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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단편제 89회차/1] 이승과 저승의 경계.
글쓴이: 산군임
작성일: 13-12-19 23:03 조회: 1,234 추천: 0 비추천: 0
비가 오는 날이다. 누군가가 죽은 것을 위로하듯 하늘이 흘리는 눈물같이 주룩주룩 내리던 비. 나는 그 눈물 같던 비를 맞으면서 조용히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장례식장에 들어선 나는 비에 흠뻑 젖은 교복의 물기를 털어내려 이리저리 움직여봤지만 교복에 묻었던 물방울들은 단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은 채 찰싹 내 남색 교복 웃옷에 붙어있다. 결국 붙은 물방울들을 떨어트리기를 포기한 채로 한숨을 한번 쉰 후, 내가 갈 식장의 호수가 적혀있는 표지판의 안내문을 한번 본 후, 조용히 복도를 걸어갔다.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사람을 불러내듯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곡소리와 친척간의 상속문제로 인한 싸움 소리가 복도를 크게 울린다. 하지만 지금 내가 갈 곳은 장례식장의 우울하지만 떠들썩한 분위기와는 조금 먼 그런 빈소였다. 

식장의 입구에 발걸음이 다다르자 죽은 사람의 지인들이 보낸 조화가 보인다. 나는 조화를 보낸 단체나 사람들의 이름을 물끄러미 훑어보았다. 죽은 사람인 그 녀석을 위로하듯 그 녀석의 학교에서도 조화를 보내왔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녀석의 교실에서 보낸 조화는 보이지 않았다.

그 녀석의 지인 보다 그 녀석의 부모님의 지인들이 조화를 더욱 많이 보내왔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던 나는 혀를 한번 찬 후, 상을 치르고 있는 빈소 내부로 들어섰다. 

마치 한마디도 허용하지 않는다는듯한 엄숙한 분위기가 내 몸을 감싸온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은 채로 입고 있던 웃옷의 안주머니를 뒤적거려 물에 젖은 담뱃갑을 꺼낸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담뱃갑의 내부를 살펴보자 아니나 다를까 담배 또한, 물에 푹 젖어있었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담뱃갑을 있는 힘껏 찌그러트린 후, 멀찍이 떨어져 있는 쓰레기통을 향해 던졌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담뱃갑은 쓰레기통에 들어가지 못한 채로 허공에서 궤적을 그리다가 사라졌다.

역시나인가. 나는 여전히 물기가 온전히 남아있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이번엔 영안실을 향해 발걸음을 향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이 나빠질 정도로 검은 슈트를 입은 젊은 사내와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네 또한 보였다. 나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내들을 향해 고개를 한번 까딱인 후, 영안실로 들어가 사진을 향해 인사를 한번 해 보였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의 사진 앞에서 누구의 시선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절망하면서 울고 있는 소녀를 향해 인사를 해 보였다.

"안녕."

내 인사의 소녀가 반응해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린다. 어렸을 때부터 조부모에게 검은 머릿결이 참 곱다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을 끌어당기는 눈동자라고 높이 칭송을 받던 눈동자였을 것이다.

였을 것이다. 

조용하지만, 그게 오히려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내뿜어서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에 그녀의 급우들은 짓눌렸을 것이다.

나와 똑같이 젖은 남색 교복 상의를 입은 어여쁜 소녀는 나를 바라본 후, 얼굴에 놀라움을 띈 채로 나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내게 물었다.

"너, 나야?"

조금은 불친절한 질문이었지만, 나는 그 소녀의 질문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소녀를 향해 고개를 한번 끄덕인 후, 무표정을 고수하며 그녀에게 화답했다.

"난 너지만, 조금은 다른 너야. 안녕. 이승의 나."

나는 나의 데칼코마니인 이승의 나를 향해 인사했다. 

바야흐로 이승의 한서희와 저승의 한서희가 서로의 똑같은 얼굴을 대면한 기념적인 날이었다.

--


장례식은 영혼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넘어가는 의식이라고 이승의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저승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네가 저승의 나란 말이야?"

소녀가 내게 묻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소녀에게 말했다. 소녀는 아직 내 설명이 이해가 가지 않은듯했다. 나는 그녀를 향해 다시 한번 설명을 해 보였다.

