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마이페이지
 
Q&A
[공지] 노블엔진 홈페이지가 …
[꿈꾸는 전기양과 철혈의 과…
《노블엔진 2017년 4월 2차 …
[리제로 10 + 리제로피디아] …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
 
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단편제 89회차/1] Living dead recital
작성일: 13-12-21 00:48 조회: 1,296 추천: 0 비추천: 0
장례식이란 모든 사람이 맞이하는 죽음과 만나는 것이며 인생의 종착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제아무리 어떤 사람이라고 한들 누구나 태어날 때 죽음이라는 하나의 약속을 맺으며 태어나고, 장례식으로 그것을 지킨다. 새끼손가락을 걸고 할만한 유쾌한 약속은 아니지만 필요불가결한 일이다.
 
그 장례식을 집도하는 전문가가 있다. 장의사라고 불리는 이 직업은 중세기나 지금이나 계속 이어져 오는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에 속할 것이다. 시체들의 사인을 파악하고, 청결하게 관리하고, 결혼식처럼 중요한 일 중 하나인 장례식에 걸맞도록 표정과 자세를 위엄있게 바꾸어 관에 눕힌다. 죽은 사람들을 관리하는 사람, 단순해 보이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꺼림받는 직업이다. 아무래도 그들은 살아있으면서 죽음에 가장 가까이서 일을 하는 존재들이니까 말이다. 사신이라고 말해도 부정할 수는 없다. 정확히 짚자면 사신은 살인마처럼 의도적으로 생명을 앗아가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어울리겠지만 1년 365일 중에 절반 이상을 상복을 입고 지내며, 살아있는 사람들보다 죽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다 보니 초췌해져 가는 얼굴 때문에 그리 불리게 된 것이리라.
 
결론을 내리자면 장의사란 죽은 사람들의 마지막을 기리며 떠나 보내주는 이른바 길동무 혹은 안내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래, 장의사들은 죽은 사람들을 안내하는 자를 칭한다.
사람들을 죽여서 보내는 살인자를 그렇게 칭할 수는 없다.
여기 이 남자처럼.
 
“그렇게 저를 쳐다보지 마세요.”
 
남자가 여성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아니, 시체가 아니다. 그냥 평범한, 애 하나둘 정도 낳고 남편과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법한 그런 평범한 주부였다. 죽은 여성의 시체가 아니라 그냥 여성. 살아있는 여자였다. 

여자는 관 위에 누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어째서인지 몸이 완전히 굳어있었다. 마치 자신과 완전히 똑같은 크기의 어느 틀에 들어가 있는 것만 같았다. 온몸이 돌덩이처럼 단단하게 굳어있었다. 심지어 눈동자마저 움직일 수 없었다. 남자가 겨우 고개를 돌려주어 자신을 바라보게 해서 겨우 범인을 바라볼 수 있었다.
 

남자는 20대가 조금 넘어 보이는 젊은이였다. 아마 갓 대학을 졸업하였거나 아직도 다니는
중 일 것이다. 이 젊은이가 자신에게 어째서 이러는 건지 여자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확실한 건 자신이 지금 이렇게 누워있는 것은 저 남자 때문이고 그것은 결코 좋은 의도가 아닐 것이라는 것 뿐이었다.. 

“우선 설명해 드릴게요. 부인은 정확히 어제 2013년 12월 16일 오후 3시 38분에 사망하셨어요. 수술의 부작용이었죠. 그 후로 가족분들의 요청으로 신속하게 이곳으로 이송되셨어요. 아마 차가운 병원의 지하실에서 쓸쓸히 누워 있으시는 게 싫으셨던 거겠죠. 따뜻한 가족이네요. 정말 부러워요.”
 

분명 여자는 어제 큰 수술을 가졌다. 뇌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이었는데 분명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술실에서 나와 침상에서 깨어나자 병원의 거의 모든 의사가 그녀를 환영해주며 축하해줬던 것을 기억했다. 가족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기뻐해 줬다. 분명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갑자기 찔려온 엄청난 두통도 기억하고 있었다.
 

