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노블엔진 공모전 대상 수상작이자 한국 라이트노벨 사상최초의 대상 수상작이라는 영예에 빛나는 엔딩 이후의 세계입니다. 듣자니 지금 리뷰를 쓰는 이 시점에 이미 3쇄가 인쇄되고 있을 만큼 초 화제작입니다. 한국 최초 라이트노벨 대상이라는 특별한 슬로건에 힘입어 노블엔진에서 특설 홈페이지를 개장한데다 성우진까지 차려 PV에다가 웹노벨까지 제공하는 엄청난 홍보전략이 가미되고, 작품의 설정인 '모든 것이 끝난, 엔딩 이후의 세계'라는 설정 자체가 '엔딩 이후엔 어떤 일이 있을까' 라는 근본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좋은 제목이기도 해서, 나오기 전부터 저를 비롯한 마니아층부터 다수의 일반 라노베 독자까지의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작품.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대상인 것은 납득하지만, 대상이라는 타이틀에 기대했던 수준만큼에는 못 미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물 건너라면 대상에는 한참 부족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일단 작품의 전체 구성은 라이트노벨에 있어서 요즈음 거의 정석적이 되어 버린 '러브코미디로 채워넣으며 복선 조금 깔아두기 + 시리어스 파트로 텐션올리며 마무리하기'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일단 전반부.. 라지만 실제적으로는 중반부를 넘어 3/4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러브코메 파트는, 엔딩 이후의 세계라는 설정이 거의 의미가 없어 보일 정도로 '하렘 구축 과정을 생략한 하렘물' 이란 느낌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1권의 부제가 -하렘 관리편- 이라지만 히로인들이 주인공에 대해 갖는 호감들이 상당히 맹목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엔딩 이후의 세계라는 설정 특성상 히로인들이 주인공과 인연을 만들고 반해 가는 과정을 독자는 볼 수가 없거든요. 주인공과 히로인의 격렬한 운명의 끌림을 못 느꼈거든요! 당연히 맹목적으로 느껴질 수밖에요.
거기다가 표지를 장식하며 이 땅의 로리콘들의 가슴을 뛰게 만든 꼬마 발명가 맥거핀은 자기 이름값을 합니다.
맥거핀 : 장애물, 실망시키는 것이라는 뜻이다. 스릴러의 거장인 알프레드 히치콕이 자신의 작품 속에서 소품이 마치 사건 해결의 중대한 요인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여 주다가 결국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결말로 관객들을 일시적으로 긴장감 속에 빠뜨렸던 시도에서 유래됐다.
(출처 : 네이버 지식사전)
뭔 말인지 모르겠다고요? 네. 공기입니다. 학원도시에 사는 모 수녀 뺨칠 정도로 공깁니다. 1권인데 표지 장식하고도 안 나옵니다. 맥거핀을 기대하시면 형용키 어려운 분노감을 느끼게 됩니다. 메인 히로인인 줄만 알았는데 막상 보고 나니 히로인인지도 의심스러운 분량.
하지만 히로인들이 주인공에게 끌리는 타당성을 별개로 두고, 히로인들 각각의 매력은 상당히 잘 어필되었다는 느낌입니다. 과정 생략의 하렘임에도 불구하고 각자 나름의 캐릭터성은 확실히 구축했다는 느낌. 맥거핀은 논외로 치더라도 귀여운 바보 캐릭터의 미연쓰, 누님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 저임에도 불구하고 소녀심과 나이와의 갭 사이에서 엄청난 매력을 뿜어내는 은주 누님에 상당히 파격적인 채용으로, 시리어스 파트의 개막을 알리는 역할을 맡은 무려 고스롤리 얀데레의 야니까지. 제 개인적인 모에취향으로는 은주 누님과 야니는 별로인데, 그 둘마저 귀엽게 느껴질 정도로 상당했습니다.
덤으로, 미연쓰와 같이 괴도놀이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예고장 때문에) 잡히겠지? 아마 안 될 거야. ㅋㅋ
다만 주인공의 성격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 드는 게, 상당히 마니아적인 취향을 거침없이 옷가게 주인과 격론하는 정도에 대책없는 하렘마스터인데 이 녀석이 정말 세상을 구한 용사인가 하는 의문은 제쳐 두더라도 저로서는 이 대책없는 녀석을 하렘의 주인으로 인정하기에는 1권을 다 보고 나서도 뭔가 모자르다는 느낌(...). 주인공은 가만히 있는데 여자들이 달려오는 수동적인 하렘양상이 아니라 주인공 쪽도 스스로 막 어필하고 다니는 하렘이기는 합니다만, 카사노바 같은 느낌을 도무지 지울 수 없더군요.
