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마이페이지
 
Q&A
[공지] 노블엔진 홈페이지가 …
[꿈꾸는 전기양과 철혈의 과…
《노블엔진 2017년 4월 2차 …
[리제로 10 + 리제로피디아] …
[Re :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
 
설문조사 - 설문조사 - <포춘 하모니> 인기 투표!
  • 3급 매니저, 치유담당 초파랑
  • 2급 매니저, 여동생담당 우연하
  • 1급 매니저, 츤데레담당 델피나
  • 불행아인가 행운아인가, 하필연
  • 모두의 대승운 파티, 대승운?!

 


문 더스트 파일즈 1권 평
글쓴이: 청아비
작성일: 16-07-06 17:32 조회: 3,219 추천: 0 비추천: 0
이 평은 라이트 노벨 비평가 모임의 평입니다. http://cafe.naver.com/novelgourmet 이 평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느낀 생각과 문제를 그대로 말했을 뿐이기에 떳떳합니다. 누가 썼더라도 이 글을 보고 이 평을 했을 거고. 다른 이유도 아니고 책이 재밌을 것 같아서 샀습니다. 누가 뭐라고 말해도 제가 한 생각이고 제 의견을 정돈한 거니 내용적으로 오류나 반론이 있다면 모를까. 제 생각이나 느낌. 의견이 틀렸다고 말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읽는 이. 쓰는 이. 모두에게 말하는 거지만 모든 평과 의견은 걸러들으셔야 합니다. 이 평에서 한 말을 남이 뭐라뭐라 한다고 취소하거나 물릴 생각은 없지만 다른 이들과 생각이 다를 수 있겠죠. 평가에 대해서 뭐라 할 말이 있다면 의견을 냈다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의견이 틀렸다는 걸 두고 말했으면 좋겠군요. 제가 언제나 글에 대해서만 언급하듯이.

혹평을 할 때만 말이 많아지는 사람이라서 언제나 올바르려고 하고 있습니다만 실수가 잦습니다. 이전에는 확실하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발언을 많이 했고, 지금도 계속 하고 있습니다. 혹평을 할 때든 호평을 할 때든 확실히 감정이 격해진 상태로 평을 쓰고 있고, 그 와중에서 온갖 생각과 말이 튀어나옵니다.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미 뱉은 말과 실수는 돌이킬 수 없죠. 실제로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 그런 말이 나온 거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이 이후든, 혹은 지금이든 발견된다면 지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치겠습니다.

-----------------------------------------------

1. 서문

이 이야기를 하죠. 그건 재작년 말이었습니다. 전 그 때도 라이트 노벨을 까고 있었죠. 인생 최초로 라이트 노벨 공모전에 소설을 냈고, 병행해서 다른 아마추어 작가들의 소설들을 보고 평도 했습니다.

그 때 진실은 수수께끼 같을지도 모릅니다. 라는 소설을 받았어요. 솔직히 그 때 보고 좀 별로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재는 정말 괜찮았는데 추리물이라고 받았는데 추리물이 아니었고, 라이트 노벨이라고 받았는데 라이트 노벨이 아니었고, 노블엔진 팝이라고 받았는데 노블엔진 팝 같지도 않았고, 이야기가 안정적이긴 한데 별로였습니다. 문체도 되게 마음에 들지 않았죠. 전 저에게 소설을 보내주신 분에게 제가 느낀 감상을 똑같이 전달했고, 그 일을 계기로? 아니면 그 일이 아니었더라도 언젠가는? 그 분은 저와 거의 매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의 소설은 노블팝 특별상에 붙었고, 제 소설은 1차 탈락한 데다가 동 시기에 논란이 됐었던 척수반사 단평보다도 심한 단평을 받았죠. 청아비 글알못 전설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뒤로도 몇 번 더 어긋났죠. 어쨌든, 바로 그 때 그 소설은 1년 반의 기다림 끝에 문 더스트 파일즈라는 이름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아는 사람의 글이라고 무작정 재밌다고 해줄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에게 봐줄 수 있는 최소한의 편의는 평을 공개적으로 올리지 않는 겁니다. 이 평 역시 주관적인 요소가 많겠지만 언제나 똑같은 정도로 주관적일 겁니다.

