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ryuwillow.tistory.com/55



나와 호랑이님 1권 리뷰
http://ryuwillow.tistory.com/12

나와 호랑이님 2권 리뷰
http://ryuwillow.tistory.com/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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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호랑이님 3 (시드 노벨)
글 카넬 그림 영인
장르 전기 러브 코미디

글 ★★★★
그림 ★★★★★

세계관

1권에서 단군 신화를 계속 이어갈거라는 예측이 틀렸고, 2권에서 각권마다 옛 이야기를 각색할것이라는 예측도 틀렸다. 3권은 나래의 귀환과 함께 시작된 평범한 러브코미디였다. 물론 내용이 평범하다는 뜻은 아니고, 전기적 요소가 부각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앞으로의 나와 호랑이님은 과연 어떻게 될까? 나와 호랑이님의 세계는 단군 신화를 바탕으로한 곰과 호랑이의 대립(대)과 전래동화나 설화 등에서 가져올 수 있는 요괴들의 이야기(중), 그리고 할아버지 댁에서 펼쳐지는 일상(소)으로 이루어져있다. 이들은 각각 1권, 2권, 3권에서 중심적으로 선택한 내용이자 나와 호랑이님을 이루고 있는 세계들의 포함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
나와 호랑이님이라는 작품 자체의 수명은 대를 봐야 알 수 있다. 계속 질질 끌며 곰과 호랑이의 이야기를 끝내지 않으면 오래 오래 계속 될 것이고, 제대로 내용 전개를 하면 조금 일찍 끝날수도 있되 비교적 개념을 갖추게 될 것이다.
참신성을 더하는것은 전적으로 중에 달렸다. 어디까지나 대가 이끄는 중심 스토리에 거스르지 않도록, 외전 비슷하게 이야기를 하나 끌어오면 그만이다. 적절한 캐릭터의 추가는 식상함을 면하고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놓도록 돕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재미는 소에서 준다. 사실 곰이 이기냐 호랑이가 이기냐, 어떤 요괴가 어떤 고민을 어떻게 푸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아무 의미없는 농담따먹기로 한권을 다 채울 수는 없으니 그럭저럭 구색을 갖춘 사건을 만드는 것이다.

이들말고 4권에서 새로운 유형이 나올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저 이상은 상상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며, 아직은 상상할 필요도 없다. 고로 아마 이 세가지를 적절히 돌려가며 쓰지 않을까 하는데, 3권에서 단군 신화를 되살린 걸 보아 완전히 외면하다가 마지막 권에서 갑자기 끝을 내는 일은 없을 듯하다. 워낙 내 예상을 많이 빗겨가는 작품이라 확언은 할 수 없지만 일단 지금의 세계관만 보아서는 이런 결론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스토리

수 많은 라이트노벨 작가들이 초반에는 하하 호호 웃으면서 잘 놀다가 막판에 싸우고 질질 짜는 패턴을 쓴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려면 갈등이 있고 갈등을 해결해야하는 건 맞는데, 판타지가 조금만 섞이면 항상 싸우는 쪽으로 빠져서 이 내용 저 내용 따로 두 권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작품들이 많다. 나와 호랑이님도 2권까지는 그들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정점에 있었다. 그래서 특히 3권은 읽기 전부터 뒤통수 맞을 각오를 해뒀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뒤통수를 맞긴 맞았는데 내가 생각한거랑은 조금 다른 뒤통수를 맞아다.

3권은 러브 코미디에 굉장히 집중을 했다. 3권에서 주인공들이 한 행동으로 인해 웅녀와 랑이의 대립 관계가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러브러브한 영상을 보내야 하는 시점에서 이쪽이 진지해지는 건 무리였다. 상황을 지켜본다면서 자객을 보내 피바다를 만들 수도 없는 일이니까.

