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4분기,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이고 만화고 소설이고 전혀 볼 것이 없어 나름 심심한 나나을 보냈습니다. 뭐, 상관없어요. 수험생이었으니까(야호!)
이제 한 해가 지나 1월. 1분기가 시작했습니다. 뭐 애니메이션은 여기저기 들어보니 12월보다 볼 게 없단 평가가 많기는 합니다만, 뭐 그거야 상관 없는 일이고, 라노벨의 경우엔 이제 새로운 레이블이 탄생하며 또다른 전환점이 될까란 생각을 합니다. 한국라노벨작가는 시드가 독점하다시피 하는 상황에 노블엔진의 창간이 국내작가의 발전을 가져올지, 아니면 결국 일본작가로 수렴하게 될 지는 아직 두고봐야 겠죠.
에, 이제 잡설은 그만하고, 노블엔진의 창간작, 개인적으로 '노블엔진, 국내작가를 버리진 않겠어.'라 여기게 만든 '노벨 배틀러'의 감상 후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주제>
노벨 배틀러, 전체적인 줄거리를 읽었을 때 그 내용은 좀 무겁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중학교때 왕따니 살아남기니 하는 것이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르는 일인데... 아쉽게도 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내용이 조금 더 무겁게 받아들여진 것도 있을 겁니다.(고등학교때 살아남기 위해 어지간히 애를 써서... 우리 반에도 왕따가 있었는데 상종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괜히 엮여 좋을 거 없으니까요. 뭐, 2학년 되고 잘못된 행동에 후회하게 됐지만 말입니다...)
일단 소설 기본에 깔려 있는 것이 '외로웠던 소년 소녀의 아픔과 갈등과 화해와 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정확하게 이건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일단 이런 주제가 깔린 소설은 꽤나 흔합니다. 때문에 친숙한 소재이며, 동시에 식상한 소재이기도 하죠. 일단 이런 주제의 소설의 분위기는 조금 어두우면서도 푹신한 솜이불 같은 느낌입니다. 때문에 약간 애매한 느낌, 답답하면서도 뭔가 시원한 기분을 불러일으킵니다.
<장르>
노벨 배틀러의 장르는 판타지라고만 하긴 어렵습니다. 괴기라고 하면 조금 더 낫지만, 그것보다는 서스펜스란 말이 더 어울립니다. 서스펜스의 경우 분류하자면 '추리'에 속하는 장르인데, 보통 일본추리소설에서 볼 수 있는 장르죠. 뭐 이번의 경우엔 완벽한 서스펜스라고 하기엔 무게감이 떨어집니다. 서스펜스에 비해 추리적인 요소가 더 강하고요. 하지만 역시 괴기적인 요소 때문에 전체적으로 스산합니다. 물론 정말 스산하다 느껴지는 부분은 순간순간 나오고, 반짝이는 서스펜스(?)는 우울하지만 런던보다는 서울에 가까운 느낌이죠.
이 주제와 장르를 종합했을 때, 어느 정도 어울리기는 하나 충돌이 없잖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등장인물의 내면이나 생각들이 어두운 감이 있지만, 괴기나 서스펜스엔 썩 어울리지 않는 감이 있거든요. 당하는 쪽에선 심각한 고통이지만(당해봐서 압니다.), 넓게 봤을 때 그런 아픔을 겪는 사람은 많고, 의외로 쉽게 받아들입니다. 결론은 그리 무거운 주제가 아니란 거죠. 물론 이건 소설속에 등장하는 것을 봤을 때 얘깁니다. 실제로 심각한 왕따의 경우엔 문제가 굉장히 심각합니다. 소설과는 비교가 안 되죠. 그러나 소설에서의 왕따는, 서스펜스나 괴기가 나오기엔 조금... 빈약한 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괴기스런 분위기에 서스펜스와 주제가 약간의 충돌을 일으킨다고 생각됩니다.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지되지만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흔들립니다.
<개그>
개그, 재밌게 읽었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에 꽤나 맞아떨어졌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좋아하는 이 개그가, 평범한 러브코미디에 더 어울리는 것이라는 겁니다.거기다 많은 부분이 독창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독창적않다란, 다른 무언가를 연상된다는 것입니다. 즉 소설을 읽으면서 '어. 이거 OOO에서 나왔던 거다.'라며 웃게 된다는 거죠. 물론 제가 발견한 건 많지는 않습니다. 이런 개그는 아는 사람만 웃을 수 있는 거니까요. 군대얘기로 웃기면 군대를 아는 사람이 웃고, 환화도 '불쌍한 류현진'이라 말하는 사람 쯤 되야 조금 이해할 수 있는 거죠. 뭐 '피카츄 백만볼트'야 대다수의 사람이 이해하겠습니다만... '회색 뇌세포'의 경운 정말 모르는 사람은 모르고 넘어가게 되거든요...
