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 다룰 대상이 무엇인지는 제목에 이미 드러나 있습니다만,
그 전에 우선 제가 근래에 질렀던 책들 중 일부를 한 번 읊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 하세가와 유이치 선생의 크로스본 건담 시리즈 최신작,
'크로스본 건담 고스트' 가 근자에 전자책으로 1~5권 동시 출간되었죠. 구입했습니다.
(그리고는... 기억이 잘 안나는 이전 작들도 한 번 봐줘야 할 것 같아
'F91' 부터 시작해서 '크로스본 건담' 시리즈 전작들을 비롯한
하세가와 선생의 관련작들도 전부 재감상하는 함정에 스스로 기어들어감......)
- ebookjapan 에서 독점으로 전자화, 복간한
히어로 크로스라인 세계관의 작품들을 몽땅 죄다 깡그리 구입했습니다.
(아직 전자화되지 않은 하세가와 유이치 선생의
'스튜디오 비밀기지 극장'을 제외하고 단행본 기준으로 23타이틀 50여권 + α)
사고 보니 마저 질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실물 드라마 CD도 추가로 구입.
- '기동전사 건담 SEED ASTRAY Re: Master Edition' 역시 전자책으로 전권 구입.
......사고 보니 역시 마저 질러야 할 것 같아서 '기동전사 건담 SEED Re:' (전자책) 와
'기동전사 건담 SEED ASTRAY R' (종이책) 도 구입했습니다.
- 천원돌파 그렌라간 코믹스판 4~7권을 전자책으로 구입.
(1~3권은 종이책 보유 중이었고, 조만간 기회 봐서 8~10권도 마저)
- '슈타인즈 게이트' 코미컬라이즈 전자책 몇 가지.
(슈타인즈 게-토!(히라가나), 은수의 브라우니안 모션, 변이공간의 옥텟)
- '제브라맨 -제브라 시티의 역습-' 블루레이(영화)를 구입했는데,
구입하고 보니 역시 질러야 할 것 같아서...
야마다 레이지의 만화판 '제브라맨2 -제브라 시티의 역습-' 도 실물 책으로 구입.
(원래 전작인 '제브라맨' 영화와 '제브라맨' 만화판 역시
각각 DVD 와 실물 책으로 가지고 있었기도 하고)
이쯤 보면 뭐...... 취향이 극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게 딱 보이는 거죠...
네, 미디어믹스 같은 거 좋아하고, 크로스오버쯤 되면 환장한단 뜻입니다(......)
(별점은 TTB 시스템상 붙는 것일 뿐, 여기서는 별점 평가하지 않습니다)
그런 제게 있어서 이 책의 소식은 당연히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마사토끼 원작의 웹툰 '매치스틱 트웬티' '절망 VS 소녀' (그림은 양쪽 모두 도현) 에서
채용되었던 '세계제일의 xxx' 세계관을 차용해서,
노블엔진 방면의 여러 작가들이 단편집을 낸다는 기획이었죠.
한국에선 보기드문 기획이기 때문에 용어 자체가 생경할 수 있겠는데,
일본식, 서양식으로 말하자면 이른바 '쉐어드 월드' '쉐어드 유니버스' 작품군이라 할 수 있겠죠.
(실제 국내에서의 매치스틱 케이스 홍보에 있어서는 '세계관 대여' 라는 표현을 사용)
또한 기본적으로 마사토끼의 작품들을 좋아하기도 하기 때문에,
한껏 입맛이 당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좋아한다고 공언하는 것 치고는 딱히 열심히 챙겨 보진 않아서......
(기본적으로 웹툰이라는 매체 자체를 즐겨 읽는 편이 아니다 보니)
실은 '매치스틱 트웬티' '절망 VS 소녀' 도 이번에 처음 보았습니다만;;
'매치스틱 케이스' 소식을 접한 뒤에 역산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말이죠;;;
뭐, 어쨌든 그래서 구입을 하게 되었단 얘기였습니다만......
