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라이트 노벨 비평가 모임 http://cafe.naver.com/novelgourmet 아마추어 비평가, 아마추어 작가 환영.
그리고 제 평에는 소설에 대한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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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전 최지인 작가님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단순한 이유인데, 플롯이 탄탄하고 깔끔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1권과 완결권 간의 연결이 깔끔하고
전체적인 스토리를 짜고 1권부터 쌓아나가는 형태로 글을 쓰기 때문에 중간에 흔들리는 경우도 없습니다. 작가의 스타일이 일관성 있게 잘 살아있는
거죠. 그리고 드디어 3번째 작품. 반역기사의 성녀찬탈에서 여태까지 해왔던 방식의 모순이 폭발해 버렸습니다. 장점은 극도로 줄어들고, 단점은 몇
배로 부각되었죠. 작가님도 자기가 매너리즘에 빠져있다는 걸 알아서 좀 변화를 주어봤다고 하는데 조금도 변화된 것 같지 않습니다.
꼭 그러라는 건 아닌데, 최지인 작가님은 소설을 쓰는 것 보다는 소설을 보는 편집자가 잘 맞지 않겠습니까? 반역기사로 작가의 끝을 내고,
편집자로 전업하더라도 아쉽진 않고 오히려 기쁠 것 같습니다. 최지인 작가님은 누구보다도 라이트 노벨에 대한 분석력이 뛰어나니 후진 양성에 힘을
쓰면 정말로 역대급 편집자가 될 겁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본론으로 들어가죠.
2, 개괄적인 평가
객관적으로 볼 때. 반역기사는 그리 나쁜 소설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당히 볼만한 수준이죠. 대상작이라고 나왔던 용마무우보다 훨 낫습니다.
다만, 이 소설을 끔찍하게 만드는 건 벌써 16권 이상을 썼는데도 발전하지 않는 무지하게 심심하고 지겨운 문체와, 역시 16권 째 반복되는
지겨운 패턴 덕분이죠.
그래도 몇 가지 눈여겨볼 특징은 있습니다. 특히, 책 속에 녹아있는 온갖 요소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최지인 작가가 얼마나 분석력이 뛰어난
작가인지 깨닫고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였습니다. 그야말로 궁극의 편집자 그래도 일단 기존의 특징들을 살펴볼까요.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 이렇게 짜증을 내는지 알아야 하니까요.
3. 패턴
계속 말하지만 최지인 작가는 정말 똑똑합니다. 원래 라이트 노벨 평론가이기도 해서 그런 것 같지만, 현재 유행하고 있는 것과 인기를 끄는
것들의 특징을 뽑아내서 소설의 초안을 잡고, 자기 색의 스토리를 짜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죠.
문제는, 그 방식의 한계에 있습니다. 이 작가는 새로운 걸 생각하지 못해요. 그냥 못합니다. 못하는 거예요. 최지인 작가의 소설들 중에서
'와. 이건 정말로 참신한 걸?' 같은 게 없었어요. 그냥 기존의 소설을 분석하고 소재를 끌어내서 새로운 소설에 채용할 뿐. 그리고 그 이후는
자기 식대로 스토리를 짭니다.
그런데 이 방식의 문제점이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인물과 배경 등등은 그냥 겉절이고 스토리만 있다는
겁니다. 무슨 소리냐면, 모에라는 건 캐릭터 자체에서 애착과 매력을 느껴야 하는 거잖아요? 멋진 세계관도 그게 잘 살아있어야 하는 거고요.