개인적 결론으로 주제, 장르, 개그가 그리 조화롭게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일관적인 분위기가 유지되지 않았고, 그에 따라 몰입도가 조금 떨어지는 감이 있지않나, 싶습니다.
<소재>
좋았어요. 재밌었습니다. 소설을 쓰는 데로 이루어지며, 완결하면 리셋된다는 깔끔한 마무리가 좋았습니다. 여러가지를 시도하기에도 좋은 소제였습니다. 소설이라하면 괴기뿐 아니라 연애니, 모험이니, 쓸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니까요.
그런데 이 소재를 어떻게 쓸 수 있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이는 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소재의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다른 소설을 예를 들자면, 최지인 작가의 '원고지 위의 마왕'이 있습니다. 시드노벨에서 3권까지 발간되 이 소설은 부활한 마왕이 모든 힘을 잃은 채, 어느 숲 속 여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원고지란 말에서 알 수 있듯 각 이야기는 소설이란 것이 등장합니다. 각 권마다 주제도 소설 장르에 따르죠. 2권의 경우는 추리소설, 3권은 연애였습니다.
그런데 글의 분위기와 전개는 모든 권이 비슷비슷합니다. 큰 틀이 되는 주제가 각 권마다의 소재를 억누르기 때문이죠. 3권 연애의 경우도 꽤나 개그물이 되겠구나 싶었지만, 결과는 1, 2권과 다름 없는 전개였습니다. 결국 저의 경우엔 이 소설에 슬슬 질리기 시작했습니다. 캐릭터들이 매력적이라 당장에 끊지는 않겠지만, 이런 분위기가 계속 된다면 언젠간 끊을 지도 모르죠.
노벨 배틀러의 경우에도, 그런 기운이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두 작품의 분위기가 너무 비슷하거든요. 노벨 배틀러도 기본이 되는 이야기의 힘이 굉장히 강하다 느껴집니다. 그런 상황에서 하나 하나의 이야기의 주제나 소재가 지배받고 빛을 발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고, 결국은 모든 이야기가 비슷비슷해지며 식상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어 및 개그 일부>
사실 보통 감상하면 위에 3개를 종합하고 몇 가지 점을 추가하여 결론을 맺는데, 이 몇 가지 추가점이 바로 단어 선택과 일부 개그에서, 개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은 단어선택에 매우 유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엔 모두가 동의하시리라 생각합니다. 각 장르나 독자층에 따라 단어선택에 유의해야 하죠.
라이트노블에 경우, 주 독자층이 10대입니다. 때문에 단어선택에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과격한 단어의 사용이나 학생들에게 그리 적절하지 않은 표현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요즘 애들이 알 건 다 안다지만, 다 안다고 교과서에 실리는 작품들의 일부는 그 표현때문에 부분 삭제나, 단어를 고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단 두 번 나온 단어이긴 한데, 좀 심각하게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소설중반쯤에 나오는 단어, 바로 '갈보'란 것인데...
사전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갈보'란 뜻은 매우 좋은 뜻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욕으로 사용하기엔 문제가 많죠. 일반적으로 쓰이는 욕이라 할 수도 없습니다. 굉장히 수위가 높은 단어죠.
소설에서 '갈보'란 표현은 개그처럼 사용됐습니다. 하지만 갈보란 단어의 뜻을 생각했을 때, 솔직히 개그라고 넘기기엔 너무 표현이 과격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소설에서 갈보란 단어가 나오지 않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는 학생들, 십대들을 위한 소설에서 쓸만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 됩니다.
또 다른 문제점이라 생각되는 개그는... 종교적인 문제입니다.
'조상님'. '부처님.' '할렐루야'... 뭐 많은 곳에서 개그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노벨 배틀러의 경우엔 기독교에 관한 내용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꽤나 디테일하게 '예수님 옆구리'까지 나오더군요... 작가는 자신의 소설에 자신의 가치관을 넣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 중엔 종교적인 것도 있죠. 하지만 작가라도 지켜주셔야 할 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특정종교를 개그에 이용할 땐 그 개그가 그 종교에 대한 모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종합적으로, 이야기는 꽤나 재미있었습니다. 소제도 나름 좋았고 서스펜스로써의 요소도 강했기 때문에 분위기도 소제와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유지되지 않았고, 그것이 소설의 몰입도를 조금 떨어뜨린 것 같습니다. 더불어 개그의 참신성이 좀 부족하고 너무 몰아치는 감도 있으며, 조금 과격한 표현이나 개그에서 조금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더불어 앞으로의 전개가 조금 걱정스럽게도 여겨집니다. 하지만 소설의 소재가 재밌고 다양한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다음 권이 기대된다는 말을 끝으로, 감상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