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는 주관적인 리뷰를 표방하며 라이트 노벨 비평가 모임 [정크푸드의 미식가]의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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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일단 이 소설의 작가는 김월희입니다. 일단 이 부분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김월희 작가는 디시 판갤, 루리웹, 네이버, 엔하위키, 개인 블로그 등등에서 역대 최대로 비판받고 있습니다. 아니, 그냥 까이고 있습니다. 비난과 인신공격이 섞인 비판이니까 그냥 까인다는 표현을 쓰겠습니다. 어쨌든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안티팬이 더 많을겁니다. 물론 재밌게 읽은 사람도 있겠죠. 그러니까 계속 소설을 내는 거니까요. 하지만 객관적으로 김월희 작가는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맞고 그것을 부정하긴 힘들군요. 어쨌든, 솔직히 전 김월희 작가에 대해서 별 다른 유감은 없어요. 작가의 인격이 어떤지는 모르고, 어디까지나 글과 작품만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가가 전범 찬양 의혹을 가상의 인물로, 그리고 현실의 인물로 2번이나 받았든, 문학의 천재이자 현대의 부조리극이라고 불리며 조롱당하든, 전 솔직히 말해서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느끼는 김월희 작가는 재미없는 글을 쓰는 작가일 뿐이에요. 자극적이고 컬트적인 소재로 좀 인기를 끌어보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한데 기본적으로 이 작가 글은 재미가 없어요. 이건 러브코미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 취향적 문제니까 넘어간다고 쳐도, 일단 기묘한 한자어를 남발하는 어휘력도 그렇고 전개가 망가지는 스토리 라인이나 개그 감각은 솔직히 말해서 답이 없습니다. 더 짜증나는 건 분량이죠. 세계 제일의 여동생님은 기존의 라이트 노벨보다 글자 크기를 더 크게 해서 텍스트 량을 늘리는 꼼수를 썼고요, 중2병 데이즈는 정직하게 얇습니다. 내용도, 두께도, 무게도, 뭐든지 간에 말이죠. 전 이 작가가 그런 점에서 까여야 한다고 봐요.
일단 김월희의 작품이 까이는 이유는 그 자체의 재미(이건 취향적 요소가 강하니까)보다는, 내용이 흙탕물같이 뒤섞여 있는 것에 있습니다. 세제여의 일상파트나 무거운 분위기가 딱히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평범한 수준? 그런데 극한으로 가벼운 러브코미디와 자위와 고문, 전범찬양이 등장하는 무거움이 섞여버리니 하나는 떨어지고 하나는 솟구쳐서 작품 자체가 갈갈이 찢겨버렸습니다. 순간순간은 좋아도 이어보니 전개가 완전히 개판이예요. 마치 달빠. 나스 키노코 식. 작가 문체가 중2병.
그런 점에서 중2병 데이즈는 꽤 괜찮은 시도였습니다. 무거움과 가벼움이 섞인 것이 문제였으니까 아예 무거운 소재는 개그로 넘겨버리고 가벼운 러브코미디만 남겼죠. 방향성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고 봐야죠. (다른 사람은 당시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에서 소재를 얻었다고 까던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단 내용이 다르기도 하고, 이 작가는 원래 중2병이거든요. 그냥 우연히 소재가 겹쳐서 괜히 더 까였을 뿐인거죠.) 물론 그렇다고 중2병 데이즈가 좋다는 건 아닙니다. 그건 편집부가 글 못 쓰는 작가에게 터치하지 않으면 어떤 재앙이 초래하는지를 처절하게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이번 블랙스틸 어쌔신도 꽤나 괜찮은 시도라고 할 수 있겠죠. 광고만 보고 판단하자면 가벼운 부분은 없고 진지한 부분만 남은 것 같았습니다. 방향성만 본다면 정말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거죠. 그렇다면 블랙스틸 어쌔신은 어떤 내용일지 볼까요.
