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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덕부! 1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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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덕부! 2 (시드 노벨)
글 오버정우기 그림 Anmi
장르 학원 일상 코미디
page 400

실제 장르

학원 러브코미디

글 ★★★★
그림 ★★★★★

스토리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죄다 겉과 속이 다르다. 아무래도 작품명과 주제부터 '숨덕부'다보니, 제일 평범한것같은 인물이라고 해봐야 겉은 일반인 속은 오타쿠일수밖에 없다. 허나 막상 작품을 보면 오히려 '겉모습만 오타쿠'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이 작품의 겉을 장식하는 것들은 오타쿠들이나 알아먹을법한 이야기지만, 진짜 핵심은 일반인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 차있다. 많은 작품들이 겉으론 '평범하다' '흔하다' '일상적이다' 식으로 연막을 쳐놓고 속으로는 덕후들이나 알아보는 드립과 왜놈 정서로 가득 채우는데 반해(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숨덕부는 그야말로 겉을 덕으로 칠하고 속을 일반인들의 감각으로 메우고 있다.

'사랑'이라는 평범한 목적을 위해 메이드복 같은 오타쿠스러운 수단을 이용하는 것들이 저 안타까운 작품들이라면, 오타쿠스러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통'이나 '진심'같은 일반인스러운 해결방안을 찾는 게 이 작품이다. 작품 곳곳에 '일반인'과 '오타쿠'사이의 간극을 느낄 수 있는 문장이 널려있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사실 이야기는 2권에서 가장 큰 부분이자 가장 발전한 부분이기도하다. 1권이 발간되고 수많은 숨덕빠들이 빨았으나 단 하나 실드치지 못할 부분이 바로 김빠지는 결말이었는데, 2권은 그래도 제법 이야기다운 이야기라 뭘 좀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깔끔하게 판이 짜여져있고, 적당하게 신선한 부분도 있고 뭐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하필 글감으로 '따돌림'만 고르지 않았으면 참 좋았을텐데. 뭐 이정도는 어쩔 수 없는거겠지만, 읽으면서 마음이 참 불편했다.



캐릭터

숨덕부는 2권에야말로 캐릭터가 제대로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다들 어떤 '역할'정도로만 움직이던 캐릭터들이 본격적으로 자기 개성을 찾고 그에 맞는 언행을 했다. 게다가 내용을 보면 1권에 주인공이 예고한대로 본격적인 러브코미디처럼 되어가고 있으니, 앞으로는 캐릭터성에서도 밀리지 않는 소설로 탈바꿈하지 않을까 싶다.

* 서연지 : 진짜 너무 대놓고 민폐류甲인지라 별로 민폐라는 느낌도 안든다. 딱 태어날때 점지받은 포지션 정석대로 나대고 다니는 건 맞는데 와 정말 이렇게까지 막나가니 이 나름대로 차별화가 될 지경이다. 오히려 그런 동족 히로인들을 살짝 비틀고 꼬집는것처럼 '무조건 내 말이 맞다' '내 말대로 해야한다' 등등 솔직하게 질러대니까 얄밉지는 않은 것 같다. 근데 1권에 해놓은게 너무 없어서 그냥 고인될 것 같다.

* 은예린 : 2권 표지를 장식한 메인 히로인되시겠다. 2권은 이야기 판을 참 잘 짰다고 생각이 드는게, 처음 보면서는 잘 몰랐지만 보고나니 확실히 메인에 포커싱이 잘 들어가있긴했다. 또 그 포커싱을 잘 받아서 어지간한 히로인은 따라올 엄두도 안 날만큼 강렬한 갭모에를 가지게 되기도 했고. 물론 앞으로는 점점 비중이 줄어들겠지만, 그마저도 절제의 미라고 생각하면 흠 잡을 곳 하나 없는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소심해 보이는 여자애 : 숨덕부 2권 일러스트에 들어간 정성을 100이라고 하면 여기에 들어간 게 90 정도는 될 것이다. 물론 단발에 안경, 엄청나게 소심한 성격 등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캐릭터였지만 그만큼 기본에 충실하지 않았나 싶다. 이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에 숨덕부 2권 일러스트의 포텐이 폭발할 수 있었다.

