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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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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단편제 90회차/3] 고상
글쓴이: 나쁜고기
작성일: 13-12-28 19:26 조회: 1,440 추천: 0 비추천: 0

 창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이 단잠을 깨웠다. 습하디 습해 이끼가 곳곳에 핀 고성, 쌓아 얹은 대리석들 사이로 풀들이 피어나는 그런 이곳을 따스한 여러 다발의 햇빛이 창을 통해 성의 내부를 보드 담으려 하고 있다.

 밖에서는 짹짹 아침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고, 따스한 산들바람은 성 밖에서 꽃향기를 실어 날랐다.

장관이군…….

 무심코 든 생각이었다. 지금은 죽어버린 이 폐허 같은 곳도 의외의 장면을 연출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어두침침한 이 성과 대비되는 바깥의 봄내음이 어우러져, 마치 동화 같은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허리에 뻐근함이 느껴졌다. 벽에 기대어 잔 이유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바닥의 찬 냉기가 꼬리뼈를 타고 허리까지 올라온 탓이 더 크리라. 망토를 깔았었지만 스멀스멀 스며드는 한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이다.

 쩔그덕 쩔그덕, 갑주들이 내 움직임에 따라 쇠붙이 소리를 냈다. 어께에 기대어놓고 잤던 검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검을 땅에 딛고 체중을 실어 일어났다.

  이제야 조금 실감이 났다. 해가 뜨고 주변을 인식할 수 있게 되자, 내가 잔 곳이 어디었는지도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돌로 쌓아 올린 이 성의 구조가 바뀔 리는 없을 테니까.

 일단은 이 방을 나가자.

 

 복도로 향하는 방문을 열자 눈앞이 빛에 휩싸였다. 순간 시야가 하얗게 차단되었고, 곧 있어 조금씩 시야가 회복되었다. 놀랄만한 장면이 복도에 연출되어 있었다.

 기둥마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샹들리에가 달려있고, 화사한 레드카펫이 길을 따라 펼쳐져 있었다. 그 옆으로는 멋스럽게 붉은 제복을 차려입은 군악대들이 나팔을 불며, 축포를 올리고 있다. 나의 귀환을 성대하게 맞아주는 이들이 있었다.

 환상이구나, 이건.

 있을 수 없는 장면을 본 나는 허리춤의 검집에서 검을 빠르게 뽑았다. 그와 동시에 내가 보고 있었던 환영과 환청은 사라지고, 원래의 어두운 복도로 돌아왔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던 일이지만……. 막상 닥치니까 기분이 최악이었다. 농락당하는 느낌이 들자 불쾌감이 몰려들었다. 깊은 심호흡과 함께 검을 검집에 넣고 앞으로 나아갔다.

 아무것도 깔려있지 않은 돌바닥에 차그락 차그락 청량한 금속제 부츠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홀로 외로이 걷는 이 복도를 보며 씁쓸한 미소가 나도 모르게 얼굴에 떠올랐다.

 이제 와서 결심이 약해져선 안 된다. 나를 위해서건, 그들을 위해서건, 모두를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검을 강하게 꼬나 쥐며 결의를 다시 다졌다.

 

 

 -

 

 

 

 기나긴 복도의 끝에 다다랐다. 커다란 금속제 문이 있었다. 금속제 문은 오랜 세월의 풍화를 견디어 낸 듯하였으나, 곳곳에 녹이 슬고, 담쟁이 덩굴 밭이 되어있었다. 오래된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 문을 열면 왕궁의 심장부였던 왕실이 나온다.

 아마 만날 수 있겠지.

 긴장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지. 심장의 두근거림이 직접적으로 느껴지고, 입 안이 바싹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머리는 냉정을 유지하려고 생각하지만, 빌어먹을 몸뚱이는 머리와는 정반대로 조금씩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오한을 느낀 것처럼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기쁨의 떨림인지, 혹은 두려움의 떨림인지 아니면 양자 모두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현 상황의 내게 두 가지 감정 모두 다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숨을 다시 한 번 고르고, 뻐근해진 어깨를 주물렀다. 몇 번이고 스트레칭을 했지만 무거운 몸은 원래대로 돌아갈 기미가 안 보였다.