2. 개괄적인 평가
제 리뷰의 첫 줄에는 항상 주관적인 리뷰를 표방한다고 써져 있습니다. 비평이라고 보기엔 개인적인 감상이 많고, 비판이라고 보기엔 취향이 많이 들어가 있죠. 그런 점에서 저는 일종의 보험을 든 셈이고 제 리뷰도 혹평이 많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 면에서 용납이 될 정도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내 취향엔 별로였다. 라던가, 그래도 나름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있었다. 라던가. 글의 모든 것을 까내리는 호전적인 글쓴이에 비하면 좀 조심스러운 점이 있죠. 뭐 그럼 한 줄로 말하죠.
이 소설은 객관적으로 별로에요.
뭐, 초반이 재미없진 않았어요. 그냥저냥 넘길 수 있는 정도였죠. 그런데 중반부에서 뭔가가 엇나가는 느낌이 들더니 결말부에서 완전히, 정말 끝장나게 망해버렸습니다. 이건 세제여의 재림이에요. 소재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전개나 플롯도 그렇고 세제여 1권을 답습했어요. 끝났어! 망했어요! 완전히 망했어요! 왜 버린 소설에 그렇게 미련을 갖습니까. 원래 장기화 할 계획이었던 것 4권에서 급히 끝냈다는 것 아는데 그렇다고 신작에서 구작 냄새가 이렇게 풀풀 나는 것을 가져오면 어떡합니까. 심지어 세제여는 아마 한국 역사상 가장 많이 까였을 라이트 노벨인데. 그게 소재 때문에 까였다고 생각합니까? 그건 구성이 맛이 가서 까였어요. 전범찬양을 하던 뭘 하던 재밌으면 괜찮다는 게 이 바닥인데 그건 구성이 개판이었던 졸작이었다고요.
음, 하지만 세제여 보다는 나은 것 같기도 하군요. 만약 세제여를 재밌게 읽으셨다면 이것도 그럭저럭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재밌으면, 그건 제 눈이 너무 높은 게 아니라 그 사람 취향이 독특한 겁니다. 진짜 어지간하면 이런 얘기 안 합니다. 소울기어 브레이커를 읽었을 때도 나름대로 가능성을 봤고 그 책은 다음 권을 사려고 해요. 어떤 책을 보든 취향상 넘어갈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말했는데 블랙스틸은 진짜 별로에요. 이렇게 백날 말해도 객관적인 증거를 들고오지 않으면 인정을 안 할테니 어디 하나하나 살펴보죠.
3. 소재와 현실성
-작가의 취향-
세제여에서는 히로인 중 하나가 암살자, 중2병 데이즈는 주인공이 암살자. 그리고 블랙스틸 어쌔신은 악역이 암살자. 뭡니까 이 3관왕. 당신 암살자 얼마나 좋아하는거야. 그것도 평범한 암살자가 아니라 현대식 초인 암살자라는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있어요. 거기에 로리, 일본도, 쌍권총, 롱코트 등등. 어느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겁니까. 매트릭스?
첫째 문제는 그겁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취향이 너무 들어가 있어요. 세제여 2라고 했죠? 아니면 중2병 데이즈 2라고 해도 되겠네요. 소재, 주인공, 악역, 전투법, 등등 과거의 작품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았어요. 자신의 그림자에서 계속 맴돌고 있군요. 뭐 나름대로 변명할 거리는 있을 겁니다. 세제여는 이능력 없는 현대물이었고, 중2병 데이즈는 마법과 과학의 대립이고, 블랙스틸은 현대적 무협물이고 어쩌고 저쩌고. 그런데, 그렇게 변명해도 똑같은 건 똑같은 거에요.
-작품의 정체성-
둘째 문제는, 이걸 문제라고 봐야할지는 모르겠군요. 작가는 어쩌면 칭찬으로 받아들이거나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말이죠. 만약 이 소설을 외국어로 번역해서 외국에 수출한다고 치죠. 그러면 100명 중 1000명이 이렇게 말할겁니다. 이거 일본 작가가 쓴 거지? 라고.
