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평은 한국 라이트 노벨 비평가 모임의 평입니다. http://cafe.naver.com/novelgourm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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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일단 이 이야기를 하죠. 이 작가의 전작이라고 할지. 집필시기만 따지면 반월당보다 뒤에 나온 유랑화사는 개인적으로 2014년 최고의 라이트 노벨로 꼽고 있습니다. 진짜 재밌어요. 유랑화사는 꼭 사보세요.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유랑화사 평이 올라오지 않는 이유는 제가 '까는 리뷰'가 아니면 안 쓰는 사디스트라서가 아니라. 저는 일개 아마추어 비평가라서 나쁜 점은 어떻게 나쁜지 설명이 가능한데 좋은 점은 이것저것 설명하는 것 대신 그냥 재밌다! 로 끝내거든요. 제 기량문제죠. 유랑화사는 진짜 재밌는데, 그걸 설명을 못해요. 그러면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할 지 짐작하실 수 있겠죠. 반월당은 솔직히 그저 그럽니다.
2. 개괄적인 평가
음. 안 재미없어요. 절대 재미없지 않습니다. 진짜로. 아니, 이렇게 말하면 재밌지도 않은 소설 같으니 확실하게 말할게요. 재밌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이게 유랑화사보다 나은 점이 뭔가요?
표절...... 정도는 아닙니다. 비슷한 포맷을 가진 거지 절대 똑같은 포맷은 아니죠. 그럼 뭐라고 해야할까요. 하위호환? 너무 과격한 표현이니 다르게 표현하자면 약간 부족한 상호호환? 자. 다시 말하지만 절대 재미없는 책이 아닙니다. 유랑화사에 비하면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거죠. 아쉬운 점으로 4가지 문제점이 있어요.
-어색한 대화문-
대화문이 어색합니다. 유랑화사는 뭐랄까. 옛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책이었고, 작중의 대화도 옛 이야기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점이 있어도 그냥 넘어갔죠. 그런데, 반월당은 뭐라고 할까요. 애들이 말하는 게 마치 탈춤을 보는 것 같다고 할까요. 설정이나 배경하고 묘한 괴리감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대화에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요. 애들이 연극의 배역으로 주어진 대사를 읊는 것 같습니다.
-목적의식 없는 인물들-
유랑화사의 화사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전국의 괴력난신들을 달래고 처리합니다. 화사의 동료인 리아는 어머니를 찾기 위해서 그런 화사를 쫒아다닙니다. 확실한 목적의식이 있는 거죠. 화사의 경우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을 뿐이고요. 그런데 이 작품의 캐릭터들은 목적의식이 없어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아니라, 그냥 없는 겁니다. 주인공인 유단은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것 같고, 딱히 원수진 것도 없고 누가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그냥' 괴이들이 날뛰는 곳에 들어가서 목숨을 걸고 괴이들을 처리하며 반월당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인 백란은 '그냥' 그런 유단을 도와줍니다. 원래 얘들이 그런 성격이라는 설명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군요. 하다못해 반월당이 괴이를 처리하고 돈을 받는 사무소인 것도 아닙니다. 얘네들은 괴이처리를 그냥 자원봉사하듯이 하는 거예요.
-위기감 없는 전개-
유단은 온갖 사건에 휘말리고 목숨을 걸고 어쩌고 하는데, 위기감이 없어요. 왜냐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인 백란이 해결해줄테니까. 문체가 너무 덤덤하고 유단이 진지한 게 아니라 너무 가볍게 화내는 모습만을 보여줘서 위기감이 유난히 더 없어보입니다.
-현실인데 현실감 없는 설정-
현실에 뭔 괴이가 이렇게 많답니까. 유단의 교우관계와 학교 및 가족환경은 어떤 상태인가요? 유랑화사와 달리 이건 현실을 배경으로 한 건데 현실과 연결되는 주제나 공감가는 주제는 없고 그냥 '우리가 사는 현실엔 요괴와 귀신들이 짱 많음' 정도로 넘어가는 것 같아요. 유랑화사는 이게 조금도 문제가 안 됐는데, 현실이라는 설정을 썼으면 현실과 뭔가 관계가 있어야죠.
뭐 대충 이 정도? 읽으면서 대화문도 존재하지 않는 목적의식도, 그리고 분노조절장애가 걸린 듯한 주인공도, 솔직히 계속 거슬렸습니다. 그냥 전체적으로 유랑화사에 비해서 전부 부족해요. 만약 이게 다른 작가가 썼다면 전 하위호환 표절이라고 깠을 겁니다. 같은 작가가 썼으니 그냥 기존에 쓰던 포맷을 더 재밌게 만들어서 책을 냈구나. 굉장한 걸.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3. 총평
근데, 이게 그렇게 깔만한 글이냐? 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노. 솔직히 제 취향 문제죠 ㅋㅋㅋ 분명한 차별점과 개성을 지니고 있는 소설이고, 이야기 자체의 완성도가 부족한 것도 아니고, 그러니. 그냥 아쉬운 선에서 멈추네요. 전 2권을 사겠습니다. 어쨌거나 유랑화사보다 이전에 집필된 소설이고, 유랑화사도 그랬지만 권이 지나갈수록 더 재밌어졌거든요.
사셔도 후회는 안 하시겠지만, 가능하면 유랑화사를 읽기 전에 읽는 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