“의사들이 수술을 집도하는 중에 뭔가 실수를 남긴 거겠죠. 그 때문에 부작용이 일어나 부인은 숨을 멎으셨어요. 향년 37 세셨죠. 나이에 비하여 얼굴은 굉장히 동안이시네요.”
 
 
남자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 가증스러운 미소를. 살면서 한두번 보기 힘들 정말 환하고 밝은 미소였다. 그 저주받을 남자가 감히 여자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이곳으로 오셨고 제가 부인의 장례식을 집도하게 되었어요. 조금 너무 빨리 진행되는 감이 있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아직 너무 어린것 같으니 빨리 넘겨서 얼른 극복하려는 남편분의 배려겠죠. 좋은 남자분을 만나셨네요. 질투 나요. 아무튼, 그렇게 되었는데 어째서 지금 이 상황이 되었느냐! 그것은 제 개인적인 사정이 한 숟가락 정도 그릇에 들어가 있어요.
 
부인은 이곳에 오셔서 제가 관리하던 중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하셨어요. 부작용으로 하루 동안 몸이 죽어있었지만, 다시 부활한 거죠. 아! 이게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에요. 한번 심장이 멈췄던 사람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한 건 의학계에서는 많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있는 사례예요. 다만 하필이면 여기 오셔서 살아나시면 제가 조금 곤란해요.” 

이 남자는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여자는 생각했다. 분명 여자는 이 젊은 남자를 처음 만났다.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는 편이기에 그것은 단언할 수 있었다.
 

“믿으시거나 말거나 제 직업에도 경력…경력이라는 게 있거든요. 부인이 하필이면 지금 살아나시면 제가 산 사람을 묻을뻔한 장의사로 낙인이 찍혀버려요. 그런 꼬리표는 어느 직업에서나 마찬가지지만 이쪽에서는 꽤 치명적이거든요. 그러니까 말이죠…부인.”
 

남자는 부탁하듯이 두 손을 얼굴 앞에 모으며 말했다.
 

“그냥 이대로 죽어주시지 않겠어요?”
 
여자는 공포에 전율했다. 대충 뜯은 기타가 통을 울리며 심금을 울리는 어떤 처절한 소리를 외치듯이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부닥쳐있는지 똑똑히 보게 되었다. 

여자는 죽음을 보고 있었다. 그의 이목구비와 머릿결을 보았고 그의 미소를 보았다. 심지어 그의 목소리마저 들었다.
 

죽음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죽음이란 얼음 같은 현실처럼 차가운 것이라고 많은 철학자가 말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마치 화형을 당하는 것만 같았다. 십자가에 묶여 불이 온몸을 감싸 고통스럽고 두렵지만 어디론가 도망갈 수조차 없는 그런 막막한 상황이었다.
 

“우선 저는 부인을 마비시켰어요. 언젠가 요긴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예전에 아프리카로 구호활동을 갔을 때 어느 인디언들에게서 구한 마비 독인데 그들은 이 독으로 코뿔소를 사냥하고는 했어요. 설마 이런 날이 올 줄 몰랐고 바라지도 않았지만 어쨌든 유용하게 사용되기는 했네요.”
 

똑같은 게 없어도, 이미 여자는 이 남자 때문에 공포로 마비되어 있었다. 이 남자에게서 광기와 그에 어우르는 모든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보인다. 구제할 방도가 없는 그런 사람이라고 여자는 생각했다. 물론 남의 구제 따위를 신경 쓸 여지가 아니었던 여자였다.
 

“부인은 앞으로 3일은 움직이지 못하실 거예요. 손가락은커녕 눈꺼풀도 떨지 못하시겠죠. 그리고 그렇게 가만히 내일 장례식을 보내주시면 돼요.
 
일이 이렇게 돼버려서 정말 죄송하게 생각해요. 하지만 부인은 서류상으로는 분명 이미 죽은 사람이니까…아무래도 산 사람은 앞으로도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저나 부인의 가족분들을 위해 침묵을 지켜주세요.”
 
 
남자는 그 말을 하고 손을 여자의 눈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마비되어 감고 뜨지도 못하는 눈꺼풀을 닫았다. 영화에서 죽은자의 눈을 감겨주듯이. 