작품 전체에서 일색이 넘치네요. 애들이 쓰는 무기, 심지어 미국인이 쓰는 무기도 일본도고요? 뭐 이건 검 모양은 다 비슷비슷하니까 넘어간다고 쳐도, 글자 위에 작은 글씨를 써서 중의적 의미를 담게 하는 일본식 표기방법이나, 일본식 설정, 일본 문화 등등이 작품 전체에 스며들어가 있어요. 정말 큰 문제입니다! 한국 라이트 노벨이 아직까지도 일본 라이트 노벨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6년이나 했는데! 이 작가는 벌써 8번째 책인데! 아니, 일본 소설에 영향을 좀 받았더라도 보통은 이렇게 안 됩니다. 자기가 한국인이니까. 자기가 한국에서 살아서 한국인하고 얘기를 하니까 보통은 일부러 일본처럼 쓰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한국인처럼 쓰게 된다고요. 근데 이 소설은 100% 일본 소설입니다. 작중에서도 주인공이 중국계라던가, 작중의 무대가 한국이 아니라 극동쪽이라던가. 그런 식으로 묘사됩니다. 왜 일부러 무국적으로 만들었죠? 차라리 그냥 한국이라고 쓰지...... 응?
저기, 아까 전까지 생각을 안 했다가 지금 쓰면서 깨달은 건데, 음.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이거 일본에 수출하려는 겁니까? 어라. 그렇게 생각하면 말이 돼네요. 일부러 한국이라는 묘사를 안 한 것도, 미국인까지 일본 무기를 쓰는 이유도, 합리적인 결론인 것 같은데 막상 쓰니까 무서운데요?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한국인으로써 일본 냄새가 풀풀나는 소설을 일본에 수출한다면 일본인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아직도 춍들은 우리의 속국이라던가 그런 식으로 말할 것 아닙니까! 게다가 이런 소설은 일본에서 넘쳐요. 아니 그보다 못합니다. 적어도 일본인들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설정을 넣어서 괴악하게 보일지언정 개성적인 소설을 쓴다고요. 이건 지레짐작이니까 더 이상 말은 안 하겠지만 솔직히, 좀 그렇군요. 만약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접으세요. 몬스패닉보다 망할 겁니다. 한국 소설은 한국이니까 팔리는 거에요.
-현실성-
그 다음 문제. 현실성과 소재에 대한 물음입니다. 암살자나 탐정이 시속 200km로 달리고 음속보다 빠르게 검을 휘두르는 등의 초인으로 묘사되는 것 가지고 트집잡으려는 것 아닙니다. 애들이 현실에 없는 이능력 쓴다고 왈가왈부 하는 것도 아니에요. 작중의 설정이 확실히 문제가 있으니까 쓰는 거죠.
--칼로 총알베기--
일단 이 소설에서 엄청 가볍게 묘사되는 것 중 하나. 칼로 총알베기. 이건 문제가 없어요. 뭐 칼로 총알을 벨 수도 있는 능력자들이 있을 수도 있죠. 충분한 반사신경과 예리한 칼, 그리고 근력만 있으면 됩니다.
근데 칼로도 베어지는 총을 왜 쓰냐고요.