 문에 가까이 갔다. 손잡이를 잡으니 육중한 보임새와는 다르게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침을 한 번 삼키고 문을 열었다. 아침에 복도로 나올 때와 마찬가지로 눈앞이 광명에 휩싸였다.

  

 

 빛나는 왕좌, 그리고 뒤에 걸린 커다란 초상화. 복도에 있는 샹들리에보다 더 화려한 등이 기둥마다 장식되어 있고

양 옆의 테라스에서 들어오는 빛은 왕좌로의 길을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왕좌 앞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보였다. 그렇다. 내가 만나러 온 자가 바로 그녀 '폴로니아'였다.

  허리까지 오는 연보랏빛 머리, 그 위에는 백금 티아라를 쓰고 있었다. 하얀색 프릴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웅장하며, 기품 있으면서도 어리숙하였고, 사랑스러웠으며, 무엇보다……. -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는군 폴로니아."

 "오랜만이네요 나르시서스. 당신이 찾아올 거라 믿고 있었어요."

 그녀는 달콤한 목소리로 나를 반겼다. 어찌 할 줄 모르는 그녀의 어리숙한 모습은 예전 그대로였다. 새하얀 볼을 진홍빛으로 물들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예전에 느꼈던 가슴 떨림의 기억이 상기되었다.

 느껴서는 안 될 감정일터였는데…….그렇게나 몇 번이고 결심을 했었는데……. 이미 나의 심장은 고동소리를 올리고 있었다. 마음 기억, 그리고 추억을 담고서.

 "너무나도 보고 싶었어요, 나르시서스. 예전처럼 나를 사랑한다고 속삭여줘요."

 그녀는 나도 모르게 어느 샌가 숨결을 느낄 정도로 가까이 와 있었다. 숨결을 타고 어렴풋하게 싱그러운 오동나무 향기가 느껴졌다. 기억하고 있는 이 향기, 그녀의 채취는 나의 뇌 속을 흔들고 뇌수를 뒤집어 엎어놓는 듯하였다.

 이제 그만……. 이 이상의 백일몽은 꾸고 싶지 않다. 달콤한 꿈도 이제 여기서 끝내겠어. 미치도록 슬프지만……. 비참하지만……. 이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나는 생각하기에……. 무겁게 침을 삼키고 말을 이었다.

 "이제 끝내려고 왔어, 폴로니아. 백일의 정적도 이제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자."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르시서스... 피곤한 거 아니에요?"

 "아니야 지극히 정상이야. 냉정한 상태야."

 "예전처럼 당신에게 노래라도 불러줄까요? 제 노래, 좋아하셨잖아요."

 폴로니아는 내 반응을 살피더니 말을 계속 이었다.

 "아 ! 그래 이게 좋겠네요. 예전에 당신이 좋아하던……."

 "이제 그만하라고!"

 폴로니아의 말을 끊고 일방적으로 소리 질렀다. 내가 지른 큰소리가 왕궁 안에 울려 퍼졌다. 메아리가 내가 소리친 말을 세 번 네 번 곱씹어주었다. 정적이 흘렀다. 폴로니아는 조그마한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안 나오는 듯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눈망울이 촉촉해지는가 싶더니 금세 바다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 바닷물은 둑을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너…….너무해요……. 난 당신을 위해서……."

 "적당히 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내 자신이 너무나 미웠다. 그녀에게 차갑게 대할 수밖에 없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사랑하지만……. 사랑하기에 더더욱.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 당신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만나고 싶어서, 이야기 하고 싶어서! 내 심정을 당신이 이해하냐고요. 웃으면서 당신과 말하고 싶었는데, 어째서 당신은 그 때나 지금이나 제가 차갑게 구는 거죠? 나도 이제 지쳤다고요!"

 폴로니아는 나를 향해 절규하였다. 질끈 감은 그녀의 눈에서는 더 이상 수용 할 수 없는 눈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 그녀의 모습마저도 너무나 애처로우면서, 아름답게 보였다.