음...... 막상 읽고 보니...... -_-;
뭐라 말하기에 좀 애매한 물건이 나온 듯.
기획 전반에 대한 조율이 좀 부족했던 것 아닌가 싶은 인상이 짙네요.
(마사토끼 본인부터가 이런 점에 있어서 느슨한 태도를 취하기 때문인 면도 물론 있겠습니다만...)
일단 여기서는 책의 앞뒤로 배치되어 있는 프롤로그, 에필로그 파트는
※논외※ 로 둔 상태라는 것을 전제로 제시하면서 적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 앞으로 읽을 분들을 위한 소개의 측면보다는
이미 읽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면이 좀 더 강하다 할 수 있겠고,
서두에 개인적 성향을 줄줄 늫어놓은 것은 물론
그런 부분들에 비교적 중점을 두고 읽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
휴지와 미소녀의 어사일럼
('엔딩 이후의 세계' '소드걸스' 류세린)
세계제일의 미소녀가 학교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뒤
변기도 막히고 휴지도 떨어진 상황에서,
세계제일의 미소녀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로
존재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
...... 인데...
인물 묘사나 전반적인 전개가 일견 라노베스럽다면 스럽다고는 할 수 있겠는데, 독자를 많이 가릴 듯.
일단 저는, 디포르메가 한껏 들어간 만화라면 또 모르겠지만, 이런 걸 텍스트로 읽으려니 힘겹더군요.
막 오글오글한 게......
...... 그냥도 그러한데, 문제는 거기다가, + scat 물이라는 거......
뭘 노린 건지는 알겠습니다. 알 수는 있어요. 머리로는.
미소녀와 scat 이라는 그 자체로 대비적인 효과도 있겠고,
그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약간의 페티시즘과 심리적 SM을 포함하는 에로 모에 요소들이라든가...
속되게 말해서, 거기에 x리는 독자도 아마 있겠죠, 네. 있을 거 압니다.
근데 전 안 x려요...... scat 물이란 시점에서 그냥 안 x립니다.
원래 영화 볼 때도 화장실 코미디라든가 이런 쪽은 안 좋아하는 쪽인지라. =_=
뭐, 일단 그 부분은 취향 차이로 치고 넘어간다 쳐도...
이걸 굳이 첫 번째로 배치했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네요.
똑같은 얘기에 배치순만이라도 중간으로 바꿨다면 그나마 좀 나았을 듯싶은데요.
굳이 리스크가 큰 단편을 앞에 배치하여,
이야기에 빠져들기도 전에 도입부부터 흥이 식는 독자를 배출했다는 점은 (일단 본인부터가[...]),
일단 기획의 실패가 아닌가 싶습니다.
...... 주인공에게 별반 호감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도 나름 문제라면 문제.
얼굴에 화상 입은 캐릭터에게 잡초밭에 진흙 두 덩이가 던져 봐야 별 차이도 없다 운운할 땐
생리적인 레벨에서 좀 불쾌감이 들더군요.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이 독자의 호감을 사고 감정이입 가능한 대상이어야만 할 필요까진 없겠습니다만,
그걸 버림으로써 다른 무언가를 충분히 취했는가 하면 그것도 뭐 별로 글쎄......
이 얘기는, 이 단편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거였다면 굳이 하지도 않았겠습니다만,
다음 단편과 이 점에 있어서 딱 대조적으로 비교되는 지점이 있었기 때문에 미리 적어 봤네요.
네거티브 스타일
('매관매직 스크램블' 차민하)
매사에 부정적 사고를 발휘하여 강박적으로 대응책에 대응책을 준비하며 살아가는
세계제일의 네거티브가 어느날 우연한 변수로 세계제일의 살인마와 조우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이 책에서 그나마 가장 건졌다! 싶었던 단편.