"나는 너의 죽음으로서 생겨난 저승의 영혼이야. 내 모습은 기본적으로 너의 모습을 그대로 본뜨고 있지. 난 너이지만, 또 다른 너야. 자아를 분명하게 지니고 있는 또 하나의 한서희지."

내 말에 소녀가 조금은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드디어 한숨 놓았다는 듯이 바닥에 털썩 앉았다. 아직 주변은 소녀를 향해 절을 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그들에게 우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나는 지금부터 이 장례식이 진행되는 3일 동안 너에게서 어떤 행동을 끌어내야 해."

"무슨 행동?"

소녀는 나를 바라보며 궁금하다는 듯이 묻는다. 하나 대답해줄 수 없다. 이것은 저승의 규칙이기에 말해줄 수가 없다. 

"말해줄 수 없어. 이 장례식이 끝나는 마지막 날에 말해줄게."

소녀는 대답을 바랐던 것은 아닌 듯 다시 고개를 푹 숙인다. 나와 소녀의 침묵이 짙게 영안실 내부로 내려앉는다. 나는 지겹다는 듯이 젖은 교복을 그대로 입은 채로 영안실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그리고 소녀에게 다시 한번 말을 걸었다.

"너, 어째서 죽은 거야."

이미 소녀의 과거와 모든 것을 전부 다 알고 있지만, 나는 소녀를 향해 물어본다. 일단 소녀와의 접점을 늘리는 게 지금으로선 내가 할 일이다. 소녀는 고개를 들더니 나를 바라본 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약 올라서."

"누구한테?"

소녀가 망설일 틈도 없이 바로 소녀를 향해 대답했다. 나는 대답을 촉구하듯 소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소녀 또한, 나를 허망한 눈동자로 내려다보이며 내 질문에 대답했다.

"학교의 머저리들도 나를 이해해준다는 부모도 그리고 나 하나 죽어도 아무런 변화 없는 세상한테 약 올라서 죽어버렸어."

소녀는 그렇게 메마른 목소리로 자신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런 거짓말은 내게 통하지 않는다.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또 다른 한서희다. 내가 소녀의 마음을 캐치해내지 못할 리가 없다. 그래서 나는 확신을 담아 소녀에게 확언했다.

"거짓말."

소녀는 내 말에 당황한 것인지 얼굴을 붉히면서 나를 바라본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유지하면서 소녀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자신의 영정사진 앞에서 그토록 처량하게 울고 있었다는 사실이 설명이 안되잖아."

소녀를 규탄하듯 차가운 목소리. 내 말은 칼날처럼 소녀의 마음에 박혀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죽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소녀의 마음에 더욱 깊은 감정 고동을 일으키기 위해서 말이다.

"이런 녀석이 이승의 나 라니 정말 싫다. 3일 이란 시간이 제발 후딱 지나갔으면 좋겠네."

그녀를 자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밑밥. 줄이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무기력한 그녀를 소생시켜줄 내가 그녀에게 하는 도발. 그리고 내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는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막말하지 마!"

소녀가 감정을 드러내 보인다. 난 소녀를 향해 웃어 보인다. 되도록이면 그녀를 자극하게끔 비열하게 말이다. 자신과 똑같은 얼굴로 조소를 당하는 것만큼 화나는 일은 없겠지. 

"그냥 다시 한번 죽는 게 어때?"

그때 소녀의 주먹이 내게로 날아든다. 나는 그 주먹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아준다. 소녀의 주먹이 내 얼굴에 맞닿으며 나는 오버스럽게 넘어진다. 아니, 어쩌면 오버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씁.. 더럽게 아프네."

소녀의 주먹이 다시 한번 날아들고, 이번에는 그 주먹을 막아 보였다. 하지만, 소녀는 이번에는 내 뺨을 자신의 손바닥으로 내려친다. 나 또한, 더 이상 맞아줄 수 없기에 소녀를 거칠게 밀어낸다.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을 우리 둘의 투닥거리는 소리가 영안실 내부를 뒤흔든다. 나는 소녀를 피해 영안실 밖으로 나온다. 소녀는 나를 잡으려는 것인지 나를 뒤따라 뛰어온다. 어쩐지 그 상황에 왠지 모를 웃음이 튀어나왔다.

"하핫! 하하하하하!"

