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와 미소녀의 어사일럼
by 류세린
50페이지 밖에 안 되지만 며칠에 걸쳐서 읽어야 했던 단편입니다.
이유는 소재와 소재에 부속되는 묘사와 이야기 전개 때문.
개인적으로 류세린 작가 작품을 좋아하는데……. 정말 좋아하는데…….
하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버거웠습니다.
스캇물이라니…….
개그도, 에로도 적당히 잘 섞여 있습니다만…….
그런데 스캇물이라니…….
캐릭터도 매력적이고 더더군다나 백합물이기는 합니다만…… 그런데 왜!
스캇물입니까!
세상은 넓고 취향은 다양한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그 분야에서 소프트할거라고 예상되기는 합니다.
이것저것 감안하기는 했습니다만 제 항마력이 읽으면서 계속 고갈되더군요.
백합물? 괜찮아요. 저도 좋아하니까.
그래도 스캇물은 힘들어요.
그래서 몇 페이지 읽고 쉬고, 몇 줄 읽다가 쉬고, 몇 글자 읽다가 쉬기를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류세린 작가가 폭주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더더군다나 그놈의 소재가…….
그쪽에 내성이 없으신 분은 읽다가 멘탈이 무너지는 것을 감안하셔야합니다.
ps. ‘~주신 삐-경단의 맛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요.
네거티브 스타일
by 차민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세계제일의 네거티브와 세계제일의 살인마가 만나서 탕수육 찍먹 부먹 논쟁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30퍼센트 정도는 뻥입니다.
어쨌든 각설하고.
이 단편집에서 가장 밀도 높은 작품이라고 판단합니다.
마사토끼가 후기 만화에서 제일 좋았다고 말할만합니다.
마사토끼의 세계제일의 XXX세계관에 가장 잘 스며든 작품이라고 평가하겠습니다.
두 세계제일이 서로의 미학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면서도 곳곳에 은근슬쩍 묻어있는 개그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살인마의 캐릭터적 조형이 조금 식상한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네거티브는 적당히 인간적이고, 적당히 논리적이고, 적당히 뚝심 있는 게 좋았습니다.
하지만 의아해했던 점도 몇 가지 있습니다.
갑자기 생명보험이야기가 나오는 것(네거티브의 성향을 생각하면 당연한 거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금 뜬금없이 느껴지기는 했습니다.)
네거티브의 휴대폰과 살인마가 썼던 휴대폰의 기종이 같다는 묘사가 전혀 없었다는 점.
네거티브의 휴대폰과 살인마가 썼던 휴대폰이 바꿔치기 당한 걸 살인마가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둘 다 부서진 휴대폰이기는 하지만 부서진 모양과 정도가 확연히 다를 텐데 말이죠. 그리고 기종까지 달랐다면야…….)
부서진 휴대폰도 위치확인 장치가 작동하는가? 등등.
이런 몇 가지 불완전한 면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대체로 만족스러웠습니다.
ps. 그런데 생각해보니 위의 불완전한 면이 트릭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군요? ……재미있었으니 상관없으려나.
문과계박사와 이과계안경의 반물질폭탄
-세계제일의 과학자와 세계제일의 실험체가 함께 하는 과학시간-
by 모베
남녀 둘이서 아웅다웅 거리다가 눈 맞는 이야기.
……라고 끝마치면 욕먹을 게 분명하니 좀 더 파고들겠습니다.
세계제일의 과학자와 세계제일의 실험체가 한 국가에 납치당해서 반물질폭탄을 만들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그냥 남녀 둘이서 아웅다웅 거리다가 눈 맞는 이야기이지만 잘 살펴보면 은근슬쩍 세계제일의 XXX세계관이 이 단편에서 드러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N국과 S국, 그리고 A국, ‘악마와 천사’를 보고 반물질 폭탄을 떠올림, 무라카미 하루히, 솔방울 폭탄 등으로 미루어 보아 세계제일의 XXX 세계가 현실을 살짝 비튼 세계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외에도 No.1 시계의 발명자가 세계제일의 과학자라는 것, 시계는 어떻게 거짓말을 구분하는 가, 거짓말의 기준, 시계의 독침에 묻은 독이 코끼리 777마리를 죽일 정도의 독인 이유 등을 이 단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제일의 XXX세계관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딱히 만족스러운 이야기라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진짜 그냥 남녀 둘이서 아웅다웅 거리다가 눈 맞는 이야기이니까요.
