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고등학교 데뷔! 유령이 보인다는 걸 주위에 말하는 바람에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밥맛이라는 소리까지 들은 지옥 같은 중학교 시절과도 오늘로 작별이다! 그런 생각을 품고 입학식에 가던 아츠시는 고등학교 통학로에서 곧바로 유령에 얽히고 말았다. (유령 따윈 보이지 않아, 유령 따윈 보이지 않아, 유령 따윈 보이지 않아!!) 그렇지만 역시 보이는 걸. 이대로는 꼼짝없이 지각한다. 첫날부터 안 좋은 인상으로 기억되기는 싫다. 아아. 내 고등학교 데뷔의 꿈은…! 고민하는 아츠시 곁에 뜻밖의 장소에서 구원의 여신이 나타나는데!? "저어..유령을 감고 있으면 재미있나요?"』

이상이 작품의 소개 글입니다. 내가 써봐야 더 혼란만 줄 거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이 작품의 일러스트레이션도 무뉴 씨가 맡았더군요. 어째 어디서 많이 본 그림체가 아니었나 자꾸 그런 의구심이 들었었습니다. 제가 레이디 버서스 버틀러를 읽기 때문에 더 잘 느꼈던 것 같은데요. 그래도 사고 나서 알았습니다. 보고 깨달은 것은, '거유' 컨셉은 레이디 버서스 버틀러의 컨셉트가 아니라 그냥 일러스트레이터 본인이 거유를 그리는 거였다는 겁니다. ( …);

전체적으로 라이트노벨 적 요소도 많고 해서, 평범하게 '재밌다'라는 부분에서는 '그래 재밌어'라는 느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쪽에서는 꽤 잘 알려진(?) 로리콘(콤) 등의 소재도 적절했고, 단순한 재미 측면에서는 그래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책을 많이 읽으신 분들은 조금 식상한 전개가 아닐까, 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또한 몇 가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엿 보여서, 읽다가 조금 '어?'하는 느낌을 받는 때도 있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시도 때도 없는 거유 설정이었는데.. 레이디 버서스 버틀러야 원래 작가 자체가 거유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어서 뭐 그런가 보다, 하고 했지만 제가 읽기에 이 책 자체에서는 그렇게 가슴에 대한 비중을 두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거유를 넣었더군요. 별 다른 건 아니고, 그냥 좀,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크게 만들어야 했나, 싶더군요. 제가 딱히 거유를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지만, 회장의 가슴 크기야 그렇다 쳐도, 비서까지 거유로 쳐 버리는 건 좀 오버였습니다.

이런 건 일러스트레이터의 자체 설정에 의한 것일지라도, 보는 사람이 척 보고 조금이라도 '의아하다'라는 느낌을 받았으면 전 잘못된 설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세하게 보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일단 본능에 충실한 쪽이라.. 거유가 나와서 뭐라고 해야 하나, 레이디 버서스 버틀러랑 차이가 없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비슷해 보이는 캐릭터가 둘 이나 있는데 굳이 그걸 판박이로 그렸어야 했나요.

다른 점은 작가가 중간에 추가 설명이 부족했다는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아무래도 설명 부분보다는 대화 부분을 더 술술 넘어가기 마련인데, 대화가 쭉 이어지는 부분을 읽다 보면… 갑자기 진지 모드로 급 돌변하는 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132쪽과 233 쪽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특히 233 쪽은.. "놔줘!" "좋다, 따라오면!" "알겠다!"라는 식의 구도가 별 다른 말 없이 스트레이트로 이어지면서 개인적으론 유치하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매우 천천히 읽고 글자 하나하나에도 감정을 이입하시는 분들은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겠지만, 적어도 전 저 부분에 조금 더 주인공의 고민이라던가, 아니면 보조 설명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이걸로 데뷔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역시 1권이라 그런가요? 특히 대화 부분에서 조금 보조 설명이 부족해서 갑자기 상황이 점프해버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회장의 말투가 갑자기 바뀐 게 좀 이상했는데, 초반에는 명랑한 회장 느낌으로 다가왔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회장의 말투가 '~~다' 다소 딱딱한 대화체 형식으로 바뀌더군요. 이 부분에 대해서 별다른 설명이 없었던 것 같은데, 설명이 있더라도 맨 처음 이미지를 박아 놓은 캐릭터를 다시 바꾸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론.. <인피니트 스트라토스>의 호키도 그러더니 전 이런 게 참 신경 쓰이네요.

