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감상글은 극성 빠돌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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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감상글은 막장의 컨셉을 지향합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여드립니다.
0.사과.
지금으로부터 2년 전, 그러니까 2010년 12월. 수능을 끝마치고 빈둥거리느라 바쁘던 나는, 그 전부터 소문으로만 들려오던 노블엔진이 본격적으로 창간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이야 무사히 정착했다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노블엔진은 그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레이블이었다. 그 이전에도 무슨 노블이라던가 무슨 문고 등등 기타 이름도 기억 안나는 여러 레이블이 나왔다가 망하고 사고 터져서 망하고 조용히 망하고 아무튼 망하던 시기였으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노블엔진의 행방을 지켜보았다. 이미 두어 달 전부터 예고되었던 노블엔진의 창간은 굉장한 떡밥이었다. 노블엔진은 과연 어떻게 될까? 꽤 오래 전부터 소식이 들려왔던만큼, 사람들이 노블엔진에 걸었던 기대는 컸다. 반면, 이전까지의 레이블처럼 소리 소문 없이 망할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사람들의 상반된 시선 아래, 노블엔진의 창간 소식이 들리고, 첫 PV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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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게 정말 노블엔진의 정식 출범 동영상이다. 12년 전이 아니라, 2년 전의 영상. 뭐랄까... 솔직히 말해... 싼티나는 것 아닌가? 아니, 아니다. 부디 돌을 던지진 말아다오. 따, 딱히 노블엔진을 비하하려는 목적은 아니니까!
하지만 생각해보자. 2010년이다. 시드노벨 레이블이 창간된지 3년은 지났다고. 시드노벨에서 처음으로 동영상 광고가 나온게 2008년이다. 그동안 시드노벨은 꼬찾에 해한가에 유령왕에, 신기방기 화려한 동영상 광고를 보여줬다는거다. 그냥 동영상 광고를 한 것도 아니다. 시드사운드니 뭐니 온갖 아름다운 음향효과에 동영상은 늘 외주업체에 맡기고.... 그동안 우리는 현대 문명의 이기가 떡칠된 광고를 보면서 살아왔다는 뜻이다.
아니, 근데 이게 뭐냐. 2년전이 아니라 12년 전에 나왔을법한 동영상광고는? 설마 파워포인트로 만든건 아니겠지? 부탁이니 누가 아니라고 말해줘. 나는 이 동영상 광고를 보면서 컬쳐쇼크를 느꼈다. 현대 문명의 이기 속에서 살아가다가 과거로 타임슬립한 기분?
아니 뭐... 그래도, 이건 작품이 아니라 회사 광고니까. 작품 광고는 다를 수도 있지. 그래, 까짓거 조금 더 기다려보자. 제대로 된, 뭔가 신선하고 획기적인 무언가를 보여줄거야. 노블엔진, 난 너를 믿어보겠어! 보여줘, 보여줘 노블엔진! 너의 저력을 보여줘!
...노블엔진은 나에게 엿을 줬어, 아주 신선한 빅엿을. 해당 '노벨 배틀러 PV'는 현재 회사 측에서 비공개 동영상으로 돌렸기에 캡쳐해놓은 사진으로 이를 대체한다.
글쎄.... 뭐가 문제였을까. 마침내 사람들 앞에 개봉한 '노블엔진 창간작 애니 PV'는... 음... 그래, 말하자면 총체적 난국이었다. 일단 일러스트 작가님께서 익숙치 않은 작업으로 만든듯한 작화는 그렇다 치고. 아마추어 성우 카페에서 급하게 뽑아온듯한 성우는 차라리 안 넣는게 나았다. 적당히 이어붙인듯한 동영상 편집은 또 뭘까. 난 아직도 해당 동영상 편집이 외주업체의 문제가 아니라 사내 직원이 제작한게 아닐까 하는 의혹에 사로잡혀있다. 이 미덥잖은 결과물을 중간에 검토해보지 않은건지, 아니면 검토를 하고도 잘못된 것을 몰랐던건지, 중간에 제동을 걸지 않은 편집부도 꽤나 문제가 있었다.