히로인은 수백억대의 재산을 가지고도 권총을 고집합니다. 분명 수류탄도 던지는 걸 보면 권총 외에 다른 무기를 모르는 것 같지도 않은데도 말이죠. 그, 그냥 소총 쏘면 안 되나요? 화력 장탄수 연사력 모든 점에서 자동권총이 딸리는데요. 쌍권총도 멋있습니다만 중화기도 나름 멋있어요. 이 세계 인간들이 초인이라서 총알도 벨 수 있는 능력자라는 건 알겠는데 그럼 걔네들 상대로 통하지도 않는 총을 쓰기보단 그냥 자기도 검들고 싸우던가 아니면 더 쎈 미니건 같은 것 들고다니면 안 돼나요? 작중에서 묘사되는 바로는 헬기에 다는 발칸포를 들고도 멀쩡히 움직일 것 같은 근력인데. 작중에서 이 총알이 무슨 성스러운 마법적 그런 물건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총입니다. 칼로 총알을 벨 수 있는 인간 상대로 총 쓰지 말고 좀 더 현명한 무기 쓰세요. 탄저균이라던가, 뭐 그런거 있잖아요.
근데 이걸 생각해보죠. 총알을 벤다는 건, 그것도 코 앞에서 그걸 한다는 건 적어도 자신의 칼이 총알보다 2배는 빨라야 합니다. 권총탄이라도 음속은 넘으니까 칼을 휘두를 때마다 소닉붐이 일어나고 마찰열로 옷이 타버리며 공기의 압력으로 뼈와 살이 박살날 테지만, 뭐 이 세계는 소리의 속도가 현실의 지구보다 빠르다고 하죠. 그런데 음속의 압력을 견디면서 움직이는 놈들이 총알이 아파서 피합니까? 작중에서 [암살공주 마리아]는 시속 200km이상으로 달리며 부딪히는 차들을 달리면서 튕겨내 버릴 정도의 근력과 내구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있잖아요. 그런데 총알이 아파서 피한다고요? 이상하잖아요. 그렇다고 총알의 속도가 사실 특수개조된 총알이라서 마하 20은 찍는다고 가정해도, 그 총알을 가볍게 벨 수 있으니 역시 모순됩니다.
게다가 총알을 쏘고 총알을 베어내는 검을 휘두르는 놈들이 검 피할때 장난치면서 농담 주고받고 '훗 나 강하지 훗' 하는 걸 보면 콧웃음이 나옵니다. 애들이 말해서 귀에 들리는 속도보다 검이 움직이는 속도가 빠르니 얘네들이 조잘대는 음성은 16배속으로 재생한 것처럼 들릴 거에요. 그 전에 귀에 닿지도 않겠죠.
어라, 그런데 이 세계는 소리의 속도가 빨랐죠....... 흠. 만약 이걸 염두하고 썼다면 김월희 작가는 정말로 문학의 천재일지도 모르겠군요.
--히로인의 재산과 암살자들의 정보력--
이 세계는 악의 조직이 승리했습니다. 경찰도 악인인 암살자의 편이죠. 그런데 히로인은 수백억대의 재산을 가지고 도시 각 처에 은신처를 만들고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다니고요. 악의 조직은 그것을 묵인하고 있습니다. 이상하지 않아요? 보통은 그냥 재산 압류할 것 같은데? 더 이상한 건 악의 조직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들고있는 전설적 무기인 '흑철'을 딱히 뺏으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얘네들은 흑철이 누구의 손에 들어갔는지도 진작에 눈치채고 있는데 말이죠. 이 언밸런스함. 왜죠? 왜 세계를 지배하는 놈들이 단 한 명이 자신들을 농락하고 있는 것을 봐준단 말입니까.
--뱀파이어 게임--
만약, 한 달에 한 번씩 사람을 물어야 하는 뱀파이어가 있다고 하죠. 그리고 그 사람은 뱀파이어가 된다고 치자고요. 그러면 인류는 2년 안에 절멸합니다. 왜냐면 기하급수적으로 사람이 없어지니까요. 완벽히 같지는 않지만, 이 소설에서는 암살자가 인류를 지배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죽으면 사회가 불안해지니까 출산율이 적어지고 새로운 인간이 태어나지 않게 되어서 결국 농사지을 사람도 없고 사회체제를 유지할 사람도 없어져서 암살자들은 자기네들끼리 죽이거나 아니면 농사하고 우유짜면서 살아야 할 겁니다. 설마 이 암살자들이라는 존재들은 그걸 생각하지 못하고 있나요?