"뭐가 그렇게 웃긴 건데!"


아직 밖은 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밖을 향해 달렸다. 어차피 이미 젖은 옷 두 번 젖어서 무슨 일 있겠느냐는 심보다. 소녀 또한 자신의 옷이 젖든 말든 나를 잡기 위해 장례식장 밖으로 뛰어온다. 

이건 좋은 징조다. 소녀가 옷을 젖는 걸 개의치 않는다면 이미 어느 정도 자신이 영혼이 된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 또한 잠시 머리를 스친 후, 이내 곧바로 사라져갔다.

소녀가 나를 잡으면 곧 죽일 듯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본 후, 하늘을 한번 바라봤다. 어째선지 하늘은 우중충한데 내 마음은 탁 트인 기분이었다. 

---

장례식장 이란 곳은 보통 죽음이란 음습한 것과 매우 가깝기에 입구 부근에 사람들이 쉬기 위한 쉼터나 정자를 세우는 경우가 많다. 지금 우리가 누워서 쉬고 있는 정자 또한 잠시나마 쉬러 온 사람들을 위한 정자겠지.

영혼 그대로의 상태이기 때문에 딱히 지치진 않았지만 어쩐지 눕고 싶어졌다. 그래서 누웠다. 영혼이란 건 참 편한 것 같다.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은 채로 내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니까 말이다.

서로를 배려하듯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시 동안 그저 누운 채로 정자 구석의 거미줄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하지만 침묵이 몇 분 동안 계속되자 이렇게 시간만 허송세월 보내는 건 마음에 안 드는 것인지 소녀가 나에게 질문한다.

"내 죽음으로서 네가 생겨났다면 넌 아무 기억도 없는 거야?"

어쩐지 그 목소리는 나를 배려하듯 조금은 조용한 목소리였다. 여전히 나는 거미줄을 바라보면서 무기질적인 어투로 소녀에게 대답하였다.

"아니, 기억은 있어. 다만 이건 네 기억이지. 내 기억은 아냐."

내 말에 다시 한번 불편한 침묵이 우리를 감돈다. 서로를 언짢게 하는 이런 침묵은 나 또한 탐탁지 않았기에 소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경험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단 한 개도 없었어. 다 너의 기억으로 전해 받은 경험들과 기억들이지."

온전한 내 것은 없다. 기억, 경험, 그리고 이 몸조차도 소녀를 통해 전해 받았을 뿐이다. 그 사실에 조금은 서글퍼지려고 하자, 소녀가 내 손을 꼭 잡는다. 알 수 없는 소녀의 반응 덕분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소녀를 바라봤지만 소녀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한다.

"친구가 생기는 경험은.. 해본 적 없지?"

당연하다. 그녀에게 친구란 존재는 없었으니 나에게도 그런 경험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소녀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로 고개를 내게 바싹 들이밀며 말한다. 하지만 어째선지 기세 밀게 고개를 들이민 주제에 소녀의 말투는 조심스러웠다.

"그.. 나라도.. 괜찮다면.. 친구가 돼줄게."

"나르시스트냐? 거절한다."

우리 둘이 친구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사실 소녀와 친구라는 관계 자체는 성립될 수 있다. 그녀의 죽음으로 인해 생겨난 내 존재는 자아를 가지고 있음으로써 소녀와의 교감도 가능하다. 하지만 소녀에게 딱히 추천해주고 싶지 않다. 마지막엔 나와 소녀만이 힘들어질 것을 뻔히 알기에 나는 소녀의 대답을 겉으론 거절했다. 

----


시간은 점점 흘러간다. 소녀는 지금 영안실 내부에 잠들어 있을 것이다. 영혼이라도 그녀는 신생령이기에 당분간은 잠은 자야 될 것이다. 나는 빈소 입구의 문에 몸을 기댄 후 그동안 소녀와 함께 했던 경험들을 회상했다. 나는 소녀와 장례식장 주변을 뛰어놀면서 시간만 허황되게 보내버리고 말았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고 자신을 다독여도 이미 친구라는 소녀의 말에 홀라당 넘어가 버리는 나 때문에 시간을 그렇게 보낸 것이다.