그리고 후반부의 시리어스 파트에 관해. 아.. 이게 복선이었군요. 소꿉친구 캐릭터와의 복잡한 과거에 얽힌 폭주하는 감정! 미친듯한 광기! 분노! 좋아요 좋아. 특히나 하렘에 대한 히로인들의 분노를 확연하게 대변한 점 + 그 동기에 히로인의 비처녀성을 끌어와 한층 광화시킨 점을 통해 그야말로 미친 듯한 분노폭발. 감정의 격화. 생생하게 와닿았습니다. 이 부분에서 특별히 돋보였던 점은, 바로 한국 욕설의 시원한 사용. 미친X, 개X끼 등의 단어를 거리낌없이 내뱉는 노희진, 아아 그녀는 한국의 여아였습니다.
욕설 덕에 한층 더 분노가 생생하게 표현되는 효과가 있었네요. 장면 자체가 그럴 만한 장면이라고 납득한 덕에 생각만큼 거부감이 들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주인공을 비롯한 희진이의 이능배적인 기술사용 이펙트는 상당히 손발이 오그라드는 면을 느끼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만, 기본적으로 감정의 격류 속에서 주인공이 떡이 되도록 쳐맞는 장면은 오히려 대가를 그만큼 치룬다는 느낌이었네요. 그도 그럴 것이 과거에 그 정도의 죄를 지었으니까요! ㅡ라고 독자는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덤으로, 야니도 얀데레성이 상당히 파격적. 대못과 야니야니야니야니는 버틸 수가 없더군요.
여기부터 네타가 조금 포함됩니다. 주의해주세요.
문제는 이 격류가 끝난 후의 후일담에 있습니다. 희진이의 분노를 쏟아내는 동기가 된 어릴 적의 사건에 얽혀 있는 성폭력에 의한 히로인의 비처녀성 논란이 두려웠는지, 그걸 '없던 일'로 하고, '분노는 착각에서 나온 것' 으로 해 버리더군요. 물론 이 바닥에서 히로인의 비처녀성은 무시 못하게 히로인의 인기도를 급 하락시키긴 합니다만(대표적인 예 : F/SN의 마토 사쿠라), 작가가 계획한 플롯인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로 작가가 마지막에 더럭 겁을 집어먹었다는 느낌입니다.
...뭐? 생리혈이었다고? 장난하냐?
그냥 그뿐이었다면 이해를 합니다만, 이미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엘릭서를 몇 병 빨아야 할 정도로 주인공을 죽도록 쥐어팬 후거든요? 사람 하나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거든요? 아무리 봐도 원래대로 과거에 그 정도로 큰 상처가 마음에 남지 않으면 저 행동의 동기가 아무리 봐도 설명이 되지 않거든요? 보통, 어릴 때 약속을 어겼지만 결국 처녀성을 잃진 않았는데도 그 이후의 단순한 오해만으로 사람을 샌드백, 아니 넝마조각으로 만드나요?
아무리 어릴 때 느꼈을 분노 측정값을 높게 쳐주더라도 제 기준으로는 행동 동기 기준치 미달요 >_
희진이와 함께 폭주했던 내 감정을 돌려주란 말이다 orz.
그래놓고 마지막에는 모두 화해했어요 이제부터 즐거운 리얼하렘 시간이에요 뿌잉뿌잉?
.......납득 불가요 ^ㅅ^
상당히 실망스러운 엔딩이었네요. 평작 수준을 유지하다가 시리어스 파트에 접어들며 수작 이상으로 올라간 느낌이었는데, 결말 덕에 다크다크 열매를 한껏 먹었던 분위기를 쌈싸먹어버린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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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 한정 부록으로 <일편흑심> 작가인 인간실격님과 류세린님이 쓴 단편에 캐릭터 설정이 들어가 있는 <엔딩 이전의 세계>를 주었는데, 수록된 단편이 부록으로 끝내기 아까울 정도로 상당히 재미있더군요. 권수 진행된 다음에 외전격으로 한 편 내어도 좋았을 느낌입니다. 두 작가의 이야기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약간 실망하긴 했습니다만, 애초에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그런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나름대로 괜찮은 느낌이었네요. 일단 대상 수상작이라는 것에는 납득했습니다.
2권 내용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가 없네요. 단권완결성 측면에서는 기준치를 만족한지라 다음 권은 어떤 내용을 담아낼지 상당히 기대됩니다. 하렘에 의한 풀 러브코미디 구성으로 나간다면 모르겠지만, 1권에 이어 시리어스를 섞는 방향으로 간다면 어떤 전개가 될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후자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기도 하고요. 어느 쪽이 되었든 좀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그리고 일러스트에 관해 짧게.
표지 일러스트와 속표지 일러스트들은 상당했는데, 막상 본문 사이사이에 끼어있는 흑백 일러들의 퀄리티가... 딱히 미술적인 시각까지 쓰지 않아도 일반인인 저의 눈으로 봐도 좀... 실망스러웠네요 '~'.
링크 : http://blog.naver.com/didwnstjr31/501270155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