세계관의 원안자인 마사토끼가 후기에서 특히 좋았다고 지목한 편이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판단할 때 독자가 평소 알고 있는 마사토끼 테이스트에 가장 근접해 있는 작품이기도 한데,
그렇다고 분위기만 흉내낸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닐 것이고
기본적으로 작가의 풀어 나가는 솜씨가 좋았습니다.
상식적인 사고와는 궤를 달리하는 자신만의 자부와 '미학'을
중요 포인트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뒤집는 힘이 좋은데,
특히, 중후반까지는 세계제일의 무차별살인마에게 집중되고 있었던
이 포인트를 주인공에게 가져오면서,
의도적으로 유도해 온 미스리드를 뒤집는 순간이 꽤 훌륭합니다.
또한 이 순간은 그 전까지 비교적 무미건조했던 이 인물에 대한 독자의 감정 자체를
순간적으로 호감 방향으로 폭발시키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고요.
이 순간, 끊임없는 부정적 사고에도 비관 자살하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는
이 '세계제일의 네거티브' 라는 개념이 독자에게 재인식되고,
인물은 호감형의 캐릭터성을 획득합니다.
...... 그리고 이 순간은 제게 있어서 앞선 단편의 진흙 두 덩이 운운하는 순간과 정확하게 겹쳐져 버렸고요...
물론 정반대의 의미로서 말입니다(...)
...... ...... 다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단편이었습니다만 하나만 토를 달아 본다면...
거짓말을 안 하고 영업을 하다 보니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보험설계사로 소문이 나서 고객이 몰려든다는 후일담은 좀......
뭐 나름의 의도가 있는 것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지나치게 나이브한 느낌이어서 별로인 요소였습니다.
그때까진 용인된 설정 안에서 내적인 설득력을 갖고 지면에 닿아 있던 이야기가,
이런 묘사가 나올 때면 붕떠버리는 것 같달까요.
문과계박사와 이과계안경의 반물질 폭탄
('소문의 학술명' '절대소년 공주님' 모베)
세계제일의 실험체와 함께 N국에 납치되어
무기 개발을 하고 있던 세계제일의 과학자는
어느날 반물질 폭탄을 만들기로 결심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 단편.
일단 전반적인 세계관의 기조 자체가 '농담'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수수깡으로 만든 스텔스기' 같은 건 이건 뭐......
아무리 이 세계관이 '세계제일이 하는 일은 일반인이 보기엔
마치 초능력처럼 보일 것이다' 라는 설정이라곤 해도,
이런 건 좀 너무 나간 감이 적잖게 듭니다.
반물질폭탄을 만들겠다면서 별다른 논리 구축도 없이
단지 박사가 문과계라는 것만을 강조하면서 그냥 남녀가 서로에게 100%의 이성이 되면 된다는 것도
진짜 밑도 끝도 없이 뜬구름 잡는 얘기고요.
(물론 실제 이야기 상으로 반물질폭탄이 터지는 것은 아닙니다만)
뭘 하고 싶었던 건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납득하는가는 별개의 문제겠죠.
이를테면 일종의 극단적 '세카이계' 랄까 그런 것을 의도한 것이겠습니다만...
입술에 침 바르는 수준이라도 뭔가 그럴싸해 보이는
내적인, 이 타이틀에 어울리는 식으로 표현하자면
'문학적인' 설득력은 제시하면서 실험을 하더라도 해야 할 텐데,
여기엔 그냥 하고 싶은 것, 단편적인 아이디어만 존재하고 그걸 지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없습니다.
아예 버팀목을 세우려는 의지 자체가 부재해요.
100보 양보해서 세계제일들은 정말 초능력 같은 것이라 치고 그러려니 넘어간다 쳐도,
솔방울 가져와서 수류탄 만들어달라고 하는
N국 사람들이라든가...... (모델이 어디인지는 너무나 명확합니다만[...])
정상적인 정부 인사라든가 요원들이 절대 입에 담을 리가 없는 언사들이
너무나 태연작약하게 통용되는 세계관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물론 그러면 안 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냥 그 농담스러운 세계 자체가 그 작가나 그 작가의 특정 작품의 작풍일 수는 있죠.
