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한국 라이트 노벨 비평가 모임 (http://cafe.naver.com/novelgourmet)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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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얘기지만 전 이 글에 작가에 대해서 어떤 억하심정도 없고 솔직히 말하자면 영 재미없는 글을 써서 관심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 글로 제 인생의 목표 중 하나인 엔하위키에 이름 올라가기가 성공할 줄은 몰랐네요.

 

그에 대한 제 흑역사는 남은 100년 평생 중 가장 뼈아프고 영원히 고통받을 것이 될 것 같지만, 제가 단순히 시드 안티나 용마무우 안티가 아닌 건전한 아마추어 비평가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결국. 2권을 사고 말았습니다. 약간 기대한 것도 있었어요. 2권부터 재밌어진다고 해서 말이죠. 과연 1권보다 얼마나 발전했을지 보죠.

 

 

1권은 재미없고 밍밍했는데 2권은 역겨워요. 겉보기엔 잘 만들어진 케이크지만 견딜 수가 없을 정도로 역한 냄새가 풀풀 나는군요. 뭐 냄새를 무시하면 먹을 만 합니다. 게다가 이 냄새는 취향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군요. 제가 느끼기엔 케이크에서 김치냄새가 나는 것 같지만, 누군가는 좋아할 수도 있죠. 뭐 어쨌던 김치도 음식이니까요.

 

뭐 다르게 표현하면 냄새도 맛도 좋은 케이크의 외향이 견딜 수 없는 건데, 비유는 아무래도 좋아요. 이건 소설이 아니라 만화로 냈어야 했습니다. 아니면 최소한 웹소설로라도! 만약 그랬다면 역내에서 비린내 정도로 떨어졌겠죠. 일단 이 책은 무자게 두껍습니다. 1권도, 2권도 가공할 정도. 그런데 심지어 2권은 그렇게 두꺼운 물건이 이야기의 반절입니다. 원래 기획했던 물건의 반절짜리 부분이 보통 라이트 노벨의 2배라고요. 뭐, 분량이 많으면 좋죠.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이야기에 알맹이가 없어요. 1권도 그랬지만 목표 의식 없이 이리저리 난잡한데다가 무차별적으로 떡밥을 뿌리고 정말 기나긴 이야기를 계속 다음 권으로 떠넘기고 있단 말입니다. 단권 완결이라는 굴레에 속박된 라이트 노벨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 생각이 아니면 이런 건 하지 말아줬으면 해요.

 

 

이 글이 다른 소설보다 확연하게 나은 점이 있다면 제대로 된 사전 기획과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있다는 점입니다. 미얄 시리즈가 대책없이 진행하다가 제멋대로 폭주해서 외전을 넣지 않으면 본편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후폭풍이 몰아치게 된 것이나, 외국 소설로 보면 어마금이 10권 이상을 새로운 캐릭터를 새로운 캐릭터로 땜빵하는 단편의 연속으로 만들다가 어떻게든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켜 메인 스토리를 쥐어짠 것과 대조하면 용마무우는 캐릭터나, 개념, 국가, 구도, 역사 등등 상당 부분의 설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거나 그에 준하는 작업을 해둔 것 같고 항공기로 농약 뿌리듯이 하고 있지만 어찌됐건 복선과 떡밥을 뿌리고 있어요. 머릿속에 26권 분량의 스토리가 있다는 게 허언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상당히 괜찮은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여기에서 멈춰버린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일단. 2권에서 벌어진 사건을 차례대로 이야기 해보죠. 

 

