답장이 없던데.”
  “그럼 뭐야, 너하고 나 뿐이야?”
  “녹음 하나는 해야지. 그거 있잖아.”
  건호가 기가 막히다는 듯이 웃었다.
  “보컬 없잖아.”
  “없으면 어때.”
  맞아, 없으면 어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악기는 통기타와 베이스. 신디사이저도 있어야 하지만 애당초 작곡할 때는 통기타하고 베이스뿐이었으니 녹음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었다. 소리를 미세한 데까지 잡아줄 승우가 없는 게 아쉬웠지만, 스튜디오를 놀리기도 그렇고, 시간도 넉넉하지 않고. 약속한 기한에 맞추려면 한 곡이라도 먼저 녹음할 필요가 있었다. 건호도 그걸 아는지 군말 없이 녹음실로 들어갔다.
  55라인을 연결한 뒤 헤드폰을 끼고 볼륨을 올리자 화이트 노이즈가 섞여 나왔다. 내 베이스에서 나는 소리였다. 치이이익, 새벽 세 시에 텔레비전을 킨 것 같은 소리에 건호가 얼굴을 찌푸렸다. 거기에 미파솔라시도레미를 차례대로 튕기자 화이트 노이즈도 함께 울렁거렸다. 아마도 접촉불량이리라.
  ‘이거 고장난 거야? 신기하다.’
  선영이는 이 화이트 노이즈를 굉장히 좋아했다. 악기점에 가서 고칠 거라고 하니까 선영이가 바득바득 뜯어 말리면서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었다. 이걸로 음악을 만들자. 화이트 노이즈를 배경에다 까는 거야. 화이트 노이즈, 화이트, 그래, 화이트 윈터, 화이트 크리스마스. 음량을 작게 줄이면 눈 쌓이는 소리가 나지 않을까?
  그리하여 만들어진 곡이 ‘화이트 노이즈, 화이트 크리스마스’. 눈 쌓이는 밤에 남녀가 가로등 아래에서 사랑을 속삭인다는, 가사를 들으면 무척이나 간지러워지는 곡이었다. 처음에는 드럼이며 신디사이저까지 다 투입했다가 선영이가 드럼이 너무 깬다고 말하는 바람에 승우를 쫓아내버렸고, 신디사이저도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듣다 보니까 싼티 난다면서 도정이까지 몰아냈다. 해서 본래 녹음했어야 할 인원은 세 사람이었다. 건호, 선영이, 나.
  사스스, 하는 소리가 바닥에 깔리도록 베이스의 볼륨을 조절했다. 그리고 1번 줄을 툭, 하고 튕기는 것으로 연주를 시작했다.
  단조로 시작해 후렴에서는 장조로. 브릿지는 낮게 깔리는 베이스 음만, 벌스에서는 통기타를 핑거스타일로, 그리고 다음 후렴에서 조금 더 강하게.
  사근사근하게 쌓이는 눈 소리를 들으면서, 그리고 통기타 줄을 뜯으면서, 건호는 어제처럼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나는 눈을 감았다. 선영이의 가느다란 미성이 헤드폰 스피커 너머로 조근조근하게 울려퍼졌다.
  화이트, 화이트, 크리스마스…….
  화이트, 화이트, 크리스마스…….
 
 
 
  *
 
 
 
  앨범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유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지방신문 한 켠에 거창하게 광고되었다. 그러나 한동안 문의전화가 빗발치던 내 휴대폰은 일주일 쯤 지나자 여느 때처럼 침묵을 지키게 되었다. 나는 그 다음 날, 네 명에게 문자를 돌렸다.
  평화로운 성탄의 밤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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