 나는 그녀의 새하얀 볼로 손을 가져가 눈물을 닦아주었다. 엄지손가락에 묻은 눈물은 백색 다이아몬드 가루가 되어 부스러졌다.

 따스하다 못 해 뜨거운 눈물을, 보드라운 이 살갗을 지켜주지 못 한 내가 너무나 미안하다, 폴로니아. 그렇기에 나는 더더욱 이 환상에서 깨어나야만 한다.

 "폴로니아,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이곳이 아니야."

 그녀는 아무 말도 없었다. 아마 그녀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건 잘못 됐다는 것을.

 

 거짓뿐인 현실을 덮어 숨기고, 언제까지나 꿈에 젖어있을 수도 있다.

 싫은 것을 전부 잊어버리고, 방탕 속에만 빠져지낼 수도 있다.

 눈물짓게 하는 내일을 두려워 할 필요도 전혀 없다.

 

 네가 있었을 터인 이 왕궁은, 마치 모래성이 부서지듯이 쇠퇴해갔고, 네가 사라져버린 나의 일상은 무한한 정적만이 가득했었지. 나에게 달콤한 꿈을 보여주려는 네 심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건 아니야.

 "이제 끝내도록 하자. 이제 편해지도록 하자. 푹 쉬도록 해."

 그녀는 분명히 웃으며 날 맞이하였다. 어제 헤어지고, 오늘 만난 것처럼.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죽은 자들의 일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나는 전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딱 하나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폴로니아가 무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을 지금 나를 만나는 단 몇 분을 위하여 기다리고 또 기다렸을 것이다.

 양손으로 폴로니아의 볼을 감싸쥐고, 아주 깊게, 그러면서도 가볍게 그녀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무척이나 부드럽고 달콤했다. 달콤함을 느낀다는 건, 아직까지도 내 기억이 당신과의 입맞춤을 잊지 않았다는 뜻이겠지.

 입을 떼자 그녀는 무슨 할 말이 있다는 듯이 웅얼거렸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울컥하는 마음이 한계를 넘으려하고 있었다. 내 눈에도 어느 샌가 그녀와 마찬가지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아. 남자답지 못 한 모습이네 정말.

 

 

웃어주었다. 아주 밝게, 그녀도 웃었다. 아주 밝게.

 

 

 이정도면 이제 충분하지 폴로니아..?

 

 

 허리춤의 검을 강하게 잡았다. 이제 망설임은 여기까지다. 그녀를 보내 줄 시간이 왔다. 갈수록 진해져가는 그리움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간, 나 또한 돌아 갈 수 없을 테니.

 검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래 내 팔아, 너도 싫구나. 나도 싫단다. 너무도 싫단다. 그치만 어쩔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마지막 웃는 얼굴일 수 있을 때 보내주도록 하자.

 안녕 폴로니아. 이제 부디 영원한 안식에 들 수 있기를…….

 검을 검집에서 뽑아들자 눈앞이 순간 강한 빛에 휩싸인다.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왕좌가 있던 곳에는 오동나무 한 그루만이 덩그러니 서 있었을 뿐이었다. 오동나무에는 오동꽃이 만개해있었다. 화려했던 왕실도 초라한 방으로 돌아왔다.

 오동나무를 향해 가까이 갔다. 그녀가 사랑한 나무, 그와 동시에 그녀임을 상징하는 이 나무. 땀이 가득한 손으로 나무를 어루만졌다.

 "기다려줘서 고마워. 이젠 푹 쉬어."

 오동잎을 하나 따서 입안에 넣었다. 많이 쓰다.

 

  그녀와의 아주 짧은 만남이 끝났다. 너무나도 짧았다. 찰나의 만남은 내 마음 속 심해를 더 확장시켰다. 물론 이 선택에 후회를 하는 것은 아니다.

 따스한 봄이 오길 기다렸다. 너를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아니, 너를 해방시켜 줄 수 있도록.

 

 따스한 바람은 폐허가 되어버린 이 성에도 차별 없이 봄을 전해주고 있었다.




후기.

 조악하고, 완급 조절에 실패하고, 두서없는 글이 되버린 것 같습니다.

단편제의 취지처럼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참여했습니다.

미숙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비평은 달게 받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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