이 모든 요소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노벨 배틀러 애니메이션 PV'는... 총체적 난국, 다른 말로는 최악. 수근거리던 사람들은 이윽고 대놓고 노블엔진과 노벨 배틀러를 비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렸다는듯 바로 그 다음날, 시드노벨에서 '스페로 스페라 PV'가 공개되면서 그 소란은 정점에 달했다. 노블엔진측에서는 부랴부랴 수습이라도 하려는듯 노벨 배틀러 본 작품 광고를 올렸지만, 여기에 신경 쓰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기껏해야 일본도 드립으로 어그로가 끌렸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노벨 배틀러를 단순히 PV병크라고 기억했다. 그리고 얼마 못 가 잊혀졌다. 이후 노블엔진의 한국 작품군은 엔이세가 등장할 때까지 극소수의 관심만을 받으며 꽁꽁 묻혀버리고 만다.
이 쯤 되면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 다 아는 얘기를 왜 하고 그래?"
"너 지금 노벨 배틀러 판매량 안 나온거 쉴드 치냐?"
"노벨 배틀러 PV가 없었으면 노벨 배틀러가 잘 팔렸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미안하지만 틀렸다. 내가 말하고 싶은건 그런게 아냐.
다시 테이프를 되감아보자. 이 장면. 노벨 배틀러 PV가 공개되고, 비웃는 사람들이 나오는 장면. 여기, 여기 구석에서 사람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이 꼬맹이를 주목하자. 이게 2년 전의 나다.
2년 전, 분명 당시의 필자는 노벨 배틀러를 비웃었다. 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분명한 잘못이다. 부끄러운 과거다. 나는 PV 광고 하나만으로 노벨 배틀러라는 소설을 1년 2개월동안이나 몰라본 셈이다. 아니, 사실 평생 몰라볼 뻔 했다.
올 해 3월, 난 지인에게 노벨 배틀러 1, 2권을 선물로 받았다. 처음에는 별다른 감흥 없이 책을 집어들었다. 생각보다 재밌었다. 2권을 읽고 나서 3~5권을 주문했다. 이미 완결이 난 작품이라는게 안타까웠다. 곧 책이 도착했다. 한 번에 쭉 다 읽었다. 5권을 덮고 나니 머리가 멍했다. 며칠이 지나고서야 깨달았다. 노벨 배틀러는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 있어 최고의 라이트노벨이었다.
만약 지인에게 노벨 배틀러를 받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노벨 배틀러를 읽지 못했다면? 내가 보르자라는 작가를 찬양하고 다니는 일도, 노벨 배틀러를 추천하고 다닐 일도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다른 경로로 읽어봤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분명 오랜 시간이 걸렸을테고, 그동안 나는 계속 노벨 배틀러에 관심도 없이 살아갔을 것이다.
이제부터 나는 보르자 작가의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약칭 그짓말에 대한 감상글을 써야한다. 그 전에 미리 말하고 싶었다. 말로는 언제나 잘난 것이나 된다는듯 빠돌이라고, 노벨 배틀러가 최고라고, 보르자 작가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난 결국 이전까지 보르자를 몰라왔던, 외면해왔던, 비웃어왔던 일개 독자에 불과하다.
이 감상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노벨 배틀러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읽어온 팬들도 있을 것이다. 그 이전부터 인터넷 연재작을 읽어온 추종자들도 있을 것이다. 비록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해도, 보르자의 글을 꾸준히 읽고 지지해온 소수의 매니아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미리 잘못을 고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 당신들 앞에서 팬이라 자처해서 미안하다.
자, 그럼 감상을 시작하자.
1.작가의 특징.
작가가 전작 노벨 배틀러에서, 혹은 그 이전의 인터넷 연재본에서부터 보여준 특징들이 무엇이냐, 해당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 일단 이것부터 가보자.