“내일 봬요. 안녕히 주무세요.” 

그렇게 여자의 시야는 어둠 속에 잠겨 홀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오랫동안…아주 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여자는 직감했다.
 

눈이 감겼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는 홀로 차가운 방 안에서 떨며 밤을 보내야만 했다.
 



다음날. 장례식 당일.
 

여자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수많은 인기척이 느껴졌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중에 분명 자신이 보살피고 사랑하던 가족들의 목소리도 포함해있었다. 마음만으로도 그들이 이 장소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나…”
 
“한나야…”
 
“엄마…”
 
“여보…”
 
“한나…”
 

모두가 그녀를 안타깝게 부르고 있었다. 마지막 이별처럼 기죽은 목소리로, 실처럼 가느다란 선 같은 작은 목소리로 죽음이라는 큰 벽을 지나갈 구멍을 찾고 있었다.
 

‘난 죽지 않았어. 빌어먹을!’
 

마음속으로는 그리 외치고 있었지만 입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체 얼마나 강한 독을 사용한 것인지 미세한 세포조차 모두 굳어버린 느낌이다. 아무리 필사적으로 저항해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엄마…”
 

그녀 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마 전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데 중요한 어머니가 있어서는 안 될 곳에 누워있었다. 그녀는 딸 앞에서 그렇게 누워있어서는 아니 되었다. 딸을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말이다.
 

“나 고등학교 들어가면 같이 쇼핑가자고 말했잖아. 왜 그러고 있어?”
 

책망하는듯한 슬픔이 묻어나온 목소리. 하지만 그녀는 딸에게 답해줄 수조차 없었다. 죽음 따위가 아닌, 독이 그녀를 미치게 하였다. 코앞에서 딸이 엄마가 죽은 걸로 착각하고 있는데 그것이 틀렸다고 알려줄 수조차도 없다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답답함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딸이 자신이 죽은 줄 알고 있는 것이고 그것은 앞으로 두고두고 그 아이의 가슴에 남아 상처가 되어 흉터로 변할 것이다. 이제 막 아가씨가 되어 청춘을 맞이하는데 그런 흉한 것 따위를 자식에게 짊어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아 불쌍한 내 새끼. 어쩌면 좋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딸에게 무언가를 말해줄 수도 없고 굳게 닫힌 눈꺼풀을 열어 그 아이를 마주 볼 수도 없다.
 

무력감.
 

압도적인 무력감이 독과 함께 온몸을 짓누른다.
 

‘이대로 끝날 수는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 그리고 무의미한 저항. 허무 그리고 공허한 발버둥이었다.
 

“여보.”
 

사랑하는 남편. 평생의 동반자.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당신과 사랑을 했다는 게 정말 큰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몇 번은 너무나 과분한 행복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어. 그러니 언젠가 사라져도 책망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지. 당신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나를 떠날 줄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하지만 이런 방식만은 바라지 않았어.”
 

‘제발 알아줘요. 여보. 나는 죽지 않았어요. 당신의 나를 평생 알아왔잖아요. 제발 알아차려 줘요. 나를 사랑한다면 제발 알아주세요.’
 

“당신은 내 인생을 살면서 만난 최고의 여자였어. 분명 앞으로도 그럴 거야. 이제 당신은 우리 곁에 서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 우리 가족은 당신을 기억하면서 앞으로도 살아갈 거야. 지켜봐 줘.”
 

‘안 돼요. 마지막인 것처럼 말하지 마요. 난 죽지 않았어요. 왜 그걸 알지 못하는 거예요? 당신은 내 남편이잖아. 누구보다도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잖아. 어째서 내가 죽지 않았다는 간단한
것조차도 알지 못하는 거야?’ 

이제 여자의 마음의 소리는 거의 원념과도 같은 날카로움을 띄기 시작했다. 움직일 수 없다는 간단하면서도 가장 잔인한 독의 형벌이 그녀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부인에 관한 일은 정말 유감입니다.” 