다만, 그건 그 작품이 온전히 그 작가의 것일 때의 얘기인 것이겠고,
원안자가 따로 있는 세계관을 여러 작가가 공유하고 있는 작품군에서
이렇게 홀로 튀는 작풍이 합당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저로서는 회의적입니다.
(일단 책 전반의 기믹으로서 빠져 나갈 구멍이 준비되어 있긴 합니다만... 이에 대해선 뒤에서 후술)
그리고 이 단편의 정말 심각한 또 하나의 문제는...
원래부터 정말 진짜 엄청나게 간단한 기본 설정밖에 없는 이 세계관의,
몇 줄 되지도 않는 근간 부분을 굳이 건드리고 있다는 점인데요.
일단 이 단편에서의 세계제일의 과학자는 세계제일 시계의 개발자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 자체부터가 벌써 '이런 부분까지 남에게 떠넘겨 버려도 괜찮은 거냐, 마사토끼...' 싶기도 합니다만
뭐 일단 그 점은 차치하기로 하더라도......
가장 큰 문제는 '거짓말' 에 대한 '해석' '범위의 문제' 입니다.
이 단편에서는 '(미래에 가부가 판가름나게 될) 약속' 이란 개념을
'거짓말 판정의 범주' 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일단 약속 비슷한 말을 뱉어 놓고 나중에 그걸 지키지 못하게 되면
거짓말로 간주되어 죽는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 당사자에게 거짓말의 의도가 없었을 경우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시에 거짓말로 판정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이 개념을 포함시키느냐 포함시키지 않느냐에 따라
이 세계관에서의 이야기의 향방은 완전히 뒤바뀌어 버릴 수가 있습니다.
너무나 중차대한 요소죠.
개인적으론 이런 건 포함시키지 않는 게 맞다고 보는데, 이미 선례는 만들어졌고...
이 선례는 앞으로 이 세계관을 차용할 작품들에 있어서
(심지어 마사토끼 본인에게 있어서도)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만,
마사토끼 본인은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이 부분을 용인한 것인지 의문이 좀 남는다는 것입니다.
...... 뭐 어쨌든 책은 이미 나왔고 별반 마사토끼의 이의제기가 없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용인하고 있다는 것일 테니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닐 수도 있겠고,
원래 이런 쪽으로는 느슨한 스탠스로 대하다가
막상 본인 작품에서 해석이 문제가 될 경우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그냥 무시하고 자기식대로 그릴 것 같기도 합니다만......
다만, 제3자로서 이래라 저래라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작가에게 마음대로 쓸 자유가 있다면
독자에겐 읽지 않을 자유가 있다는 것이겠죠.
동일 세계관을 표방하는 작품들이 너무 다 따로 노는 식으로
연계가 긴밀하지 못하면 마음이 멀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가 있습니다.
적어도 제게 있어서는, 이 단편이 특히 그런 단편이었습니다.
세계제일의 영화를 만드는 방식
('노벨 배틀러'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보르자)
'세계제일의 xxx' 의 존재를 알게 된 영화사 간부들은
세계제일의 이야기꾼(의 원안), 세계제일의 각본가, 세계제일의 감독,
세계제일의 각 분야 스태프, 세계제일의 분야별 배우들을 모아
세계제일의 영화를 제작하고자 하는데,
첫 리딩에 들어가기 전날 갑작스레 상황이 꼬여가기 시작하고,
프로듀서는 이를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되는데......
비교적 괜찮았던 단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을 적당한 재치로 무난하게 꾸려 나가고 있습니다.
다만 '문과계박사와 이과계안경의 반물질폭탄' 의 문제점과 유사한 관점에서
다소 맘에 걸리는 점들이 일부 있는데......
첫 번째로는, 어쨌든 그렇게 해서 프로듀서와 협력자(땜빵 각본가)의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된
이 각본의 수정본이 처음의 원안과는 꽤나 달라져 버렸다는 점인데......
