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 2권입니다. 2권은 일반판과 드라마CD가 부록인 특별판 두 가지 버전으로 나왔는데요. 저야 당연히 특별판으로 구입했지요. 김영선님이 백란 역을 맡으셨다는데 안 살 수가 없잖아요!
1권이 미로와 같은 세상 속에서 방황하던 소년 유단과 조금씩 유단에게 길을 비춰주는 천호 백란의 인연을 보여주고 모든 존재는 제자리를 찾았을 때 비로소 행복해진다는 메시지를 주었다면 2권은 '선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세상은 미로와 같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다음에 무엇이 나타날지는 모릅니다. 보이는 것은 바로 앞의 갈림길 뿐. 이쪽으로 갈지 저쪽으로 갈지 선택하고 또 선택합니다. 선택하는 순간 운명의 톱니바퀴가 찰칵 맞물립니다. 돌이킬 수 없습니다. 자신이 잘못 선택한 탓에 운명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어떤 불행한 결과를 낳는지, 꼼짝 못하고 지켜볼 수 밖에 없습니다."(132쪽)
괴이를 모른 척 하던 유단이 반월당 식구들과 인연을 맺고 적극적으로 괴이를 돕기 위한 선택을 하면서 유단의 삶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유단에겐 항상 선택의 기회가 있었죠. 끊임없이 추락을 반복하는 가엾은 소년의 영혼을 무시할 것인가 도울 것인가, 골치 아픈 괴이를 물어오는 사촌과 인연을 계속 이을 것인가 끊을 것인가, 자신을 구박(?)하는 반월당 식구들을 계속 찾아갈 것인가 그냥 잊을 것인가. 순간 순간 찾아오는 갈림길에서 유단은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은 유단의 인생을 바꿔버립니다.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앞날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어머니의 죽음과 갑자기 주어진 천안은 유단의 선택과 무관한 것이었지만 백란과 연을 맺으며 그와 함께 걸어간 갈림길의 이쪽 또는 저 쪽 길은 유단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것이죠.
설령 길 끝에 있는 것이 불행이고 영영 돌이킬 수 없다 하더라도 그것이 내 선택의 결과라면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은 달라지게 되지요. 네 번째 이야기 "바람의 소원"에서 유단은 호의의 대가로 목숨을 잃게 되었으면서도 끝까지 왕을 도운 손돌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다섯 번째 이야기 "등나무꽃"에서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이전과는 다른 선택을 한 악귀 홍화를 이해합니다. 그리고 여섯 번째 이야기 "도원향"에서는 현실을 버리고 꿈을 선택한 박과장을 차마 붙잡지도 비난하지도 못합니다.
자신만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다들 원하는 바에 따라 선택한다. 언뜻 이해가 안 되는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런 것은 남이 판단하는 일이 아니다.(319쪽)
2권은 인생의 선택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유단의 성장을 보여줍니다. 어머니를 잃고 원치 않은 천안을 갖게 되면서 온갖 괴이 앞에 무서워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떨고 있던 어린 아이가 이제는 스스로 선택하여 자신의 운명의 수레바퀴를 직접 굴리기 시작합니다. 그 수레바퀴가 멈추는 끝에 있는 것이 행복인지 불행인지 그 누구도 알 수는 없습니다. 그 끝에 무엇이 있든 유단은 선택을 했고, 할 것이며 그 선택의 결과가 행복인지 불행인지 결국 판단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유단의 몫이겠지요.
주인공이니까 당연히 유단이 불행해질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 이야기가 현실이라 해도 아마 유단은 괜찮을 겁니다. 스스로 선택할 뿐만 아니라 겁먹고 웅크려 있던 자신 안의 어린 아이에게도 손을 내밀었으니까요. 마지막 이야기인 시간의 빗속에서 만난 과거의 어린 자신에게 우산을 씌워준 것은 자신의 약한 면을 받아들이고 보듬어주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마지막으로 녹시님이 그린 표지 일러스트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1권이 천호 백란이었기에 2권은 아마도 유단일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쿨뷰티 흑요까지 그려주시다니~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네요. 대체 노블엔진팝 레이블은 왜 내지 삽화가 없는 거죠?! 이렇게 멋진 그림을 권당 하나 밖에 볼 수 없다니.....ㅠ.ㅜ 출판사는 내지 삽화도 고려해주세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