4. 막장스런 전개
-스포일러 주의-
일단 소설의 줄거리를 차근차근 읊어드리겠습니다. 일단 히로인은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 고등학생이고 사실은 수백억대의 재산을 가지고 도시에 부비트랩을 설치하며 벌건 대낮에 총질하고 괴인들을 쓰러트리는 정의의 미소녀입니다. 어, 어라? 이 녀석 어떻게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고 있는 거야! 이 세계와 도시는 악의 조직이 점거했는데! 뭐 넘어가죠. 주인공은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어느 날 소포로 전설의 검 흑철(블랙스틸)이 자신에게 배달되었습니다. 예. 아마 주인공에게 흑철을 보낸 흑막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암시도 있고요. 어쨌든,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흑철을 뺐으려고 온 히로인이 다짜고짜 쏜 총알(!)을 갑자기 거합 발도로 베어내고(!) 그리고 평범하게 학교에 가서요? 갑자기 싸움에 말려들고? 암살공주 마리아와 싸우다가 학교를 날려버리고 도심에서 추격전을 벌이다가 사람을 1만명쯤 죽입니다. 그리고 주인공과 히로인은 슬럼가로 가서 무술 초보인 주인공이 일류 검객이 될 정도로 수행을 하고요. 아마 한 30년쯤 수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기에 의존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달인의 감각이 길러질 정도의 수련을 하니까요. 그러다가 천 명의 암살자들이 쳐들어 오는데? 무기에 의존하지 않는 법을 배운 주인공은 전설의 검 흑철을 들고 썰어버리고? 그리고 40대가 된 주인공과 히로인은 30년만에 바깥 세상으로 나와서 하하호호 웃다가 (오해하지 않길 비는데 30년 정도 수련 안 했습니다. 농담이에요. 한 하루 이틀 수련하고 일류 검객이 되는 걸 까는겁니다)같은 반 동급생들의 소리를 듣고 부끄러워 합니다. 어라, 학교 반파되고 만 명 이상이 죽었는데 아직도 살아있군요. 다행입니다. 그렇게 데이트를 마치고 히로인은 주인공을 쏴버립니다. 왜냐면 암살자들과 탐정의 싸움에 더 이상 주인공을 끼어들고 싶게 하지 않아서요. 그리고 갑자기 갑툭튀한 악역, 잡몹입니다. 마스터 어쌔신도 아니고 그냥 잡몹이예요. 어쨌든 그의 육노예를 자청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검도 잡을 수 없는 폐인이 되어서 온 몸의 힘줄이 끊어지고 피를 줄줄 흘리면서 죽어가는데, 음. 뭐. 갑자기 마스터 어쌔신이 나와서 주인공을 암살자로 만들고? 암살자가 되어서 몸이 나은 주인공은 악역의 기지로 쳐들어가서 똑같이 암살자가 된 히로인을 자신의 능력으로 정화시켜서? 그리고 히로인을 육노예로 삼은 적을 한 두페이지만에 썰어버리고, 이야기는 끝납니다.
일단 끝부분에 히로인이 배신하고 육노예가 되는 반전은 세제여의 도로시와, 세바스찬이였나? 알프레도였나, 그 녀석을 떠올리게 하는군요. 내용이 그냥 판박이네요. 아무 이유없는 육노예. 타락. 그 이후 다시 주인공 편 되기. 당시 세제여에서 소재 빼면 가장 터무니없는 막장 전개라고 까였던 점인데 그것을 그대로 채용했네요. 세제여 2답습니다.