그런데 캐릭터의 개성에서 어떤 참신함도 없으니까 어디선가 나온 놈들을 본 것 같고, 무엇보다 캐릭터와 설정을 스토리를 위한 톱니바퀴 내지 벽돌
같은 걸로 씁니다. 완성품이 아니라 그냥 이야기의 부품이니 매력이 있을 수가 없어요! 심지어 성장물을 좋아하는데, 성장물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초반에는 설정이 조악한 캐릭터들을 많이 끼워넣고 완결날 때까지 아주 차근차근 모든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서 완성시키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그래서 언제나 인물의 절반은 초반 권에서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매력이 있으면 상관없죠. 그런데 너무 캐릭터를 못 만들어서 그냥
무의미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원마왕도 나그그그도 반역기사도 분명 러브코미디 비슷한 요소가 있는데 그게 소설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최중요 요인입니다. 까놓고 말해서
러브코미디를 빼고, 원마왕은 순수 판타지로, 나그그그는 스릴러로, 반역기사는 음모 정치물로 만들었으면 지금보다 훨씬 재밌었을 거예요. '라이트
노벨은 러브코미디 요소가 있어야 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슬슬 자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최지인 작가는 러브코미디를 한국에서 가장 못
쓰는 작가들 중 하나에요. 포기해요. 젠장. 이제 그만 놔줄 때가 됐어요.
4. 스토리
캐릭터를 부품으로 쓰면 어떻습니까. 이야기만 좋으면 그만이지. 근데, 이것도 정형화되기 시작했어요. 특히, 같은 판타지 쪽에 속하는
원마왕과 반역기사는 아주 비슷한 편이죠. 그렇다고 나그그그가 다르다는 건 아닙니다. 판타지와 현실 러브코미디인데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해요. 그야. 소재는 구색이고 중요한 건 인물 관계로 인한 갈등 심화 같은 거니까요. 인물 관계도 빼면 별 의미 없습니다. 세계관과 설정은
인물에게 갈등을 부여하는 역할이지 갈등을 해결하는 역할 내지 갈등 자체가 되지 못합니다.
-최지인의 라이트 노벨 간단 요약-
1.나는 이전에 존나 가슴아픈 일을 겪었던 유능한 남자 주인공. 이전에 사랑했던 사람이 있으며 그녀와 관련된 사건으로 인해서 정신상태가
불안정하지.
2. 나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내 곁에서 엄청 맴돌지만 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3. 하지만 왠지 이들의 애정을 느낀다. 가슴아픈 사연을 지녀서 얼어붙었던 내 마음이 변화하고 있는 걸 느끼게 된다.
4. 나에게 따스하게 대해준 여자들이 위기야!
5. 겁나게 긴 설정설명과 사건묘사. 그 외 등등 수많은 러브코미디 사건들을 1~4번 사이에 대충 끼워넣고 갈등을 전개시킴.
6. 주인공 밖에 못하는 위대한 사건해결 능력을 보여주마! 나의 뛰어난 머리로 갈등을 해결했다!
7. 갈등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표지에 나왔던 히로인의 엄청난 비밀과 반전이 폭로된다!
8. 그리고 한 권이 끝나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9. 새로운 권. 기존에 있었지만 딱히 사정을 묘사하지 않았던 여자애 내지 갑자기 등장했지만 인간관계를 이미 가지고 있는 여자애가 갑자기
표지나 컬러 일러스트의 정면을 차지하고 그 소녀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그 소녀의 엄청난 비밀과 반전이 책 끝에서 폭로된다.
10. 1~9를 시리즈 끝날 때까지 반복.
11. 7권 쯤. 후후후. 맞아. 내가 이 모든 일의 흑막인 최종보스다. 라고 주장하는 듯한 인물이 등장한다. 내지는 간접적으로 언급되던
그 인물이 최종보스임이 명확해진다.
12. 8권 완결. 최종보스는 주인공 일행의 우정과 사랑, 무엇보다 주인공의 뛰어난 능력을 이기지 못하고 패배한다.
13. 주인공은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트라우마를 해결하고 엄청난 비밀을 가지고 있었던 히로인들도 갈등이 말끔히 해결되는 해피엔딩.
물론, 나그그그도 마지막 권을 남겨뒀을 뿐이고(어쩌면 마지막 권에서 엄청난 반전이 있을 수도 있죠?), 반역기사는 고작 1권이 나왔을
뿐입니다만 전체적으로 패턴이 되게 비슷하지 않습니까? 적어도 책마다 80% 이상은 비슷해요. 반역기사는 그나마 기존의 매너리즘을 타파하려고 여러
시도를 했는데도 상당히 비슷합니다. 위에서 최지인 작가의 일반적인 특징을 살펴봤다면 반역기사만의 특징을 살펴볼까요.