소녀의 장례식은 내일이면 끝난다. 하지만 난 여전히 소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지 못 했다. 그 결과로 인해 생겨나는 끔찍한 결과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빈소 내부의 분위기는 3일차를 맞이하여 점점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기에 내 마음도 급해져만 갔다.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자 훤칠하게 생겼지만 어딘가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내의 얼굴이 보였다. 첫날 본 슈트를 입은 저승사자였다. 그 저승사자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내게 질문을 했다.

"근데 근데 어째서 그 소녀를 구해주려는 거예요?"

경박한 목소리를 포함한 그의 질문은 내 행동에 대한 본질적인 의도를 꿰뚫었기에 나 또한 표정을 굳히고 대답했다. 

"어째서 그 이유를 알려고 하는 거죠?"

"궁금하니까 물어보는 것 아니겠느냐?"

타이르듯 엄한 목소리가 들려 빈소 입구 쪽을 바라보니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네가 근엄한 얼굴을 한채 나를 노려본다. 그 시선에 맞대응을 하면서 나는 허세를 부리면서 대답했다.

"흥. 저승사자 노릇을 몇백 년이나 해오신 분이 평범한 저승령의 행동에 의문을 품다니 그것참 묘한 일이네요."

조금은 목소리가 떨려온다. 하지만 소녀를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에게 허점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에 마치 고슴도치같이 경계태세를 유지한다.


"네가 평범한 저승령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어째서 네가 소녀의 죄까지 모두 뒤집어쓰려고 하지? 넌 그저 3일 동안의 말미를 받은 후, 잠시 동안 이 세계를 유람하면 되는 일이었을 텐데."

그 말에 처음 내가 말한 포부를 듣고는 나를 불러내어 어째서 그런 포부를 가지게 되었는지 물었던 염라의 말을 떠올렸다.

'어째서 네가 그 죄를 모두 뒤집어쓰려는 것이냐. 자신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은 죄는 소녀의 죄일 텐데..!'

나는 기억 속에 떠오른 염라의 말에 대답하듯 내게 물은 저승사자 노인네를 노려보며 대답했다.

"그냥 변덕이라고 해두죠."

허세를 부리면서 한 내 말에 노인네는 조금은 씁쓸한 표정으로 낡은 부채를 펼쳐들더니 내게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은 염라대왕님의 진리대로 흘러갈지고... 내일 끌려가는 것이 너 일지 아니면 그 소녀일지 기대가 되는구나."

그 말에 반항하듯 나는 노인네를 보고 있던 내 얼굴을 돌렸다.

이승령과 저승령. 이승령은 자신의 삶을 다하면 자신의 삶 동안 저질렀던 죄를 참회하기 위해 염라대왕의 심판을 받으러 간다. 그리고 그 죄를 속죄할 때까지 이승령은 저승에 갇히게 된다.

반면에 이승령의 죽음으로서 생겨나는 저승령은 이승령의 죄가 깊으면 깊을수록 오랫동안 이승령 대신 환생의 권세를 누릴 수 있다. 이승에서 일어나는 3일 동안의 장례식은 이 장례식을 지켜보는 저승령에게 묻는 것이다.

자신에게 배정된 이승령을 구원할 것인지 아니면 그 장례식장을 떠나 구원을 포기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저승령들은 후자를 택한다. 그 이유는 이승령의 구원을 받아들이면 환생의 몫은 이승령에게로 돌아가게 되고 저승령은 다시 한번 속죄의 길에 들어서기 위해 저승으로 향하기 때문인 것이다.

하지만 난 후자를 택하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그건 아직도 미스터리다. 소녀를 동정했기 때문일까. 생겨나는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 채로 소녀와 나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깊어져만 갔다. 


아침을 알리는 새소리가 내 귓가에 울린다. 소녀가 이승에서 보낼 마지막 아침이다. 나는 영안실 내부로 들어가 보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잘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이리저리 영안실 내부를 살펴보는 내 모습을 본 건지 슈트를 입은 저승사자가 내게 말한다. 

"아! 그 애라면 아까 나갔어요. 당신한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던데요? 그래서 제가 몰래 빠져나가게 해주었지요."

그 말에 나는 이를 갈았다. 한시가 급한데 이 녀석은 뭐 하는 거야? 거침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장례식장 내부를 빠져나왔다. 