여자는 낯익은 목소리를 들었다. 그 남자였다. 그 저주받을 남자. 자신을 천천히 잔인하게 죽이고 있는 그 악마.
 

‘개자식! 개자식! 개자식!’
 

“당신은…?”
 

힘없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 이 식을 준비한 사람입니다. 한수 킴이라고 합니다. 미스터 레보비츠. 부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합니다.”
 

“아아 당신이군요. 얘기로만 들어서 미처 인사를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게 저…”
 

“말씀 안 하셔도 됩니다.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시겠죠. 무슨 일이 있으셔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정말 안타까워요.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수많은 죽음을 보았지만, 아이들을 남겨두고 가는 사람의 죽음만큼 안타까운 일이 없죠. 비극이에요.”
 

“그래요…그녀도 마음 편히 떠나지는 못할 겁니다. 딸을 정말로 사랑했으니까요. 그녀는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해온 마음씨 고운 여자였습니다. 정말로...한평생을…”
 
누군가가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식장은 빙판 위처럼 조용했고 그저 훌쩍이는 소리만 들렸다. 듣고 싶지 않은 소리. 귀를 간질여 미치게 하는 그 소리. 

“눈물을 거두세요. 부인도 바라시지 않을 겁니다. 하루라도 빨리 이겨내셔야죠.”
 

‘뻔뻔한 자식! 누가 감히 그딴 말을!’
 

여자는 눈이 닫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알 수 있었다. 지금 녀석은 두꺼운 얼굴 위에 진심으로 슬퍼하는 표정을 씌워 속으로는 즐거워하고 있겠지. 그리고 마음속으로 나를 실컷 조롱하고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했다.
 
 
그 이후로 많은 사람이 그녀의 앞에 찾아와 마지막 인사를 했다. 듣고 싶지 않은 그 말들을 모두에게서, 오랫동안 들어야만 했다. 그것은 서서히 그녀의 정신을 붕괴시켰다. 마치 충격적인 고백을 연속적으로 듣는듯한 그런 괴로운 일. 고해성사를 맡은 신부가 된듯한 기분.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생존을 알아채지 못했다. 다들 눈에 뭔가 쓰인 게 분명하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모두 그저 약한 우는소리를 하며 그녀의 죽음을 기릴 뿐이었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죽음의 인사를 보냈다.
 

‘제발…제발…누구라도 좋아. 제발 눈치채줘. 살려줘.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
 

“정말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아왔군요. 부럽네요. 부인.”
 

작은 속삭임이 여자에게 들려왔다. 그리고 자신에게 걸쳐진 옷매무새를 다듬는듯한 손길이 느껴졌다.
 

‘이 남자에게 이대로 죽는 건가.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나는 죽지 않았어. 이렇게, 이렇게 허무하게는…’

“딸 아이. 정말로 예쁜 따님을 두셨군요. 저렇게 예쁜 외동딸을 가지시다니 정말 부러워요. 완벽한 가족을 가지셨네요. 부인.”
 

속삭임은 뱀처럼 살며시 기어와 그녀의 귀속으로 흘러, 무너져버린 마음의 파편들 위를 기어와 그녀의 머릿속에 자리 잡는다.
 

“하지만 외동딸이라고 부르려니 왠지 기분이 이상하네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당신은 저 아이를 첫째로 낳지 않았잖아요?”
 

‘!?’
 

이 남자가 말하는 것을 여자는 단박에 알아챘다.
 

그래. 딸 아이는 첫 번째로 낳은 아이가 아니다. 더 먼저 낳은 아이가 있었다. 훨씬 예전에, 철없고 생각이 짧았었던 그때에 저질렀던 실수가 있었다.
 

“남자아이를 낳으셨잖아요. 안 그래요? 당신이 저 아이 나이었을 때 즈음에 낳으셨겠죠. 그리고 버렸잖아요? 쓰레기처럼, 정말 구역질 나는 무언가를 던져버리듯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말이에요.”
 

‘설마…설마…설마…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단 한 가닥의 실이 그녀의 정신을 풍선처럼 붙들고 있었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한눈을 판 사이에 그 실을 놓쳐버리듯이, 다음 속삭임은 그녀의 실을 뚝 잘라버렸다.
 