글 내용과 상관없는 말 길게도 했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죠.

2. 개괄적인 평가

문 더스트 파일즈에서 외적인 요소로 주목할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노블엔진 단행본으로 나왔습니다. 노블엔진 단행본=영상출판미디어 이름을 달고 나오는 라이트 노벨들은 전반적으로 괜찮은 편입니다. 가격은 솔직히 좀 너무한 것 같지만 외적인 요소론 아무런 불만이 없습니다. 내용적으로는 조금 불만이 있긴 합니다만 전반적으론 그에 걸맞은 재미를 계속 보여주고 있죠.

둘째로 표지에 여자가 없어요. 맙소사. 라이트 노벨 1권 표지에 여캐도 없이 남캐만 둘이야. 심지어 전면에 나온 건 후줄근한 청년이고, 좀 더 주목해야할 것 같은 오토코노코는 좀 뒤에서 조연처럼 있어요! 우와 대단해...... 엄청난 시도다!

뭐. 농담입니다. 하나는 여잡니다. 안타깝게도 붉은 양복 쪽이죠. 여자가 아니라 자신만만한 표정의 여장남자. 혹은 남자다운 성격에 스스로의 성정체성도 남자지만 겉모습이 여자 같아 하기 싫은 여장을 하는 모습이 작중에서 한 번쯤은 나와야 할 것 같은 소년처럼 그려졌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보쿠걸 주인공처럼 생겼지만 그냥 보이시한 여캐입니다. 아무튼 고작 표지뿐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큰데요.

문더파 뿐만이 아니라 노블엔진 단행본으로 나오는 소설들의 장점 중 하나입니다. 삽화가 글을 훌륭하게 보완해요. 그림의 질도 우수하고 글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삽화가 의미 있는 부분에 들어가요. 사실 라이트 노벨에선 필요한 부분의 일러스트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단 배경도 없이 여캐 단독 일러스트를 여캐 수만큼, 그리고 여캐의 복장이 바뀔 때마다 또 하나씩. 그 외에 대표적으로는 여캐의 목욕, 알몸 장면, 촉수에 묶이는 장면 등 여캐에게 좀 더 주목할 수 있는 것들이 본문 삽화는 물론이거니와 컬러 페이지까지 차지하는 경우가 있죠. 중요한 악역, 혹은 주인공 일러스트는 전혀 없는데 별 비중도 없는 조연 일러스트는 있는 경우가 상당히 잦죠.

이것 자체는 장르 특성상 중요도가 다르니 어쩔 수 없다고 봅니다만 여캐가 복장이 바뀌거나 주목을 받는 부분이 일종의 내용누설이라도 글보다 먼저 나오는 컬러 일러스트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경우 솔직히 일러스트가 글을 방해한다고 느낍니다. 아니면, 일러스트레이터가 여캐는 멋지게 그리는데 남캐를 잘 못 그린다던가, 액션씬, 총, 기계, 괴수, 동물 등등 따로 배우지 않으면 그리기 힘든 것들을 일러스트레이터가 안 그리던가 아니면 못 그리는데 그것이 작품의 주요 요소 중 하나라면 도대체 왜 이런 사람을 이 작품의 일러스트레이터로 골랐나 싶죠. 로봇 하나 안 나오는 메카물. 싸우는 장면 하나도 안 나오는 배틀물. 괴물이 하나도 안 나오는 괴수물...... 끔찍하죠. 마치 투명인간이 형태 없는 기계를 타고 모습 없는 괴물과 싸우는 장면을 글로 해설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노블엔진 단행본은 아니거든요. 인물의 매력을 살리되 글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일단 여성 캐릭터 위주로 그리지만 여자만 그리지도 않아요. 필요와 흥미의 절충안을 훌륭하게 찾아내죠. 그리고 노블엔진 단행본으로 나온 이 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야기가 좀 샜지만 앞서 말한 두 가지 의미로 말이죠. 글은 제가 처음 봤던 그 때의 것보다 훨씬 나아졌고 이전의 글을 생각하지 않아도 재밌었습니다. 이후 덧붙여진 그림도 정말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왜 일러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했냐고요? 보통 평을 할 때 작품과 상관없는 삽화에 대해서는 별 말을 안 하는 것이 제 원칙이지만, 이 작품에서 일러스트는 작품과 큰 상관이 있거든요.

