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편흑심 3권과 4권을 몰아서 감상했습니다. 일단 3권에서 4권 초중반까지는 그나마 풋풋한 연애 이야기로 가나 싶었는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후에는 경악했습니다. 피도 눈물도 자비도 없는 고통스런 결말뿐이더군요. 남은 것은 실날 같은 희망뿐.... 이하 네타바레가 조금 있습니다.

우선 3권에서 신캐릭터로 ‘던하르’라는 남자가 등장하는데, 그 역시 카란과 같은 바이스입니다. 하지만 그의 능력은 마치 먼치킨과 같은 것이어서, 간단히 말해 다른 사람(특히 ‘여성’만)의 마음을 읽고 어떠한 소원이라도 들어주는 능력입니다. 마치 드래곤볼의 용신에 가까운 먼치킨적인 능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는 키아들에게 카란의 부끄러운 과거를 폭로하고 재희의 흑심을 이용해 카란이 비정한 선택을 하도록 압박하면서 시험대에 올립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이유이고... 그의 진짜 목적은 4권 말에서야 간신히 밝혀집니다. 오로지 대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카란 자신의 고통스런 선택만이 유일한 열쇠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특히 이번 3권에서 밝혀진 재희의 진짜 흑심은 매우 놀라운 것었습니다. 인간의 마음이 어디까지 시커멓고 이기적일 수가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해야 할까나요. 재희가 진짜 바램은 성장에 대한 희망, 그리고 키아에 대한 선망과 질투였습니다. 그리고 던하르를 통해 자신이 바란 결과가 키아에게 미친 악영향을 알게 된 재희의 모습은 정말로 눈물겨운 모습이었습니다. 흑심을 품는 것은 나쁜 것입니다. 정말로...

그리고 4권에서 하이블러드라는 소녀와의 만남을 계기로 카란과 키아의 관계가 급진전됩니다. 예전이었다면 성창염을 휘두르면서 카란을 거부했을 키아도 그와의 스킨쉽을 통해 다소 느리지만 그녀답지않게 빠른 속도로 마음을 열어가게 됩니다. 이것은 키아가 자신이 갖게 된 새로운 감정을 ‘모성애’로 착각한 탓이 제일 크겠습니다만...(...) 특히 카란 선생의 ‘애정‘ 강좌는 4권에서 유일하게 진지한(?) 장면인 동시에 카란이 바이스답지 않게 음욕을 절제하는 웃지못할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에피소드 자체가 개그입니다.

하지만 이번 4권에선 몇 차례 드러난 복선들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하이블러드에게도 엘리야에게도 남은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위대한 이노센트’의 부활이 임박했으니까요. 그리고 계속 언급되는 복선, 반전, 그리고 카란이 믿었던 캐릭터들의 배신 등으로 이야기가 급격히 반전되면서 서서히 파국을 향해 달려갑니다. 특히 엘리야의 배신이 제일 충격적이었더군요. 마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도 예시한 것처럼 세상을 구하기 위해 카란은 잔혹한 선택을 하도록 강요를 받습니다. 세계를 구하기 위해 키아와 하이블러드 중 어느 쪽을 희생시킬 것인가를요. 이전의 노블엔진 작품들 중에서 독자의 뒤통수를 이렇게 강하게 때리는 작품은 ‘너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어’에 이어서 두번째이지 않나 싶습니다. 오히려 그 이상으로 분위기가 무겁고 고통스럽습니다.

앞으로 사실상의 완결편이 되는 5권에서는 카란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평소의 우유부단과 망설임 때문에 끔찍한 경험과 함께 목숨까지 잃을 뻔한 카란이었지만, 그래도 언제나 밝은 결말을 꿈꾸는 주인공답게 잘 극복해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카란도 키아도 엘리야도... 그리고 하이블러드와 류시, 재희도... 모두 살아남아서 밝은 미래가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위대한 이노센트’, ‘엔쥬’에게도요... 비록 98%의 미래가 어둠이지만, 그래도 아직 2%의 희망은 남아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카란의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결말은 ‘하렘’의 현실화이겠지만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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