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입문넷의 이벤트로 제공된 책을 보고 쓰는 감상입니다.

귀자르는 네루리님의 입학 만세만세 만만세-먼저 제목이 독특하다. 요즘 나오는 라노베들을 보면 제목이 길거나 심하게 괴팍한 경우가 많지만 이것도 그 중 하나란 느낌이다. 귀자르는 네루리라니 뭔가 다른 뜻이 있나하고 의아해했지만 말 그대로였다. 네루리의 출신, 샤릭왕국은 노예의 귀를 잘라낸다. 귀가 없고 대신 장식으로 노예의 신분을 표시하는 것이다. 나라를 세운 초대 대네루리가 만든 제도다. 왕정국가답다면 왕정국가다운 모습이다. 일러스트는 딱히 흠잡을 부분은 없었다. 귀여운 네루리와 눈이 반쯤 죽은 레이치가 그려져있다. 입학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학원물이다. 광고에 정치관련 내용이 나온다기에 조금 긴장(?)도 했지만 별 문제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대유신이니 왕정제니 정치적 소재들이 나오지만 큰 의미는 없다. 대유신이니 인민이니 이것 저것 많은 말들이 나오지만 명확하게 풀어주진 않고 살짝 해설하며 넘어가는 정도다. 집중할 정도 가치있는 것들도 아니고 무난하게 넘어가는 느낌이다. 정치적 소재들은 단지 소재였을 뿐이라 보고 그냥 지나쳤다. 설정에 빠져서 허우적 대는 것도 아니었기에 머리싸맬 필요는 전혀 없었다. 보면서 떠오르는 북한이라던지 중동의 산유국, 교육현실 등 풍자나 비꼼이 작은 웃음을 준다. 인상적인 부분은 리얼풋볼매니저가 떠오르는 것과 화장실 정도일까..

처음엔 이미지가 잘 잡히지 않아서 곤란하단 느낌이 들었다. 읽으며 스스로 상태가 안좋은지 의심하기도 했지만 초반부만 넘기면 뒤는 술술 풀렸기에 그대로 쭉 끝까지 읽었다.

초반부만 넘기면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며 몰입할 수 있었다. 수업은 담임선생님의 구공화제어 밖에 나오지 않지만 딱히 문제는 없는 느낌이다. 오히려 편파적 수업진행이 강조되는 느낌이다. 학급인원은 이 절반이면 충분하다는 둥 편견이 찬 담임의 말에서 약간의 공감과 현실을 돌아보기도 했다. 도가 지나친 담임선생님의 차별에 맞서 협력으로 어떻게든 해쳐나가려는 모습에선 인물들의 성격이 잘 나타난다. 클래스 인원이 12명이라 모두 끌어안고 진행하기엔 조금 많다고 할 수 있지만 기호와 적절한 처리로 딱히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없었던 것은 좋았다. 케릭터들의 성격을 드러내는 부분은 잘 처리했지만 인원이 많다보니 몇몇이 묻히는건 어쩔 수 없었던거 같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인 소설이기에 대화와 독백, 묘사로 진행된다. 먼저, 화자인 주인공 레이치는 변태다. 여자의 몸과 속옷에 집중하는 모습은 사춘기 소년은 성에 관심이 많다는 이미지를 주었지만 매번 그러한 생각은 도가 조금 지나치단 느낌이 든다. 그 부분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느낌이라 약간 아쉬웠다. 하지만 이건 내면이기에 마음을 읽을 수 없는 타인들이 보면 레이치는 좀 나른해보이긴해도 좋은 녀석으로 밖엔 안보인다.

시점을 돌려보니 주변인의 눈에 비치는 주인공은 꽤 호인이란 느낌이다. 눈빛이 좀 죽어있는 나른한 모습이지만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접하고 어울리며 첫날부터 반의 대부분과 일정한 교우를 갖는다. 아픈 급우에게는 문병도 가고 여기저기 꽃을 선물하며 주변 사람들을 챙겨준다. 본토민이지만 차별없이 접하는 모습 등은 주인공의 호면상을 상대적으로 부각시켜줬다. 거기다 자기 주장을 크게 내세우진 않지만 급우의 위기에는 자신을 내던지며 나서는 뜨거운 남자라면 여성들이 좋아할만 하지 않은가. 실제 속내는 때문에 엉망이었지만 그럼 상상을 하며 보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초반을 제외하면 대체로 무난하게 읽었다. 초반부는 좀 심하게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나머지는 문제없었다. 대반전까진 아니었지만 갈등이나 복선도 무난했고 시간보내기엔 적당한 작품이었다.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지 기대만큼은 못미쳐서 아쉬움이 남는다. "나라"란 나루리의 감탄사가 기억에 남는다.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