먼저 유머. 코믹, 위트, 개그, 드립, 뭐라고 불러도 좋다. 보르자는 사람을 웃길 수 있는 작가다. 대화에서, 상황에서, 행동에서 독자의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다. 멍청하게 속아넘어간 주인공이 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쓴웃음이 나오고, 엑스트라들이 펼치는 만담에 낄낄 웃음을 흘리고, 등장인물이 보여주는 얼빠진 행동에 폭소가 터져나온다. 보르자는 유쾌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 유쾌함이라는 것은 보통 러브코미디에서 추구하는 그것과는 거리가 있다. 보르자가 그려내는 세계는 무척이나 현실적이다. 우리네 현실이 즐겁고 유쾌할 수만은 없듯, 보르자의 글 또한 유쾌함 한편으로는 어두운 음영을 보여준다. 아니, 오히려 평소 우리가 외면하는 현실을 더 없이 명확히 포착하는 일면을 지니고 있다. 그짓말 또한 마찬가지다.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온갖 비리와 병폐, 부정행위와 권력의 횡포, 이를 못본척 눈 돌리는 사람들. 정의를 신봉하던 주인공은 패배자로 몰리고 사회에서 낙오되고 만다. 그짓말에는 이러한 현실적인 모습이 과장되게 표현된다.
보르자의 이야기는 이 그늘 아래서부터 시작된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주인공은 이 어두운 심연과 마주하게 된다. 때로 이 심연은 과거 주인공이 만든 것일수도, 지금까지 주인공이 외면해온 것일 수도, 아니면 아예 주인공을 이미 굴복시켰던 종류일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다른 등장인물의 조력을 통해 성장을 거친다. 절정에 이른 주인공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그에 맞춰 행동함으로써 현실을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적어도 그 가능성이라도.
내가 생각하는 보르자의 글은 대략 이러한 특징을 가진다. 유쾌하지만, 현실적이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때로는 유쾌함을 아예 제외할 때도 있고, 극복 가능성 따위 저 깊은 곳에 파묻어버려 보이지도 않을 때도 있지만, 일단 보르자라는 작가는 대략 이런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1.5 독자의 걱정.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보르자는 그 나름대로 개성이 확실한 작가다. 색이 뚜렷하다는 것은 완성된 작가라는 뜻, 일정한 퀄리티의 글을 확실히 써낼 수 있다는 의미를 지녔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해당 작가가 발전하기 힘들다는 뜻 또한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일종의 한계로서 언젠가 작가의 발목을 붙잡는 경우가 많다.
노벨 배틀러를 읽은 후, 보르자가 인터넷에 연재했던 작품들을 찾아보던 나는 곧 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어 2009년에 연재되었던 '그녀를 지켜라!', 이는 2011년에 발매된 '노벨배틀러'와 비교해 작가의 필력이나 완성도 면에서 약간 차이를 보일 뿐, 맛 자체는 비슷했다. 여기에 더해 나의 경각심을 깨운 것은 '그녀를 지켜라!'의 작가 후기. 여기에서 보르자는 자기 자신을 '발전 없는, 거기에 더해 발전하려는 맘도 없는 작가'라고 칭한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이보시오, 이보시오! 보르자 양반, 그게 무슨 소리요! 농담이라도 그런 말을 하시면 ㅠㅜ;
그렇기 때문에 나는 보르자의 신작, 그짓말이 나온다는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단 광고는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뜯어보면 모를 일! 만약 본 작품이 노벨 배틀러에 비해 부족하거나, 발전의 양상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 때는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라도 비판의 단매를 가해야하는 법! ...뭐, 솔직히 그럴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지만.