가장 먼저 내 발걸음이 향한 곳은 우리의 쉼터였던 정자였다. 그리고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은 채로 소녀는 정자에 앉아있다. 나는 소녀를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다가갈수록 누군가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설마하면서 다가갔지만 역시나였다.

자신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울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차가운 분노를 느끼면서 소녀에게 말했다.

"어째서 우는 거야. 죽는 게 억울해?"

소녀는 내게 일절 반응이 없었다. 그 모습에 더욱 화가 치솟아 소녀를 억지로 일으켜세웠다. 그리고 소녀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소녀는 벗어나려는 듯 내게 거칠게 반항한다.

"죽는 게 억울하면 자살 따윈 하지 말았어야지. 왜죽었어! 왜죽었냐고!"

이렇게 다그치면 안되는데. 소녀 또한 피해자인데 나도 모르게 거칠게 소녀를 다그쳤다. 이제는 될 대로 되라 인 건가. 조금은 우스워지는 상황을 속으로 자조한다. 

"나도 죽고 싶진 않았어!"

소녀가 내게 크게 소리친다. 소녀의 마음이 조금은 전해진다. 끝나가는 장례식장으로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난 소녀의 이기적인 말을 듣고 참을 수가 없었다.

"나도 모두 알고 있어!"

내가 크게 소리친 덕분에 소녀의 저항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난 다시 한번 소녀를 향해 일갈했다.

"네가 그 망할 녀석들의 괴롭힘과 부모의 무관심으로 인해 죽은 건 알고 있어! 근데 그 목숨을 허망하게 버린 건 너야! 마침표를 찍어버린건 너란 말이야!"

주변이 어두워지면서 번개 소리가 크게 메아리친다. 다시 한번 비가 내릴 모양이었다. 구름을 바라보니 금방 지나갈 소나기 인듯했다. 또다시 빗소리가 들려온다. 우리의 이야기 소리 또한 다시 한번 소녀로 인해 들려오기 시작한다. 

"나도.. 알아.. 죽으면 편해질 줄 알았어... 지금도 딱히 후회하진 않아.. 하지만 오늘이 지나면 더 이상 볼 수 없어..."

소녀의 말을 듣고는 난 움켜잡았던 소녀의 멱살을 거칠게 놓았다. 엉망진창이다. 모든 게 다. 

"이래서 친구가 되고 싶지 않았던 거야. 언젠간 헤어질 테니까."

풀이 죽은 소녀를 바라보자 다시 한번 머릿속의 회상이 고동친다. 

비가 오던 그날도 나를 괴롭히는 녀석들에게 담배를 헌납하기 위해 웃옷 속에 고이 담배를 모셔두고 다리를 걷던 나는 강을 내려다보았다. 강은 나를 끌어당기듯이 자살을 요구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자살을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부모님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부모님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차가운 강물로 떨어졌다.

"웁..우웁.."

넘어오는 건 없지만 역겨운 상황이 다시 한번 오버랩되어 내 속을 뒤집는다. 내 등을 치면서 괜찮으냐는 소녀의 손을 나는 한번 만져보았다. 맞잡은 소녀의 손은 차가웠다. 다시 이 소녀에게 차가움을 느끼게 하고 싶진 않았다.

그때, 장례식장에서 어수선한 목소리들이 들린다. 고개를 들어 입구 쪽을 바라보니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손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소녀의 장례가 끝나 운구행렬이 입구로 들이닥친 것이다.

시간이 없음을 느낀 나는 소녀의 어깨를 부여잡고 다시 한번 차갑게 말했다.

"사과해."

내 갑작스러운 말에 소녀가 나를 멀뚱멀뚱 바라본다. 나는 소녀를 향해 거칠게 일갈했다.

"자신의 목숨을 마음대로 버려버린 것에 대해 참회해! 네 죽음으로 인해 일어난 내 탄생에 대해 사과하라고! 그리고 내 앞에서 사라져!"

"뭐..?"

소녀가 당황한 것인지 나를 똑바로 쳐다본다. 그 시선에 마음이 아프게 찔려왔지만 나는 다시 한번 차갑게 말했다.

"사과하란 말이야! 제발!"

전날 밤 생각해뒀던 계획이 엉망이 됐다. 젠장, 이래서 어중간한 관계는 안된다고 했었던 거군. 막상 중요할 때 감정이 앞서 튀어나간다는 조언을 해주었던 경험자들의 조언이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소녀는 조용한 어투로 내게 묻는다. 그 말은 어쩐지 서글픔까지 엿보이는듯하였다.