전 이 글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사람들 역시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완성도가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솔직하게 누구에게나 추천해드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글의 특성상 실망하거나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잦을 것 같아요. 그런 독자를 어떻게든 이 글로 계속 끌어들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좋은 삽화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평에서는 이것을 좀 더 설명해보죠.

3. 개성적인 소재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개성입니다. 이 소설은 온갖 부분에서 유명한 미국 드라마 X파일에 영향을 받았는데요. 진짜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나는 세계관은 아니고 비밀조직 빼면 지극히 현실적인 세계관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음모론과 초자연적 현상, 괴물, 도시전설 등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가고 있죠.

이 소재를 라이트 노벨 쪽에서 시도한 글이 이것 말고 또 있나요? 이건 또 그저 소재만 특이한 것으로 쓰고 내용은 천편일률적인 글이 아닙니다. 요컨대 시드노벨의 [소녀킬러는 XX를 좋아해!] 는 소재만 BL이지 실제로는 BL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라도 괜찮았거든요? 소재에 대한 이해도는 쥐뿔도 없었고 그냥 적당히 시선을 끌 수 있는 걸 넣은 거였죠. 한국 소설만 그런 게 아니라 일본 소설들 중에서도 소재나 설정만 좀 이상한 걸로 하고 실제로는 그것이 별 의미 없는 것들이 되게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소재, 인물, 메인 스토리, 서브 스토리, 구성. 등등이 전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어요.

이 소설은 정말 특별합니다. 창작물이라는 것이 어디선가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거든요. 라이트 노벨도 초창기 땐 온갖 곳에서 영향을 받아서 온갖 소설들이 나왔습니다. 일본도 그랬고 한국도 처음 시작했을 때 일본 라이트 노벨에 영향 받은 소설, 대여점 소설에 영향 받은 소설, 다른 곳에서 영향 받은 소설 등등. 그런데 역사가 쌓이고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이든 일본이든 라이트 노벨이 라이트 노벨에서만 영향을 받아 점차 정형화 되었거든요? 그러나 문더파는 영향을 받은 곳은 아주 명확한데 기존의 시장과 무관계한 곳에서 받았어요. 라이트 노벨 시장에 정말 갑자기 튀어나와선 독자노선을 걷고 있죠. 너희들은 너희들 소설을 써라. 난 내 걸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트 노벨을 부정하는 소설도 아니고 그저 피상적인 이해로 흉내만 내는 글도 아닙니다. 이런 소재를 좋아하지만 라이트 노벨엔 관심이 없었던 독자, 라이트 노벨은 좋아하지만 이런 소재에 관심이 없었던 독자 둘을 어느 정도 끌어올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완성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어쭙잖게 합치려다가 어정쩡한 누더기가 될 위험이 큰데 이 글은 아주 깔끔해요. 작가가 뭘 쓰고 싶었던 건지 이미지가 확고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이들 중 이걸 시도한 사람이 없는데 확고하게 뭘 할지 방향성을 잡은 거예요.

이 소설이 특별하기 때문에, 이 소설은 열성적인 팬을 이끌 수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읽은 사람들에게 잊힐 가능성도 적겠죠. 그렇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소설은 좋다고 자신 있게 추천하기엔 좀 그렇습니다. 바로 이 개성적인 소재 때문이죠.

3-1. 좋게 말하면 개성적인 소재

아까 전에 말한 것처럼 이 소설은 라이트 노벨이라고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렇다고 아니라고 하면 또 안 될 것 같은 묘한 경계선, 혹은 지점에 위치해 있거든요. 양쪽을 전부 끌어올 수 있지만 양쪽을 전부 못 끌 수도 있습니다.