아무튼 나는 그짓말 특별한정판을 주문했고, 책이 도착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마침내 책이 도착했다. 책 상자를 열자마자 눈부신 그짓말의 광채 때문에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천하진미를 아무 준비 없이 바로 먹을 수는 없는 법. 나는 우선 함께 주문한 러브코미디를 하나 하나 먼저 읽어나갔다. 그래, 알고 있다. 이 타는듯한 허기와 갈증은 러브코미디 따위로 풀 수 있는게 아냐. 그렇지만 지금은 뜸을 들인다. 질 높은 쾌락, 최상의 즐거움을 위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그짓말을 읽었다는 감상글이 인터넷 여기 저기 올라오기 시작했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읽진 않았지만, 계속 눈에 띄는 그 제목을 볼 때마다 내 손은 부들부들 떨려왔고, 어느샌가 나는 그짓말의 커버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이 연약한 살갗을 찢어버리고, 그짓말을 낱낱히 읽고 싶은 욕구가 밀려왔지만 나는 이를 꽉 깨물고 추악한 탐욕을 억눌렀다. 아직은 아냐, 아직은...!
그리고 마침내 때가 왔다. 나는 우선 목욕탕에 들어가 온몸을 정결히 씻었다. 더러운 때와 함께 혼잡한 마음을 떠내려보내고 깨끗한 의복으로 갈아입었다. 천지신명을 향해 잠시 묵념, 침대 위에 모셔놓은 그짓말을 향해 작가를 대하는 태도로 공손히 절을 올렸다. 드디어 래핑을 뜯는 순간. 보통 라이트노벨은 비닐이 귀찮게 안벗겨지는 경우가 많지만, 달력이 붙어있는 그짓말은 그 틈 사이로 순순히 커버를 드러내는 것을 허락했다. 끝내 나는 야수같은 손길로 표지를 펼쳐들고...!
다음순간, 나는 그짓말을 의심 했단 사실이 거짓말처럼 그짓말에 빠져들었다.
2.작가의 발전.
글쎄, 일단 나 스스로는 만족했다고 하지만, 과연 해당 작품이 이전 작에 비해서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 살짝 의심스럽긴 하다. 이걸 과연 발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다른 사람도 여기에 동의해줄지.
일단 확실하게 발전했다! 고 말할 수 있는 점은 작가의 기교. 노벨 배틀러에서 보여줬던 기교는 그짓말에서 더욱 완성도 높게 재현된다. 플롯 짜는 테크닉 하며 연막을 치는 철면피, 뒤통수 때리는 반전 등, 이 방면에서는 이미 한국 라노벨 중에는 월등한 수준이다. 그 이상의 기교를 기복 없이 보여줄 수 있는 한국 작가는 오트슨 정도일까. (물론 이 순위에는 내 주관이 많이 개입되어있다만, 적어도 오트슨이 기교 면에서 평균적인 작가에 비해 우월하다는 것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
그러나 기교나 필력 따위 고리타분한 소리는 아무래도 됐다. 정작 내가 진정 말하고 싶은 것은 이거다. 보르자 작가는 라이트노벨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과거 노벨 배틀러 때의 사람들의 평가를 떠올려보자. '모에요소가 없다', '라이트노벨보다는 순문학에 가까운듯', '시드노벨에 냈으면 떨어졌다'... 뭔가 대충 공통점이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 노벨 배틀러는 요즘 라노벨에 비해 어울리지 않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일부러 그렇게 쓴걸까, 아니면 작가의 역량이 부족했던걸까. 개인적으로는 두 이유가 혼재된 현상이라 생각하지만, 아무튼 노벨 배틀러는 주요 독자층에 거리가 먼 글이었음을 부정할 순 없다.
그렇기에 나는 해당 작품에서 나타난 작가의 변화를 긍정적인 발전이라 평가한다. 그렇다. 보르자는 이제 라이트노벨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캐릭터의 조형이나 작품의 컨셉, 배경 설정 등을 살펴보면 이곳 저곳 작가가 조금 더 '독자층에 맞춰서' '라이트노벨스럽게'쓰려고 한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뭐, 그렇다고 눈에 띄는 모에요소라던가, 색다른 변화를 집어넣었다는 뜻은 아니다. 여전히 작가는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묘사를 꺼리고 있다. 등장인물에 대해 행동이나 성격 위주로 관찰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편집부에서 수를 쓴건지 일러스트 작가가 분투한건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여성캐릭터 각각에게 특이한 머리카락 색을 집어넣어 이미지를 확실히 하는 강수를 두긴 했지만, 이는 결국 미봉책일 뿐 작가의 약점은 미결숙제로 남아있다.