원작자의 '절망 VS 소녀' 에서는 이미 이 각본의 원안인 '매치스틱 트웬티' 의 영화판이
TV 에 방영되고 있는 모습이 나왔던 적이 있고,
그건 기본적으로 원안에 준한 모습이 아니었던가......? 하는 점입니다.
...... 라고는 해도 기억에 의존한 얘기이고 확인 작업을 거치진 않았기에,
이 부분은 정확하다고 단언은 할 수 없다고 해 두겠습니다만.
...... 얼마 전에 최종화까지 공개되고 나서 바로 유료 전환해 버렸더라고요(......)
금방 다시 읽고 싶은 것도 아니고 이거 하나 확인하자고
추가로 결제할 필요까진 없다고 판단해서 굳이 확인은 하지 않았습니다, 넵(...)
어쨌든 제 기억이 맞다면 이 부분이 상충된다는 것은 역시
세계관의 연계란 면에 있어서는 꽤나 아쉬운 점이 되겠고요.
애초에 이 단편은 도입부에서부터 '절망 VS 소녀' 에서 나왔던 '매치스틱 트웬티' 영화판을
이미 연상하면서 들어갔기 때문에 발상이 좋은 기획이란 인상을 가지고 출발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 부분이 틀어져 버렸으니...... 아쉬운 구석이라 아니 할 수 없겠습니다.
두 번째로는, 이 에피소드의 결말에서,
원작에선 묘사된 적이 없는,
세계제일 선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습이 실제로 묘사되었다는 점.
('네거티브 스타일' 에서도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자유라는 말이 나오긴 합니다만
거기선 거부했다가 어떤 해코지를 당할지 모르니까 거부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실제 거부 시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는 과연 모르는 일인 것이니까요)
앞선 단편의 '(미래에 가부가 판가름나게 될) 약속' 에 대한
'거짓말 판정의 범주' 의 문제와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충분한 숙고 혹은 협의 끝에 결정된 사안인 것인지 다소 의문이 남습니다.
물론 이건 '거짓말 판정의 범주' 의 문제에 비하자면야 그 중차대성은 조금 덜하고,
마사토끼부터가 원래 그런 것으로 설정한 것일 가능성도 있겠습니다만.
다만 정말로 자유롭게 거부할 수 있는 제안이라면
아무리 준국가급 예산이 지원된다고는 해도
말 한 마디 잘못하는 걸로 쉽사리 목숨이 날아갈 수 있는 조건을
(불가항력적으로 지키지 못하게 될 수 있는 '약속'의 개념을 '거짓말 판정의 범주'에
집어 넣는 것으로서 확정시키고 있는 이 단편집에서 특히나 더욱 그렇죠)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지,
그렇다면 지금까지 등장한 다른 세계제일들은 과연 전원이
자의로 그것을 받아들일 만한 사람들이었다고
독자로서 납득하는 것은 가능할지, 의구심이 좀 남는다 하겠습니다.
...... ...... 아, 그리고...... 이건 여담입니다만......
치토스의 마스코트 치타 캐릭터는 체스터죠. 치토스가 아니라......
과자가 치토스, 캐릭터가 체스터.....
아니, 물론 여기서는 치... 로 시작하는 뭔가를 찾는
세계제일의 예언자에게 장난식으로 제시하는 것이니만큼
반드시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만은 없습니다만......
그러는 것치고는, 세계제일의 보디가드 지망생의 대사나 그 뒤의 묘사를 봐도
왠지 세계제일의 보디가드 지망생 자신(=그리고 작가)부터가
약간 혼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은 기분이 좀 들어서리...... -.-;
세계제일의 Runaway
('일편흑심' 인간실격)
위의 모든 사건들이 일어난다면 자신이 죽을 것이라 예언한 '세계제일의 예언자'.
예언을 저지하여 그녀의 죽음을 막아 보고자
'세계제일의 보디가드 지망생' 은 동으로 서로 달리기 시작하는데...