대충 표현하자면 과자로 저녁밥을 해결한 느낌입니다.
구태여 세계제일의 XXX세계관을 배경으로 해서 써야하는 이유가 있는가 하는 느낌도 들었고요.
그렇다고 훈훈하고 달달하냐고 묻는다면 미지근하고 싱거웠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작중 표현을 빌리자면 ‘어떤 장르를 표방해도 결국은 연애가 들어가 버리는 라이트 노벨적인 발상’ 때문에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ps. 본인이 모태솔로라서 이렇게 혹평을 한 것은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세계제일의 영화를 만드는 방식
by 보르자
세계제일이 모여서 무언가를 만든다고 세계제일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간에 끼여서 조율하는 사람이 제일 고생한다.
이 이야기는 위의 두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를 구태여 합친 후에 다시 풀어서 쓰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계제일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세계제일을 모으지만 영화는 만들어지기도 전에 삐걱거리고 그 삐걱거리는 것을 억지로 굴러가게 만들기 위해 중간에 낀 프로듀서가 신나게 구르는 이야기.
이 단편집에서 가장 현실적인 단편이지만 그래도 결코 위트를 잃지 않은 글입니다.
그리고 마사토끼의 세계제일의 XXX 세계관에서 벗어나지도 않았으면서도 그 세계관을 정면에서 까는 글이었습니다.
이야기 자체는 전체적으로 조금 심심한게 라이트 노벨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힘든데다가 전체적으로 비슷한 일들의 반복(누군가가 각본에 태클을 건다. -> 땜빵각본가에게 부탁해서 각본을 수정한다. -> 수정한 각본을 또 다른 누군가가 태클을 건다. -> 이번에도 땜빵각본가가 수정한다.)이기는 합니다만 제 취향에는 잘 맞았습니다.
일단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랑 ‘노벨 배틀러’ 좀 주문하고 올게요.
ps. 188p 제일 밑의 문장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제일은 못 되도 그에 웃도는 인재는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그냥 다른 분야에서 수습을 할 수 있다고 봐야하나? 라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그래도 찝찝하네요.
세계제일의 Runaway
by 인간실격
예언자가 예뻤습니다.
처음에는 인간 같지 않은 삶을 살던 예언자가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이 참으로 귀여웠습니다.
보디가드요? 남자 따위 알게 뭐야.
뭐, 진심 섞인 농담은 이 정도로 끝내고.
위의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단편입니다.
세계제일의 보디가드 지망생이 세계제일의 예언자를 호위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단편집에서 제일 라노벨다운 글이었습니다.
물론 이 단편 하나만 보자면 딱히 특별할 것 없는 단편입니다.
스토리도 그렇고, 캐릭터 자체도 그렇고요.
하지만 예언자가 귀엽고 예뻤습니다. 위의 중구난방으로 흩어지는 이야기들을 전부 하나로 묶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겠습니다.
그것 외에는 딱히 뭐라고 하기 힘드네요.
ps. 그래도 누가 뭐래도 예언자가 귀엽고 예뻤습니다.
총평
하나의 세계관을 기반을 둔 여러 작가들의 글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세계관의 제약을 너무 심하게 받아서 뭔가 조금씩 부족한 단편들이었습니다.
마사토끼 스스로가 세계제일의 XXX 세계관을 설명하는 만화를 보면 제한을 함으로서 이야기의 설득력과 재미를 이끌어 낸다고 말을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궤변스릴러, 논리배틀을 염두 해두고 만들어낸 세계관인지라 그것이 부재한 이야기는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네거티브 스타일을 제외한 나머지 이야기는 구태여 세계제일의 XXX세계관일 필요가 있나? 라고 의문을 품었습니다.
하지만 시도 자체는 좋았습니다.
하나의 세계관을 가지고 다른 작가들이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는 기획이 앞으로도 여럿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