그렇다해도 나는 보르자가 그짓말에서 '보다 라이트노벨다운 소설'을 보여줬다는 사실에 만족한다. 지나치게 청춘소설스러웠던 노벨 배틀러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다. 여기에 더해 전작에서 보여줬던 작가의 색과 완성도 자체는 그 이상으로 발전시켰다는 점 또한 훌륭하다.
3.비판 투정
평소 나는 웬만하면 감상글을 쓸 때 해당 작품의 단점을 제대로 지적을 안하는 버릇이 있다. 첫 째로 괜한 어그로를 끌어 분란에 휩싸일 것을 두려워함이고, 둘 째로 뭔가를 까는 것은 어차피 사람들이 제대로 알아먹질 못한다는 것이다. 백날 단점을 지적해봐야 작가들은 그 단점을 고치기는 커녕 그 단점에 신경쓰느라 자신의 장점마저 제대로 살리질 못한다. 다른 독자들은 단점을 까는 것에 즐거워하지만, 그것은 결국 무언가를 까내려간다는 쾌감에 불과할 뿐. 감상가가 정확히 까는것인지 대충 까는것인지 구분조차 하지 못한다. 이러한 비관적인 생각 때문에 나는 작품의 단점을 슬쩍 지적만 하거나, 대충 넘어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는 그렇게 흐지부지 넘겨버릴 수 없다. 보르자의 글은 그만큼 나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세 번째 주제를 비판으로 정하고 할 수 있는한 해당 작품을 까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막상 글을 쓰는동안 나는 이 작품을 까는 것에 있어 세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 째는 내가 빠돌이라는 것이고, 둘 째는 내가 이 작품을 너무 재밌게 읽었으며, 셋 째로 나는 무언가를 심하게 까본 경험이 얼마 없다는 점이다. 이럴줄 알았으면 가끔은 억지로라도 까보기를 해볼걸!
고민 끝에 나는 해당 항목의 주제를 바꾸고 다른 방향으로 비판을 전개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해당 작품에 대해 가장 불만스러운 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해결책을 출판사와 작가에게 투정부리는 것이다. 내 불만사항은 이렇다.
"이 책은 왜 단권인가요?"
...아, 그래. 내가 빠돌이라서 미안하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이게 맞다. 아니, 도대체 왜 단권요? 안장편요? 난 당연히 장편일 줄 알았는데 단편이래. 아니, 왜 단권요? 안장편요? 지금부터 나는 이 소설이 장편이 되어야 할 괴변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보겠다. 모두 여기에 주목해주시길!
첫 째, 캐릭터. 많은 사람들이 그짓말의 단점으로 지적하는 요인 중 한 가지다. 어떤 이들은 그짓말의 캐릭터가 개성이 부족하단 평을 내리고, 또 어떤 이들은 개성은 충분하나 이를 제대로 발휘할 시간이 없다고도 말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가장 정답에 근접한 것은 '서사에 비중이 쏠려있기에 캐릭터에 관심이 덜 간다'는 평이라 생각한다. 그렇다. 캐릭터들은 아직 자신들의 매력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 아니, 영희 뺴고. 영희야 작중 내내 날아다녔으니까 아쉬울것도 없겠지. 하지만 나머지는? 나머지 다섯 명은 아직 한참 부족한 느낌 아닌가?
둘 째, 떡밥. 이야기를 완벽하게 끝냈는데, 떡밥이 어디 남아있냐고? 있다. 일단 일진 선배나 마더 같은 등장인물들에게 이를 갈고 있을 악당들. 여기에 아직 그 근간조차 흔들리지 않고 멀쩡히 남아있는 부폐권력층. 이들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서야 이야기가 완전히 끝났다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명백히 다음 시리즈를 이어나갈 수 있는 떡밥이다.
