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살 생각은 거의 없었습니다. 원래 집이 좁아서 라이트노벨 사기도 꺼려지고. 주제는 더더욱이나 저와 하등 안맞는 내용으로 느껴졌습니다. 전 원래 학교 배경이나 애정물은 살짝 기피하고 살아와서요.
아 딱히 깔 생각은 없습니다. 그 주제의식도 1권에서 이미 종결지은 지라 2권부터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러브 코미디더군요.
전 고등학교를 인생에서 제일 재밌는 추억으로 간직한 사람이지만 절대 그때로 돌아가고 싶진 않은 사람입니다. 군대는 다시가라면 가겠어요.
이미 어릴때부터 만화 같은거에 푹 빠져 지냈고 학창시절도 TRPG와 야한거 좋아하는 오타쿠였습니다. 그런데 딱히 숨덕이니 뭐니 하는거에 의미를 왜두나 싶습니다.
저는 노블엔진 자게에 쓴적이 있지만 어머니가 그런 부류에 온정적인 분이셔서 축복받아 그렇게 생각 하는 모양이고 제 가장 친구 조차도 '난 네 어머니가 부럽다. 보통은 그런거 이해 못하신다.' 하는 반응이었으니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어떤 수준의 오타쿠인지는 차치하고 환경덕에, 또 제가 자초했지만(취미 때문은 아니고 생활태도 입니다) 왕따였던 경험도 있다보니 남들이 어떻게 보건 거의 무시하거나 제가 조롱하는 쪽이어서 더더욱이나 숨덕이라는 소재에 '애들이 자라면서 배우는게 눈치밖에 없나?' 하는 조소가 먼저 나오더군요.
차라리 화려한 자폭쇼를 펼친거나 다름없는 은예린은 무지한데다 교정이 필요한 인간은 맞지만 차라리 숨기는건 없어서 그점은 좋다고 생각했는데(이마저도 자기 지위 비슷한게 있어서 가능한 것으로 볼 수도 있어서 마냥 좋은것도 아니고요), 맙소사 2권에서 보여준 모습이 참...
다행히 그런 조소와 조롱이 나올 부분은 강인진이 서연지와 숨덕부를 만들며 1권이 끝남과 동시에 사라졌으니 러브 코미디 소설로서 숨덕부이야기를 하지요.
그렇게 보면 이 소설은 캐릭터 소설이 되는 것이고 캐릭터를 하나하나 돌아보는 리뷰를 할까 합니다. 당연히 제 다분한 주관입니다. 4권 관련 언급도 있으니 유의해 주세요.
강인진 : 주인공. 딴지거는 역에 충실한 주인공입니다. 자기가 활약할 부분을 중요한 곳마다 꼭 생략하는 안좋은 버릇이 보이던데 분량 조절 실패라고 비판당할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굉장히 개인주의적인 인물이 아닌가 하는 점. 둔감이라고 하기보단 개인주의와 자기 관리에만 힘쓰다보니 타인의 행동이 마음에 와 닿질 못하는 것 같습니다. 딴지걸 행동만 가득 보이지요. 애초에 그 들어가기도 버티기도 어려운 학교에서 이중 취미를 갖고 생활하는 자세에서 이미 꽤나 자기 치장에 목숨건 사람이니까요.
아 미소년집사나 메이드에 대한건 매우 정상적인 반응 맞다고 봅니다. 이건 그 두명 파트에서 다시 말하기로 하고, 사실 개인적인 레벨에서 딴지 걸고 싶은건 이 친구가 진짜 오타쿠 맞냐는 점입니다. 야겜하고 좀 비싼 휴대용 게임기를 즐기면 다 오타쿠인가? 하는 의문요. 차라리 건담으로 예를 들면 1년전쟁 설정놀음으로 서연지나 은예린과 대판 붙는 종류의 묘사라도 있으면 이친구가 오타쿠라고 몰입(?)이 됬을 텐데 아쉽습니다.
'MSV따윈 인정 못해! 순수하게 애니메이션 건담을 즐길 수 없다구!' , '무슨소리에요? MSV는 건담의 꽃이라구요!' '바보야, SD가챠퐁 무시하지마!' 같은? 서로 분야가 다른 오타쿠다 보니 모이면 싸우는(...)주제가 그런쪽이 아닌게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더군요.
