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스탠드를 켜두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책이건 아니 그렇겠습니까만은 특히나 월드엔드라이츠는 기대를 좀 많이 하고 읽기 시작한 편이었습니다.
소드아트온라인(이하'SAO')을 원체 재미있게 읽었었고 제가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이죠.
낮잠도 잔 터라 에너지 충만한 상태로 읽기 시작했는데
딱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아- 안타깝다. 이 부족함!
남주인공의 이름은 유우마 입니다. 아카데미아라는 가상현실 속의 학교를 단말을 통해 접속해서 다니는 평범한 학생입니다. (헤드기어라던지 접속시 다이브라는 용어는 애초에 접해봤던지라 참신하다는 느낌은 그닥 없었습니다)
책 초장에는 마녀3인방이 대화하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됩니다.
각자 하나씩 임무를 맡고 있는데 한 명은 플레이어들의 강함을 싸움으로 측정하며 다른 한 명은 게임에 풀어놓을 몬스터를 창조하는 역할 마지막 한 명은 ... 템을 줍니다. (사실은 좌표를 설정하는 역이 주인듯 합니다. 전송등등..)
월드엔드라이츠는 게임의 이름이 아닙니다. 마녀를 죽일 수 있는 4개의 무기를 지칭하는 대명사. 게임의 이름은 발푸르기스나이트 입니다.
뮤에 접속하게 된 주인공은 다른 플레이어들이 그렇듯이 마녀들과 처음 한 번 대면하게 되는데 처음부터 마녀 한 명을 찍어서 이름을 마구 불러줍니다.
유우마는 그녀를 찾아서 이 게임에 접속했습니다. (그 마녀는 사고와 함께 잃어버린 자신의 동생과 너무나도 닮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라는 것이 이 1권의 주 내용이며 라이트노벨이니 만큼 그것을 풀어내야 하는데...
밋밋 합니다.
꼼꼼하게 읽으면서(비평을 써 줄 생각이었으니까) 느낀 감상은 '좀 산만한데?' 였습니다. 밋밋+산만...
이야기의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주며 전개나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성격등이 마치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읽는 내내.
물론 소설이라는 건 이미 다 기존에 몇 번이고 쓰여진 플롯들을 재구성하고 각색하는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그렇게 느껴졌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왜 이런 느낌을 받았는지 원인을 찾기 위해 소드아트온라인과 비교분석 해보았습니다.
일단 SAO는 주인공들이 사지로 내몰린 상태입니다. (아직 안읽어보신 분이라면 페이지를 뒤로!! 뒤로 누르셔야 합니다!!) 로그아웃도 안되고 한 번 죽으면 게임 오버. 이 설정으로 인해 주인공들은 게임이지만 현실처럼 필사적이며 살아남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합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그곳에 갇혀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그것도 1권 내에서 전부. 독자들을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SAO엔 있습니다.
게임속에 갇혀서 못 빠져나온다 라는 설정은 이전에도 몇몇 소설에서 본 것 입니다. 즉 이미 예전에, 누군가가 사용했던 구도를 다시 읽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빠져들게 되는 이유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죠. 주인공들이 가진 캐릭터성이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순수한 미청년과 미소녀의 만남은 왕도물에서 땔레야 땔 수 없는 관계이니까요.
월드엔드라이츠도 일단은 비슷한 노선입니다. 우에다 료님이 그려주신 일러스트가 빛을 발하는 1권은 표지부터 잘 차려입은 우리 두 명의 주인공이 장식하고 있습니다.
산뜻하게! 이런 이미지구나~ 하고 읽습니다.(일러스트의 힘입니다! 오오...) 그런데 일단 발푸르기스나이트는 생명을 걸진 않습니다. '존재치'라는 것이 있어서 게임에서 계속 죽거나 기타 등등...의 여건으로 존재치가 0으로 떨어지면 영원히 재접속이 불가능해지는 사태는 올 수 있으나 목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SAO는 게임이지만 필사적으로 해야만하는 그 설정이 재미를 주는 커다란 요소중 하나. 이것을 월드엔드라이츠에선 무엇으로 대체하냐면 잃어버린 동생찾기 입니다. 그다지 몰입이 잘 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납득할 수는 있는 전개입니다.
문제는 다른 주연들은 상황이 그렇지 않습니다. 남주인공 유우마야 동생을 찾아서 폐인처럼 이게임에 몰두하지만 여주인공 오리에는 다른 게임과는 수준이 다른 발푸르기스나이트를 즐기기 위해 접속했을 뿐입니다. (소원을 빌고 싶은 것이 있다곤 하지만) 그 외 다른 캐릭터들 모두. 스토리는 유우마를 중심으로 흘러가며 다른 캐릭터들은 그것에 딸려가는 형상입니다. 이러니 주인공과 그들이 하는 행동들은 비록 사연이 있더라도 제대로 와닿지 않을 뿐더러 독자의 관점을 산만하게 만들어버리는 안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 상황이 꼭 필요한건가?' '여기서 이런 이야기로 흐르는 것은 무리수 처럼 보이는데...'
이런 의문이 드는 것처럼요.
그들이 목숨을 걸지 않는다면, 그것을 담보로 다른 형식의 재미를 꾀했어야 합니다. 작가는 그런 노력을 보여주고는 있습니다. 목숨이 위협받을리 없는 게임을 하면서 얻어야할 사소한 재미들. 캐릭터들간의 만담이라던지 어려운 던전을 돌파한다든지...그런데 그것을 막는 것은 유우마의 절실함입니다.
애초에 즐기기 위해서 온것이 아니라 친동생을 찾으러 온 녀석한테 여유롭게 던전을 깨고 아이템을 수집하며 이것을 어떻게 공략할까? 등의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모양을 기대할 수 없는 것입니다.
차라리 유우마 원톱 체제의 소설이었다면 다른 재미를 받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히 못쓴 글은 아닙니다. 표현이나 묘사는 부족하지도 너무 많지도 않은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주연급 캐릭터들의 캐릭터성도 적절합니다. 단지 상황설정에 걸맞는 잘 짜여진 전개가 아쉬웠으며 좀 더 몰입할 수 있게 판을 잘 짜주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라이트노벨이 가져야 할 절대적인 속성은 '재미' 이것 하나입니다. 다른것을 모두 제쳐놓고 재미를 챙기지 못하면 그것은 라이트노벨로써 기능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2권에서는 월드엔드라이츠만의 재미를 찾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주저리 주저리 두서 없었던 리뷰 마칩니다. (쓰는데 오래 걸릴 줄은 예상했는데...최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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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월드엔드라이츠의 광고를 처음 봤을때 '오오! 사봐야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책을 구입하기 전에 다른 분들의 리뷰를 참고하는 편이기에 검색을 시작했는데 이럴수가... 월드엔드라이츠에 대한 리뷰를 찾을 수가 없는겁니다... 노블엔진에 이벤트 글이 뜨고 난 뒤, 오! 이번엔 다른분들이 감상을 많이 올려주시겠지! 하며 기대했는데 생각만큼 많이 안올려주시기에 결국 제가 올리고 만 슬픈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