중구난방으로 튀는 이 단편들을 하나로 묶는 당위성을 부여하며 마무리짓는 이야기.
기획한 측에서는 나름 야심찬 기획이라 생각했을 듯한데,
과연 이로써 충분히 독자를 설득할 수 있는지는 다소 미지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여기에 이르러서 앞선 단편들의 중구난방을 납득했다는 호의적인 감상도 보이는데,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특히 '문과계박사와 이과계안경의 반물질폭탄' 의
농담 같은 세계관까지 포용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듯싶고요.
(지금 ※논외※ 로 두고 있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시키면 또다시 변주됩니다만)
...... ...... 심지어는 여기서도 수수깡으로 만든
수수께끼의 스텔스기가 대활약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orz orz orz...... -_-;;;;
뭐... 그건 차치하기로 하고 이 글 자체는 무난하게 재미있는 편입니다만......
문제가 있다면 '슈타인즈 게이트' 를 알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의 감흥에는
꽤나 차이가 클 듯하다는 점이겠네요.
클라이맥스의 문제해결방식의 기본 원리가
근본적으로 '슈타인즈 게이트' 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관찰자' 의 '주관' 으로 '확정'된 '사상'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그 '이면'을 공략함으로써 '사상' 의 '실체' 를 뒤집음)
그렇다고 딱히 표절이네 뭐네 하는 얘기는 전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해 두겠습니다만,
라이트 노벨이라는 서브컬처적 장르와 한국에서 라이트 노벨을 쓰는 작가라는 위치,
그리고 '슈타인즈 게이트' 라는 타이틀의 위상을 생각할 때,
'슈타인즈 게이트' 에서 힌트를 얻었을 것임은 분명하지 않겠나 싶고,
따라서 '슈타인즈 게이트' 의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는 독자에게 있어서
감흥이 떨어지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얘기죠.
만의 하나 정말로 '슈타인즈 게이트' 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우연의 일치로 겹친 것일 뿐이라고 해도,
해당하는 독자에게 있어서 감흥이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고요.
+ 프롤로그, 에필로그
(작자 미상? 구성상 아마도 세계제일의 Runaway 의 작가일 것임이 분명하리라 사료됩니다만,
일단 정식 크레딧상으로는 표기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세계제일의 Runaway' 에서 한 번 묶은 이야기에,
다시 하나의 프레임을 더 덧씌우면서 종결됩니다.
프롤로그에서 이미 암시되었던 대로,
이 단편들은 모두 어디까지나 '세계제일의 예언자' 가 제시한 키워드만을 가지고
'세계제일의 이야기꾼' 이 창작한 픽션일 뿐이라는 것이죠.
이건 말하자면, '빠져나갈 구멍' 으로서 마련된 장치입니다.
이를 통해 '빠져나갈 구멍' 을 마련해 놓음으로써 각 작가들의 재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둔다는 계산이었던 것이겠죠.
기획 측에서는 아마 최대의 묘수라 생각하고 둔 수였을 듯합니다.
...... ...... 다만 그것만으로 벌여 놓은 판이 정말로 모두 수습 가능한가 하면,
저로서는 별로 그렇게 생각되지도 않는다는 것이 함정...
제게 조율에 실패한 기획이 아닌가 싶은 인상을 남기고 있는 요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자, 핵심은 결국 이 세계관의 시발점이자,
이 단편집의 작가들이 아닌 마사토끼 본인이
이미 만들어 놓은 캐릭터였던 '세계제일의 이야기꾼' 입니다.
세계제일의 이야기꾼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프롤로그 내에서도 세계제일의 예언자 스스로가,
자신이 없었다면 당신(세계제일의 이야기꾼)이
세계제일의 예언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일단 세계제일의 이야기꾼의 이야기는 실제 사실과도 일치할 확률, 적중률이 높습니다.
적어도 독자들은, '매치스틱 트웬티' 를 통해 이미
그의 이야기가 사실에 근접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인상을 강하게 갖고 있죠.