이 소설은 아마도 이런 쪽으로 시도한 최초의 라노베입니다. 굳이 라노베가 아니라 좀 넓은 장르로 봐도 거의 최초일 것 같아요. 소재, 장르, 출판사. 등등 각각의 팬덤은 큽니다만 정작 그 접점은 정말 좁습니다. 저 자신은 참신한 글을 좋아하기 때문에 좋다고 느꼈지만 솔직히 범용성 있는 글할 순 없죠. 소재 자체가 위험하고 호불호가 갈리는 종류의 것은 아니지만, 생소합니다. 이 글의 모든 요소는 서로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소재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큽니다. 온갖 초자연적 현상과 음모론 중 이번 편에는 어떤 것을 가지고 올 것인가. 라는 것에 흥미를 못 느끼면 이 소설의 재미는 상당수 날아가는 겁니다.

사실 소재로 보더라도 좀 애매한 것이 분명 소재의 원안이 되었을 X파일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소재로 한 드라마인데 이 작품은 작중 일어나는 일이 초자연적인 현상 같지만 사실 아니다~ 거든요. 분명 소재는 같지만 방향성이 다르다고 할까요. 이걸 보는 X파일의 팬은 기어와라! 냐루코양 정도는 아니라도 타이터스 크로우(크툴루 신화를 소재로 한 액션활극 시리즈)을 보는 러브크래프트의 팬 같은 기분을 느낄 것 같습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장르의 확장이고 재해석인데, 부정적으로 보자면 원작파괴라고 못할 것도 없거든요.

소재를 빼더라도 거부감, 까지는 아닐 것 같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할 요소는 상당히 많아요. 이 소설이 걷고 있는 독자노선이라는 건 모험일 수밖에 없거든요. 틈새시장의 양면성이죠. 좀 더 말해보죠.

4. 잘 만들어진 인물

인물 역시 X파일의 미묘한 오마주. 거기에 아무도 모르는 묘한 곳에서 따왔다고는 합니다만 사실 전 잘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의 인물들에 대한 평은 역시 사람마다 갈릴 것이 분명하거든요.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큰 줄기가 있되 그것을 따라가는 과정은 독립적인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네. 이것도 X파일이에요. 주역은 크게 세 명. 그리고 조연 하나. 그 외엔 이번 에피소드에만 나오는 단역들로 이야기가 이루어져있죠.

일단 기술적인 면에선 호평을 줄 수밖에 없을 것 같군요. 특별한 인물들이고 잘 만들어진 캐릭터들입니다. 대부분의 라이트 노벨은 말이 캐릭터 소설이지 솔직히 말하면 도대체 글에 인물은 어디 있냐고 쏘아붙이고 싶거든요. 작가가 만든 기계장치나 인형에 지나지 않는 것들도 많고 그것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그 점에선 아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어요.

첫째로 남자 주인공이 개성적이죠. 일단은 추리물에 가까운 이 작품에서 탐정 역을 맡고 있는 캐릭터로 어떤 일이 일어나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는 게 특징입니다. 그 가능성이 초자연적인 방향으로만 열려 있어서 그렇죠. '이 사건은 분명 UFO가 관련되어 있는 게 틀림없어!' 같은. 헛소리만 하지만 결국 진상을 찾아냅니다.

둘째로 장르적 관행대로 이 작품은 주인공을 제외한 주역 혹은 조연들이 전부 여캐지만 그것이 주인공이나 독자만을 위함이 아니라는 점이죠. 주인공이나 작품에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는 거예요.

주역 여성 인물은 두 명. 주인공이 진상을 찾아낼 동안 실제로 사태를 겪고 해결하는 역을 맡습니다. 빨간 양복 입은 키 작은 쪽이 혼자 돌아다니다가 습격당하고, 맞고, 감금당하고, 마약을 투여당하고, 병에 걸리고, 함정에 빠지고, 새로운 트라우마를 얻고, 기존의 트라우마를 재생하고, 벌거벗은 상태로 구르고, 납치당하고, 고문당하는 등 작가에게 온갖 방법으로 괴롭힘당하며 버티는 탱커라면, 하얀 양복 입은 키 큰 쪽은 빨간 양복이 죽기 직전까지 탱킹하는 동안 다른 일을 하다가 진상을 알아챈 주인공의 호출을 받고 뒤늦게 나타나 총 한 자루로 모든 걸 해결하는 해결사 역입니다.