5. 세계관
방역기사의 세계관에서 가장 큰 특징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느낌이 나는 배경에 대한 설정설명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는 거죠. 물론 최지인
작품답게 설정은 더럽게 많습니다. 특히 카테드랄과 거기 있는 학교와 게임, 이능력에 대한 설정설명은 정말 많아요. 하지만, 독자들이 가장
의구심을 느끼는 몇 가지는 노련하게 피해갔어요. 최지인 작가 특성상 있는 설정이 아무 이유없이 있을 것 같지는 않고(사실 이것도 큰 단점. 왜
작중의 모든 설정을 그렇게 구구절절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하는 겁니까. 그냥 아무 이유없이 멋진 세계관 설정을 짜도 좋을텐데) 분명 모종의
음모와 계략 같은 게 있겠죠?
-배경-
1. 이 세계에는 몇 백년 째 눈이 오고 있다. 눈이 오기 시작했을 때부터 슈발리에라고 하는 이능력자들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2. 눈오는 세상에서 강한 이능력자인 성녀의 힘으로 일개 도시가 지탱되고 있고, 인간들은 카테드랄이라고 불리는 그 도시 인근에서만
거주한다.
3. 카테드랄의 지배 체제는 이능력자를 양성하는 학교. 그 정점에 성녀가 있다.
그리고 이후는 스포일러.
4. 이능력자의 정점인 성녀의 생명과 능력을 쥐어짜서 도시를 유지한다.
5. 능력자가 점점 줄어가고 있다는 이유로 인체실험을 해서라도 이능력자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6. 이 세계의 도시는 카테드랄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류거점 도시는 수없이 많으며, 그 상층부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시스템을
무너트리려고 한다면 상부에서 배제한다.
7. 주인공은 성녀가 없어도 인류의 도시가 유지될 방법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고립된 도시, 체제에 대한 저항은 진격의 거인과 비슷한 것 같기도? 다른 점이 많으니까 상관없지만요. 이미 복선이 충분히 뿌려졌으니 조금
짐작해볼까요. 왠지 최지인 작가라면 이렇게 할 것 같다. 라는 것.
1?: 눈이 내리는 이유는 짐작하건데 핵겨울 내지 그에 준하는 전쟁, 실험. 진격의 거인의 거인에 대응되는 정체불명의 괴물의 존재는 없는
것으로 보임. 전혀 언급되지 않았음.
2?: 눈이 와서 상부와 이능력자 체계가 생긴 것이 아니라, 상부가 이능력자 내지 고립도시를 만들기 위해 눈을 내리게 한 것, 내지 눈은
더 큰 목적을 위해 벌인 행위에서 일어난 부가적인 효과.
3?: 슈발리에 능력은 인공적이다? 실험으로 이능력자를 만들 수 있었다. 슈발리에 능력이 인간의 능력 강화에 한정되어 있다는 설명을 볼 때
인간의 강화를 위한, 강화로 인한 무언가를 노리는 듯.
4?: 성녀가 희생하지 않아도 카테드랄 및 인류의 도시가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아마 일부러
문제를 해결하지 않거나 성녀의 희생이 필요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성녀 시스템의 진실은 눈을 멈추게 하는 게 아니라
눈을 내리게 하는 걸지도 모른다.
5?: 생각보다 시대적 배경이 뒤일지도. 작중의 능력이 초자연적인 힘이라기보다는 과학과 비슷하다.
6?: 카테드랄의 지배자가 학생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상부는 어른들? 원마왕처럼 이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규합해서 성녀를 중심으로 상부에
반역하는 내용으로 전개가 될 듯.