여기에 더해, 어찌보면 이런것보다 중요하다 말할 수 있는 떡밥이 남아있다. 바셀린, 바셀린이야말로 내가 해당 작품이 시리즈라 생각하게 만든 중요한 요인이었다. 주요 등장인물 여섯 명 중 다섯 명은 모두 나름대로의 과거와 인과관계가 밝혀진 편이다. 그러나 바셀린의 경우에는 작 중 최고의 미스테리라 할만큼 밝혀진게 없다. 이 때문에 어떤 이는 바셀린이야말로 이 작품 최고의 구멍이라는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바셀린은 구멍이 아니다. 떡밥일 뿐이다. 작가가 다음 권을 위해 만들어놓은 설정 떡밥...! 이 훌륭한 떡밥을 물지 않으면 작가가 서운하잖아!
셋 째, 스토리. 어떤 이들은 '스토리가 너무 깔끔하고 완벽하게 끝났기에 후속권을 이어가기가 힘들지 않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래, 솔직히 말해 이야기 한 편이 너무 완결성이 뛰어나긴 하다. 솔직히 내가 작가였어도 아마 다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접어두시라. 다행스럽게도, 작가는 내가 아니다! ...미안, 농담이었다.
난 보르자 작가를 믿는다. 그렇기에 그가 마음만 먹으면 다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것도 믿는다. 그는 분명 나같은 평범한 독자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이야기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주제를 '투정'으로 정했다. 작가님, 작가님. 다음 시리즈를 주세요 ㅠㅜ 그렇지 않으면 구워먹으리...???
판갤에 올라온 패러디 만화, '보르자 신작을 사러가자!' 한국 라이트노벨, 일명 김치노벨에 대한 애정과 노블엔진의 마니악함에 대한 옹호를 엿볼 수 있다. 이 이후의 전개는 시드노벨의 엔하위키 수정에 대한 풍자로 등장인물들은 시드노벨에 대해 분노하는 모습을 보인다.
4.사족.
지금으로부터 일주일 전, 12월 8일 토요일 오후 네 시 경. 디씨 인사이드 판타지 갤러디에 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은 엔하위키의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항목이 파피루스 / 시드노벨 ip에 의해 수정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수정된 내용을 요약하자면, 그짓말이 '판매량이 나오지 않는 실패작'이라는 것이었다.
이후 두 시간이 지난 오후 여섯 시 경. 때마침 판갤에서 그짓말에 대한 평을 검색하던 나는 해당 게시글을 읽게 되었다. 물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어떤 녀석이 그짓말 항목을 부정적으로 고쳐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시드노벨 본사 ip였을 줄이야. 화가 났다. 슬프기도 했다. 시드노벨의 이름모를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업계 관계자가 그짓말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내린 셈이니까. 그래, 나도 속으론 알고 있었다. 그짓말의 판매량은 이미 다른 소설에 비해 뒤쳐지고 있었다는 것. 이를 만회할 만한 사건은 아마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것.
그러나 머릿속 한편으로는 악마의 두뇌가 번뜩였다. 왜, 그런거 있잖아. 명탐정 코난 보면 범인이 번뜩! 하고 한순간에 살인사건 계획 꾸미는거. 내 정신 어딘가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오는거다.
"차라리 이걸 이슈화하면 조금이라도 판매량이 올라가지 않을까."
솔직히 이것도 안될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미 책 광고 다 끝나고 발매 시작했는데 이런 이슈가 터진다고 판매량이 올라갈리도 없고. 기껏해야 판갤러들 중에 안 사본 인간들 몇이 사보겠지. 이런 논리적인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일단 가슴 속에 차오른 울분을 풀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즉, 사방에 대고 이 사건에 대해 떠들기 시작한거다.
사실 내가 떠들지 않았어도 누군가는 떠들었을 것이다. 내가 조용히 있었어도 이 사건이 이슈화 되는 것은 바뀌지 않았으리란 뜻이다. 그러나 당시까지만 해도, 아니 사실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빠돌이라는 것에 대해 묘한 병부심이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앞장서서 이 사건에 대해 떠들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퍼트리고, 관련 게시판에 올리고, 판갤에 들락날락하고...
