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충실하게
우리나라를 표현하려 노력한 것이 눈에 딱 보였다. 선을 넘지 않는 정도에서 나름의 개성을 지닌(아마 작가의 모교가 모델이 아닐까 싶은) 학교나
첫 에피소드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나, 역설적으로 딱히 '한국적'이라고 할만한 요소가 없었다는 점 등 여러가지로 작가가 신경을 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그녀는 천재다'는 전기적 요소를 가미시키지 않은 현대가 배경이고 그 배경에 깔 거리가 없어서 할 말이 별로
없는데, 그건 일러스트를 제외하고 나면 나머지 파트도 뭐 대체로 비슷비슷하다. 뭐 이렇다할만큼 참신한게 있는 것도 아니고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글솜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장점은 하나도 없는데 이상하게 수준은 꽤 있어서 깔 게 없다.
스토리
이 책의 구성은 세 명의 히로인이 각자 한 파트를 맡아 가르는
식으로 되어 있어서 각 캐릭터를 논할때 따로 이야기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뭐 간단하게 총평을 하자면 내용들이 하나같이 뻔하고 재미가 없었다.
엄청 억지스럽거나 작위적이거나 그렇지는 않았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지루했었다. 그나마 개그라도 재미있으면 좋을텐데 그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그냥 물맛이었다.
캐릭터
아무리 좋게 봐줘도 히로인 전원이 평균에 못 미친다. 어디 특별하게
결점이 있다기 보다는 그냥 전체적으로 조금씩 딸린다.
* 평범이 : 이렇게까지 평범하면 도리어 할말이 없어진다. 생각해보면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입으로 굳이 평범하다고 떠벌리지 않듯 스스로 평범하다고 하지 않는 이 주인공이야말로 가장 평범한게 아닌가 싶다. 솔직히
이 정도면 칭찬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평범한게 아닌가 싶다. 뭐 호칭까지 평범이로 정리하는건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진정 평범한 주인공을
내세우고 싶다면 이 평범이를 조금쯤은 본받는 게 좋을 것 같다.
* 윤시아 : 전권의 표지를 장식한 정히로인. 첫 에피소드
'그녀는 반항아가 되었다'의 메인이다. 까놓고 말해서 이 히로인의 여러가지 스펙이나 대충 돌아가는 판을 보면 스토리가 너무 진부해서 뭐라 할
말이 안 떠오른다. 요즘은 진부한 소설이 하도 많다보니 진부하다고 하는 표현도 진부해져가려는 추세라 고민이다.
* 최수정 :
'그녀는 천재의 친구다'의 메인 히로인. 일러스트를 보고 작가가 미쳤나 싶었는데, 본문을 보니 뭐 꼭 그렇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본문엔 본문 그
자체에서 나름대로 사람을 빡돌게 만드는 점이 있었다. 이 소설의 가장 최악인 부분을 고르라면 바로 최수정의 에피소드가 될 것이고, 다시 보겠냐고
물어본다면 이 에피소드 때문에 안 본다고 대답할 것이다. 히로인 자체에 큰 문제는 없지만, 얘가 처한 상황이 역겹기가 그지없다. 한편으로는 이
히로인이 매력적이었다면 더 빡쳤을테니 다행이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
* 이유리 : '그녀는 신동이다'의 메인 히로인. 아 근데
이건 정말 잘못된 로리다. 흥하려면 로리가 답이라는 내 지론은 아직 변함이 없으나, 이 경우는 정말 아니라고 봐야한다. 로리콘이 아닌 본인이
로리에 대해 역설할 수는 없지만, 13살만 안 넘은 여아라면 누구라도 좋다는 식의 진성 로리콘이 아닌 이상 이 캐릭터에는 꼴릴 수가 없을 것
같다. 물론 최수정 에피소드 이후에 등장하는 히로인이므로 디버프를 받았을 수는 있겠지만, 그냥 스토리가 존나 재미없어서 빛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 캐릭터는 날때부터 문제가 있었다. 이건 정말 곤란하다.
문장
대사에서 조금? 뭐 충분히 봐줄 수 있을 정도로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 외에는 뭐 그럭저럭 다 괜찮았다. 그 책 문장 쓸만하냐고 물어보면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럭... 저럭...'라고 웅얼거리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일 수는 있는 수준. 내가 봤을때 '그녀는 천재다'는 망했지만 '하람'는 조금만 갈고 닦으면 충분히 좋은 글을 써낼 수 있는 그릇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114쪽에 '갈색 눈동자'라는 표현이 나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틀린 표현인데, 이는
'눈동자'가 '동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동공은 우리가 보았을때 홍채가 둘러싸고 있는 검은 원이며, 이것은 인종을 초월해 모두가 검은색이다.
반례로 백색증Albino이 붉은 동공을 가질 수 있으나, 알비노증을 가진 히로인이 아닌 이상 딱히 고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물론
필자가 여기서 이런 표현을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것과 유사한 표현은 여기저기서 굉장히 많이 쓰이고 있어 '홍채'와 혼동하기 쉬우며,
이 때문에 검색을 해도 검색 결과가 대부분 틀리게 나오는데다 국어 선생님도 생물 선생님도 이를 바로 잡아주리라고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정도면 실수 축에도 들어가지 않는 것이니까 큰 신경쓰지 말고 그냥 '알아둬서 나쁠 것 없다'정도의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듯하다.
일러스트
사실 내용이 뻔히
보이는데도 일러에 끌려서 산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은 일러스트를 몇 장 샀더니 거기에 설정과 짧은 팬픽까지 딸려왔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이다. 필자도 그 방법으로 큰 효과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