그리고 일단 바로 박살내버릴 학교는 왜 등장시켜서 학원물로 만들었고, 그렇게 잔혹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2권에서 다시 학교를 등장시키면, 그것도 웃길 것 같습니다. 그것 말고도 다짜고짜 주인공을 쏘는 히로인에게 반해서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주인공이나. 갑자기 주인공에게 마음을 열고 연애물로 만드는 히로인이나 보통 감성은 아니고 어쨌건 히로인이 주인공을 배신하고 육노예를 자청하는 장면은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그냥저냥 봤는데 그 이후는 정말 화가 치밀었어요. 세제여에서 그렇게 까이고도 아직도 그 문제를 모르는 건가요. 왜 난데없이 잡몹이 나와서 히로인을 육노예로 만드냐고요.
5. 문장
그래도 글을 잘 쓰면 어떻게든 글이 포장되는 법입니다. 묘사를 박진감넘치게 해서 전투신이 재밌다던가, 글에 흡입력이 있으면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점도 부족해요.
일단 설정에 대한 설명, 특히 이능에 관한 설명과 암살자들의 '어둠'에 관한 설명, 히로인과 주인공 사이의 연애전선에 대한 설명이 어딘가 빠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러 작가들에게 말하는 거지만 작중의 유쾌한 분위기를 패러디로 유지하는 행위는 좀 지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중2병적 내용으로 갈 거면서 중2병을 까는, 일관성 없는 행동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작품이 뭘 말하려는 건지 혼란스럽습니다.
6. 총평
뭐 이래요? 앞서 세제여에서 진지한 부분을 분리했다고 말했는데 그건 짐작이었고요. 현실은 세제여 2가 나왔습니다. 이것은 작가가 자신의 팬픽을 쓰는 것과 같은 행동이에요.
주인공 설마 여동생 있는 거 아니죠? 왠지 나올법도 한데 말이죠. 2권 히로인 정도로, 어쨌든. 그냥 중2병 작가가 중2병 소재로 중2병 글을 쓴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였습니다. 왜 아직도 과거의 것을 답습하는 겁니까. 후기를 보고 나니 화가 치밉니다. 자신의 작품을 비판해줘서 고맙다고요? 멘탈은 좋네요. 사실 그 이전부터 멘탈이 좋은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까였으면 고쳐야죠! 이 글은 철저하게 유치하고! 철저하게 뻔하고! 철저하게 재미없습니다! 홍콩 느와르, 할리웃 영화의 영향을 받았다고요? 아니에요! 김월희 작가는 그냥 세제여를 보고 세제여를 썼을 뿐입니다.
발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유감입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전 김월희 작가의 팬이니까요. 전 세제여 1권을 산 다음 광고가 너무 매력적이라서 2권을 샀고, 중2병 데이즈는 1권이 재미없었는데도 2권을 샀고, 또 신작인 블랙스틸 어쌔신의 광고를 보고 보름동안 두근두근 하면서 발매 당일날 즉시 샀습니다. 이런 팬이 어딨습니까! 광고를 보고 마음이 돌아오는 팬! 재미없어도 다음 권을 사는 팬! 작가 이름만 보고 살 수 있는 팬! 제가 산 책으로 오늘 작가는 순대국밥을 사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권을 사는 것은 지켜봐야 겠군요. 재미없는 글을 쓰는 작가보다 발전이 없는 작가가 더 나쁩니다. 세제여는 광고를 보고 2권을 샀지만, 블랙스틸 어쌔신은 어떤 광고가 나오든 2권을 사지 않을 것 같군요.
발전하지 못하고 과거에 목매인 작가는 글을 못 쓰고 멘탈 나쁜 작가보다 못합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기존의 팬도 지루해서 떠나버리고 말아요. 단순히 새로운 타이틀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새로운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됬으면 좋겠군요. 글 전체가 블랙스틸 어쌔신을 비판하는 내용이 아니라 작가와 전작을 비판하는 내용이 된 것 같습니다만, 전작의 언급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길게 구성과 소재에 대해서 까는 것보다 더 간략하고 짧게 리뷰를 끝내는 방법이 있지요. 한마디로 요약해서
재미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