7?: 분명 모든 설정에 대해서 이유가 있을 것. 굳이 결투가 있는 이유. 여자만 능력자라던가, 아니면 성흔의 비밀이라던가, 비도 우박도
아니고 눈이라던가. 그 외에 존재하는 잡다한 것들.
-이능력:슈발리에-
솔직히 말하자면 이 작품의 이능력인 슈발리에는 창의력 면에서 쓰레기입니다. 별 같잖지도 않고 무난하고 평범하며 작가편의주의적 이능력이에요.
이런 방식이 요즘 대세라니 통탄할 일입니다. 최지인 작가는 대세를 읽어냈을 뿐이지만, 어쨌든 원마왕 때도 마법은 솔직히 그저 그랬잖아요.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슈발리에는 프랑스어로 기사라는 남성명사라고 하는군요.(잠깐, 남성?) 왜인지 프랑스어를 썼고 슈발리에 능력이 아니라
그냥 슈발리에라고 하니까 본래의 뜻과 합쳐서 되게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라이트 노벨의 표기법이야 언제나 괴상하니 넘어가죠. 하지만 가장 큰 문제인
작가편의주의적인 능력은 솔직히 보기 좋지는 않습니다.
--작가편의주의적인 이능력--
요즘 라이트 노벨에는 묘한 기류가 감돕니다. 뭐냐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싸움이나 전쟁이 아니라 게임을 한다는 거죠. 룰이 있는
게임이요. 순수한 두뇌전도 있지만 가끔 규칙이 있는 모의전투 같은 것도 있는 그런 것. 이전부터 이런 장르는 있었습니다. 도박만화라던가, 아니면
던전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퍼즐을 풀어야 한다던가. 디지몬 세계를 찾아가려면 아구몬 카드를 넣으면 안 된다던가. 그런 식으로 그냥 '우워어어어
싸우자!' 내지는 '이건 뼈와 살을 깎아내는 전쟁이다! 반칙같은 게 어딨어!' 같은 게 아니라 룰이 있는 게임으로 승부를 보는 경우가 조금
있었죠.
최근의 경향은 그런 룰이 있는 게임을 아예 메인으로 하는 것에서 나옵니다. 절대로 승부의 결과를 거역할 수 없는 황금의 규칙이
있고. 각종 명목으로 외부의 간섭을 차단합니다. 그렇지만 놀라운 점은, 규칙은 언제나 깨진다는 거죠. 승부의 결과도 온갖 이유로 내빼고, 아무리
공정한 결투를 위해 룰을 짜도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게 아니라 규칙의 맹점을 노려서 깨버립니다. 사실 어쩔 수가 없죠. 전략 보드게임을 해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룰이 정말로 확실한 게임이면 묘사하기 지루하고 독자들이 따라가기 힘들어요. 꼼수를 써서 빨리 끝내야 라이트 노벨 답죠. 그리고
또 다른 이유인데, 이렇게 하면 되게 작가 입장에서 편해집니다. 자기가 게임 짜고 자기가 모순을 푸는 거니까 되게 쉽죠.
반역기사도 그래요. 결과에 복종하지 않을 수 없는 결투.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룰. 전투도 가끔 들어가지만 놀랍게도 이 소설에서 전투는
전부 1합 내에 끝나는 단판승이었습니다. 꼼수로 한 방에 이기던가, 아니면 그냥 너무 쎄서 상대가 안 되던가. 그것도 아니면 이겼다! 졌어! 로
간단하게 끝나는 묘사. 이런 소설의 경향으로 볼 때 그래도 액션이 조금 있었고 전투로 끝냈던 원마왕과는 달리 아마 끝까지 이능력으로 인한
두뇌배틀 설정은 유지하지 않을까요? 뭐 그래도 괜찮아요. 두뇌배틀 멋지잖아요. 최지인 작가는 액션도 못 쓰니까 그냥 승부의 결과만 말해줘도
괜찮겠죠. 그로 인해서 심리묘사와 갈등이 더 발전할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런데 이 작품을 형편없게 만드는 건 그런 게 아닙니다.