단점을 기술했지만, 그 밖에 전형적인 라이트노벨 외에도 참신하지는 못하더라도 공감할 만한 설정은 있었습니다. 맨 처음 작 중에서 보면 아츠시가 유령이 보인다고 하지만, 결국 친구들이 믿어주지 않아서 중학생 시절은 거의 흑역사 취급을 당했지요.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이면 자신들의 기준에 맞춰서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끝끝내, 아츠시는 고등학교에서는 남들과 같이 '유령 따윈 보이지 않는' 학생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전 이 경험을 노래 장르에서 느껴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주로 듣는 노래는 유러피안 파워 메탈(European Power Metal)로, 국내에서는 멜로딕 스피드 메탈(Melodic Speed Metal)로 잘 알려진 장르입니다. 전 이 장르가 정말 좋습니다. 이 장르의 특징은 '빠른 스피드 템포', '판타지 성이 짙은 가사', '필요에 의한 오케스트레이션', '화려한 키보디스트, 기타 솔로' 인데요. 과거 교향곡과, 현시대 메탈의 조합은 정말 최고라고 생각하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판타지 성이 짙은 가사는 최고의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국내 분들도 많이 아는, Rhapsody Of Fire는 심포닉 파워 메탈(Symphonic Power Metal) 밴드로, 에메랄드 소드(Emerald Sword)라는 노래가 정말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밴드는 리더 루카 투릴리에 의해 노래 모두가 '엘가로드 연대기'라는 하나의 연대 소설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에메랄드 소드의 가사 중 일부를 보면... "나는 먼지 낀 중앙 대륙의 골짜기를 지나왔다. 그곳의 관문을 열 수 있는 세 번째 열쇠를 찾기 위해 … (중략) … 영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나는 나의 검에게 경의를 표한다." 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노래가 다 이렇습니다. 뭔가를 찾아가고, 악마를 죽이고) 다소 유치하다고 생각되시나요? 뭐 옛날 만화영화의 오프닝이라고 생각 되시는 분들도 있겠네요. 전 메탈, 교향곡, 판타지 이 셋을 모두 묶는 장르는 이 장르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한번도 이 가사를 부끄럽게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너무 멋지거든요. 그렇지만 친구들이 이 노래 가사를 보면 딱 이런 말을 합니다. "뭐야, 이거 만화 영화 아냐?" 라는 말을 할 때마다 전 부정하지만 결국 끝끝내 노래에 관해서 "만화영화 같은 이상한 노래를 듣는 애"로 각인 되고 맙니다. 아무리 노래가 진지해도, 결국 자신이 아는 '판타지 성이 짙은 가사 = 유치한 것'이라는 시각을 가진 친구들은 결국 끝까지 '유치한 가사'로만 인식되기 마련입니다.

저희 또래 친구들이 아는 메탈이나 록의 가사는 대부분 사회 비판적이고, 조금 암울하기도 하지만 사랑 이야기는 별로 안 나오는 가사, 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 밖의 기준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제 주변 이야기입니다. 그런 친구들의 시각에서, '빠른 드럼 소리(대부분 록 같은 건 일정하죠)', '다소 유치해 보이는 가사' 등은 충분히 어색하고, 익숙하지 못한 것들이고, 결국 자신이 아는 기준들로보면 '만화 영화 주제가'라는 느낌 밖에는 없을 겁니다. 전혀 아닌데.

아츠시도 비슷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유령은 있어 = 그런 건 없어'라는 시각을 가진 친구들은 당연히 '유령이 보이는 아이 = 정신 나간 아이'라고 생각하겠고, 아츠시가 '유령!'이라고 해도 '이상한 애'라고 생각하겠지요. 특히 이 부분에 공감을 많이 했고, 이 다음 부분에서도 많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요리는 학교에서 괴짜로 소문난 아이였고, 아츠시는 요리의 괴짜 행동에 대한 원인이 무엇인지 알았지만 학교 친구들과 떨어지기 싫어 '그래, 이상해'라는 말을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결국 이 부분은 후에 더 커져서 이 책의 말미를 장식하는 하나의 플래그로서 빛을 발했지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이 부분도 정말 공감하면서 봤습니다.

애니메이션 또는 라이트노벨이 취미이신 학생 분들은 이와 비슷한 느낌을 겪어보신 적이 있을 것 같습니다. 더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오타쿠로 불리기 싫어서 그런 취미를 부정한 적이 있는 분들도 있을 것 같네요. 결국 잘 알려지지 않고 생소한 것들은 다수에 의해 배척 받거나 이상한 시각을 받게 됩니다. 그런 부분을 라이트노벨 안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참신하지는 않지만 가까운 소재로 친근했네요. 재미있었다고 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글이 길어졌네요. 내용도 없는데..

다소 문장 설명이 부족한 것과, 레이디 버서스 버틀러 이후에도 등장하는 무뉴 씨의 거유 캐릭터, 그리고 다소 많이 볼 수 있는 구도의 스토리는 조금 아쉽지만, 지~극히 개인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던 몇몇 배경 스토리는 정말 좋았고, 그리고 순수한 '사랑'에 관련한 라이트노벨로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뭐라고 해야 하나, 그냥 이도 저도 아닌 딱 적당한 러브 코미디 라이트노벨입니다. ^^ 다음 권은 사 볼 생각입니다. 뭐 2권에서는 어나더커버가 있다 카던데.. 2권에서 어나더커버가 나오는 라이트노벨은 처음입니다.

스토리에 관한 건 뭐.. 그냥 생각하는 그대로라 딱히 뭐라고 할 말이 없네요. 리뷰가 아니라 감상임을 잊지 마세요! 조금 말하면 뭐.. 같이 요괴 잡고, 서로 사귀고, 가문이 또 머라 카고.. 강한 비서가 나오고… 이 말 하니까 생각나는 건데, 보통 라이트노벨에서는 여성 캐릭터가 뭐가 되든 살아남기 마련이건만, 멍청한 우시오니가 미캉을 먹은 건 충격이었습니다. OTL..

『Original 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