 
“너무 오랜만에 봬요. 어머니.” 

‘안돼!’
 

악몽. 과거에 단 한 번 저지른 실수가 피할 수 없는 악몽이 되어 그녀를 덮쳐온 것이었다. 처절한 복수. 그 복수에는 칼도 총도 폭탄도 없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끝낸 복수였다.
 

“세상은 참 좁아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설마 해어진 모자가 이렇게 다시 만날 줄 누가 감히 상상이라도 했을까요…하지만 덕분에 이런 감동의 재회를 할 수 있었죠. 제 유일한 버킷리스트도 이루었고요. 오늘 이후로 저는 이제 매일 밤 마음 편히 푹 잘 수 있겠어요.”
 

‘용서해줘. 용서해줘. 그때는 너무 어렸었어.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 한번. 그저 딱 한 번의 실수였어. 제발, 내게 이러지 마. 제발. 부탁이야.’
 

“제 동생…부인의 따님. 정말 예쁘더군요.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아니 부인이 원래 살아야 했던 삶만큼 제가 대신해서 사랑해줄 테니까요. 가족이 아닌 남자로서요.”
 

‘안돼…제발…’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손길이 떨어졌다. 

“잘 가요 엄마.”
 

‘안되…딸아. 그렇게 말하지 말아줘. 엄마를 포기하지 말아줘. 누구라도 좋아. 살려줘. 이렇게 끝날 수는 없어.’
 

장미꽃의 향기가 진하게 퍼지는 식장 안에서 모두가 발걸음을 옮기며 떠나기 전에 그녀에게 짧은 인사를 건넸다. 모두가 그녀를 버리고 앞으로의 삶을 살기 위해 떠나갔다.
 

“잘 가…여보.”
 

슬픈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서 붙이는 말.
 

“닫아주세요.”
 

“네.”
 
 
아들의 목소리가 그녀에게 들렸다. 악몽. 과거의 실수와 죄가 합쳐져 책임을 물은 결과가 이것이다. 피할 수 없는 죽음. 자신의 혈육에게 숙청을 당하는 것이었다.
 
“삶을 살면서 실수를 저지르면 타인의 목숨으로 메꿔서 만회할 수 있죠. 물론 누군가를 죽이면 죽임당하는 게 당연한 것 또한 세상이지만요.”
 
“네?”
 
“아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여자의 바로 코앞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아마 그것이 살면서 마지막일 것이다.
 
‘안돼! 안돼! 그러지 마! 제발! 부탁이야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안돼! 제발! 안돼!!!’
 
관뚜껑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이 레보비츠 부인의 최후였습니다.”
 
그렇게 장례식이 끝났다.











----------------------------------------------------------------------
/작가의 말
제목의 recital = 장황한 설명.

제목 - Living dead Recital = 산채로 죽는것에 대한 장황한 설명.



작가 망상플레이어EK 입니다.

"실수는 항상 자신이든 타인이든 누군가의 목숨으로 메꿔진다."
크으~ 이 대사 해보고 싶었어! (버킷리스트의 대사록 중 하나 완료.)


단편제는 충동적으로 써야 제맛이제! 암! Uh-huh?
왠일로 단편제에서 좀 정석적인 주제어를 내놨습니다. 어떤 분이 난해한 주제어를 내놓아 혼돈과 파괴와 망가[?]를 퍼뜨려 혼잡상태로 만드시는걸 좋아해 단편제는 항상 시작이 난감했는데 이번 주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던게 슛 하고 파사사삭 카칭 하고 쓸 수 있었네요.

재미있으셨나요? 아니라구요?
알게 뭐예요 난 쓰면서 만족 했어요.
[위의 발언은 별로 독자를 신경쓰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이 아닌 그저 가벼운 농인것을 밝힙니다.]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휴문의 이용약관 개인정보보호정책
주소 :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132 (청천동) TEL : 032-505-2973 FAX : 032-505-2982 email : novelengine@naver.com
 
Copyright 2011 NOVEL ENGIN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