어떤 모험가들이 던전을 탐험하다가 함정에 빠집니다-주인공인 론의 여동생은 오해를 하고 용사 일행과 마왕군에 복수하려 합니다-주인공의 할아버지는 무언가를 꾸미고 있습니다/(프롤로그 끝)-용사 일행인 스팅은 친절을 베풀다가 오해받고 구속당합니다-용사 일행은 어떤 성으로 가서 최근 날뛰게 된 몬스터를 막으려고 합니다-스팅이 괴물에게 먹힙니다-여동생이 건달들을 쓰러트립니다-성주와 그의 아들인 폴은 주인공 일행에게 식사를 대접합니다-이 성에는 어린 아이들을 꾀어서 사라지게 만드는 노래가 있습니다. 좀 전의 괴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어린 아이들이 더 이상 납치당하는 걸 막기 위해서 용사 일행이 나섭니다-알고보니 어린아이들을 납치해서 인체병기로 만들려고 했던 것입니다-용사의 계략으로 스팅이 폴에게 키스당합니다-사실 폴의 연인도 납치당했었습니다-나쁜 악당들을 물리칩니다-주인공은 루프물 떡밥 비슷한 꿈을 꿉니다-스팅이 감옥에 갇힙니다/(1장 끝)-주인공의 할아버지는 옛날부터 무언가를 꾸미고 있었습니다-성에서의 일도 끝나고 용사 일행은 일상을 만끽합니다-스팅이 감옥에 갇힙니다-용사 일행인 티나의 집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거기에서 쓰레기같은 티나의 스승을 만나서 티나를 육노예로 만들려던 걸 퇴치합니다-일이 끝나고 다시 루프물 떡밥 같은 꿈을 꿉니다-스팅은 탈옥해서 주인공의 여동생을 만납니다-치한으로 오해받아 두들겨 맞습니다/(2장 끝)-처음의 모험가들이 함정에 빠진 그 던전에 들어가기로 합니다-스팅이 맛 좋은 스테이크를 먹다가 용사에게 붙잡혀 옵니다-용사는 주인공에게 보석 장신구를 뜯어냅니다. 이제 주인공은 돈이 한 푼도 없습니다-던전에 들어가서 모험-일이 해결되고 용사는 스팅의 목을 조릅니다/(3장 끝)-던전에는 아직도 비밀이 있습니다/(에필로그 끝)-외전

 

...... 스팅 불쌍해! 아무래도 좋아요. 그건. 개그니까. 어찌됐건 이야기에는 모순은 없습니다. 모순은 없죠.

 

근데 도대체 뭘 하려고 했던 겁니까.

 

프롤로그, 1장, 2장, 3장, 에필로그, 외전이 전부 따로따로 노는 건 옴니버스 구성이라고 쳐도 1장에서 성을 습격한 괴물은 도대체 왜 존재한 것이며, 별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은 괴물이 어슬렁 거리는 건 용사 일행을 불러서 처리하려고 하지만 소녀들이 370명이나 납치된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하고 넘어간 것도 이상하고. 인체실험과 후의 에피소드는 무슨 관련이 있었던 것이고, 주인공의 여동생은 복수하겠다고 하고는 뭘 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던전의 비밀은 아직 밝혀지지도 않았고, 루프물 떡밥은 뭐고 주인공 할아버지의 음모는 뭐고...... 작중에서 설명된 게 하나도 없을 뿐더러 그 연계조차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잖아요! 책의 400페이지 동안 한 거라곤 스팅과 주인공이 여캐들에게 고통받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 전에, 분명 용사마왕물이고 마왕이 정체를 숨기고 용사와 함께한다는 것에서 이 소설은 유니크함을 가지는 건데 위의 스토리에서 마왕의 비중이 제로잖아요!

 

중심이 없어요. 이렇게 할 거면 아예 800페이지로 2&3권을 합쳐버려야 했습니다. 아니면 인체실험, 여동생, 던전, 할아버지의 음모와 루프물 편을 따로따로 분배하던가요. 왜 전 후속권을 샀는데 1권의 후속편은 커녕 완성된 이야기 비슷한 것도 못 건진 겁니까.

 

 

유치하고, 경박해요. 그리고 짜증나요. 의도적인 것 같은데 하하호호 웃다가 심각한 부분에 가면 추잡한 호러물이 됩니다. 주인공의 심리는 1권에서 개판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2권에서 루프물 떡밥을 뿌리면서 어떻게든 회수했는데, 어찌됐건 주인공의 쓰레기같은 점은 전혀 고쳐지질 않았고요. 1권의 줄거리를 별 이유도 없이 쭈우욱 읊어놓거나 동네 경비병의 한마디에서 설정설명이 진국으로 흘러나오고, 주인공 일행은 스팅을 제외하면 고결하고 위대한 인물-양아치와 조잡한 악의 무리가 덤빈다-먼치킨적인 능력으로 해결 을 반복하고 있을 뿐더러 복선을 정말 거지같이 뿌리고, 뭐. 한도 끝도 없습니다. 그나마 미래에 대한 기획을 건실하게 제시해서 그렇지, 책을 집어 던지고 싶은 수준입니다.

 

 

대들보를 뜯어서 지붕을 짓는 행위로 어디를 어떻게 수습하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기습공격에 당하곤 '사실 난 24시간 보호막을 치고 있을 뿐더러 방심따위는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공격은 무다무다다.' 그럼 1권에서 킹 울프한테 쳐맞고 예선 탈락한 건 뭡니까. 아니 그 전에 론은 싸우면서 평타따윈 치지 않습니다. 마법쓰고 보호막 치죠. 왜 그런 놈이 예선에선 칼 휘두려다가 방심해서 쳐맞...... 아 그만하죠. 등장인물 반응속도까지 계산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재미없었어요. 이걸로 끝. 뭐 더 할 말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