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정적인 스포일러는 피하고 있습니다만, 리뷰 특성상 약간의 내용 누설이 포함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물어봤었다. 노벨 엔진에서 나오는 한국 작품 두개, '노벨 배틀러'와 '너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어' 두 권 중 한 권만 추천한다면 무엇이 좋을 것 같냐고. 두 권의 책이 각자 자신만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너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어는 어설픈 코메디의 느낌을 주고, 노벨 배틀러는 미스테리 이능 배틀의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에, 노벨 배틀러 쪽이 조금 더 보편적인 재미를 가지고 있다고 리플을 달았던 것이 기억이 난다.

네, 그런 저의 평가와는 관계 없이 라이트노벨 판매량 1월 첫째주 1위, 1월 둘째주 2위를 차지한 너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어의 감상글입니다.

(순위 링크)
http://www.aladin.co.kr/shop/common/wbest.aspx?BranchType=1&CID=35542&Year=2011&Month=1&Week=1
http://www.aladin.co.kr/shop/common/wbest.aspx?BranchType=1&CID=35542&Year=2011&Month=1&Week=2

참고로 절정에서의 몰입감은 최고지만, 전체적인 전개가 다소 매니악하다는 평가를 내렸었던(이렇게 썼다는 건 재미있었지만, 엄청 잘 팔리지는 않을 것이다 라는 것과 동급의 이야기임) 나승규 작가의 신작 스페로 스페라는 1월 첫째주 2위, 1월 둘째주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젠장... 판매량 예측에서는 왜 항상 틀릴까 OTL. 예전에 소드 아트 온라인이랑 액셀 월드 중 더 잘팔린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서 글을 써본적이 있는데 그 때도 더 잘 팔린 작품은 틀렸었다. 제...젠장 ㅠㅠ.

이런 서론이나, 자극적인 제목에서부터 예상할 수 있겠지만, 그래... 난 이 작품에 대해서 그렇게 좋은 평을 내리진 않을거다. 판매량 때문에 소설을 처음부터 다시 한번 읽었고, 그 때문에 리뷰가 굉장히 늦게 올라오긴 했지만 그래도 내 생각이 바뀌진 않았으니까. 다만 표지 일러스트가 상당히 이쁘게 나왔고, 부담감 없는 분량과 파격적인 가격(6천원. 모 서점에서 할인을 받으면 5천원도 안 되는 가격 4800원이다.), 그리고 나 스스로는 단점이라고 파악한 부분이 다른 사람들에겐 '장점'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잘 팔렸다고 생각하련다.

그래, 그럼 뭐가 그리도 맘에 안 드셨을까? 이 리뷰을 읽으러 온 사람이라면, '야오이'라는 단어를 분명 한 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아니? 못 들어봤나? 하긴... 최근들어 저런 단어를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으니...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설명하자면, 이쁘장하게 생긴 남자 둘이 나와서 서로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갑자기 하앜하앜 거리곤 ♡♡♡♡를 해버리는 동성애물을 비하하는 단어다. 위키 백과 사전을 찾아보면 '여성들이 창작하고 여성들이 즐기는 남성 동성애물이다'라고 설명되어 있고, 야마나시(절정 없음), 오치나시(위기 없음), 이미나시(의미 없음)의 앞글자를 딴 단어라고 되어있다.

