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본인은 평을 2가지 방법으로 한다. 1권부터 하나하나 평하든가, 아니면 책이 완결나면 평하든가. 보통, 본인의 평은 단점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기에 전자의 경우는 단점이 많은 소설, 후자의 경우에는 그렇다할 단점이 보이지 않던가 재밌게 읽은 소설이라고 하면 되겠다.
그러면 왜 갑자기 하지도 않던 중간 평을 쓰는가? 삼학연의는 분명 재밌게 읽었는데 말이다.
삼학연의의 경우, 1~5권까지가 1부고 6권부터 2부다. 일러도 바뀌고 전개도 바뀐다. 단지 한 부가 끝나서 쓰는 건 아니다. 다름이 아니라, 도저히 지적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꺼림칙한 부분들이 몇 걸리기에 이 평을 쓰는 것이다. 네오타입 작가는 가벼운 문체에선 연상하기 힘들겠지만 상당히 뛰어난 작가고, 본인이 지적한 문제점을 이미 알고 있던가. 아니면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으리라 믿지만 독자에게 약간의 비판적인 시각으로 글을 보라는 의미에서 이 글을 쓴다.
2. 어째서 학원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이 작품의 학원물 설정은 내가 본 모든 학원물 설정 중에서 가장 터무니없다. 되게 해괴망측한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보다도 터무니없다. 비현실적인 설정 때문이 아니다. 비현실적인 설정 가지고 트집잡을 거면 라이트 노벨을 읽지도 않았다. 뭐어. 이런 설정이 있다. 요컨대 능력자를 양성하는 학원은 인간을 위협하는 괴물같은 존재가 있어서, 젊은 층부터 능력자를 키워서 장래에 뛰어난 능력자로 키우려 한다던가 하는 설정 말이다.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같은 경우에는 학생의 공부 의욕을 증진시키고자 시험 점수와 소환수로 결판을 내는 시험소환 전쟁을 도입했고, 조금 특이한 학원물들이라고 해봤자 위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단 삼학연의의 학원은 바시소에 가깝다. 명패카드로 삼국시대 인물의 빙의를 받으면 그 능력이 자기에게 반영되고 그 능력은 사회에 나가서도 도움이 된다...... 라는 느낌인데. 작중의 싸움을 보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능배랑 사회생활이랑 뭔 상관인데.
아니...... 설정 자체는 매력적인데 당위성이 떨어지잖나. 학생 대부분은 심지어 '소모품'에 불과한 일성이나 이성 명패카드를 받는다. 그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걸까. 더 높은 명패카드를 받기위해 노력한다~ 라고 말해도...... 높은 명패카드를 받는 기준이 성적도 아니고 그렇다고 뭐 학교내신으로 반영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재능과 삼국무장과의 싱크로율? 그런 걸로 정해지는 것 같은데...... 뭐 어쩌라는 거지. 학업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그렇다고 삼국무장의 능력을 받아서 건실하게 공부를 하면 모를까. 실제로 하는 건 쌈박질이다. 쌈박질도 시험소환 전쟁처럼 시험 성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격투전 및 계략이다. 심지어 시험소환 전쟁처럼 아무 고통도 없는 것도 아니고(주인공인 아키히사는 고통을 느끼지만) 통증도 느껴진다.
하나도 이해 안 된다. 당연하잖나. 얘네들은 쌈박질 및 편가르기, 심지어 재야 지역에 대한 왕따. 주요 장소 독점 등등 온갖 비열하고 사악한 짓은 다 한다.(그런 의미에서는 사회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부분은 부품이고 5성 6성 아니면 별 의미도 없는)
독자로서 솔직히, 너무 오버한다는 느낌이 든다. 현실성 제로. 공감도 제로. 바시소처럼 바보라도 노력하면 우등생을 이길 수 있다! 는 주제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몇 몇 엘리트들이 다 해처먹는데 여기서 뭘 느낄 수 있겠나.
3권에 가서는 이 오버가 더 심해진다.(재미없다는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3권을 최고로 친다.) 갑자기 삼학제패를 하면 전국옥새가 운명개변을 일으켜서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요소가 추가된다.
상식적으로...... 전국옥새를 가진 작중의 회사 회장이 그런 걸 고딩들한테 줄 것 같냐. 아니, 그보다는...... 그러면 언론이나 다른 곳에서 뭐라뭐라 하지 않을까. 작중 내에서도 전국옥새는 중국에서 도굴해온 거라고 하는데.