일단은 탐정, 탱커, 해결사로 구분하긴 했습니다만 실제로 그 역만 하는 건 아닙니다. 탱커는 상대를 취조하는 역도 하고 있고 해결사는 동료의 제어와 정보수집 등의 일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작중에서 이런 보조 업무가 도움이 된 적은 적습니다만, 하고 싶은 말은 인물의 역할분배가 확실하다는 거죠.

셋째로 단역이나 조역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인물이라도 어느 정도는 분간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지죠. 불필요한 디테일에 신경을 써서 글을 늘어지게 만들지 않고 말입니다.

이렇게 보면 인물들에 대해선 기술적으론 흠잡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 장점들이 장르의 특성상 전부 역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죠.

4-1. 이들을 원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라이트 노벨은 기본적으로 상업소설이에요. 시도할 수 있는 것의 범위는 넓지만 일단 그게 기본입니다. 기계장치나 섹시한 램프로 바꿔도 상관없을 캐릭터들을 만들고, 그것에 일러스트를 붙이는 이유. 현실의 인간이든 아니면 가상의 인물이든 예쁘고 귀엽다는 것만으로 인간은 상대를 좋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예쁘고 귀엽다는 것도 라이트 노벨이 정형화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정립이 됐습니다. 스테레오타입이라고 하는 거죠. 츤데레는 이래야 하고, 이건 이래야 하고. 사람의 취향이 제각각이지만 라이트 노벨의 주 독자층은 이런 것을 좋아하고 이런 것은 싫어한다. 라는 것.

문제는 이 작품은 라이트 노벨의 정형화와 완전히 관계없는 외진 곳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거죠. 물론 라노베의 범위와 영역이 아주 넓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역은 확실히 그것보다 좁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인물들은 그 영역과 확실히 거리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멋있는 인물도, 인기 있는 인물도, 아주 유능한 인물도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좀 이상한 녀석이고, 무엇보다 독자의 몰입이 좀 애매한 녀석이죠. 주인공은 보편적인 정의와 상식과는 별 연이 없으며, 고등학생도 아니고, 공감하기 힘든 환경에 있습니다. 전 바로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만 저와 같은 생각을 진심으로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성인물들 역시 마찬가지. 일러스트에선 되게 귀엽게 나왔죠. 그리고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디자인도 좋아요. 다만 이런 디자인이 글 내에서 표현되고 있냐면 전 아니라고 말하겠습니다.

뭐 표지만 봐도 그렇고 내지 일러만 봐도 그렇고 빨갱이가 보이시한 캐릭터라는 것에 이견을 가질 분은 없을 것처럼 보입니다만 재밌는 건 글에서는 딱히 보이시하다는 언급이 없습니다. 성 정체성이나 외모를 가지고 뭐라뭐라 하는 부분도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나름대로 서비스신을 하는 등 여성으로 그려집니다.

이것을 글과 삽화의 모순이라고 할 순 없긴 합니다. 왜냐면 글에서 빨갱이는 그냥 귀여운 미소녀처럼 그리는 것보단 보이시하게 그리는 것이 더 어울리고 매력적이며 솔직히 그렇게 생겼을 것 같거든요. 실제로 전 투고 당시의 원고를 보고 이 빨갱이는 디자인이 되게 평범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것이 삽화에서 중성적인 면모로 그려진 걸로 인상이 확 바뀌었죠. 다른 인물들도 그래요. 삽화가 다소 평범하게 전락할 수도 있는 캐릭터들의 외적인 요소들을 훌륭하게 그려냈어요.