그런 사전지식의 설명은 그렇다치고, 왜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야오이'를 떠올렸을까? 표지에 그려져있는 이쁘장하고 가슴빵빵한 여자애가 사실은 남자였다! 그리고 이 작품은 사실은 BL물이다! 라는 충격적인 전개가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물론, 주인공이 졸지에 게이가 되고, 전지전능한 변태에게 스토킹 당하고, 결국은 췌장암으로 죽게되는 전개이긴 하지만 동성애물이라는 느낌은 전혀 없다. 다만 나는 야오이의 뜻, 절정없음, 위기없음, 의미없음 - 이 세가지 요소 중, 둘이 본 소설에 미묘하게 매칭된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캐릭터 배치는 나쁘지 않다. 캐릭터의 비중이 주인공에게 상당히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다소 빈약하다고 느낄법하지만, 주인공의 캐릭터가 상당히 재미있고 전개가 유쾌하기 때문에 신나게 읽어내려갈 수 있다. 잔재미를 주는 요소들이 참 많다. 스토리에 집중하지 않아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깨알같은 개그'들이 여기 저기에 잘 뿌려져있다. 스토리에 집중하지 않아도... 스토리에 집중하지 않아도...? 그래, 여기서 '의미없음'이 매칭이 된다. 전개가 참 뜬금없다. 캐릭터가 재미있는 행동을 하기도 하고, 전개가 독자에게 웃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전개가 흔히 말하는 '개연성'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정신없이 읽다보면 '얼라, 스토리가 왜 이렇게 진행이 되었지?', '저 캐릭터는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있지?'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게다가 라이트노벨 답지 않게 뒷권에 대한 복선을 지나치게 많이 깔아놓고 있어서, 소설을 다 읽었을 때 찝찝한 구석이 굉장히 많이 남는다. 라이트 노벨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인 '단권 완결성'이 제대로 나타나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의 연장선 상에서 '절정없음'이 매칭이 된다. 사건의 해결이라는 것은 주인공에게 위기가 닥치게 되고 그 위기가 서서히 고조되다가, 클라이막스에서 (보통은 독자들이 예상하기 어려운 획기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그런데 문제는 작품이 전체적으로 '코믹하게' 전개되고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보단 복선을 주로 깔아 놓다 보니,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그리고 그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도 획기적인 방법이라기 보단, 상당히 '뜬금없다'. 코믹한 전개와 복선 때문에 절정으로 들어가는 부분이 애매하고, 갈등 해결 방식이 그다지 와닿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절정에서 대단원으로 내려오는 부분 역시 애매하다. 결론은? 절정이 없다는 식으로 해석이 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표현을 사용하자면, '소설에 임팩트가 없다.'

여기에 노벨배틀러때도 지적했던 점이지만, 일러스트 배치가 썩 좋지가 않다. 일러스트 자체는 깔끔하고 하앜거리기 좋게 그려놓았지만, 그 배치가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뭐랄까, 일러스트는 확실히 이쁘지만 소설과 따로놀고 있다는 느낌? 그림 자체는 상당히 예쁘고 깔끔하게 잘 나온편인데... 다소 아쉽다.

뭐 요약하자면, '정신 없이 읽다보면 그냥 끝나버리는 소설'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저렇게 요약해놓고 보면 저러한 점을 높게 평가하여 많은 독자에게 어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소설-적어도 라이트 노벨에선 적당한 전개와 필연성이 필요하고, 때문에 글 자체가 재미있더라도 꼼꼼하게 읽어야 하며, 절정이 존재하여 독자에게 한 번의 임팩트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유쾌하게 웃으면서 읽다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소설이 끝나버렸다! 라는 사실이 더 중요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확실히 이 소설은 유쾌하고, 코믹하다. 사실 어느 정도의 로맨스를 기대했지만, 소설 도입부에서도 이야기하듯 이 소설에 가슴 시리는 에피소드는 없다. 그러나 독자에게 '웃음은 줄 수 있다'. 설정이 독특하지도, 하앜 거릴 캐릭터들이 많지도 않지만, 소설 여기저기에 깨알 같은 재미들이 숨어있고, 그러한 문장들을 보면서 한 두시간 정도는 충분히 웃을 수 있는 소설이다. 중간 중간에 중2병삘나는 요소들을 배치해서 스토리 템포도 적절히 조절하고 있고. 뭐, 누군가의 입장에선 라이트 노벨로서 굉장히 좋다고 생각할법 하지만, 글쎄... 조금 더 주인공 이외의 캐릭터와 스토리 전개에 신경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ps. 요약하자면, 정신없이 웃을 수 있는 코믹한 소설을 원한다면 추천! 스토리와 강렬한 임팩트를 원한다면 비추!

ps2.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정말 계속 웃으면서 소설을 읽을 수 있을 겁니다.

ps3. 주인공을 제외한 캐릭터는... 확실히 일러스트만 이쁘다 뿐이지, 독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매력이 다소 부족합니다.

ps4. 책을 읽으신 분들께 질문... 비지, 사지, 순수 이외에 실명이 거론되는 캐릭터가 있나요?

원문 : http://wizardto.egloos.com/2744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