일단 좀 문제의 소지가 있는 야겜이나 야동. 저 고등학생때, 아니 중학생때도 그런건 매우매우 흔했어요. 심지어 전혀 안할 것같은 친구가 '그건 직접 해석하는게 플레이 하는 사람 예의지.' 하는 말을 듣고 감격한 적도 있습니다. 와레즈니 당나귀니 뭐니 굳이 언급안해도...
물론 중학교때 크게 데인 경험이 있다는 설정은 있고, 그거 때문에 지레 겁먹고 (제 관점에서는) 그냥 가벼운 정도의 서브컬쳐 좋아하는 자기모습조차도 안좋은 기억이 떠올라서 치장해 감추는데 힘쓰는 거라면 이해는 해줄 수 있습니다. 아 한가지 좋은면은 '어차피 너희들은 이 심오한 세계를 이해못해'식의 우월주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지는 않더군요.
차라리 딴지거느라 고생하는거 빼면 무지 평범해 보입니다. 괜히 휘말려서 고생만 잔뜩하다 성적 떨어져서 더 고생하구. 대기업 총수랑 독대하는 심장에 안좋은 경험마저 했으니. 아들이었으면 (끝끝내 다 캐묻고 나서) 꼭 안아줬을 듯.
서연지 : 사실상 강인진의 천적이자 글쓰는 제 천적(?). 식혜와 임신물을 무지 좋아하는 모양인데... 보는 내내 끓어오르면서 나중에 하나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더군요.
'유루유리'라는 만화에 나오는 '토시노 쿄코'. 실상 민폐도는 박치기만 빼면 쿄코쪽이 월등한 것 같습니다. 이 중학생은 아예 다도부실 무단 점거까지 저질렀죠.
생각없이 냅다 일저지르는건 같은데 왜 저 두명을 보는 느낌이 다른가 싶을정도로(사실 유루유리에서 제일 싫어하는 캐릭터긴 합니다). 사실 두작품다 민폐소녀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려고 하는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그 역할면에서 보자면 충실한 역할을 수행했고, 서연지는 1권에서 그 역할을 모두 소진했다고 생각합니다. 러브(?) 파트는 이미 1권 중반에서 서연지 옷차림에 신경 비슷한 것도 안쓰는 인진이 모습에서 끝이 보이더군요.
사실상 서연지가 더이상 무얼 하는건 각권 초반 파트의 인진이 괴롭히기(...)와 중간중간 박치기로 복근 단련해주는데에서 끝난것 같습니다. 그이상 나가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진도를 나가려 해도 인진이나 서연지나 자기태도가 고쳐질 기미가 없는걸요.
이미 캐릭터가 잡혀있는데 저기서 뭔가 애정, 아니 우정이라도 향상하려면 둘중하나가 태도를 극적으로 변이 시켜야 하니까요. 변화도 아닌 변이. 기껏 4권까지 진행한 마당에 그런 극적인 시도는 상당히 좋지 않을 것같습니다.
4권에서는 비중을 주려고 무려 110여페이지나 할애했음에도 서연지를 돌려보낸 인진이의 반응은 그야말로 깔끔하더군요. 인진에게 관심있나보다 하는 연지 동생 대사를 듣고도 어 그러냐 식의 반응이니 여기서 뭔가 향상될 것은 없다고 봐야합니다. 자기의 남은 휴식시간을 더 챙기는 남자애랑 연애? 적어도 서연지에겐 더이상 기회는 없다고 봅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활약하려 한다면 위에서 말했듯 자기 태도를 극적으로 변이 시켜서라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확실하고 깔끔하게 차이는 것. 아마 진히로인은 못되어도 독자분들에게는 동정표몰이 할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이 처자에게 기대할 것은 이거뿐이네요. 진짜 4권 끝마냥 하렘 엔딩같은 인진이 식칼맞고 죽을 전개가 아니라면.
그리고 사족좀 붙여서, 이런 저돌맹진형이면 우유좀먹고 키 키워서 군에 입대하길 추천. 부하에게는 무지 미움받고 위에는 이쁨 받는 여군이 될 상이 보입니다.
은예린 : 첫인상은 '결국엔 잘 대줄 것 같은 애' 2권~ 3권읽고나서는 '잘 대줄 애' 4권읽고 나니 '잘 대주는 애' 어, 여성비하적인 의도라기보다 이미 캐릭터가 그래보여서 이렇게 밖엔 말 못하겠네요. 일단 이 캐릭터 때문에 제가 숨덕부를 산 것이니 너무 미워하거나 비난하진 않겠어요.