문제는 그것은 글이 아니라 그림에 대한 인상이라는 겁니다. 글 본문에서 빨갱이를 강조하는 속성은 보이시함, 귀여움이 아니라 남들을 고문하는 심문기술자의 면모고, 둘째로는 작가에게 고문당하는 탱커의 면모입니다. 모순은 아니어도 괴리는 느껴지죠.

그리고 하나 더, 여성 캐릭터의 디자인으론 훌륭합니다만, 남자 독자들이 좋아하는 여성 캐릭터의 디자인으론 어떠냐는 거죠. 빨갱이는 보이시한 것이 갭이 아닙니다. 그냥 소년이라고 설정해도 아무 상관없을 정도죠. 그래도 어느 정도 수요가 있다곤 생각하는데 키다리 쪽은 귀엽거나 예쁘다기보다는 잘생기게 그려졌습니다. 이 작품이 여성향이었다면 모르겠습니다. 등장인물들을 아예 다 성전환시켰다면 몰랐죠. 그러면 가뜩이나 마이너한 작품이 더 마이너해졌을 거고 레이블을 바꿔야 했겠지만, 어쨌든 노림수는 확실했겠죠. 그렇지만 이 작품은 도대체 어디와 누굴 노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전형적인 라이트 노벨 히로인처럼 그려진 캐릭터는 화면 뒤에서 주인공 팀에게 미션을 내려주는 조역인데요. 이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긴 하지만, 이 녀석 역시 이 노림수적인 측면에서 보면 애매해요. 교복 같은 양복을 입고 있긴 합니다만, 작중의 모습은 절대 소녀라곤 볼 수 없거든요. 성격이나 행동도 그냥 능글능글한 어른 같고 나이가 정확히 언급은 안 됐지만 아무리 적게 잡아도 20대 중반은 넘었을 겁니다. 누님 캐릭터가 있을 수도 있지...... 라고 말하면 이건 또 아닙니다. 왜냐면 이 작품은 주인공도 20대 중반쯤이거든요. 이 캐릭터는 연상의 캐릭터로 묘사되지 않아요. 그렇게 묘사되면 이상해질 테니 당연하겠지만요. 오히려 이 캐릭터는 여동생과 겹쳐집니다. 20대 중반의 캐릭터가 말이죠.

라이트 노벨 구매층은 주로 10~20대에 걸쳐서 분포해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거에요. 20대는 10대를 노리고 만든 소설을 보지만 10대는 20대를 노리고 만든 소설을 안 본다는 거죠. 그리고 이 소설에서 10대 독자를 위해 준비한 요소는 솔직히 말해서 단 하나도 없습니다. 주인공은 공감하기 힘들고 여성 인물들은 좋아하기 애매합니다. 배경은 자신들의 일상과 접점이 있기는커녕 태어나기도 전에 찍은 X파일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비밀조직 등도 청소년의 판타지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모습입니다.

그 외에도 등장인물들에게 감점을 줄 수 있는 요소는 많습니다. 미묘하게 현실적인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절대 선하고 영웅적이지 않은 인성.

그리고 대사입니다. 이건 정말 마음에 안 들었죠.

5. 안 좋은 연출

개인적으로 정말 별로였다고 생각한 점입니다. 다른 부분은 '난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을지 모르겠다' 였다면 이건 제가 확실하게 별로라고 느꼈어요. 문장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서술이나 묘사. 그리고 등장인물의 대사. 그것을 연결하는 구성이 말이죠. 뭐라고 할까요. 싼티나는 연속극 같다고 할까요. 아니면 촌티나는 웹툰 같다고 할까요. 뭐라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오묘함을 선사합니다.

아주 작위적이고 흔한 연출. 그것도 영상물에나 어울릴 법한 연출을 소설에서 쓰고 있어요. 예를 들자면 싸우는 와중 공격하거나 피할 때마다 묘사나 서술로 적거나 혼자 생각만 한다면 모를까 급박하게 싸우는 중인 사람이 입 밖으로 내뱉으면 미묘한 비유를 섞은 말을 내뱉고 상대는 역시 못할 말은 아니지만 굳이 싸우는 와중 입 밖으로 내뱉으면 어색해지는 대답으로 응수합니다. 이 작품이 전체적으로 사실적인 배경에 사실적인 인물을 쓰고 있는데 그들이 움직이는 건 확실하게 짜인 판에서 노는 것 같거든요. 장면변화나 인물 등장 등등의 부분도 전부 짜놓고 찍는 드라마 같습니다. 대놓고 허구를 지향하면 모를까 어정쩡해서 전 미묘하게 불쾌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게 유일한 단점이 아닙니다. 취향 문제를 완전히 빼더라도 이 소설이 정말 좋다고 말하기엔 머뭇거려집니다.