두뇌배틀이 너무 단순해요. 그리고 주인공 무한 띄워주기. 심지어 1권의 보스전이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결투는 제대로 과정을 묘사하지도
않고 '우오! 주인공이 너무 대단해! 적이 속수무책이야!' 정도로 끝났습니다. 뭐에요. 나그그그에서는 심리 묘사 더럽게 많이 했었으면서 왜
반역기사는 체제와 제도에 대한 설명을 빼면 이렇게 승부가 빈약한 겁니까. 이야기의 모든 것이 '주인공 느님은 모든 것을 내다보고 전지전능합니다!
여자에게 인기도 많고 가슴아픈 사연도 있고 어쨌든 위대합니다!' 으로 귀결됩니다.
이런 게임 중심의 라이트 노벨이면 노 게임 노 라이프라는 소설이 떠오르게 되는데, 노 게임 노 라이프도 위대한 주인공을 찬양하라! 라는
요소는 똑같지만 반역기사보다 확실히 세련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첫째로, 노게노라 주인공 일행의 목적은 룰을 깨고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라 게임을 즐겁게 하는 게 목적입니다. 그래서 게임을 보는 게
재밌어요. 가벼운 승부는 간단한 협잡으로 끝내지만 메인 갈등은 확실하게 짜임새 있는 승부로 끝내죠. 풀어나가는 것도 멋지고요.
둘째로, 노게노라는 주인공 측이 속임수를 쓰는 쪽이 아니라 속임수를 쓰는 적 상대로 맞서 싸우는 내용입니다. 반역기사에서는 속임수를 쓰는
게 주인공이잖아요? 그리고 언제나 이긴다...... 그러면 왠지 적이 멍청해 보이는 느낌이 듭니다. 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요. 하지만
속임수를 해결하는 노게노라는 상대가 멍청한 게 아니라 주인공 측이 되게 똑똑해보이죠. 물론 노겜노라도 결국 주인공이 언제나 이깁니다.
하지만 느낌이 다릅니다. 그건 셋째 이유와 관련이 있습니다.
셋째로, 노게노라는 주인공이 되게 힘들게 이깁니다. 물론 주인공인 [ ]이 엄청난 초천재라서 가능한 거지만 어쨌든 무지막지하게 힘들게,
어렵게, 불리함을 감수하고 이겨서 '이게 둘이서 하나인 [ ]이다!'라고 말하면서 모든 갈등을 해결해버리고 화끈하고 깔끔하게 이겨버리죠. 근데
반역기사는 '훗. 모든 건 내 손안에 들어와 있어. 우리는 어차피 이기니까 걱정 마라.' 이런 식으로 혼자서 저 구름 위에서 놀아요. 결국
방심하다가 칼빵맞았죠.
넷째로, 노게노라는 주인공이 하나가 아니죠? 둘입니다. 심리전 전문인 남자와 계산 전문인 여자. 이렇게 둘.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협력해서 이긴다. 게다가 그 둘만 싸우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이들도 다함께 합쳐서 이긴다! 라는 것이 주제나 다름없는데 반역기사는 최지인의
'주인공 킹왕짱! 히로인들은 그걸 그저 서포터할 뿐!' 이라는 기가막힌 성향+성장형 주인공 선호 덕분에 독자는 주인공이 협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마음을 열기까지 몇 권은 기다려야 합니다. 게다가 위에서도 말한 것 같은데, 성장형 주인공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성장형이 아니라 불안정,
불완전한 상태에요.
6. 인물
쓰레기에요. 더 이상의 평가가 무의미하네요. 이니스는 그냥 마조성향 있는 유유유인줄. 아니, 채송화인가? 머리색이나 성격 말고 캐릭터를
구분하는 방법을 모르는 건가요. 뭐 간단하게 특징적인 악세사리라도 붙이던가, 되게 특이한 말버릇이라도 넣던가. 그리고 옷을 생각하기 힘드나요?