위에 잠깐 언급했지만 얘는 자기 취미를 굳이 숨기려 하진 않아서 차라리 서연지보다야 가식없어서 솔직하구나 싶었건만 알고보니 이건 자기를 이중인격으로 만든 고난도 마인드 컨트롤에 중학교때는 남의 인생에도 악영향을 끼친 민폐녀.
서연지는 오히려 비참한 일코에 시달리니 사람일 알다가도 모릅니다?
2권까지 보고난 감상은 그 반 여자애들뿐 아니라 자기 때문에 중학교때 전학간 모든 아이들에게 일일히 사죄해도 모자를 것 같습니다. 그럴 능력은 있어보이니 당연히 해야지요.
맨 위에 엄한 소릴 적은건 그 햄스터 모드에 데이트에 결국은 회장님 독대로 청혼아닌 청혼까지 겹치는 것을 보고 나온 결론입니다. 가발모드에서도 나중엔 대놓고 호의를 보여주니 서연지보다는 이쪽이 가망은 있어 보입니다. 메이드와 집사가 좀 걸리겠지만. 거기에 회장님까지.
4권에서는 뭐, 크림장난 치고 속옷바람으로 손님 맞이 하는데 다른 의견이 필요한가 싶기도 하구요. 되려 이쪽에 제대로 분량이 안들어가서 화났습니다. 제대로 포옹이라도 한번 해주지...
이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고, 아버지 캐릭터에 대해 살짝할 말이 있는데, 작가분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를 꼭 사서 읽으시길 바랍니다. 1권만 보시면 됩니다. 도서관은 대출이 잦은 물건이라 기다리는데 오래 걸리거든요. 누가 이리뷰 읽으시는 분중에 작가분이랑 연락이 되는 분은 꼭 좀 말씀해 주세요.
원판이 뻔히 보이는 그룹의 회장님 캐릭터인데, 회장이 야근이라는 대사를 보고 뒤집어질 뻔 했습니다. 대기업 회장이 야근을 하는 상황은 대체 무슨 난리인지 짐작도 안가더군요. 거기에 무언가 '직접' 집에 돌아와서 찾는 묘사까지. 그책에 상류층의 신기하다가도 부조리한 삶을 많이 까발리니 꼭 읽으시길.
설수경 : 메이드. 원래 이런 캐릭터는 능력자 배틀물에서나 보조출연자로 등장해야하는데 자리를 잘못 찾아온 듯 합니다. 작가편의주의적인 면이 너무 심하고 작위적이라 빨리 넘기며 읽을 지경. 월희의 히스이는 다루기엔 너무 장르가 제한적인 캐릭터입니다.
설유진 : 메이드 동생 집사. 에, 제 이야기를 조금 더 할게요. 전 같은 남성에게 애정(물론 성적인 것도 포함해서)관계를 요구해 본적도 있고 받아본 적도 있습니다.
그뒤 인간관계가 끔찍하게 망쳐졌냐면 전혀 아닙니다. 제가 그 과정에서 실수한 것은 꽤 있습니다만 그게 그 후의 인생에 어떤 장애도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최소한 이야기는 들어줄 만한 사람에게만 이야기 하고 저도 그렇게 느껴졌으니 저에게 말한 것이겠지요.
상대가 싫어하면 멈춰야 합니다. 지금 이 상태면 성희롱으로 고소해도 됩니다. 인진이 입장에선 상대가 미성년자니 뭐니 하는건 문제가 아닐겁니다. 이미 충분히 괴롭거든요.
요새 저작물 시류가 어째 이런쪽으로 흘러가는데, 경험자 입장에서는 가소롭다기보단 이건 아닌데 싶습니다. 여기까지와서 장난이었습니다 하면 이건 이거대로 죽일놈이지요.
차라리 우정어린 관계로 시작해서 서서히 엉뚱하게 변질 시키는 쪽이 은근해서 읽을 맛이 날텐데 이건 에일리언이 리플리에게 교미 하려고 쫒아다니는 느낌입니다(아 에일리언은 당연히 그런 영화 아닙니다).
충분히 좋은 시작을 할 여지도 있었는데 이미 늦었죠. 게다가 이쪽도 누나랑 합쳐서 편의주의적인 인물이라 거기서도 좀 점수가 떨어지네요.
그런데 이 남매, 원래 주인인 예린이보다 연지가 부리는 느낌이 강한데, 이건 좀 어떻게 해야 할듯.
권유나 : 저 비슷한 사람 압니다. 온실속 화초라는 표현이 진부하겠지만 이런 타입에 들어 맞는 말이죠. 유나보다는 좀 덜 딱딱한 걸로 기억하는데, 국내 유수의 명문대 조기입학까지 하더니 사이비 종교 빠지던데요?