6. 스토리

다시 말하지만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단편 모음집입니다. 편당 평균적으로 80페이지를 쓰는데 새로 한 편을 시작할 때마다 다음의 과정을 거치죠.

임무를 받았을 때 어떤 상태였는가?-임무가 뭔가?-그런데 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주인공은 이상한 일을 조사-빨갱이와 키다리는 주인공을 무시하고 나름대로 일을 한다-이상한 일과 임무가 관련있다는 걸 주인공이 밝혀냄-진상을 밝힌다-이 과정에서 약간의 복선 투입하고 다음 장으로

의 과정을 거칩니다. 이런 정형화된 패턴이 나쁜 건 절대 아닙니다. 애초에 이 소설은 이게 고작 1권이에요. 다음 권에서 바뀔 수도 있는 거고, 다음 권에서 반복되더라도 그럭저럭 괜찮을 겁니다.

문제는 다른 부분이에요. 분량과 내용입니다. 이 작품에서 단편 하나에 할당된 분량은 적어요. 80페이지는 확실하게 적습니다. 그리고 매 번 새로운 배경에서 다른 소재로 이야기를 하는 셈이니 당연히 추가로 이것저것 배경설명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일단은 추리물 비슷한 무언가니 사건에 대한 정보를 독자에게 어느 정도 제공해야하죠. 할 게 많죠? 당연히 스토리에서 이야기를 돌리거나 꼬지 못합니다. 일직선으로 가야하죠. 그래도 재밌을 수 있거든요? 근데 이게 솔직히 그렇게 좋지 못해요. 아무리 낮게 봐도 중입니다만, 좋은 평가를 내려 봐도 중상이라고 평하진 못하겠어요.

드러난 사건의 진상을 보면 고작 그거냐? 내지는 진상을 내는 과정이 왜 이렇게 뜬금없지? 같은 생각이 듭니다. 트릭을 알아내는 과정 역시 추리물이라고 불러줄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공정한 것도 아니고 추리의 과정에서 글 외부의 지식을 요합니다. 그리고 진상이 밝혀지든 안 밝혀지든 주인공 일행과 비밀조직 외에는 별 관계도 없는 일이다보니 이야기의 힘이나 폭발력 자체가 약해요.

그 다음. 인물의 문제. 진상을 알아내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모르는 게 없습니다. 온갖 기괴한 지식들을 다 알고 있고 뭐든지 생각하면 나오죠. 다만 빨갱이가 굴러서 정보를 얻어내기 전까진 대체로 헛소리만 해서 기다려야합니다. 빨갱이는 믿는 게 없습니다. 자기가 얻은 정보 외엔 아무것도 믿지 않죠. 문제는 얜 정보를 얻어내려면 누군가를 고문해야하고, 고문은 비장의 수단이라서 거의 못합니다. 그런데 또 자신의 착각이나 오판은 또 무조건 믿습니다. 그리고 얘를 뺑뺑이 돌리지 않으면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없는 작가 때문에 온갖 엿을 먹으며 고생하죠. 그리고 키다리는 못하는 게 없습니다. 작중에서 거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수준인데 키다리가 뭘 시도하면 어지간해선 성공합니다. 문제는 메인은 주인공과 빨갱이라 얜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거죠.