왜 언제나 등장인물의 복장은 교복인 겁니까. 그리고 제발 히로인을 섹스에 미친 창년으로 만들지 마요. 솔직히 섹드립 더럽게 재미없고 분위기만
해칩니다. 나그그그는 그냥 컨셉이 그러려니 하고 참았는데 반역기사는 끔찍합니다. 특히 이니스. 원마왕은 주인공이 생물학적인 고자라서 괜찮았는데
고삐가 풀리니까 글이 발정기 말처럼 날뛰네요.
7. 구성
이 소설의 모든 단점은 '음 그냥 취향차이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네.'정도로 끝나거나 아니면 나름의 실드칠 여지가 있는데 이
구성만큼은 정말 단연코 용납이 되지 않습니다.
끔찍해요. 밑도 끝도 없는 설정설명, 그리고 가공할 급전개. 주인공의 능력이 가장 드러날 법도 한 대항전에서 14반을 규합해서 이기는
과정은 무려 생략해버리는 위엄을 과시했고 사실 그걸 보지 못한 게 다행으로 생각될 정도로 글의 패턴이 천편일률적입니다.
1. 주인공이 뭔가를 한다.
2. 그건 사실 미래를 내다본 주인공의 계략이었다!
3. 상대는 책략을 의심하고 대비를 한다.
4. 아뿔싸. 오해였다. 그 위대한 음모의 진위는 따로 있었다.
5. 주인공은 이긴다.
6. 자 이게 너와 나의 눈높이다!
7. 전리품으로 얻은 여자를 방치하고 다음 승부를 준비한다.
8. 무한반복
다시 말하지만 끔찍합니다. 게다가 주인공의 음모라던가 아니면 계략같은 중요한 부분을 복선을 뿌리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급조한 것 같은
설정으로 때워버리니까 문제죠. 그리고 주인공을 아주 사악하게 만드는 것도, 의외로 선하게 만드는 것도, 아주 강하게 만드는 것도, 아주 약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고 적당적당히 작가가 쓸 수 있는데로 슥삭슥삭 그때그때 새로운 면모를 만들어서 갈등을 해결해버립니다.
그리고 막판의 대반전은 그냥 뭐, 예상했어요. 당연히 예상하죠. 여태 첫번째 히로인이 배신때리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주인공의 목적이야
처음부터 말했고 달리 해석할 여지도 뭐 주지 않았고......
막판 대반전을 위해서 책 내용을 너무 압축했어요. 그런데 책 내용을 압축할 거면 일상과 러브코미디를 없애지 왜 두뇌싸움과 배틀을
제거했나요. 심지어 이젠 스토리도 약빨이 떨어지면서 그리 큰 감동도 못 주는데.
8. 총평
라이트 노벨! 이렇게 하면 쓸 수 있다! 라고 하는 작법서를 보고 글을 쓴 느낌. 사실 오버정우기 작가의 숨덕부도 그런 게 있었어요.
오히려 반역기사보다 심했죠. 그렇지만 숨덕부는 정말 웃겼습니다. 다 집어치우고 개그만 봐도 으컇컇컇컇 하고 웃을 정도로 말이죠. 최지인 작가는
무거운 내용을 전개하려면 가벼운 내용이 뒷받침이 되야해. 라는 이론은 아는데 그걸 잘 쓰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사실 끝까지 읽으니 평이 나아진 편이죠. 절반쯤 읽었을 때는 드디어 최지인이 죽었구나 끝났구나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지금까지의 소설과는
노선을 달리하겠다는 그런 의지가 중간부터 느껴졌습니다. 결말은 기존의 평화주의 노선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확실히 했고요.
그래도 엄청나게 실망했습니다. 원마왕 때부터 쭉 믿었는데 스토리와 플롯이 탄탄한 작가에서 그것밖에 못하는 작가로 점점 평이 박해지고
있어요. 이번 반역기사는 말 그대로 라이트 노벨에 완전히 반역해버리고 자기 한계도 뛰어넘는 그런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래도 결국 한마디로
요약되겠죠. 뭐 가능성도 보이고 객관적으로 보면 괜찮은 편이지만.......
재미없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