* 설유진 : 각종 잡무 경력과 제조업 만렙 기능 보유자로 숨덕부에서 펼쳐질 수많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줄 도구적 캐릭터되시겠다. 그런데 그 뿐만이 아니다. 본인이 하는 짓이나 누나가 하는 말을 보아 이 캐릭터는 앞으로 쏟아질 각종 BL, 여장드립의 초석이 될 것이다. 아니 사실 이미 됐다. 이런 캐릭터들은 그냥 빨 사람은 빨고 말 사람은 말면 된다.

* 설수경 : 작가에게는 꼭 필요한 캐릭터였지만 독자들한테는 하등 쓸모없는 캐릭터일 뿐이었다.

* 유영선 : 유영선이라고하면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봐 덧붙이자면 양호선생님이다. 처음에는 그저 개연성을 위해 창조되어 부실을 제공해주고 분위기나 잡기위해, 방에 들어갔을때 뻘쭘하지 말라고 묘사 두 줄 쓰기 위해 그렇게 태어난 캐릭터인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먼발치에서 꾸준히 주인공들을 지켜보는 관찰자이며 서연지를 견제할 수 있는 숨덕부 숨은 패왕이기도 하다.


문장

드립에 관해서 먼저 이야기하자면, 아쉽게도 불꽃같은 섹드립은 한 풀 꺾이고 말았다. 아무리 섹드립으로 먹고 사는 라이트노벨이라도 계속 보다보면 질리게 마련이니 알아서 자제하는 편이 좋기는한데, 벌써부터 참고 있으니 솔직히 김이 좀 빠진다. 2권은 약냄새가 진동하던 섹드립보다는 사학계 학술드립쪽으로 더 많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필자는 그쪽에 약하다보니 그쪽 드립을 바로바로 이해하지 못해서 아쉬운데, 그쪽에 강한 사람들은 분명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편 덕드립은 섹드립과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1권에서 너무나 많은 덕드립을 쏟아내서일까, 초반부 전체가 모 작품의 패러디같아 보이는 걸 뺀다면 그렇게 대단한 덕드립이 나오지는 않았다. 아, 이 초반부가 모 작품이랑 너무 비슷하다는 것도 문제는 문제지만 그런 비교는 다른 리뷰에도 충분히 있을테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다음은 본 작품에서 쓰이는 번역체에 대한 이야기다. 이게 작가 본인이 의도한대로 쓴 건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정말 신경을 써서 자기 생각대로 이런 책을 써낸 것이라면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숨덕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사같은 걸 보면 그야말로 칼로 벤 것처럼 일반인과 오타쿠의 경계를 확 그어놓았다. 주인공의 생각이나 서연지가 쓴 문장같은 걸 보면 중간중간에 번역체가 튀어나오는데 반해 일반인들은 전혀 그런 말을 쓰지 않는다. 일반인들의 비중이 너무 적어서 좀 긴가민가하지만, 전권에서 번역체에 대해 서연지가 말하는 장면이나 여러가지 단서를 보았을때 작가가 그런 사소한 번역체를 실력차원에서 남겨놓을 사람은 아닌것 같았다. 그렇다면 저런 번역체들은 일부러 심어놓았다는 의미인데, 이렇게 섬세하게 문장을 쓰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내 추측이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진짜라면 참 인물은 인물이다.

일러스트

포텐셜이 터져도 제대로 터졌다. 진짜 제대로 터졌다. 전권에서는 표지 작붕도 있고 딱히 일러스트로 표현할 것도 없어서 그냥저냥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그냥 뭐 버릴 그림이 없다. 특히 소심해 보이는 여자애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어마어마한데 이건 뭐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