인물 셋이 시너지를 일으켜서 답답해 죽을 것 같은 것도 있습니다만 그걸 제해도 전개 자체가 꽤 작위적입니다. 주인공은 바보짓을 하는 것 같아도 절대 실패하지 않습니다. 빨갱이는 어떤 문제가 생기든 가장 진실이 아닐 것 같은 생각만 하죠. 키다리는 너무 개 쩔어서 도대체 실패할 것 같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근본적인 부분에서 흡입력이 부족해요. 나름대로 긴장감도 있고 재미도 있고, 저도 그것을 느끼긴 했습니다만 그것은 사건의 진상과 결말 등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번 이야기의 소재는 뭘까? 빨갱이가 과연 어떻게 고생할까? 아니면 키다리가 이번엔 어떻게 싸우려나? 같은, 이야기에 달린 부수적인 부분에서 왔죠. 네. 그렇습니다. 스토리조차도 취향이 걸립니다. 주인공은 믿어서 답답하고 빨갱이는 안 믿어서 답답하고 키다리는 성격이 답답합니다. 그리고 문체와 대사도 답답하죠. 조역조차도 답답합니다. 마치 매크로 답변을 돌리는 게임 운영자나 공무원 같아요.

7. 총평

문더파는 말이죠. 기획과 쓰인 이론만 보면 정말 재밌을 것 같은데 실제 결과물은 솔직히 그저 그렇습니다. 정말 모든 점에서 취향을 많이 타는 소설인데 취향의 노림수는 분산되고 애매해서 화력은 부족. 그런데 모든 점이 마음에 들더라도 글 자체의 완성도는 평범하거든요.

이 책은 정말 취향을 심하게 탑니다. 소재뿐만이 아니라 문체와 이야기도 호불호가 갈리고 이야기가 점점 고조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조금씩 전진해나가는 식이라 결말부의 카타르시스도 그렇게 크지 않죠.

거기에 더해서 1권은 아직 이야기의 시작에 지나지 않습니다. 평가를 제대로 내리려면 좀 기다려야하죠. 저 스스로는 재밌게 읽었지만 어디까지나 회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연 모두가 공통적으로 이 소설을 좋아할 수 있는 부분은 뭘까요? 개인적으론 제가 살면서 만나본 사람 중 가장 재밌는 사람 중 하나였던 작가의 놀라운 개그 감각은 정말 대체할 수 없는 능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유쾌한 개그물도 아니고 본문에서는 그렇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후기에서나 조금 드러났을까요? 결국 잘 그린 삽화 외엔 모두에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장점을 말하기 힘들군요.

하지만 모두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단점 역시 말하기 힘듭니다. 그야말로 미지의 책.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단정하듯이 재밌었다 재미없었다 말하는 건 이 글에 대해서는 힘들 것 같습니다. 특히 저는 작가 개인에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제가 재밌었다고 느끼는 게 글에 대한 감상인지 사람에 대한 감상인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거든요.

그래서 좋다 나쁘다의 결론은 보류라는 기묘한 형태로 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평은 명확한 결론도 없는데 유난히 길어진 구석이 있습니다. 이 책을 사려는 독자 분들이 제 개인 감상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그렇지만 흥미는 둘째치고 의미는 있는 책입니다. 요컨대 이런 것도 시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 이런 인물과 사건, 구성으로도 라이트 노벨 같은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 그런 점에서 읽는 분들은 몰라도 쓰는 분들에겐 읽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이 책은 모험적인 시도를 했고, 그것을 결과물의 형태로 세상에 내놓았거든요.

뭐, 어쨌든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다른 분들도 이런 새로운 시도를 좋아했으면 좋겠군요. 저 스스로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고 개인적으론 나름 괜찮았거든요! 이것은 절대 현실 지인인 작가의 압력, 혹은 개인적인 친목질, 혹은 라이트 노벨 업계를 뒤에서 장악하는 비밀조직에 의한 평가가 아닌 솔직한 소감입니다.




과연? 읍읍! 이상. 비밀조직과 음모가 가득한 소설. 문 더스트 파일즈 평이었습니다.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휴문의 이용약관 개인정보보호정책
주소 : 인천광역시 부평구 평천로 132 (청천동) TEL : 032-505-2973 FAX : 032-505-2982 email : novelengine@naver.com
 
Copyright 2011 NOVEL ENGIN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