그러다가 뒤늦게서야 한 문장이 발견되었다. 해당 ip가 작가 보르자 항목을 고쳐놓은 문장으로, 사건을 한순간에 급가열시켰다고 기억한다. '성공하지 못한다면 아예 망하는 쪽이 인지도는 올라간다.' 난 이 문장을 보고 급격한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폭력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글쎄다... 과연 내가 이 문장 때문에 화를 낼 자격이 되는걸까? 이 사건으로 소설의 인지도를 조금이나마 올려보려고, 해당 사건을 크게 부풀린 내가?
해당 사건이 벌어진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처음 예상했던 그대로,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해당 사건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자면 판갤 - 시드노벨 - 노블엔진 세 사이트의 유저들이 한순간이나마 활발한 교류(?)를 갖게 되었다는 정도일까. 보르자의 그짓말이 거짓말처럼 팔려나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일개 독자일 뿐인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기껏해야 감상글을 쓰는 정도일까.
감상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나는, 우선 보르자의 팬들에 대해 사과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건에 간접적으로나마 관련된 사람으로서, 또한 불순한 의도로 사건에 접근했던 사람으로서, 어찌보면 나는 해당 항목을 수정했다는 시드노벨 직원만큼이나 나쁜 놈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보르자 작가 본인이나 그의 진정한 팬들 앞에서 잘못을 빌고 싶다. 당신들 앞에서 팬을 자처해서 미안하다. 자기 혼자 팬인양 호들갑을 피운 것도 미안하다. 애초에 내가 엔하위키에 항목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일지도 모른다. 엔하위키에 항목을 만든 것도 어떻게든 인지도를 끌어올려보려는 수작 또한 섞여있었다. 정말로, 정말로 미안하다.
5.결론.
그래, 사실 나도 알고 있다. 해당 작품이 단권인 것은 캐릭터나 스토리 따위 내부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 그짓말이 장편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판매량이다. 작가가 최대한 독자들에 맞춰 라이트노벨처럼 쓰려 노력했다지만, 해당 작품은 결국 주 독자층과는 동떨어진 작품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보르자 작가라도, 관대한 노블엔진 편집부라도 2권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작가 스스로 늘 작품 속에 표현하지 않았던가, 현실은 냉혹하다고.
그래도 난 작가 보르자를 믿고 싶다. 노블엔진 편집부를 믿고 싶다. 독자들을 믿고 싶다.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권 나올 수 있다고. 시리즈로 발간할 수 있다고. 이 라이트노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절대로 성공하는 것만이 라이트노벨의 전부가 아니라고. 차라리 망하는게 낫다는 발언이 망언일 뿐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다.
뭐, 희망사항일 뿐이지만.
해당 감상글을 쓰기 위해 참고한 리뷰 목록
http://standaloner.egloos.com/5710724 가장 많이 참고한 감상글입니다. 스탠드얼로너님 존경해요 //ㅅ//
http://bookofsand.egloos.com/5700259
http://yalleh.egloos.com/2064060
http://blog.naver.com/letshot/80175080458
http://blog.naver.com/powerkk1/120175118943
http://www.typemoon.net/bbs/board.php?bo_table=review&wr_id=170679
http://gall.dcinside.com/list.php?id=fantasy&no=2423260
http://gall.dcinside.com/list.php?id=fantasy&no=2411181
http://novelengine.com/index.php?mid=feel&document_srl=75142
시드노벨 엔하위키 수정사건의 정보 요약링크.
http://www.rigvedawiki.net/r1/wiki.php/%EC%8B%9C%EB%93%9C%EB%85%B8%EB%B2%A8%20%EC%97%94%ED%95%98%EC%9C%84%ED%82%A4%20%EC%88%98%EC%A0%95%EC%82%AC%EA%B1%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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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노벨
http://www.seednovel.com/pb/view.php?code=lightnovel&didx=431125&page=1
이글루스
http://hanljarock.egloos.com/8053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