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시작하기에 앞서
전 씹선비가 아닙니다. 열린 모에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로리 동급생 누님 심지어 수인도 어느 정도까지는 허용 가능합니다. 17세 어머니도 허용 가······아니, 이건 좀 어떨지. 어쨌건 전 씹선비는 절대 아닙니다. 플러터샤이 짱짱!
1. 시그널보다는 훈훈함을
로리는 지켜야 할 대상이지 어두운 욕망의 대상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자주 주장하곤 하지요.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네요. 세상은 넓고 취향은 많고, 쿠지······뭐시기라는 선생님도 있을 정도니까요(모르시는 분은 제발 그 상태로 있어주시길, 차라리 몰랐더라면 좋았을 것을). 로리 히로인에 대한 수요도 꽤 많고요. 데이트 어 라이브의 요시노라던가. 국내 작품이라면 역시 나와 호랑이님이 대표적이겠군요. 굳이 외국 작품의 예시에 요시노가 등장한 이유는 제가 요시노를 빨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전 코토리를 더······! 어라?
물론 로리 타입의 캐릭터를 좋아한다고 어두운 욕망을 품고 있는 거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귀여운 건 귀여운 거고, 좋으면 좋은 거죠. 저도 귀여운 캐릭터는 좋아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런 타입의 캐릭터는 성적 방향의 어필은 어울리지 않지 않느냐는 겁니다. 캐릭터의 생김새만으로 그런 걸 결정하려 드는 것은 분명 좋지 않은 버릇입니다만, 적어도 전 로리타 캐릭터의 섹스어필은 “어, 좀 그렇지 않나······?” 라는 입장입니다. 그런 캐릭터들은, 본연의 귀여움을 좀 더 어필하는 게 더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귀여운 것은 우리를 저도 모르게 웃음짓게 해 주니까요. 입이 험한 로리 캐릭터요? 어라, 그런 건 연수원에서도 안 배웠는데······?
2. 아기고양이의 소라
우리집 아기고양이는 주인공 한울의 부성애라고 할까, 아무튼 동물들과의 교감을 전면적으로 내세운 작품이죠. 뭐 누리랑 소라를 동물이라고 봐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베이스는 동물이니까요. 게다가 동물이든 아니든 방향이 크게 틀어지지도 않고요. 아기고양이의 캐치프레이즈는 역시 치유계 코미디라는 점이겠죠. 전 로리 캐릭터를 이런 방향으로 표현하는 건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라, 제법 기대를 하며 읽었고 기대에 못 미치지는 않았더군요. 설정부터 스토리라인이 엇나가지 않고 흐름에 잘 따라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치유물의 정석을 밟고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치유물으로 한정했을 때의 이야기고, 코미디 얘기를 하자면 눈살이 찌푸려졌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겠군요. 아기고양이는 캐릭터의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어져 있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누리와 한울이가 치유 파트라면, 소라와 유라는 코미디 파트지요. 물론 소라는 그 뿐만 아니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긴 합니다만, 초중반부만 따져보자면 그렇지요. 유라와 소라는 주인공을 골탕먹이거나 곤란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독자의 웃음을 유발합니다. 물론 이런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개그코드의 대부분이 섹스어필이라는 것을 빼면 말이지요.
저는 어린아이의 섹스어필은 굉장히 꺼려하는 편입니다. 어울리지도 않고, 그 캐릭터의 귀엽다는 인상이 깨져버리거든요. 그런 캐릭터를 내보낸다면, 합당한 이유가 있거나 아예 그런 방향의 작품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그런 세계라잖아요. 하지만 아기고양이는 어디까지나 치유물을 표방하고 있는 작품이고, 그렇기 때문에 10세 가량의 소녀의 입에서 발정난 수캐라던지, 더럽고 몹쓸 물건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 어떤가 싶습니다. 누리를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건 전개상 당연한 거라지만, 거기에 꼭 그런 어필이 섞여 있을 필요가 있겠냐는 거지요. 유라에게 맡겨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취향은 아니었다는 거지만요.
3. 그래도 아빠미소 짓게 되는 훈훈함
이것 참, 고등학생이 벌써부터 아빠는 너희를 버리지 않아, 같은 대사를 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되다니. 하하 이것 참. 아저씨 간만에 좋은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왜 이리 눈이 습하지 안과 좀 갔다 와야 되나.
잡설은 이만 해 두고, 역시 치유물로서의 아기고양이는 확실히 제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일상 파트에서도 그렇고, 라스트 신에서도 울음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잘 됐다는 말을 건네주고 싶을 정도의 전달은 됐다고 생각해요. 급작스런 전투개시는 좀 아리송했지만, 아무래도 분위기가 잡자기 바뀌어버렸으니까요. 어색하다고 느낄 법도 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애초에 배틀 보려고 보는 작품도 아니고요. 치유물로서는 꽤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고 봅니다.
4. 사족 하나
읽으면서 계속 신경쓰였던 건데, “ (어떠한 행위)를 하는 (주체)다. ” 라는 표현이 너무 많았습니다. 문제가 있는 표현인지 아닌지는 공부가 짧아서 잘 모르겠지만, 볼 때마다 어딘가 걸리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덕분에 읽는 도중에 자꾸 걸려서 고생 좀 했습니다, 하하하.
5. 결론
일요일 오후에 마당에 앉아 따사로운 햇살과 살랑이는 산들바람을 즐기며, 무릎에서 몸을 만 채 자고 있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읽을 책 고르는 분이면 아주 제대로······겠지만 그런 사람이 있을 리가 없겠죠? 부드러운 감성이 녹아든 작품을 원하신다면 나쁘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