물론 이 단편집에 있어서는 '매치스틱 트웬티' 에 비해서도 판단 재료가 현저하게 부족하고,
단순한 키워드 제시만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정말로 초능력이 아닌 바에야 실제와는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였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할 수 있겠죠.
(역설적으로, 에필로그에서의 예언자는 묘하게
그의 이야기에 수긍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합니다만)
그럼으로써 각 단편들의 재량권은 어느 정도 확보되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문과계박사와 이과계안경의 반물질폭탄' 의 농담 같은 작풍 자체는 이를 통해 퉁치는 것이 가능합니다.
'픽션이니까' 라는 마법의 한마디로 정리해 버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거죠.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니......
뭔가 계속 물고 늘어지려는 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네, 바로 그겁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문 건 놓치지 않겠다!!
...... 룰의 근간을 건드리고 있는,
'약속' 에 대한 '거짓말 판정의 범주' 의 문제입니다.
자, 핵심은 다시, 세계제일의 이야기꾼입니다. 그의 철학입니다.
그가 세계제일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에 있어서의 폴리시는,
취향을 막론하고 세상 그 누구에게나 똑같이 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듣는 사람에 맞춰 듣는 사람 그 자신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들려 준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에 있어서 듣는 사람은 세계제일의 예언자입니다.
만약 이야기꾼이 세계제일의 이야기꾼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도 아직 세이프일 수 있습니다.
'세계제일의 xxx' 가 처한 상황이 어떤 것인지 제3자는 알지 못하는 부분일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여기선 화자까지도 세계제일의 이야기꾼입니다.
세계제일의 이야기꾼은 세계제일의 예언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자신 역시 세계제일의 이야기꾼으로서 세계제일의 룰을 숙지하고 있을 터입니다.
자신의 목숨에 직결되어 있는 부분인데 설마 모르고 있지야 않겠죠.
그렇다는 것은 곧 '문과계박사와 이과계안경의 반물질폭탄' 의 농담 같은 세계관이 모두 픽션이고,
세계제일의 과학자와 세계제일의 실험체라는 직함 외엔 그 인물상도 모두 픽션이며,
그 단편에서 전개된 모든 이야기가 픽션이라 해도,
'세계제일의 룰' 그 자체에 대해서만큼은 픽션일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모든 것이 픽션일지라도 그것만은 논픽션, 진실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이는 곧 위의 해당 챕터에서 적었던 우려들이 그대로 적용되고,
독자 입장에서 이 세계관의 작품군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기획이 제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계제일의 이야기꾼' 이라는 캐릭터에서 기인하는 이러한 일종의 '함정'을 사전에 충분히 파악하고,
이런 식으로 각 작가들을 방목만 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는 좀 더 긴밀하게 조율, 통제했어야 할 필요가 있었단 생각이 든다는 것이고요.
...... ...... 또한...... 각 단편들을 픽션으로 치환하는 프레임을 갖췄다는 것은 곧,
각 단편들을 제외한 프롤로그, 에필로그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란 뜻이기도 한데,
에필로그에서의 세계제일의 예언자의 발언도 저는 좀...... -_-;
게다가 계속 말하지만 지금 이 단편집에선
'약속' 이 '거짓말 판정의 범주' 에 속하는 것으로서 확정을 시켜 버렸단 말이죠.
그건 '문과계 박사와 이과계 안경의 반물질폭탄'뿐 아니라
'세계제일의 Runaway' 에서도 반복해서 확인사살을 하고 있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에필로그에서의 세계제일의 예언자의 발언은...
뭐 그냥 희망사항 같은 거지, 도저히 이뤄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뭐를 어떻게 읽어도 '이게 무슨... 갑자기 자살 선언으로 마무리인 겅미???' 싶더군요(......)
물론 기한을 정하지 않고 '언젠가' 라는 식으로 말하긴 했습니다만,
솔직히 그게 무슨 얼마나 기다린다고 이뤄질 만한 얘기인 것도 아니고......