대신 그 러브러브한 영상이 다른 데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요괴니 뭐니하는 위험한 문제들과는 멀어진 대신 연애 이야기가 엄청 진지하게 들어가버린 것이었다. 하렘물은 물론 삼각관계만 되어도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는 굉장히 껄끄러운 문제가 된다. 한 명을 위해 경쟁하고 질투하는 모습 그 자체가 작품의 매력이 되는 것이지 결국 누가 이겼느냐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에 커플링이 성립되는 순간 러브 코미디로서의 자격은 박탈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에는 적당한 핑계를 대서 회피하거나 한참 뒤로 미루어 고려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나와 호랑이님은 그 고민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과정에 필요 이상으로 작위적이거나 급작스런 부분 같은 건 없었다. 다만 처음에는 이게 무슨 미친 소린가하고 헛웃음이 나올 수 있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네, 갈데까지 갔네, 소설이 아니라 망상 노트네. 그러나 언뜻 '상식처럼 느껴지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캐릭터들의 설명을 따라가다보면 오히려 나와 호랑이님에서의 전개가 더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명 미친 반응을 한 것은 맞다. 그러나 미친 상황에선 미친 반응을 보이는 것이야 말로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아니라고? 설마 다른 하렘물들의 상황이 미치지 않았다고 할 셈인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렇게 미친 상황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뭐 그렇다고 나와 호랑이님이 대단히 거창하고 철학적인 문제를 던져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라이트노벨이나 만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반응들에 대해서는 생각을 다시 해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아 그리고 진짜 재미있다. 근본이 천박하고 감동이 없는 작품 중에서는 감히 최고라 할 수 있다.



캐릭터

딱히 달라진 것 없이 그냥 1권으로 돌아갔다고 보면 된다. 단지 인간 관계가 조금씩 달라지면서 태도 등에서 차이를 보일 뿐이다. 나도 뭔가 감상을 잔뜩 적어보고 싶지만 정말 할 말이 없다.

* 나래 : 1권에서 심하게 이타적인 성격이 좀 부자연스럽다고 평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 보니 그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듯하다. 당장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분명 나중에 과거 회상으로 해결될 것이다. 어쨌든 이것으로 나래는 깔 거리가 없어졌다. 취향의 차이를 배제하고 나면 무결점인 캐릭터다 이 말씀이시다.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빨아야할 좋은 히로인이다.

* 랑이 : 랑이는 보통 사랑으로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닌 것 같다. 책제목에 이름 달아놓고 말년에 공기되는 히로인들이 한둘이 아니거늘, 랑이는 오히려 한권 한권 더 지나갈때마다 입지가 굳어져간다.
이 특이한 현상은 랑이가 일부다처제를 인정하기 때문에 일어난 것 같다. 혼자 독점하고 싶어하는 히로인들은 새롭게 등장하는 히로인을 이기지 못하고 잊혀지게 된다. 타협하지 않는다고 뻗대다가 그냥 뻗어버리는 것이다.

* 세희 : 다녀오셨어요? 치이가 사라지자마자 다시 입이 살아나셨다.

* 정미 : 이분은 왜 은근슬쩍 플래그 세우려고 하실까 모르겠다. 너무 늦지 않았나?



문장

카넬의 필력은 성장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고작 반년만에 이렇게 문장이 좋아질 리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봤을때는 원래부터 이정도 쓰는 사람이었는데 1권 낼 때는 워낙 정신이 없어서 대충 막 갈겨적은 게 아닌가 한다.
그래, 그런 착각이 들 정도로 문장이 좋아졌다.

우선 1권에서 지적되었던 문제들이 직간접적으로 대부분 해결되었다. 불쾌한 일빠체도 거의 전멸한 듯하다. 이쯤되면 사실상 '보통'이라고 부를 수 있다. 최저의 필력으로 최악의 문장을 썼던 그 사람이, 이젠 심지어 전달력만큼은 다른 작가들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비약적인 성장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서 발전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고는 결코 이룰 수 없다. 감탄스럽다. 호평이 아무리 많아도 작가 스스로에게는 아주 잠깐의 위안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읽는것만으로 괴로워지는 혹평들을 읽어가며 스스로를 채찍질 한 게 분명하다.

물론 아직 고쳐야할 점이 있기는 하다. 페이지를 까먹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차함수의 그래프를 이용한 묘사와 '나다-낳다'를 실수한 것. 그리고 1인칭 시점에서 '자신이 못 본 것을 못 봤다고 알아채는' 사상초유의 개드립을 빼고나면 특별히 지적할 게 없는 것 같다.
Q. 베토벤, 자네 귀가 멀었다는 게 사실인가?
A. 그렇다네.
Q. 오늘 결석한 사람 누구야?
A. 저요!

마지막에 조금 새긴 했지만, 어쨌든 나와 호랑이님의 문장은 놀랍도록 진보하고 있다. 지켜보는 보람이 있는 작품이다.



일러스트

단 한 권을 제외하고 모든 라이트노벨에서 일러스트를 없앤다고 한다면 난 주저않고 이 책을 지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