"... 너의 탄생에 대해서도 사과를 해야 해?"

".. 그래."

소녀의 죄가 모두 나에게 뒤집어 쓰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건 진심 어린 자신의 죽음에 대한 참회였다. 저승에서 자살은 엄연한 죄다. 자신의 목숨을 함부로 거둔 죄.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참회가 필요하다. 

소녀가 그 죄를 저승까지 딛고 살아가기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그래서 소녀의 기억을 모두 흡수한 나는 소녀를 구원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소녀가 조용히 입을 연다. 소녀는 나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목숨을 함부로 버린 것에 대해선 사과할게. 하지만 너의 탄생에 대해선 사과하지 않겠어."

소녀가 내게 생긋 웃어 보인다. 하지만 난 소녀의 어깨를 잡고 다시 한번 설득을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소녀가 점점 사라져갔기 때문이다.

"어.. 어째서?"

"참회가 통한 게야."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저승사자 노인네가 이쪽을 향해 다가온다. 노인네의 얼굴을 바라보니 노인네는 웬 바보 바라보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에 나는 거칠게 노인네를 향해 어찌 된 일인지 물어봤다.

"한서희는 내가 태어난 것에 대해선 참회하지 않았잖아?"

그 말을 듣던 노인네는 손바닥으로 내 머리를 한번 때리면서 말했다. 

"네 녀석이 네 탄생을 후회하지 않고 있지 않느냐? 그렇기에 딱히 참회가 사과고 필요가 없지?"

노인네의 그 말에 나는 알았다. 그래, 그런 거였어. 내가 그녀를 도와준 이유는 동정 같은 게 아니야. 다행이야.

점점 사라져가는 소녀의 몸을 품에 안고 나는 솟아 나오는 감정의 기복을 간신히 견뎌낸 후 억지로 무감 정한 어투를 연기하며 말했다. 

"잘 가. 환생하고서는 꼭 행복해야 해."

"다시.. 만날 순.. 없는 거야..?"

소녀는 나를 향해 물었다. 본능적으로 이게 소녀의 마지막 질문이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조금은 달콤한 하얀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조금은 잔인하지만 그래야 나도 소녀도 편히 갈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내 마지막 말을 듣고는 소녀는 점점 빛 가루들로 분해되어 사라져간다. 우중충한 구름들 사이로 빛줄기 하나가 이쪽으로 내려져온다. 빛 가루들은 그 빛줄기를 따라가듯이 점점 하늘로 올라간다.

"후회는 없는 게냐. 속죄의 시간이 네 차지가 돼버리고 말았는데."

노인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노인네를 바라본 채로 거칠게 대답한다. 

"원하는 건 다 했는데 후회는 얼어 죽을 후회. 빨리 저승길이나 갑시다."

점점 사라져가는 소녀의 몸을 품에 안고 나는 솟아 나오는 감정의 기복을 간신히 견뎌낸 후 억지로 무감 정한 어투를 연기하며 말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저 멀리서 슈트를 입은 저승사자가 뛰어오며 황천배를 잡았다는 말을 한다. 그 말에 다시 한번 감회가 새로워진다. 내가 정말 성공한 것이구나. 하는 감회가 말이다.

이제는 가버린 소녀를 떠올리며 하늘을 바라봤다. 

나는 그녀를 동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봐준 그녀와 친구가 된 것이다. 그 덕분에 나는 그녀에게 동정이 아닌 우정을 느꼈으며 결국 그건 참회의 시간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언젠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겠지.. 다시 만났을 때 우린 아마 서로를 기억할 순 없을 것이다. 그 사실까진 차마 말할 수 없어서 거짓말을 해버렸다. 

그래도 한서희 네가.. 환생해버린 네가 다시 한번 죽음이라는 문턱을 넘어서기 전 이승과 저승의 경계선인 이곳을 다시 한번 찾게 된다면 만날 수 있을 거야. 

소나기는 이미 그쳐있었다. 어두웠던 하늘은 점점 밝아지더니 이내 환한 태양을 드러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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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 밟아주세요 헉헉. 혹평을 혹평을 내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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