세계제일의 과학자가 말한 것처럼 문학적으로 앞뒤 맥락을 고려해서 판단하는 성능이라면
그 말을 뱉는 순간에 이미 거짓말로 판정하고 독침이 나왔어야 맞는 게 아닌가 싶은 것도 사실이고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에필로그에서 세계제일의 예언자가
죽지 않았다는 자체가 이미 모순...... 인 것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죠(...)
이걸 죽지 않고 해결하려면 시리즈의 자잘한 전개 같은 걸 다 포기하고,
전인류를 정신개조하는 거대한 스케일의 SF 대서사시로 완결편을 만든다든가 하는 것밖에는 없겠는데... -_-;
... ... 따지다 보면 세계제일 시계의 거짓말 판정 기능이 과연
그런 상식밖의 일까지 상정해서 기다려주는 게 맞는가 하는 것도 또 문제가 될 수 있겠고......
...... 제가 보기엔 저 설정이라면 그냥 거기서 독침 나오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만(...)
하여간 처음에 적었던 대로... 이래저래 여러모로 뭔가 좀 애매한 데가 많은
결과물이라 아니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마무리.
너무 안 좋은 부분으로만 적은 것 같기도 한데......
이게 다 형이 애정이 있어서 패는 거... 타박하는 것입니다, 눼.
한국에서 보기 드문 기획이었기 때문에 나름 적잖은 기대를 했던 것이 사실이고요.
재미있는 기획이었고 충분히 더 성공적으로 만들어질 만한 잠재성이 있었음에도,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는 못한 것 같은 감이 없지 않기에 더욱 아쉬운 것이죠.
어쨌든 한국에 있어서는 시도 자체만으로도 점수를 줄 만한 여지가 있는 기획이었고,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지만 재미진 구석도 분명히 가지고 있는 책입니다.
세계관 연계를 중시하는 입장인 경우라도 대부분의 사람이 만족할 수 있을 만한
타이틀이 최소한 한 편은 확보되어 있으니 (물론 '네거티브 스타일'),
평소 라이트노벨의 애호층이 아니더라도,
마사토끼 작품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 번쯤 손대 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합니다. :)
뭐, 6000원 값 정도는 아마도 하지 않겠습니까?
못 하면 말고...... 제가 책임져 드릴 순 없습니다만(...)
PS:
표지와 속지 브로마이드, 초판 증정 브로마이드, 초판 증정 책갈피에
두루두루 반복 사용된 컬러 일러스트 1점을 제외하고,
기타 내부 일러스트들에 대해선 나름 성심성의껏
열과 성을 다해서 까고 싶은 충동이 적잖게 들끓고 있습니다만......
본문이 생각보다 너무 길어져서 여력이 없네요(...)
여기에 대해선 정중한 마음으로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하겠습니다.
반드시 까고야 말겠어......!!
그에 앞서서 맛보기로 한마디만 하고 가자면......
이 책에서 유일하게 문제가 없는 멀쩡한 일러스트이긴 한데,
이런 재사용률은 좀 그렇지 않나 합니다(...)
이건 마치 DVD를 샀는데 아웃케이스와 킵케이스 표지,
부클릿과 디스크 프린팅까지가 모두 동일한 이미지가 사용된 걸 봤을 때의 바로 그 기분...
이쪽 바닥에선 어느 정도 일상적인 관행일 순 있겠습니다만,
쓸데없이 자원 낭비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이럴 거면 차라리 없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받아 봤자 별 실속은 없는데 버리진 못하겠고 괜히 번거롭기만 하단 말이죠(...)
특히 속지 브로마이드와 초판 증정 브로마이드의 중첩은 완전히 의미불명.
초판 증정 브로마이드가 확연하게 차이날 만큼 크기라도 하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저거 막상 가져다 놓고 실물 비교해 보면 크기 차이도 별로 안 나요...... 뭥미...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