집안이 미국이면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가정이죠. 아마 고등학교도 은성고 수준이 아니었으면 자퇴시키고 집에서 검정고시 시키는거 아닌가 싶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전 이 아가씨가 대학가서 하고 싶은건 있는지 의문정도가 아니라 공포감마저 느낍니다.
오빠가 좀 아니올시다 싶은 인물임에도 오히려 권유나의 오빠라서 다행이었습니다. 인진이도 옆에 붙어줘서 고1부터라도 서서히 사람역할 하겠다 싶어서 안도감이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슬쩍 보이는 브라더 콤플렉스가 귀엽긴 하더군요. 엄마모드도 꽤 어울리는 것이 인진이는 유나를 부인으로 맞는게 제일 행복할 듯. 바가지 긁히는건 감수해야 합니다. 긁어줄 바가지라도 있는 남편은 제기능 수행하는 거니까요.
예린이는 물질은 풍족할지 몰라도 장인이라거나 여러가지 압력이 너무 커 보여요. 일본의 마사코 황태자비 보세요. 전도유망한 엘리트 여성하나가 그냥 망가지잖아요? 남자라고 다를거 없지요.
민슬아 : 3권의 그 학생회장 후보입니다. 얼굴도 안나오지만, 전 4권 나오기전에 이 아가씨가 다음 히로인으로 튀어나오는거 아냐? 싶었습니다.
건수가 있긴 했거든요. 바로 인진이. 다 떨어져가는 유나 옆에 떡하니 나타나서 지탱하고 선 돌쇠로 보였을테니까요. 저 사내놈 때문에 내가 떨어진거야 하는 앙심에 접근해서 어쩌고 저쩌고. 진부하지만 있을 법한데다 권수 늘리는덴 이만한 소재도 또 없다 싶어서요.
설수경은 도저히 선배 속성 캐릭터로 쓸 수가 없지만 이쪽은 그럭저럭 어울릴 것 같고요. 후배 캐릭터는 학년상 무리니까...
유영선 : 표지보고 4권 히로인인줄 알았는데 낚였다! 가 솔직한 심정. 개인적으로는 도저히 공감할 수는 없는 이유로 미연시를 즐기는 양호 선생님. 아 이건 제가 남자니까 당연히 남자주인공이나 차라리 여자주인공에 몰입하는게 빠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여주인공 1인칭인게 제일 좋은데 문제는 시나리오 라이터는 상당수가 남자라 결국... 각설하고, 숨덕부 부실을 빌려준 분인데, 명목상 보건부라도 써붙이지 하는 아쉬움이 살짝.
설씨 남매를 치우고 이분에 조금더 역할을 주는게 나았을 법도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아무리 노는 양호 선생님이라도 그정도로 일안하고 다른짓 하면 목이 간당간당 해보이네요.
제가 고등학교 3년내내 짝사랑한 양호 선생님이 계셨지요. 매 쉬는 시간마다 찾아가는(...) 그런 짓도 했었는데, 항상 워드 프로세서나 엑셀에서 눈을 떼시질 못합니다. 얼마나 일이 많은지 항상 두눈이 퀭하니 나와서 제가 선생님 걱정하는 웃기는 일도...
오죽하면 한학기는 보건부를 없애려다 만 적도 있을 정도로 업무량이 많습니다. 유선생님은 태업중. 사실 꽤 위험한 상태일지도 몰라요.
마지막으로 이 소설은 주요 등장인물 가족관계가 그럭저럭 잘 알려져 있습니다. 좀 방해물 취급하는 듯한 묘사가 눈에 걸리지만 그나이 때 학생이면 부모님은 압박의 상징이니 이걸 찌르는건 좀 너무하려나요.
제가 좀더 등장인물들과 비슷한 나이또래였다면 크게 신경 안썼을 것도 같으니...
그리 좋은 의도로 사서 본 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읽고 후회되거나 한건 아닙니다. 그럼 그렇지 싶은 부분은 있지만요.
러브 코메디로는 꽤 읽을만 합니다. 끝이 하렘 같은 비열한 전개만 아니라면 더더욱 좋을 듯 해요.
드라마CD는... 그 좋아하는 다이가드도 오글거려서 못듣는데 이걸 무슨 수로 들어요. 엉엉. 그런데 4권 끝부분이랑 주제는 이어지는 것같으니 제 평가가 달라지진 않을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