아니 뭐. 그 후폭풍은 재밌었다. 삼학에 진정한 난세가 돌입한다는 건 흥미진진한 요소니까. 단순한 삼파전보다 말이다. 그런데 현실성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갔다. 이해불가한 설정이다. 재미를 위해 억지로 투입했다. 뭔가 뒤에 밝혀지는 다른 요소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것의 복선이 없는 이상 이건 억지다. 작가의 이런 '뒤를 생각하지 않는 파격적인 전개'는 뒤에서도 이어진다.
3. 갑작스런 설정추가
그래. 이 말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네오타입 작가는 반전을 상당히 잘 쓴다. 호쾌한 액션 속, 반전은 그야말로 숨을 막히게 한다. 근데 살짝 뒤에서 멀어져서 사태를 관망하다보면 이게 말이 안 된다. 대충 이런 느낌이다.
A: 뭐지. 왜 저녀석은 이 상황에서 저런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거지!
B: 후후후 그 이유가 궁금하겠지. 사실 나에게는 이런 것도 있었다!
A: 맙소사! 그런 게 있었다니!
근데. 문제는 '이런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런 복선 없이 그냥 튀어나온 급조된 설정 같다는 거다...... 요컨대 6권에서는 갑자기 조조 휘하에 3성 장수도 이기는 2성 군단이 튀어나온다. 그냥. 아무 복선 없이. 조조가 싸운 3권에서 대충 언급하고 넘어간 것도 아니고. 그냥 튀어나온다. 그리고 그걸로 이긴다. 근데 여태 1성과 2성은 그저 소모품에 불과하지 않았었나...... 아니 그 전에 3성을 이기는 2성이면 진작에 3성으로 승급했겠지. 등등. 작중에서 밝혀지는 반전이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무 복선도 없이 그냥 툭 던져진 것에 불과하다. 그것에 대한 복선? 그건 위에서 말한 B 인물의 후후후 나에게는 사실 비장의 카드가 있어. 이거 하나 뿐이다. 그게 뭔지 어떻게 알고 우리가 짐작하나. 작가가 어쩌면 비장의 카드라고 일단 쓴 다음 나중에 비장의 카드로 들어갈 적절한 걸 그때그때 급조하는 걸지도 모르잖나.
다른 걸로는, 맨몸으로 5성급을 때려잡는 말도 안 되는 스펙의 권신후라던가. 아니면 '끌끌끌. 계략이란 부족한 힘을 위해 필요한 것. 충분한 힘에는 계략이 필요없다......' 포스를 내뿜는 '조'나나 '조'통거.
'손책님이 간과하신 그 두번째...... 주태는 동오 최강이 맞습니다!'
'대변형-청라산'
같은 것이 있다. (드립으로 썼는데 막상 생각하고 보니 꽤 비슷하다.)
이게. 억지? 라고 보면 너무한 표현이다. 왜냐면 합리적이긴 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아무런 복선 없이 튀어나왔기 때문에 독자가 반박할 명분이 없다. 그냥 잘 숨겨두고 있었다. 이게 있었기 때문에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수 있었다. 라고 하면 설명이 되니까. 억지는 아니다. 모순도 아니다.
단지 작가가 독자를 이기기 위해 투입한 설정에 불과할 뿐.
3. 개그센스
이건 그냥 하는 말인데. 작가 개그센스가 바시소 열화판 같이 느껴진다. 바시소는 진짜 웃겼는데. 삼학과 몬패는 유치하다. 이건 뭐. 아주 큰 문제는 아니니까 넘어가도 된다.
4. 그래서?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삼학연의는 상당히 위태위태한 상태라는 거다. 너무나도 먼치킨인 권신후. 목적도 불분명하고 뭐든지 원하는 대로 해치울 수 있는 까마귀. 그냥 조조는 짱 쎄서 최강이었따. 로 끝나는 선우지아. 등등...... 이게 초반에 임팩트있고 멋있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는데 후반에 만약 삐걱거리면 계략은 그냥 네가 예상한 것을 예상한 나를 예상한 너를 예상했다. 정도로 끝날지도 모른다. 액션은 오버로밖에 느껴지지 않을 것이고 개그는 여전히 재미없겠지.
삼학연의와 네오타입을 응원하는 독자로서 쓴소리를 좀 해봤다. 삼학연의 7권에서 본인이 제기한 의문이 해결되길 바란다.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